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 주말농촌체험마을로...

[이수만]

[주말농촌체험마을로…]
산에서 장작 구해 가마솥에 밥 지어먹고…
개울에선 고기 잡고 마을지도도 그려보고…
농기구 체험관에서 '짚풀 공예'도 해보고…

◆ 의성 교촌마을 가보니…동네 구석구석 알아보는 '이장님 되기 숙제'부터 전통놀이까지 "별의 별 체험 다 있네"

# 교촌마을의 명물은 황금 들판

중앙고속도로 의성IC로 빠져나왔다. 다시 예천·봉계방면으로 뻗는 28번 국도를 탔다. 15㎞를 달리자 오른편에 교촌마을(안계면 교촌리)이 보인다. 대구를 떠난지 1시간이 조금 지났다.

마을의 첫인상? 전형적인 한국 농촌의 풍경이랄까. 단양우씨 집성촌인 이곳 농민들은 예전에는 모두 쌀 부자였다. 지금은 마늘, 사과 등 특작물 때문에 예전만 못하지만 그 시절엔 '안계쌀' 갖고 호시절을 보냈다. 여긴 의성의 서쪽 평야지대로 팔공산에서 발원한 위천이 마을 곁을 흐르는 쌀농사 지대다.

비안향교에서 바라보이는 풍광은 평범하면서도 비범하다. 평화로우면서도 기하학적 운치가 있다. 격자형으로 사방으로 연결되는 크고작은 농로 산책은 또 다른 '삼림욕'효과를 준다.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 들녘도 이젠 의엿한 관광상품.

햇볕을 너무 좋아하는 벼, 그래서 그런지 농민들은 논에 그림자를 드리워 성장을 가로막는 키다리 미루나무를 멀리한다. 있는 것도 베어버린다. 일부 문인들이 풍경만 생각해 논두렁에 키 큰 나무를 심어라고 권유하지만 그건 농사짓는 이들에겐 지극히 비현실적인 요구가 아닐 수 없다. 들판 중심부에 수령 100년이 족히 넘었을 법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10여㎞ 떨어진 곳에 낙타의 등 같은 연봉이 노랑 조각보처럼 펼쳐진 안계들과 묘한 매치를 이룬다. 특히 화가·사진작가들이 탐낼 만하다.

마을 중심을 관통하는 길을 걸었다. 1960년대 시골 소읍의 정경이다. 도로 옆 화단엔 꽃 대신 콩, 현대식 담장에는 장미 대신 팥의 일종인 양대 덩굴이 바람에 일렁거린다. 담장에 벽화라도 덧칠돼 있으면 운치를 더할 것 같다. 교촌 참기름과 두부와 메밀묵, 떡 등을 만들어 파는 방앗간으로 들어갔다. 마을을 찾는 이들의 대표적 체험코스다. 매일 2명의 교촌리 부녀회원들이 번갈아가면서 당번을 선다. 변상순 총무(48)가 살얼음이 씹히는 감주를 건네며 메주 같은 웃음을 안겨준다.

# 교촌농촌체험학교는 교촌리 주민의 벤처상품

교촌농촌체험학교(교장 우동추)를 방문했다.

7천590여㎡의 학교는 여느 폐교활용 공간보다 산뜻하다. 잔디 운동장, 정자와 벤치를 끼고 앉은 연못, 33㎡의 황토방, 족구·농구장, 어린이 놀이터 스타일의 소공원…. 잔디밭 중앙은 캠프파이어장으로 활용된다.

한때 안계종고의 실습지와 무지개 수련원으로 변해 있던 폐교였던 교촌초등학교, 놀랍게도 마을 주민이 앞장서 혁신시킨다. 2002년 주민 56명이 1억8천만원을 내고 폐교 부지를 매입했다. 보통 주민이 발을 빼는 데 여긴 달랐다. 그래서 현재 도내 33개 녹색체험마을 중 가장 성공작으로 손꼽힌다.

잔디밭이 너무 폭신해 보인다. 가족과 함께 왔다면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뿌리치고 운동장 복판으로 와락 뛰어갈 것 같다. 연못 옆 벤치에 앉아보았다. 파란 하늘과 구름을 이고 있는 향교가 빤히 보인다.

우형구 이장(54)이 영남일보에서 취재나왔다는 얘기를 송종대 사무국장으로부터 전해듣고 학교로 부리나케 달려왔다.

우 이장은 "우리 마을은 관광지가 아니라서 그렇게 빼어난 풍광은 없지만 너른 들과 도랑, 논길, 특히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가족 등 그룹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테마형 전통체험놀이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면서 지역민들의 많은 동참을 호소했다.

# 어떤 걸 체험할 수 있지

일단 주민과 하나되기 프로그램이 등장한다. 마을을 입체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해 '이장님 숙제'란걸 준다. 막연한 교실 강의가 별로 효과가 없다고 판단한 것. 다양한 과제를 준다. 할머니 만나 인사하고 이름 알아오기, 마을에서 최고령자(96세 우부용) 방앗간 오늘 당번 이름 알아오기, 참기름 가격, 비안향교 광풍루 기둥 개수 등. 그럼 아이들은 문제를 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만나야 하고 마을도 둘러봐야 한다. 자연 마을이 익숙해진다.

전래놀이 대왕뽑기에선 한국의 전래놀이가 총망라된다. 투호, 비석치기, 고리던지기, 윷놀이, 제기차기 등을 통해 총점이 가장 높은 참가자에게 교촌 참기름 한 병을 부상으로 준다.

농촌 올림픽도 인기. 리어카, 지게, 농기구 등을 활용해서 몸을 격하게 움직이게 한다. 개울에 나가서 고기도 잡고, 자연의 소리까지 녹음시키고, 마을 지도도 그리게 한다. 쌀촉진을 위한 가족건강캠프도 가끔 연다. 대화가 없는 시들한 가족한테 인기다. '누룽지 캠프'는 협동심을 키우고 가족의 정을 확인토록 한다. 산에서 나무를 직접 해와서 가마솥에 밥을 지어 먹고 설거지까지 해야 된다. 점심은 보통 비빔밥을 낸다.

올 11월부터 이색 체험장이 하나 추가된다. 벼문화 체험장이다. 전통 탈곡기, 도리깨, 쟁기 등 농기구와 사진 등이 전시된 체험관. 즉석에서 정미·탈곡 과정은 물론 짚풀 공예도 해볼 수 있다. 이곳 농작물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현재 40명 이상 단체만 입교할 수 있다. 1박2일 체험비 3만~4만원. (054)862-7755

녹색체험마을 가시려면 이것만은 꼭 알고 가세요

녹색마을은 놀러가는 데는 아니다. 팜스테이와 성격이 다르다. 팜스테이는 농가별 편익시설이 잘 갖춰 있지만 녹색체험마을은 뭔가 느끼고 배우고 체험하는 곳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마을로 가면 "왜 이렇게 볼 게 없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올 수 있다.

현재 녹색마을의 경우 민박 시설도 그렇게 잘 정비돼 있지 않아 단체 참가자에게 더 어울린다. 하지만 가족단위의 경우 무턱대고 찾아가지 말고 사전에 사무국장과 이장에게 전화를 해서 현지 안내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민박도 팜스테이와 달리 실제 농민들과 함께 숙식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격은 1만원 안팎, 식사는 한끼 5천원선.

대구시 농정과(803-3451)는 매년 여름휴가철 도농협력사업 일환으로 도내 녹색마을로 휴가가는 가족에 한해 숙박비를 지원한다. 도내 녹색체험 문의는 도농업정책과 (053)950-2309.

◇사진제공=의성교촌마을

[출처] 교촌마을 기사(영남일보)|작성자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