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전남 강진군 마량면 마량항 방파제는 갑오징어를 잡으려는 낚시꾼들로 북적였다. 마량면과 완도군 고금면을 잇는 고금대교가 놓이면서 생겨난 모습이다.
광주에 사는 최용선 씨(35)는 "예전 같으면 초저녁에 배가 끊겨 무조건 1박을 해야 했는데 지금은 다리가 생긴 덕에 당일치기가 가능해 자주 온다"고 말했다.
마량항에서 낚시점을 운영하는 강상원 씨(54)는 "고금대교가 생기면서 주말에 몰려드는 낚시꾼들 때문에 잠시 앉아서 쉴 틈도 없다"며 "예전에 비해 주말 손님이 3배나 늘어 돈 버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고 귀띔했다.
마량항에서 완도군 고금면 쪽을 바라보면 빨간띠를 휘감은 웅장한 다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6월 개통된 고금대교다.
최봉민 고금면 이장은 "760m짜리 다리 하나가 인근 지역 주민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며 "육지로 연결된 다리가 놓인 뒤로는 태풍이 불고 몸이 아파도 걱정이 없다, 또 자녀들도 하루 만에 왔다 갈 수 있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전라남도가 고금대교 개통 1주년을 맞아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더니 마량면 관광객이 14만2000명에서 18만5000명으로 30% 늘었으며, 고금면은 무려 165%가 증가한 15만3000명에 달했다.
육로 다리가 조성되면서 차량 보유 대수도 1년 만에 85대나 늘었다. 노인들만 사는 마을치고는 상당수 늘어난 수치다. 교통과 생활여건이 개선되면서 땅값도 크게 올랐다. 강진 마량면은 ㎡당 두 배가 오른 4만5400원이었고, 고금면은 120%가 오른 1만6630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마량면에 있는 부명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다리가 생긴다는 발표와 함께 땅 문의가 급증했다"면서 "특히 펜션이나 별장 등을 지을 수 있는 용지를 묻는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고 말했다.
이상표 전남도 도로시설계장은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편의를 제외하고도 다리로 파생되는 효과가 매년 42억원 정도로 파악됐다"면서 "2025년쯤이면 투자비 742억원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1964개 섬을 보유한 전라남도는 전국 섬 중 61%가 몰려 있다. 전남도는 그동안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던 섬을 개발하기 위해 섬과 섬(연도교), 섬과 육지(연륙교)를 연결시키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 왔다.
백야대교
전남 서남해안에 흩뿌려져 있는 섬을 연결한다는 것이다. 특히 다리 특성을 살려 '다리 백화점'을 만들어 그 자체를 관광자원화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전남도가 현재 추진 중이거나 계획 중인 다리는 모두 68개. 길이만 해도 100.9㎞에 달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은 11조6403억원이 필요하다.
다리 수도 현재 완공된 35개 14.6㎞와 합하면 전남도는 모두 103개(115.5㎞)를 보유하게 된다. 2020년까지 완공될 다리만 타고 다녀도 서남해안의 수려한 경관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취임 이후 휴가 때마다 서남해안 섬을 찾는 박준영 전남지사는 '서남해안 섬은 전남을 살릴 보배'라고 말해 왔다.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 남아 있는 섬과 해안선, 갯벌을 살리면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지사는 "사실상 방치돼 있는 수려한 섬에 조금만 투자하면 국가 관광적자의 절반은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 서남해안 섬은 흰 도화지에 불과하지만 개발되면 멋진 채색화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남도 계획의 최대 걸림돌은 연도ㆍ연륙교 건립에 투입될 '실탄'을 마련하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액수가 투입돼야 하지만 낙후한 서남해안에 대한 투자가치는 이에 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빠른 사업 진척을 위해 정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민간투자 유치에 '올인'하고 있다.
전남도는 먼저 국비 투입이 가능한 국도 34개를 선정해 낙후한 전남 발전을 위한 사회간접시설(SOC) 비용으로 충당해줄 것을 강도 높게 건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 초대형 다리 2개가 광역경제권발전 선도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신안군 내 섬을 하나로 연결하는 대역사 중 하나인 압해~암태 간(7.2㎞ㆍ7971억원) 새천년대교와 여수엑스포 개최를 위한 필수 사업인 여수~고흥 간(2.53㎞ㆍ4834억원) 연륙ㆍ연도교가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