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교실(혁신학급) 이야기
정성식(왕궁초등학교 교사)
양해를 바라며
교육정책을 제안하는 양식을 갖추기에 이 원고는 내용과 형식면에서 많은 한계를 갖고 있으나 그냥 이렇게 원고를 쓰기로 했습니다. 내용과 형식을 두루 갖추려다보니 알맹이 대신 쭉쟁이에만 신경이 쓰여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못하겠기에 말입니다. 원고의 형식에서 ‘모든 것이 변경 가능합니다’라고 주최측에서 이야기했으니 그리 제 잘못만도 아닙니다.
이 글은 경력 12년차 초등교사의 ‘학교가 답답하다’는 넋두리에서 시작합니다. 지난 10여 년을 돌아보니 학교가 답답한 이유는 참 많습니다. 이런 생각을 토로하고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 게시판에 ‘바꾸어야 할 학교문화, 무엇이 있을까요?’라고 물었더니 많은 선생님들이 두루두루 사연을 올려주셨습니다. 여기에 힘을 얻어 이 제안서를 온라인을 통해 전국에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공감하며 쓰기로 했습니다.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를 집필한 찰스 리드비터의 집필 방식을 살짝 흉내낸거죠. 형식과 내용을 두루 갖추면 좋겠지만 제가 선생님들과 나눈 사이버 대화를 솔직하게 들려드리는 것이 내용 전달면에서 더 낫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 대화 속에 현재 우리 교실의 상황, 희망교실의 필요성, 희망교실을 열 수 있는 방법, 교육청의 지원 방법, 희망교실의 가능성 등이 담겨있거든요. 한 눈에 쏙 들어오지 않더라도 클릭 한 번 한다 생각하시고 눈길 머무시기 바랍니다.
생각열기 : 혁신학급을 만들면 어떨까?
(2011년 11월 18일)
혁신학교는 아직 진행형이라 그 평가에 대해 논하기엔 이르다고 봅니다. 여러 연구기관에서 운영 성과를 검토한 결과 만족도면에서 긍정적인 반응으로 나오더군요. 여러 비판적인 의견이 있다만 저는 공교육 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한된 학교에서 특별한 구성원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교육문화인지라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은 괜찮지만 질투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혁신학교를 넘어 혁신학급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혁신학교에 가고 싶어도 못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혁신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도 있더군요. 학교혁신에 대한 구성원의 의지가 모아져 아름다운 배움의 공동체를 펼친다면 그게 가장 좋은 일이겠지만 저는 혁신학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혁신학급을 제안해 봅니다. 혁신학급이라는 용어가 적절한지는 더 생각해봐야겠지요.
10여 년 넘게 교단에 있었지만 내 수업을 제대로 본 적이 드물어요. 신규 때부터 공개수업이라면 마다않고 해왔고 제 수업을 녹화해서 돌아본 적도 있지만 그것 역시 한계가 있더군요. 다른 선생님 수업을 본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 역시 공개수업 때나 가능한 일이지요. 수석교사제가 도입되었지만 지난 1년의 운영상황이나 현재의 모집상황을 보면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하리만치 우려가 큽니다. 수업전문성과 수업공개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딱히 우리가 보아야 할 수업은 행사성 수업에 국한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혁신학교처럼 교육청에서 혁신학급지원교사를 모집하고 예산을 포함하여 긍정적인 지원을 하며, 그 학급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공개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구성된 혁신학급교사를 조직화하여 수업참관을 원하는 사람에게 교실을 열면 어떨까요?
우리 교실은 그 동안 교권을 중시하며 나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그 문을 쉽게 열지 않았지요. 이 교실문을 열고 서로 배움을 나누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부족하지만 저도 기꺼이 열고 싶거든요. 또한 인디벗님들의 교실에 가보고 싶거든요. 인디스쿨이 그런 것처럼 많이 나눌수록 많이 얻지 않을까요? 교육정책 제안을 해보려구요. 돈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학교문화를 바꾸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 생각하는데 선생님들 생각은 어떤신지요?
공감과 난감
바부세상(2011.11.18 23:54)
선배 중 한분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학교의 혁신이 힘들면 학급의 혁신부터 진행하라.
근데 생각보다 쉽지 않은 내용입니다.
일단 관리자분 생각부터 바뀌지 않는다면 혁신학급을 진행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이 대립해야할지...
저도 선생님 생각에는 동의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네요....
<감사1> 가능합니다
(2011.11.19 12:25)
소중한 의견 고맙습니다.
제가 같이 근무해 본 교장선생님 중에는 꽤 괜찮은 분들도 있더라구요.
혁신학급교사에게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애초에 혁신학교도 이런 논의에서 시작했던 것처럼~
공감과 우려, 그리고 배움
양심과 자유(2011.11.19 06:39)
혁신학급, 좋은 생각입니다. 다만 기존의 어디 지정 연구교사(수업개선교사?)처럼, 승진점수 따기식, 보여주기식으로 흐르지 않게 하는 장치가 필요할 것 같고요. 수업과 함께 학교 전체 시스템 문제도 혁신 과제라 생각해요.
(시범학교식이 아닌) 제대로 된 혁신학교를 보면 학교문화에서 두 가지 특징이 눈에 띄데요. 교사회의 의결기구화와 업무전담팀 구성이었습니다.
<감사2> 교실문을 열면 새로운 학교문화가 보인다
2011.11.19 19:09(211.246.70.186)
동감입니다. 기존의 수업개선교사의 한계는 저 역시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혁신학급은 승진이나 전보 등의 인센티브도 없어야하고 오로지 수업혁신에 대한 의지와 목마름으로 자발성과 헌신성에 기초해서 운영되어야겠죠. 다만 혁신학급참관 등에 자유로울 수 있으려면 제도화가 필요할거라 생각됩니다. 현재 운영 중인 혁신학교도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지만 그것이 교실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혁신학급 또한 절실하다는 생각입니다. 혁신학급에서의 집단지성이 새로운 학교문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공감과 우려, 그리고 기대
겨울꽃(2011.11.19 10:57)
맞습니다.. 학급부터 시작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 생각은 되지만..
일련의 업무량이 변화가 없고 학교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할 때 혁신 학급은 서로의 부담을 더 가중하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괜한 우려를 가져봅니다..
그래도 가능하다면, 그리 될 수 있음 좋겠네요.
<감사3> 탓하지 말고, 꾸미지 말고, 있는 그대로 나누자
(2011.11.19 21:02)
“해보자 쫄지 말자 가능,하다”, <닥치고 정치>의 표지에 나오는 말이네요.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업무도 학교현실도 있는 그대로의 상황에서 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수석교사의 특혜를 바란다면 동료교사에게 부담이 되잖아요. 있는 그대로 나누며 배우는 것이 더 옹골지지 않을까요? 저는 며칠 전 인디에 올라온 지니샘의 글을 읽고 가슴이 먹먹해지며 그 교실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지니샘이 혁신학급을 운영한다면 하루쯤 출장을 내고서라도 배우고와서 그 배움 우리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거든요. 제 소망이 이루어지려면 이를 제도적으로 권장하는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또 다른 난감
홍조(2011.11.19 12:41)
교육 정책 입안자들은 '학교가 바뀌면 교사가 바뀔까?'하는 생각으로 학교에 차등성과급을 주고 있습니다.
한편, 일부 선생님들은 '교사가 바뀌면 학교가 바뀔까?'하는 생각으로 붕어빵만 만들어 팔아도 되는데, 잉어빵까지 만드느라고 진땀을 뺍니다.
어허~~ 어찌해야 할까요?? 참 어렵습니다.
<감사4> 난감과의 교감 -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자
(2011.11.21 00:53)
고맙습니다. 저는 잉어빵까지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선생님 글 읽고 한참 생각했어요. 그러느라 댓글이 늦었네요.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 나는 제대로 된 붕어빵을 만들고 있는지, 내 조리법만으로 손님의 입맛은 고려했는지, 다른 붕어빵 장사는 어떻게 빵을 굽고 있는지~ 우리가 제대로 가르치고 배우는데 몰두하지 않고 교육실적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이 잉어빵이 아닐까요?
공감과 대안 - 수업공유를 하자
hippasus(2011.11.19 20:34)
거창하게 혁신학급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발적인 수업연구동호회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재의 수업실기대회는 여전히 공허한 부분이 너무 큽니다. 평소의 수업을 녹화해서 공개하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가 생기면 서서히 변화가 이뤄지겠죠. 하지만 자신의 수업을 보여주려고도, 남의 수업을 보려고도 하지 않는 문화가 너무 확고합니다. 일단 같은 학교 안에서 취지에 공감하는 선생님들부터 모여서 수업공유를 하면 좋겠습니다. 그런 모임이 많아지다보면 터부시되는 수업공유에도 생각의 전환이 이뤄지리라 봅니다.
<감사5> 희망교실은 배움의 나눔이다
2011.11.21 01:13
공감해주신데 감사드려요. 생각을 나눈다는 것, 이처럼 설레는 것도 없지만 또 이처럼 긴장이 되네요. 터브시했던 것들에 대한 공손한 나눔이라고나 할까요. 혁신학급(사실 저도 이 말이 썩 맘에 들진 않아요. 괜한 반발심이 들거든요) 배움의 나눔이 아닐까요? 지역에서 교사모임도 가져보고 현재 몸담고 있는 학교에서 그야말로 혁신적인 수업연구회도 가져본다만 한계가 있네요.
적극적인 동감
아침햇살(1701112 13 시간 전)
다복솔 샘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감합니다. 나또한 잠들어 있을 때가 많지만 현장에서 좀더 움직이는 모습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최근에 전직 교사였다가 퇴직한 학부모를 만났는데 교사를 철밥통에 비유하는 걸 들었습니다. 시대가 변하는 데 변화 하려고 하지 않는다. 철밥통을 끼고 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점이 있었습니다. 학교 전체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스스로 학급내에서라도 변화를 만들고 움직여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아~, 요 생각을 언제나 실천할까나.....
공감에 대한 예의 - 희망교실, 이렇게 그려봅니다
(1 분 전)
아침햇살님,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정성 댓글에 희망을 가져봅니다.
우리 교실도 이러면 참 좋겠어요. 일면식도 없는 선생님이지만 이렇게 서로 나누고 받는다면 교실에서 향기가 날 것 같아요. 제 머리에는 어디까지 가 있냐면요.
○이름은?
일단 이름은 '희망교실'로 지어봤어요. 혁신학급에 대한 어감이 좀 부담스럽기도 하더라구요. 현장에 '혁신'이란 말에 대한 거부감이 고운 뜻과는 달리 생각 밖으로 널리 퍼져있더라구요. 사회적 파란을 일으켰던 '희망버스'에서 힌트를 얻기도 했지만요. 희망교실이란 패찰을 학급에 걸어두면 아이들 정서에도 맞을 것 같구요.
○모집은?
시도교육청이 주관하여 대상 학급 운영 교사를 모집하는 거에요. 1년 단위로 운영하고 이듬해 또 운영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더라구요. 학급의 특성상 교사가 1년 단위로 바뀌니까요. 저는 전북에 근무하고 있는데 최소 100명 정도로 시작하면 좋겠더라구요.
○어떻게 운영할까?
시도교육청에서 희망교실에 대한 프로필(교사의 약력, 학급운영관, 특기있는 수업 등등)을 구축합니다. 희망교실의 프로필을 살펴보고 수업참관을 원하는 선생님은 희망교실 운영 선생님과 미리 연락하여 참관 날짜와 주제를 정합니다. 물론 수업참관을 희망하는 선생님은 중요한 현장연수이므로 출장을 내야겠죠. 이를 시도교육청에서 권장하니 학교에서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이 뭐라하진 않을 거에요. 내가 담당하고 있는 학급 아이들의 수업이 문제인데, 사실 얼마든지 방법은 있어요. 쓸 데 없는 연찬회 같은 출장 조금 줄이고 보결처리해야죠. 개인적으로는 장감님이 해주시면 더욱 좋겠더라구요. 희망교실을 운영하는 학교의 경영자에게 약간의 인센티브만 준다면 아마 마다하지 않고 다녀오라고 등떠밀 것 같아요. 희망교실 운영이 스펙이 되는거죠.
○학점인정도 가능해요.
현장교사에겐 희망교실을 참관한 것을 현장연수로 인정해주면 좋겠더라구요. 며칠씩 현장연수 가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또한 예비교사에겐게 교생실습의 장으로 활용하면 좋겠더라구요. 교대부설초나 지정학교보다 더 내실있는 교감이 이뤄질 것 같은데요. ㅎㅎ
○얼마가 필요하냐면요?
학급당 200만원 정도 '목적사업비로' 교부하고 학교장의 결재는 얻되 희망교실 운영자가 학급 운영과 수업개선을 위해 융통성있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거에요. 전북교육청에서는 교원의 외국어능력 신장을 위해 자원교사를 중심으로 선정하여 교사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한 사례가 있거든요. 사실 외국어 능력 신장이야 그 효과가 학급 아이들에게 가기는 하지만 교사 개인의 능력을 키운다는 측면이 컸잖아요. 그 배움을 나눈다는 의미는 약했고요. 그런 의미에서 희망교실은 배우고 나눈다는 측면이 있으니 두 배는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200만원 싸다 싸! 그러면 전북에서만 100명의 교사를 모집해도 2억이면 되네요. 2억, 교육예산 대비 그리 큰 돈 아니죠. 세는 돈만 잡아도 요정도 예산은 마련이 가능하죠.
○희망교실, 가능하지 않을까요?
일단 이런 취지로 제안해보려구요. 우리반 아이들에게도 희망교실에 대해 얘기해 봤어요.
엄청 좋아하대요. ㅎㅎㅎ 그러면 매번 공개수업처럼 수업할거냐구요^.^
까짓거 뭐 하죠. 그게 뭐 대숩니까! 매번 윗분들 눈치, 학부모 눈치만 보고 살았는데 이제부터 애들 눈치 좀 보고 살죠 뭐. 벌써 우리반은 분위기 무르익어 갑니다. 이제 누가 와주기만 하면 되고 저도 나갈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현 시스템으로는 약간 버겁네요. 그 길만 제도적으로 열어주면 가능할 것 같아요. 허황된 생각 아니죠?
희망교실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 싶으시면
지금까지 뭉게구름 같은 희망교실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희망교실이 만들어질 때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계속 될테니까요. 전국에 계신 선생님들과 희망교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시면 아래 주소로 들어오세요.
http://www.indischool.com/indi20/index.php?mid=commFreeTalk&document_srl=10433333
그러나 이 시간 이후로 제가 진짜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희망교실을 다녀온 이야기와 희망교실을 다녀간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가장 많이 나누는 사람이 가장 많이 얻을테니까요. 그 얻음을 또 나눌테니 생각만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