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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동 올림픽, 그 끝나지 않는 릴레이… |
1987년 6월 항쟁과 7․8․9월 노동자 대투쟁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 쟁취 열망으로 불꽃 튀던 그 시절. 그 뜨겁던 민중들의 투쟁만큼 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삶의 공간을 보장받기 위해 늘 철저히 소외받고 무시당하면서도 큰 소리로 외치며 싸우던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1988년 모두가 하나 되어 화합을 이루자던 ‘서울 올림픽’. 그 자랑스러운 국가 잔치 아래 ‘도시 재정비’라는 허울 좋은 명목을 달고 찾아온 철거깡패들과 전투경찰들에 의해 하루아침에 철거민이 되어버렸다.
바로 서울 상계동. 그 자그만 터에서 몇 십 년씩 자리를 일구고 살아오던 우리 사회의 돈 없고 힘없는 소외된 이웃, 바로 상계동 달동네 세입자들이었다.
달동네 세입자들의 가장 무서운 적 겨울한파가 찾아오긴 전 지난 가을,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씨눈’에서 열린 ‘제1회 대구사회복지영화제’를 찾았다.
영화제가 열리던 마지막 날 상영관을 찾아 ‘김동원’ 감독의 <벼랑에 선 도시빈민>, <상계동 올림픽>과 그 뒤를 이어 <행당동 사람들>, <또 하나의 세상 : 행당동 사람들2>를 함께 관람했다.
▶ 영화 '상계동 올림픽' 중
상계동 올림픽 1988년, 행당동 사람들 1999년. 시간은 지나 사회도 변하고 우리 사는 세상도 한층 좋아졌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이들의 삶은 하나 변한 것 없고 달라 진 것이 없이, 시간이 지나면 더 지날수록 숨 쉴 작은 구멍 하나 허용되지 않는 힘든 삶이었다. ‘가난한 사람은 인권도 보장 없다!’던 영화 속 그 플랜카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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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상계동 올림픽>
영화 <상계동 올림픽> 상영이 끝난 후 ‘김동원’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런 저런 질문과 응답들이 오가던 중 그가 던지던 물음이 기억에 남는다.
“이 때의 상황과 현재의 상황을 비교해서 다시 영화를 찍는다면 과연 달라진 점이 무엇이 있을까?”
그렇다. 상계동 올림픽 그 후 벌써 20여년이 더 지났다. 하지만 우리사회 곳곳에서는 끊이지 않고 <상계동 올림픽> 그 바통을 이어받아 릴레이하는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2008년, 서울 용산에서는 11월이라는 추운 겨울부터 ‘도시정비사업’의 일환으로 국제사회에서 금하고 있는 겨울철 강제철거를 시작. 20여명의 부상자와 사망자 5명이라는 대참사를 낳았다. 국가의 사업이라면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인 주거권 하나쯤은 용역깡패를 대두한 폭력진압으로 제압해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그 옛날 ‘서울 88올림픽’ 그 때처럼, ‘G20 정상회의’개최로 인해 온 나라가 들썩이고 폐막한지 한 달여가 되었다. 회의가 끝난 후 여러 언론들은 앞 다퉈 이번 G20정상회의가 아시아에서 열린 첫 G20 정상회의라는 점 외에도 주요의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세계 경제의 최고위급 협의체로서의 역량을 충실히 발휘해냈다는 평가들과 지구촌 모두의 잔치로 우리 시민의식이 높아져 우리나라의 위상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등의 평가를 했다.
그러나 G20정상회의가 열리 전인 지난 5월 ‘G20 대비 노숙인 대책회의’가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주재로 열렸다. 회의의 주된 핵심인즉슨, G20 정상회의 전후로 노숙인들을 보이지 않게 하겠다며 중요 공공역사마다 열심히 단속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거리로 내몰린 도시빈민들을 귀한 외국 손님 접대를 위해 또 다시 밑바닥으로 내쫓겠다는 의지다.
차가운 계절처럼 인권마저 메말라 버려가고 있는 겨울이다. 인권을 넘어 현 정세는 소리 소문 없이 차가워져 버린 날씨처럼 너무 추워서 입도 막고, 몸도 막고, 마음까지 얼어붙게 하고 있다. 우리 사회 곳곳 지금도, 이 추운 겨울에도 불구하고 강제철거는 진행형이다.
영화가 끝난 후 김동원 감독에게 질문을 던졌다. <상계동 올림픽> 제작 이 후 <행당동 사람들>까지 또 다시 주거권을 소재로 영화를 담아내면서 진정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물어 보았다.
“상계동 올림픽은 주인공이 없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삶과 인간적인 면모 등…. 좀 더 깊게 들어가 주인공이 있는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그들이 이 사회에 소외된 이웃이 아닌 진정 ‘주인공’으로서 환하게 웃을 그날을 기대해 본다. 그러나 <상계동 올림픽>은 또 다시 아픈 릴레이 중이다.
인권기자단 / 유혜림
[출처] 상계동 올림픽, 그 끝나지 않는 릴레이 (유혜림 기자)|작성자 사이시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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