|
1.
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까요? 그 애를 처음 만난 건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되려고 하는
그런 때였어요. 미국에 있는 한 기숙사가 딸린 고등학교를 다니던 저는 당시에 테니스부의 에이스
였고-이런말을 스스로 하기는 쑥스럽지만-, 학교에서 각 시즌마다 개최하는 시상식에 참여하고
있었어요. 각 시즌마다 종목별로 MVP, MIP 등을 주는 그런 시상식이요.
그 아이는 축구부였어요. 생소한 아이가 서있다.. 했었는데, 알고보니 중학생이었던 거에요. 간혹
중학교 축구팀에서 뛰어난 아이가 고등학교 팀에서 플레이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아이가
그 경우였었나봐요. 처음 본 아이었는데, 정말 제 시선을 확 끌었어요.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꼭 닮아
있었거든요. 그 금발에 정말로 새파란 눈, 백인이긴 하지만, 축구를 해서인지 약간은 구리빛의 피부.
분명 남자답게 생기긴 했는데, 아직은 어린 나이탓에 예쁘다.. 라는 말이 아직은 잘 어울리는 친구였
어요. 특히 웃을 때는 정말 시선을 뗄 수가 없었어요.
그렇지만, 저희 학교는 중학교과 고등학교가 따로 관리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친구를 만날 기회는
다신 없었어요. 정말 아름다운 소년이긴 했지만, 얼굴만 잠깐 본것 가지고는 어떠한 감정이 생겨나기
는 어려웠었죠.
제가 오히려 좋아하게 된건, 같은 테니스 팀에 있던 친구였어요. 백인이긴 하지만, 어딘가 굉장히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잘생긴 친구였죠. 저보다 한학년이 많았고, 굉장히 이목구비가 뚜렸했어요.
약간 갈빛이 도는 검은색의 머리에, 검은 빛의 진한 눈을 가진 그 친구는 또 굉장히 착했어요.
언제나 약간은 수줍은 듯한 상냥한 미소를 지으면서 모두를 대했죠. 제가 이제까지 본 미국인들과는
달랐어요. 미국인들은 어딘지 보다 거칠고 과격한 면이 있곤 했는데, 그 친구는 뭐랄까 보다 정제되고,
'젠틀' 하다 라는 말이 아주 잘 어울리는 몇 안되는 친구였었죠. 그 친구의 이름은 마크였어요.
저희 학교에선 하루에 한시간에서 두시간씩 강제로 운동을 시키곤 했어요. 모두가 스포츠 팀에
가입해야 했죠. 모든 종목들이 그렇듯, 테니스도 타학교와의 원정 경기가 굉장히 많았어요. 미국은
공부 만큼이나 스포츠를 중요시 하기때문에, 그런게 굉장히 잘 발달되어 있었죠. 유학온지 겨우
일년밖에 안되었던 저는 그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답니다.
어쨌거나 시합을 하게 되면 팀메이트들과는 친해질 수 밖에 없어요. 뭐랄까, 때로는 곤란한 순간도
많았어요. 팀메이트들과 연습경기를 하는데, 그 친구들이 너무 더워서 웃통을 벗고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몸도 좋은 친구들이 땀을 흘리면서 테니스를 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딘지
굉장히 민망해졌죠. 같은 락커를 쓰느라 서로 옷갈아입는 것도 다 볼수 밖에 없는 데 말입니다.
한편으론 즐거운 장소였지만(;;), 한편으론 난처하고 부끄러운 장소이기도 했어요.
정말 난처한건, 그런데 사실, 따로 있었어요. 시합을 하고 나면, 뭉치고 아픈 근육들을 치유하기 위해
월풀이란 것을 이용하거든요. 그건 사실 별거 아니에요. 목욕탕인데, 여러곳에서 물줄기가 나와서 근육을
풀어 주는 일종의 마사지 욕조에요. 근데, 그걸 할때는 몸에 딱 달라붙는 반바지만 입고 하거든요, 보통.
시설이 많은게 아니라서 한번에 두사람씩 하곤 하는데, 어느 날은 저랑 마크가 걸린 거에요. 마크에게
친구 이상의 호감을 품고 있던 저에게 있어서 굉장히 난처한 일이었죠.
솔직히, 미안했어요. 그 친구는 나를 그런식으로 전혀 보지 않고, 좋은 친구로만 생각할텐데, 겉으로는
밝게 웃으면서 친구인척 하면서 속으로는 그 이상으로 생각한다는 게요. 어쨌거나 학교가 끝나고 저는
월풀이 있는 곳으로 향했어요. 그곳에는 이미 마크가 와 있었어요. 절보고 밝게 웃으며 인사하더군요.
.. 부인하진 않겠어요. 그 친구가 옷벗는 거에 눈이 갔다는 거. 저희 학교 교복은 와이셔츠와 넥타이,
정장 바지만 입으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어요. 교복이 있긴 했지만, 사실상 학생들에게 입고 싶은 걸
입을 수 있는 선택권한을 주곤 했었죠. 어디 행사가 있을 때만 학교 전용 교복을 입곤 했는데, 어쨌거나
마크는 그날따라 참 멋진 정장을 입고 있었어요. 그 친구가 넥타이를 끄르고,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
때 저도 모르게 눈이 갈 수 밖에 없었어요. 정말 묘하게 색기가 돌았거든요.
개인적으로 마른 몸을 선호하는 편인데, 그 친구는 꽤나 말랐었어요. 말랐지만, 테니스를 해서인지
근육이 적당히 잡혀있는 보기 좋은 몸을 가지고 있었죠. 어쨌거나 그 친구가 옷을 모두 벗고 속옷만을
걸치고 있으니, 정말 민망하더군요. 마크는 그 당시에 하필 딱 달라붙는 켈빈 클라인 속옷을 입고 있었
는데, 그 라인 (;;) 이 다 드러나 보였었어요. 그의 매끈한 몸매와 노골적인 라인에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거든요. 들킬까봐 조마조마하기도 했었고.
저도 옷을 다 벗고 욕조 안으로 들어갔죠. 같은 욕조에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앉아있으려니
굉장히....... 부끄러웠어요. 그렇지만, 다행히도 물이 뜨거운 탓에 연기는 자욱했고, 제 얼굴이
붉어졌다던가, 하는 것들은 그 친구는 볼수 없었을 거에요.
"이거 좀 어색한데."
마크가 그 특유의 젠틀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더군요. 하긴. 어색할 수 밖에 없겠죠. 그다지 크지 않은
욕조에 두 남자가 속옷만 입은채로 들어가 있으니. 사방에서 스플래쉬가 나와서 그곳에 최대한 집중
하려고 했어요. 마크의 몸은 최대한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그런데 조금만 움직여도 서로 몸이 닿았어요. 팔과 팔이 닿거나 다리와 다리가 닿을 때마다 저는 움찔
움찔 했죠. 그 부드러운 감각에, 제 몸도 반응하고 있었구요. 제가 그의 몸이 닿을 때마다 움찔 움찔
하자, 마크가 다소 의아하게 생각하더군요.
"마른 줄만 알았는데, 은근히 몸이 좋네."
마크가 물 밖으로 보이는 제 상체를 바라보며 건넨 말이었어요. 마크의 시선에 정말 부끄러워 죽을
것 같았죠. 어쨌거나 그런식으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학교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부터
테니스,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 비디오 게임이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
그 부끄러운 모멘트 (;) 이후로 우리 둘은 급속도로 친해졌어요. 그 친구도 기숙사에서 살았던 지라,
주말만 되면 함께 테니스도 치고 영화도 보고 정말 즐거운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죠. 그에 대한 저의
감정도 함께 커져만 갔어요.
그런데, 그렇게 한달 정도가 지나고 어느 토요일 이었어요. 초봄이었고 햇빛은 아주 따듯하고 눈부
셨어요. 아침일찍 일어나서 마크와 테니스를 치고 있었죠. 마크는 테니스를 칠 때 눈이 부셨고,
아주 아름다웠어요. 그래서 항상 그와 테니스 치는 걸 즐겼죠. 비록 그와 테니스를 치면 테니스에
집중을 할 수가 없긴 했지만.
마크의 쉴 새 없는 공격에 지친 저는 잠시 물을 집어들고 테니스 코트 구석에 가서 주저 앉았어요.
"아아. 벌써 지친거야? 이거 에이스가 이래도 돼?"
마크가 장난 스레 말을 걸자 저는 지쳐서 대꾸하지도 않고 그냥 손을 설레설레 내저었죠. 괴물같은
놈. 그러자 마크가 실실 쪼개면서 제 옆에 다가와서 앉더군요. 그리고는 제 손에 들려있던 물을 빼앗
아서 마셨어요. 저는 가만히 그가 물을 마시는 양을 지켜보았죠. 땀에 젖은 그의 모습은 멋있었어요.
약간 마른 그의 몸에 달라붙어있던 셔츠도, 어딘지 모르게 매우 야했죠. 그렇게 잠시 그의 얼굴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가 물을 마시다 말고 제 시선을 느꼈는지 저를 쳐다보더군요.
그 당시 제가 이성을 잃었었나봐요. 아니면 마크가 잃었었던가요. 누가 움직인 건지 알수는 없었지만,
우리 둘의 거리는 가까워졌죠. 그리고는, 누가 먼저했는지 역시 알수는 없었지만, 서로 입을 맞추고
있었어요. 맙소사.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득해져요.
제 첫키스였어요. 정말 기분이 좋았죠. 사람 입술이 그렇게 부드러운 건줄 몰랐어요. 저는 마크의
머리결을 손으로 느끼며 그의 입술이 주는 그 기분좋은 감각을 마음껏 만끽하고 있었어요. 그는
결코 능숙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굉장히 부드럽고 성의 있게 키스를 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긴시간
동안 입맞춤을 하고 나서 우리는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냥 저는 마크의 옆에 앉아서 시원
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하고 있었죠.
햇살이 아주 밝고, 바람이 시원하던 어느 봄날이었죠.
2.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서로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냥 그 아이는 제 손을 꼭 잡아주었
죠. 그 조심스럽고 부드러운 손길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큰 사랑을 느끼게 해 주었
어요. 언제부터일까.. 이 아이가 날 좋아한다는 감정을 가지게 된건.
그렇게 생각하니, 마크의 모든 것이 궁금해졌어요. 친한 친구였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러고 보니
그 애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게 없더라구요. 무엇을 좋아하는지, 가족은 몇명이나 있는지, 취미는 무엇
인지. 내가 없을 때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모두 궁금
해졌죠.
그렇게 테니스 장에서 기숙사까지 함께 걸었어요. 아직은 이른 아침이라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죠.
우리 둘은 서로 다른 기숙사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이쯤에서 헤어질 수 밖에 없었어요. 어쩐지
아쉬워서, 그렇게 손을 잡은 채로 마크의 얼굴을 바라보았죠. 어쩐지 견딜 수 없이 부끄러운 그 느낌.
마크가 그 특유의 미소를 지어보이며 오른손으로 제 머리를 마구 헝클어 놓더라구요. 그 손길이
굉장히 기분 좋았어요.
"나중에 보자."
그렇게 말하고 마크는 뒤돌아 서서 자신의 기숙사 쪽으로 걸어갔죠. 잠시 그 아이의 뒷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어요. 왜 이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질까요? 마치 꿈이 작아지는 것처럼, 그 아이가 멀어져
가는 게 두렵기만 했답니다.
저희의 관계에서 가장 큰 실수중에 하나는 저희 둘의 관계를 정확히 정의하지 않았다라는 거에요.
그 이후로 우리 둘은 항상 같이 지내고 누가 보기에도 이상할 정도로 붙어 다녔지만, 그 한번도
서로에게 사랑한다거나 좋아한다거나 고백을 하지 않았죠. 그런 고백의 말은 낯간지러워 보이지만,
사랑하는 관계에 있어서는 필요한 거라는 걸 저희는 알지 못했어요. 둘 다 너무 서툴렀으니까.
아니, 어쩌면 두 사람다 인정하기 무서웠는지 몰라요. 저희는 그때 고등학생 이었고, 세상이 금기시
하는 사랑을 하기는 아직 너무 어렸어요. 그래서 그걸 입밖에 내서 인정하기 어려웠는지 몰라요.
그걸 인정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야만 했으니까요. 너무 소극적이었죠.
어쨌거나, 그 당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어요. 서로를 너무 간절히 원하고 있었죠.
서로 '사랑' 이란 말을 단 한번도 입에 내지 않은채로, 그냥 서로를 원하고만 있었어요.
행복한 매일매일이 계속되었습니다.
주말이 되고 서로의 방짝이 각자 자기 집으로 나갈때면, 우리는 서로의 방에 놀러와서 하루 종일
함께 있었어요. 제가 가장 좋아했던 건 마크의 무릎을 베고 음악을 들으며 조용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거였어요. 그럴때면 항상 마크는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했는데, 그 손길이 굉장히 기분이
좋았죠. 그러다가 눈이 마주치면 수줍게 미소를 지어보이곤 했는데,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죠.
서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특히 마크는 제가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미국에서만 자라온 마크에게, 다른 나라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었나봐요.
특히 마크는 백인들만 주로 다니는 학교에서 귀하게 자라온 사람이었던 만큼 외국인을 접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았으니까요.
마크의 집은 굉장히 부유했나봐요. 사실 그가 끌고 다니는 차만 봐도 그랬어요. 뭐, 자신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는 성격이어서 자세한 건 알 수 없었지만, 어머니 아버지가
함께 사업을 하신다.. 라는 것 정도만 알 수 있었어요. 어쨌거나 그의 가족 관계나 사소한 습관 하나
하나 알아나가는 과정이 굉장히 즐거운 일이었죠. 정말 작은 일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왜 그런 일들이 저를 그렇게 행복하게 만들었을 까요?
그런데 그렇게 행복한 일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저희 둘의 관계는, 그러니까 저희 둘 조차 제대로
정의 하지 않았던 그 관계는, 주변사람들에게는 그냥 '친한 친구' 정도로 비춰졌나 봐요. 사실 우리는
사귀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니까요. 이 등록금이 매우 비싼 사립학교는, 그런 거에 있어서는
매우 보수적인 곳이었으니까요.
하루는 학교에서 댄스 파티가 있었는데, 우리는 따로따로 파트너를 구해서 갈 수 밖에 없었어요.
남자 둘이 같이 댄스 파티를 갈 수는 없었으니까요. 저는 중국에서 온, 저와 아주 친했던 스테파니와
함께 가기로 했어요. 그리고 마크는 역시 친한 친구중 하나였던 브랜디와 함께 가기로 했죠.
브랜디, 이 친구에 대해선 참 복잡한 감정이 지금도 얽혀 있어요. 이 친구는 갈색 머리를 가진,
아주 예쁘게 생긴 소녀였어요. 성격도 참 서글서글 하고, 모난데가 없어서 친구도 참 많았죠.
저와도 아주 친한 친구였어요. 그런데, 브랜디가 마크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말았죠.
그걸 알게 된건, 댄스가 끝난 다음날이었어요.
서로 다른 파트너와 춤을 추고 있었고, 솔직히 그건 좀 불편한 일이었거든요. 특히나 마크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특별히 언급한 적도 없었고, 우리는 그런 쪽의 이야기는 일부러 나누지 않았거든요.
가끔씩 춤을 추다가 마크와 눈이 마주치면 그 아이는 저에게 미소지었죠. 솔직히 그걸로 충분히
위안이 되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요. 댄스가 끝나고 나서 브랜디는 마크를 자신의
친구가 하는 파티로 데려갔어요. 남에게 싫은 소리 잘 못하는 마크는 결국 거절을 하지 못했죠.
....... 솔직히 불안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런 파티는, 당연히 술도 있고 마약도 있을 거고,
그렇게 하이퍼가 되다보면 일도 저지를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저는 마크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그는 나를 배신하지 않을꺼다.. 라는. 솔직히 근거없는 믿음이긴 했지만, 우리들의 관계는 그런
믿음이 지탱시켜 주고 있었으니까요. 서로 사랑한다는 말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의 마음을
믿지 않으면, 우리의 관계는 단숨에 없어질 수 밖에 없었어요.
그 다음이 토요일이었고, 아침이 되자마자 저는 그의 방으로 찾아갔어요. 문이 열려 있었는데,
마크가 아직도 침대에 파묻혀서 자고 있더라구요. 양복 와이셔츠를 그대로 입고 자고 있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피곤했나봐요. 자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죠. 너무 예뻤어요. 가만히 그를
보고 있는데, 그의 룸메이트인 브랜든이 들어오더군요. 방금 샤워를 하고 나왔나 봐요.
"준, 마크 만나러 왔어? 걔 잠든지 얼마 안되었는데.."
"그래? 어제 늦게 들어왔나봐?"
"응. 나랑 같이 브랜디네 파티 갔다가, 오늘 새벽에 들어 왔거든. 나는 몸에 밴 술냄새 때문에 샤워나
하고 자려고. 마크 이 자식도 술 몇잔 마셨어."
"하하. 그래? 즐거웠겠네."
"뭐, 마크 저 자식만 좋았지. 어제 브랜디 굉장했어. 마크한테 키스하고, 껴안고.. 마크 저자식은
학교에서 제일 예쁜 여자가 자기한데 그렇게까지 하는 데 별관심 안보이더라니까. 신기한 녀석."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잠시 머리가 아파졌어요. 아. 마크가 브랜디를 거절했다는 건 좋은 말이었
지만, 브랜디가 마크를 좋아한다는 건 정말 의외였어요. 브랜디는 평소에 그런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었거든요.
그 날 이후로, 브랜디의 마크에 대한 애정공세는 갈수록 적극적이 되어갔어요. 마크에게 여자친구가
없다는 걸 안 브랜디는 언제나 마크에게 꼭 붙어있었죠. 사람 좋은 마크는 그걸 또 거절도 못하고..
전 그 마크의 소탈한 성격을 참 좋아했지만, 가끔씩은 좀 답답하더라구요. 마크와 제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브랜디는 끼어들어서 마크를 어디론가 데려가곤 했어요. 솔직히 거기에 대고 제가 화를
내기도 좀 우스웠죠. 저희 둘은 분명 사랑을 나누고 있는 사이이긴 했지만 그는 저의 'Boyfriend' 가
아니었잖아요.
마크를 좋아하니까. 그리고 마크도 나를 좋아하니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하고 저는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어요. 브랜디가 어쨌건 간에 우리둘의 사이는 크게 변함이 없었어요. 최소한 겉으로는 그렇게
보였죠.
그와 처음으로 관계를 맺기도 했어요. 생일 전날 마크가 저에게 콘서트 표를 두장 가져오더군요.
제가 정말 미쳐있었던 콜드플레이의 콘서트 표였어요. 콘서트장은 학교에서 한 두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마크가 콘서트를 갔다가 자신의 집으로 가서 주말을 지내고 오자고 하더군요.
저는 마크의 집에 간다는 두근거림과, 콜드플레이의 콘서트에 갈 수 있다는 두근거림 때문에 그 전날
잠을 못이룰 정도였어요.
콘서트는 정말 끝내줬답니다. 제일 앞의 스탠딩 좌석 표였는데, 거의 세시간에 걸쳐 서서 소리지르고
뛰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지칠줄 몰랐어요. 콘서트를 거의 태어나서 처음 가본 저로서는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밤이 되서야 콘서트가 끝났고, 저는 마크의 차를 타고 그의 집으로 향했죠.
그의 집은 예상했던 대로 (?) 정말 컸어요. 무슨 사진에서나 본 그런 집이었는데, 밤 풍경이 끝내
줬어요. 수영장에, 정원 이곳저곳에 아름답게 장식된 석상 같은 것들이 있었죠. 마크가 자동차를
차고에 넣으면서 말하더군요.
"부모님들은 여기에 잘 안계셔. 뉴욕에 있는 집과 이곳을 오가시며 생활하시곤 하시는데, 요즘엔
바빠서 계속 뉴욕에 머물러 계시나봐."
"형제들은?"
"형은 대학교를 캘리포니아에서 다녀서 여름방학이나 되야 돌아와. 그래서 이 집에서 사는 사람은
이 집을 관리해주는 사람들 뿐이야. 좀 이상하지?"
그렇게 말하고 마크는 웃어보였지만, 그 웃음이 왠지 안타까웠어요. 그가 왜 주말마다 기숙사에
머물러 있었는지 알것 같기도 하구요. 아무도 없는 집에 가는 것보다는 친구들이 있는 기숙사에 계속
있는 편이 나았을지도 몰라요. 마크를 왠지 꼭 껴안아 주고 싶었어요.
3.
마크의 방은, 뭐랄까, 저를 굉장히 두근거리게 만들었어요. 어딘지 마크의 채취로 가득 차
있는 그방은, 저에겐 매우 신기하게 다가 왔답니다. 내가 없을 때는 무엇을 할까, 그가 어떻게
자라왔을까.. 하는 저의 궁금증이 그 방에 어느정도 설명을 해 주고 있었거든요.
그의 방은 꽤나 모던하게 멋진 방이었어요. 예쁜 컴퓨터 한대에, 하늘색 이불보가 깔린 침대
하나. 그리고 꽤나 큰 옷장. 온통 하늘색으로 멋지게 장식된 방이었죠. 어딘지 마크와 잘
어울리는 방이었어요. 이 곳에서 마크가 자라왔고, 생활해 왔다고 생각하니 어딘지 두근 거리
더라구요.
"뭘 그렇게 두리번 거려?"
"그냥... 왠지 신기해서. 네가 살아온 방에 내가 와 있다는게. 왠지 굉장한 비밀을 공유하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네."
"하하. 진작에 데려와 줄 걸 그랬네."
그러면서 마크는 제 머리를 쓰다듬었어요. 그건 마크의 버릇이었어요. 항상 제 머리를 쓰다듬는
걸 좋아했죠. 저는 그럴때마다 그에게 살짝 기대어 응석을 부리곤 했죠. 유학생활을 하느라 부모
님과 떨어져 있는 저의 응석을 받아 줄 사람은 그밖에 없었어요. 응석을 부리고 싶은 유일한
상대도 마크였구요.
그렇게 잠시 저의 머리결을 쓰다듬던 마크가 저에게 입맞춤을 해오더군요. 마크의 입맞춤은 언제나
부드럽고, 기분 좋았어요. 젠틀한 그의 성격만큼이나 저를 소중하게 다루어 준다는 게 느껴졌죠.
마크랑 있으면 너무 어리광을 부리는 것 같아 좀 그랬지만, 그만큼 그는 믿음직 스러웠어요.
"... 괜찮.. 겠어?"
갑작스런 마크의 질문에 저는 잠시 의아해 했어요. 그리고는 그 질문의 의미를 조금 후에야
깨달았죠. 솔직히 무서웠어요. 물론, 제가 그와의 관계를 생각 안해봤을 정도로 순진해서가
아니라, 한국에서만 자라온 저에게, 제 나이 또래에 첫 경험을 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사로잡고 있었거든요. 저는 이래뵈도, 굉장히 보수적인 구석이 있어서요.
그렇지만, 그 순간 마크의 미소띈 얼굴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었겠어요. 마크라면 괜찮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죠. 솔직히 말하면, 저도 하고 싶기도 했구요. ... 뭐, 한창인 사춘기 소년이었
으니까. 그렇게 마크와의 첫 경험은, 두근거림과, 공포심, 그리고 위험할 정도의 쾌락과,
달콤한 고통들로 가득찬, 저에게는 아주 새로웠던 경험이었어요. 그렇지만, 그 어떤 것보다
마크의 그 섬세한 손길이 참 기분이 좋았어요. 말로 잘 표현하지 않는 마크였지만, 저를
정말로 아껴주고 사랑해준다라는 게 느껴졌거든요.
첫 경험을 하고 나서, 그의 하늘색 침대에 함께 누워있었어요. 마크는 버릇처럼 제 머리를
만지고 있었고, 상당히 지쳐 있었던 저는 그 마크의 손길을 느낀 채, 그의 채취가득한 배게를
베고 누워 있었죠. 자고 싶었지만, 어딘지 마음이 들뜬 상태라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같이.. 샤워할까?"
문득 제 머리결을 쓰다듬던 마크가 그렇게 말하더군요. 그 저음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절 굉장히
두근 거리게 만들었죠. 저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얼굴만 붉히고 살짝 고개를 끄덕였죠.
마크는 씨익 웃더니 샤워실 쪽으로 가서 욕조에 물을 틀기 시작하더군요.
"우리, 같이 월풀하던거 기억나?"
욕조에 벛꽂향 비누거품을 마구 뿌리던 마크가 갑자기 절 보며 장난스런 표정으로 말하더라구요.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그 부끄러우면서도 두근거렸던 그 순간을.
"응.. 그걸 어떻게 잊어."
"저기..그때, 나 좋아했었어?"
갑작스런 마크의 질문에 갑자기 대답할 말이 막히더군요. 그 당시에 분명 마크에게 호감을 품고
있긴 했지만, 좋아한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 후에 마크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점점 그 아이에게 겉잡을 수 없이 빠져들게 된거지만.
"글쎄.. 그때의 감정이 정확히 뭔지 모르겠는 걸. 근데, 확실한 건 굉장히 두근거렸었어."
"나도 그때 내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고. 그때 정말 내 인내심 테스트 하는 거 같았다고. 니 몸이
닿을 때마다 어찌나 놀랐던지."
마크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그 아이는 그의 마음을 잘 표현을 해
주지 않았거든요. 그 당시에 두근 거려서 놀랐던 건 저뿐만이 아니었었던 것 같네요. 보다 더 빨리
서로의 마음을 알았다면, 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아쉬움이 괜시리 남
아요.
"아! 다 된것 같다."
욕조에 물이 다 받아졌다 봐요. 거품으로 가득찬 욕조에선 기분 좋은 벛꽃 향기가 났죠. 마크가
저를 보며 살짝 미소짓더니 곧 제 손을 잡고 함께 욕조로 들어갔어요. 물은 뜨거웠고, 기분좋은
향기가 났죠. 어딘가 나른해졌어요. 마크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는데, 마크의 체온과, 물의
열기가 피곤했던 제 몸을 나른하게 만들었어요. 마크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로 꼼짝 안하는 제가
안쓰러웠는지, 마크는 스폰지에 비누를 묻혀 제 몸을 조심스레 닦아 주었어요.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까요. 아마, 이때가 가장 행복한 때가 아니었나 해요. 저는 이 사랑이, 영원히 갈것
같다고 생각했었죠. 마크는 제 첫 사랑이었고, 사랑이 이렇게까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최초의 사람이었으니까.
그렇게 주말을 마크의 집에서 보내고 우리는 학교로 돌아왔어요. 브랜디의 마크에 대한 공세는
갈수록 심해져만 가서, 저는 학교에 있는 게 스트레스 그 자체였답니다. 물론, 사람 좋은 마크는
똑부러지게 거절도 못했어요. 그 성격에 반한 거긴 하지만, 착하다는 걸 뒤집어 말하면 우유
부단이란 단어와 똑같다 라는 걸 처음 알려준 사람이기도 했어요. 주변에서는 거의 둘을 공식
연인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였어요. 물론, 브랜디의 일방통행에 가까운 사랑이었지만, 어쨌거나
둘이 함께 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 졌으니까요.
저는 그렇게 까지 참을성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사실, 여기까지 스스로를 억제해오며 참아
온 것도 대단하다 싶을 정도였죠. 그런데, '사건'이 벌어졌어요. 저는 사실 주말만 되면 마크의
방에서 살다시피했거든요. 아니면 마크가 저의 방에서 살다 시피 하던가요. 사실, 주중에는
서로 너무 바빠서, 차분히 이야기할 시간이 거의 없었어요. 학교 스케쥴은 학교가 끝난 후에도
스포츠, 스터디 홀 등으로 꽉 차 있었기 때문에 주중에는 거의 서로를 만날 기회가 없었거든요.
주말에 같이 있는 건, 저희가 결코 팔불출이라거나 해서가 아니에요.
제가 기억하기론, 저는 그의 방에서 그와 함께 헤일로 2를 하고 있었어요. 액션 게임이라곤 젬병
인 저였는데, 마크의 방에서 우연히 이 게임을 붙잡고는 완전히 빠져들어서 미친듯이 플레이
했어요. 제가 주말에 자기방에서 와서 게임만 하고 있으니까 마크가 불평을 시작하더라구요.
게임을 괜히 소개시켜줬다는 둥, 자기보다 헤일로2가 더 좋냐는 둥.
한창 전투중이었는지라, 아무 생각없이 "응" 이라고 대답했는데, 마크가 뾰루퉁해져서는 책을 한권
꺼내들고는 한쪽으로 가서 책을 읽기 시작하더라구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책을 읽고 있는
그의 옆에 가서 마구 장난을 쳤어요. 처음에는 화난 척 하던 그도, 제가 계속 그를 찌르고 더듬고
하니까 못견디겠던지, 책을 집어 던지고 저를 마구 간지럽히기 시작했죠.
.......... 저는 간지럼을 좀 심하게 타요. 몸이 워낙 민감해서 옆구리 이런데를 만지기라도
하면 흠짓흠짓 놀라거든요. 그런데 마크는 저번에 자기 집에서 할때, 제 몸의 약점을 다 파악 했
는지, 제 몸의 민감한 부위만 골라서 간지럽히더군요. .... 저는 거의 뭐 소리 지르고 난리났었죠.
"으아악. 항복 항복. 제발. 나 간지럼 태우는 거 진짜 싫단 말이야. 놀아줄게 놀아줄게."
결국 마크가 제 위에 올라타고 옆구리를 본격적으로 간지럽히기 시작하자, 그걸 견디지 못한
제가 항복선언을 해버렸어요. 마크가 사악한 미소를 짓더군요.
"뭐하고 놀아줄건데?"
아아. 사춘기의 소년들이란 참. 그렇지만, 기숙사에서 할 수도 없는 일이여서 저는 그냥 마크의
입술에 살짝 입맞춤을 해주었어요. 그런데, 마크가 그게 참 아쉬웠는지 (?) 잠시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음흉한 미소를 지었죠.
"..... 왜, 왜 그래?"
마크는 제 양쪽손을 못움직이게끔 꽉 잡은 채로 저에게 마구 키스를 퍼부어 댔어요. 맙소사.
여기는 기숙사라고요. 근데 마크는 거침이 없었어요. 마크의 손이 점점 제 바지쪽으로 내려갔고
제 바지의 벨트를 풀려고 하고 있었죠.
근데, 근데, 정말로 안좋은 일이 벌어졌어요. 하필이면 그날따라 마크가 문을 안잠가놓은 거에요.
그리고, 하필이면 그날따라 브랜디가 용기있게 남자 기숙사까지 들어올 생각을 했던 거죠. 여자들은
남자 기숙사 출입금지 였었는데... 브랜디는, 마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그다지 즐겁지
않은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어요. 사실, 우리는 키스하는 데 너무 정신이 팔려 있어서 한동안은
누가 들어온지조차 몰랐죠.
제가 먼저 브랜디를 발견했어요. 브랜디는, 그렇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잘 안가는 듯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을 뿐이었어요..
4.
솔직히 브랜디의 심정이 이해가 되요. 제가 위선적으로 착한척 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로 그녀
에게는 미안하단 감정이 많아요. 그건 아예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쇠하는 일이 잖아요.
단순히 그가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아니라, 그가 보통사람과는 다른 성적 취향을
지녔다는 걸 알게되는 건, 아예 그가 그녀를 바라봐줄 기대 자체를 못하게 막아버리는
잔인한 일.
그건, 저도 정말로 여러 번 겪었어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는, 정말 가슴 아픈 고통이죠.
브랜디의 그 예쁘장한 눈에서 눈물이 흐르더군요. 마크도 늦게서야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깨닫
고는 그쪽을 바라보았어요. 느린 녀석. 마크의 눈빛이 흔들리더군요.
"그런.. 거였어?"
브랜디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꺼내더라구요. 왠지 가슴이 아파온 건 왜일까요.
마크와 저 둘다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어요. 브랜디는 잠시 그렇게 울더니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던지 문밖으로 뛰쳐나가더군요. 잠시 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마크는 갑자기 그녀가
나간쪽으로 뛰어 나가기 시작했어요.
솔직히 머물러 주길 바랬어요. 저도 뜻밖의 일에 많이 불안했었고, 저와 함께 있어주면서
괜찮다고 말해주길 바랬어요. 아마도, 욕심이고 이기심이었겠죠. 그렇지만, 저는 언제나 마크의
사랑에 대해서 불안해 했었거든요. 서로의 마음을 말로 거의 표현하지 않는 관계.
위태위태한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지속되오던 관계.
서로 인정하기 무서워서,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는 관계.
이 모든 것들이 쌓여서 저를 한없이 불안하게만 만들 뿐이었어요.
몇시간이 지나도 마크는 오지 않았어요. 어딘지 마크의 방에 있기 불편해진 저는 제 방으로 돌아왔죠.
밤이 되었지만, 잠이 오질 않았어요. 전화도, 메신저도, 마크는 찾아 볼 수 없었죠.
젠장. 이렇게 두근 거리는 밤은 처음이네요.
그렇게 주말이 지나가고 다시 정신없는 나날들이 찾아왔어요. 그 날 이후로, 마크와 이야기를 하지
못했어요. 아니, 왠지 모르게 마크에게 화가나서 제가 일부러 마크를 피해다녔죠. 마크도 딱히 저에게
이야기를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어요. 그게 더 화가 났달까. 설명을 하란 말이야. 설명을.
"저기, 잠깐 나좀 볼래."
페이퍼가 있어서 리서치를 하러 도서관에 가던중에 뜻밖에도 브랜디가 저를 불러세우더군요.
브랜디의 표정이 별로 좋진 않았어요. 저는 순순히 응했고, 브랜디가 저를 보고 따라오라는 듯이
학교 뒤의 정원으로 나가더군요.
"......... 솔직히 말해서, 충격이었어."
그랬겠죠. 그 당시 브랜디의 표정은 정말 어이없다는 표정이었으니까. 미안하단 말이 하고 싶었지만,
그건 그 아이를 더 비참하게 만들것만 같았어요.
"미안하단 말은 안할게. 난 잘못한게 없으니까."
"알아. 나도 그래서 미안하단 말 안할꺼야."
브랜디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더군요. 저는 브랜디의 성격을 잘 알아요. 브랜디는, 그렇게 강한
아이가 아니에요. 오히려 약하고 정이 많은 아이었죠.
"무슨... 의미야?"
"나 마크 포기 안할꺼야. 어차피, 너희 둘의 관계라는 거. 굉장히 불안한 거잖아?"
굉장히 뜨끔했어요. 브랜디의 말에, 이렇다할 대꾸를 할 수 없는 게 더 분했어요. 사실이니까.
"지금은 마크가 널 사귈지 모르겠지만, 그 아이가 대학을 가게 되고, 결혼을 하게 되면, 너희 둘에게
달콤한 미래따윈 없어. 단순히 동성애라서 그런게 아니라, 너와 마크는 전혀 다른 배경에서 자랐잖아?"
동성애. 그렇게도 꺼내기가 무서워서 감춰두고 또 감춰두었던 단어가, 브랜디의 입에서 너무도 쉽게
나오니, 어딘지 허무해졌어요. 불안한 미래를 맞는 걸 인정하게 싫어서, 숨기고 싶었던 공공연한
비밀이, 너무나도 쉽게 벗겨져 버렸어요.
"어차피, 너희 둘은, 사귀는 사실 조차 숨길만큼, 불안하잖아. 지금까지 모두에게 숨겨왔다는 건,
앞으로도 인정할 생각 없는 거 아냐?"
"그런게 아냐. 우리는..."
"그리고, 마크는.. 바이야. 무슨 의미인지 알아? 지금 너와의 관계는, 그냥 어차피 즐기기 위한
거라고."
이쯤 되면 화가 나더군요. 분했어요. 그런데, 바보같이 아무말도 못하고 서 있었죠.
"이제 몇달뒤면 우린 졸업이야. 너는 아직도 고등학교에서 2년이란 시간을 보내야 하고. 나, 마크랑
같은 학교 갈꺼야. 미안하지만, 마크에 대한 내 감정, 진지해. 포기할 수 없어."
그렇게 하고 싶은 말만하고 브랜디는 돌아서서 가버렸죠. 그 애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어요. 이 말을
하기 위해서 아마 엄청난 용기를 내야 했겠죠. 그 정도로, 그 아이는 진심이었던 거에요.
저의 패배였어요. 주위의 시선이 무섭고, 불안정한 미래가 두려워서, 모든 걸 내던질 용기가 없었던
저의 패배. 눈물이 흘렀죠. 잘 해갈 수 있을까? - 이 질문에 대답은 없었어요. 아니, 대답은 정해져
있었지만, 역시 또 인정하기 싫은 거였겠죠. 난 왜이렇게 겁쟁이인 걸까요?
마음이 아팠지만, 바보같이 있을 수는 없었어요. 유학생활은 눈코뜰새 없이 바빴고 사랑 때문에 멍하니
있을 정도로, 저도 멍청하진 않았으니까요. 그렇게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가도, 가끔씩 마크의 얼굴을
볼 기회가 생기면 기분이 좋았어요. 저와 눈이 마주치면 그렇게 밝게 지어주는 미소가 너무 위안이 되고
안심이 되었죠. 저 미소를 잃고 싶지 않다. 나에게만 웃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이기적인
걸까요?
"저번 일요일에는...."
"됐어. 말 하지마."
그리고는 그냥 마크를 꼭 껴안았어요. 마크가 잠시 놀란 것 같더니 이내 한쪽 손으로 제 머리를 쓰다듬
더군요.
"많이 불안했나 보네? 먼저 안기는 걸 보니."
그 장난기 섞인 다정한 말에 더욱더 깊이 그에게 안겼어요. 어딘지 눈물이 날것만 같았죠. 제가 그렇게
아무말 않고 있자, 마크가 미안한 목소리로 말하더군요.
"미안해. 전화정도는 해 줬어야 하는건데. 브랜디가 너무 심하게 울어서, 그냥 혼자 둘 수 없었어. 미안."
그 다정함이 좋았던 거니까. 이제와서 불평은 안할래요. 그래도 가슴 한구석이 아픈건 어쩔 수 없네요.
"우리....... 관두자.. 이런거."
조용히, 그러나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리고는 제 머리를 쓰다듬고 있던 마크의 손을 떼어 냈어요.
그리고는 마크의 눈을 똑바로 보았죠. 다치는 걸 두려워 해 감출 거라면, 어차피 우리 감정은 그 정도
라는 이야기겠죠. 이제 끝낼때가 된 것 같아요.
5.
그 아이의 눈이 떨렸고, 제 목소리가 떨렸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관.. 두자니? 관두자니?!"
"말 그대로야. 이제 그만둬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우리 헤어지자. 아니, 우리.. 정식으로 사귄
적도.. 없었잖아.. 그냥.. 그냥..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야. 친구였던 그때로."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지만 참았죠. 이 불안정한 관계를 지속해나갈 힘이 없었으니까.. 이대로 가면,
나중에 상처만 더 커질게 분명했으니까. 여기서, 끝낼 수 밖에요.
"어째서.. 그런 소릴 하는 거야?"
"언젠가는.. 헤어져야 하는 거. 너도 잘 알잖아. 그거 못느꼈어? 우리 서로에게 한번도 제대로
사랑한다고 말 한적 없어. 우리, 서로가 내심 무서웠던 게 아닐까? 서로 이미 알고 있었잖아.
우리 둘의 관계를 제대로 인정하는 순간, 우리가 포기해야 하는 게 너무 많다는 거..
그걸 모두 포기할만큼, 나는 네가 절실하지 않아."
최대한 단호하고 들리길 바랬어요. 마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기란, 정말 너무나도 힘들었어요.
언제나 저에게 미소를 지어주던 눈인데, 언제나 저를 안심시켜 주었던 눈인데. 그 눈이, 지금 굉장히
흔들리고 있네요.
"싫어. 너, 내가 너 포기할 수 없다는 거.. 잘 알잖아.. 그지?"
마크가 힘없이 미소를 지어보였어요. 그리곤, 제 검지 손가락을 꽉 쥐고 있었어요. 마치 보내줄 수
없다는 듯.
"끝이 보이는 일을 계속 해나가서, 나중에 생길 상처를 더 키우느니 그냥 여기서 끝내자. 그게 서로를
위해서도 좋아."
"사람들은.. 때로는 끝이 뻔히 보이는 일을 하기도 해. 사람들은, 그렇게 영리하지 않거든. 나도 그렇게
영리하지 않은가봐. 보이지 않는, 아니, 이미 정해진 미래가 있더라도, 서로를 더 크게 상처 입히더
라도, 나 너 보낼 수 없어.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제발 여기서 끝내자는 말은 하지 말아줘... 응?"
"브랜디가.. 브랜디가 그러더라. 네가 대학교를 가고, 나와 함께 있을 수 없게 되면, 그 때가 되도,
우리 계속 함께 할 수 있을까? 서로의 인생을 잃는게 무서워서, 서로가 인정할 수 없는 관계를, 함께 있을 수
없을 때가 되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바보야. 너는 죽을 껄 걱정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니? 그래? 왜 오지도 않은 일을, 겪어보지도 않고
말하는 거야?"
마크의 눈에서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마크가 잡고 있던 손을 빼내고 마크에게 마지막으로 미소를 지어보였어요. 진짜, 진짜 끝인가봐요.
나중에 후회하면 어떻하죠? 그리고 뒤를 돌아서 가려고 했어요.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그런데-
"사랑해."
그렇게나 듣고 싶었던 말을, 왜 이제서야. 왜 이제서야 하는 걸까요. 왜 이런 순간에, 왜 이런 때에,
왜 이런 곳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어요. 마크의 그 절실한 목소리가, 그가 말하는 게 거짓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네요.
"젠장. 사랑한다고 이 바보야."
그리고는 마크는 저를 꽉 껴안았어요. 그의 몸이 떨리고 있었어요. 항상 그렇게 자상하고, 언제나 내 말을
들어주던 마크였는데, 오늘은 마크가 저에게 어리광을 부리네요.
"나도 무서워. 무서워 미치겠어. 너를 잃을까봐, 몇달뒤에 널 떠나야 될까봐, 함께 있을 수 없게 될까봐.
정말 많이 고민했어. 세상의 시선이 무서워서, 전혀 정해진 것 없는 미래가 무서워서. 그래도, 한가지
확실한게 있다면, 너에대한 나의 감정이야. 사랑해. 정말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항상 침착하던 마크가 그렇게 정신없이 쏟아놓는 말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어요. 그냥, 눈물만 미친듯이 흐르더군요.
"내가 널 불안하게 했다면, 정말 미안해. 한번도 사귀자고 제대로 말 한적 없지? 좀 많이 늦었지만,
나랑 사귀어 줄래?"
나쁜 녀석. 왜 이런때가 되서야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마크의 체온을 느끼며, 그대로 그 자리에서
울고 있었어요. 마크의 떨리는 어깨가, 왜 이렇게 안스러울 까요. 저도 바보에요. 그 애도 많이 불안했을
텐데, 언제나 어리광만 부리고 있었네요. 보이지 않는 미래에 불안해 한건, 나뿐만이 아니었을 텐데.
왜 어깨를 빌려주지 못했을까요?
그 날은 마크의 방에서 잠들었어요. 그냥 마크의 체온을 느끼며, 그렇게 기분좋게 잘 수 있었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마크가 옆에 있었어요. 이미 깨서 제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죠. 제가 눈을 뜨니까
마크가 미소를 지어주더군요. 언제봐도 기분좋은 미소. 마치 기분 좋은 음악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어요.
"좀 더자. 아직 많이 피곤해 보인다."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으면 어떻게 자냐?"
제 말에 마크가 씨익 웃더군요. 그 모습에 왠지 제 심장은 두근두근 거렸어요. 이미 서로를 알아온지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두근 거릴 수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왜 이렇게 부끄러울까요.
그 날 이후로 마크와 저의 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주말에는 여전히 함께 였고, 그 이후로
저도 마크도 사랑한단 말을 하지 않았어요. 단지 달라진게 있다면, 마크에 대한 저의 보다 강해진 믿음
이랄까요. 더 이상 불안하지 않았어요. 그건, 미래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는 게 아니에요.
단지, 어떤 미래가 와도, 마크가 그때 말해준 사랑한다..는 말 하나면 충분할 것 같았어요.
제 마음속의 작은 성장이었죠.
그러다가 제 생일이 다가왔죠.
에.. 정확히 말하면, 전 제 생일을 기억하지 못했어요. 당시 영어랑 물리 페이퍼가 있어서 정말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실 기숙사에서 살다보면 날짜 같은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거든요.
제 생일을 깨달은 건, 아침먹으러 식당에 갔을 때 제 친구들이 생일 축하한다며 선물을 건넸을 때였어요.
처음에 제 반응은 "엉? 오늘 내 생일 아닌데?" 였었지만.. 날짜를 확인해보니 맞더군요. 세상에, 바보같이.
마크는 아침에 생일 축하한다며 키스를 해 주었고. 선물은 건네진 않았어요. 아아. 남자친구씩이나
되가지고선. 뭐, 그래도 생일을 기억해준다는 게 어디에요.
근데, 진짜 놀라운 건 그 다음이었어요. 저녁을 먹고 한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이 있는데, 마크가 자기
물리 숙제를 도와달라며 방으로 저를 부르더군요. 이녀석. 자기가 올것이지. 어쨌거나 마크의 기숙사가
있는 건물로 갔는데, 마크의 방 불이 꺼져있더라구요. 솔직히, 이쯤이면 마크가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걸 눈치를 챘죠. 근데, 그가 준비하고 있던건 제 기대이상이었어요.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촛불이 꽂혀있는 케이크가 한 가운데에 있었고, 그 뒤에 마크가 기타 한대를 들고 앉아있더군요.
"이게.. 도대체..?"
마크는 조용히 하라는 표시를 하고는 케이크 앞에 가서 앉으라는 표시를 하더군요. 저는 순순히 그의
말을 따랐죠. 그리고 마크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이 녀석, 선곡 센스하고는.
그가 부른 노래는 Nsync의 God must have spent a little more time on you라는 노래였어요.
제가 너무 좋아해서 수십번이나 들었던 노래였죠.
너무 행복했어요. 마크는 노래를 잘하는 건 '결코' 아니었긴 했지만, 그 투명하고 맑은 목소리로 차분히
노래를 짚어내려가는 그의 진심어린 모습에,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죠.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운 녀석
이었어요.
".... 괜찮았어?"
노래를 다하고 난뒤에 마크가 쑥스럽게 물어보더군요.
"응.. 이제까지 받았던 생일선물 중에 최고였던 것 같은데? 정말 최고였어. 고마워.."
"어? 벌써 감동 받으면 안되는데?"
제가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짓자 마크가 기타를 옆에 내려놓고는 제 옆으로 와서 앉더라구요.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라구요. 그의 손에 들려있던건, 예쁘게 생긴 반지였어요.
"이것, 무슨 흉내야?"
제가 장난스럽게 마크에게 묻자, 마크는 그냥 씨익 웃더니 제 손가락에 반지를 조심스레 끼워주었어요.
"내꺼랑 세트야. 절대로 빼고 다니지 마. 알겠지?"
기뻤어요. 기뻤고, 정말 기뻤고 어떻게 제 감정을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마크를 꼬옥 안아버렸어요.
마크가 제 등을 토닥여 주더군요. 마크는 정말 어른스러워요. 제가 조금만 더 어른스러웠다면, 그랬다면
마크의 불안감도 안아줄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좀 후회가 되네요.
그 당시의 저는, 마크를 너무나도 사랑했기에, 저도 모르게 이별의 자리도 몰래 만들어 두고 있었나봐요.
반지를 받은 날, 너무나도 기뻤지만, 한편으론 가슴 한쪽이 욱신욱신 아파왔어요. 이 사랑의 미래가
어떨지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불안하다기 보단 슬펐어요. 마크도 이 반지를 주면서 이런 말을 하고
싶었겠죠. 비록, 우리는 얼마 안가 헤어지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사랑했던 감정은 잊지 말자고.
가장 기뻤지만, 가장 슬펐던 생일 파티였어요.
첫댓글 오늘첨읽었는데ㅜㅜ 재밋어용 ㅋㅋㅋ
정말 재밌네요 ㅎㅎㅎ 아 기대되요
음..공감이 가는 내용이네요..^^
좋은 글이네요. 고교생이 주인공인데도 유치하지않고.
아...언젠가는 헤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대부분의 소설이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쓰는데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셨네요 이런 시점은 내용 전달이 안되는 경우가 많은데 글을 참 잘 쓰셨네요. 작가지망생으로서 많이 배워야 겠어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름다운 우정 잘 지켜나가기 바랍니다
어쩐지.. 행복한듯 하면서도 슬퍼보이네여....
오랜만에 좋은 글을 읽었어요..
와 주인공 너무 귀여워요
뭔가 현실적면서 감동 듈듈~~
맞아요.. 왠지 모를 감동이 오는...
으~~ 이 불안감이란..
글을 읽을면서 저도 모르게 학생시절의 아련한 추억속으로 빠져드느 것 같군요~대학교 때 같은 반 애를 좋아했었는데....그때는 그게 동성애라는 것 을 인식하지 못하고 짝사랑에 시달렸던 것,지금에 와서 보면 참 바보같았지만 나름대로 진지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했던 애라서 그런지 지금도 그애를 생각하면 괜히 마음이 설레이군 한답니다 ...
풋사랑, 한번도 해 보지 못한 건데, 참 이쁘게 사랑하네요. 담담하게 지난 이야기 회상하듯 써 내려가는 문체가 참 좋아요_
두 사람의 감정이 잘 나타나있는소설인것같아요~두사람의 예쁜마음이 한결같기를...........
두사람의 불안한마음과 사랑이 잘표현된것 같네요
좋은 글 읽었어여 감사해요
행복한 것 같으면서도 뭔지 모르게 약간은 불안한 느낌이 드네요.
바이라니..불안하면서도 사랑하니 헤어질 수 없고,,가슴 아프네요..
바이라니..불안하면서도 사랑하니 헤어질 수 없고,,가슴 아프네요..
재밌어요. 얼렁 담 편 보러가야겠어요
재미있네요.. 잘읽었어요. ^^
오늘 등록하고 첨읽었는데 생각보단 내용이 진지라고 잔잔한내용인거 같아요..그냥일반소설읽는것같고..두주인공의 맘이 느껴지는군요..다음편읽으러 갈께요
잘읽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원하는건 '너만을원해....' 이건거같아요
잼있게 잘 읽었어요..~!!
재밌어요.... 다음편 보러가야겠어여.....
술 취했다는 변명으로 조금 웁니다. 흐흑ㅠㅠ;; 담 편 두렵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