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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빛 바다 가운데 떠 있는 환상의 섬 피지(Fiji) 속으로
끝없이 펼쳐진 남태평양을 가로지르며 점점이 흩어져 있는 섬나라 피지. 피지는 남태평양 도서국가 중에서 가장 빠른 경제개발을 이룬 나라로 농업과 임업, 수산업과 관광업이 두루 발달했다.
국가 전체 산업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사탕수수 산업의 생산 규모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크며 피지 수출 총액의 절반을 차지한다. 또한 섬 전체가 관광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관광산업이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330여 개의 화산섬으로 이루어진 피지는 우리나라 경상도만 한 크기이다. 수도인 수바를 포함하는 피지 최대의 섬인 비티 레부와 바누아 레부, 타베우니 등에 대부분의 인구가 살고 있다. 여름과 겨울 두 계절만 있지만 열대해양성 기후로 남동에서 불어오는 온화한 바람 때문에 찜통 같은 더위도 혹한도 없는 살기 좋은 곳이다.
반짝이는 태양과 눈부시도록 맑은 하늘 그리고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에메랄드 빛 투명한 바다 …. 세계인들이 ‘마지막 지상낙원’으로 피지를 연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투명한 에메랄드 빛의 아름다움이 깃든 피지
찌는 듯한 여름에는 창문 사이로 보이는 빌딩 숲을 헤치고 당장이라도 파도가 일렁이는 시원한 바다로 달려가고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쯤 국내 해수욕장은 이미 백사장의 모래처럼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쯤 되면 머릿속에는 눈부실 정도로 하얀 백사장과 바다 속 작은 열대어의 움직임까지 또렷이 보이는 투명한 바다가 떠오른다.
이것은 상상 속에서만 있는 모습이 아니다. 투명한 에메랄드 빛 물감에 둘러싸인 듯한 천혜의 절경을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섬 피지가 있기 때문이다.
동경 176도에서 서경 178도까지 위치한 피지는 새로운 날이 시작되는 지점에 자리하고 있어 ‘해가 제일 먼저 뜨는 나라’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고, 고대의 유물이나 유적지 등 역사적인 볼거리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섬 전체가 관광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아름다운 자연을 바탕으로 한 관광산업이 발달한 곳이다.
사람이 살고 있는 100여 개의 섬은 각각의 색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저마다 독특한 태평양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나머지 200여 개의 무인도 역시 야자나무 등 많은 종류의 나무와 풀들로 삼림이 우거져 있어 원시의 순수함을 만끽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300여 종에 달하는 야생 난과 희귀한 동물들도 만날 수 있어 말 그대로 태고의 신비를 온 몸으로 경험할 수 있다.
엄격한 전통 속에 녹아 있는 순수한 민족성
피지가 속해 있는 태평양에는 수많은 섬들이 있다. 이 섬들은 크게 태평양 중서부에 있는 미크로네시아와 ‘검은 섬’을 의미하는 멜라네시아계, ‘많은 섬들’이라는 의미의 폴리네시아계로 나뉜다. 파푸아 뉴기니, 비스마르크 제도, 솔로몬 제도 등이 멜리네시아계이고 뉴질랜드, 통가, 사모아, 피닉스 제도, 하와이 제도, 이스터 섬 등이 폴리네시아계에 속한다.
멜라네시아인은 이름의 의미처럼 검게 그을린 피부와 튼튼한 체격을 갖추고 있으며 폴리네시아인은 춤과 음악을 즐기는 순수한 민족성을 가지고 있다.
피지인은 멜라네시아인과 폴리네시아인의 혼혈인종으로 튼튼한 체격의 검은 피부에 유난히 큰 눈 그리고 활달하고 명랑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늘 춤과 노래를 즐기는 이들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정서를 가지고 있어 환상의 섬 피지의 주인으로 손색이 없다.
피지는 기원전 1300여 년부터 원주민들의 터전이 되어 왔고, 3000여 년이라는 오랜 전통이 살아 숨쉬는 유서 깊은 섬이다. 그래서인지 피지인들은 아직도 전통예절과 관습들을 고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피지의 원주민을 방문할 때에는 반드시 모자를 벗어야 한다. 손님이 추장과 만날 때 모자를 쓰는 것은 추장을 무시하는 행위로 간주되기까지 한다. 거리나 버스 안에서도 모자는 안 쓰는 것이 좋다.
심지어 피지인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머리를 만지면 영혼을 빼앗긴다고 믿기 때문에 아이라 해도 절대로 머리를 쓰다듬어서는 안 된다. 피지가 관광지이긴 하지만 옷차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대체로 자연스러운 캐쥬얼 복장이 무난하며 피지의 전통의상인 술루(Sulu)를 편하게 걸치는 것도 좋다. 1970년대까지 식인 풍습이 남아 있었을 정도로 피지인들은 전통을 고수하고 있으며, 현재도 국가 공권력이 개입할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한 지역사회를 이루고 있다.
피지의 전통이 다소 엄격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원주민들 대부분은 자신들을 찾아온 관광객들에게는 친절해서,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음식을 준비하고 전통 춤과 노래를 보여주기도 한다. 피지 원주민들은 관광객들이 자신들의 전통을 배우려고 할 때 가장 기뻐한다고 한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전시장
피지가 유럽 사람들의 눈에 띈 것은 1643년 네덜란드인 아벨 타스만에 의해서다. 이후 1773년에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이 피지에 상륙했다. 그 후 19세기에 이르러 점차 유럽인의 정착이 이루어졌고, 1874년 영국의 식민지로 병합되었다. 이때 영국은 피지의 주요 산물인 사탕수수 재배를 통해 부를 축적하려 하였고, 노동력이 필요한 영국은 일방적인 계약을 통해 인도인들을 피지로 강제 이주시켰다.
당시 7천 명에 달하는 인도인들은 영국에 의한 혹독한 노예생활을 견뎌내야만 했다. 그러나 1920년 경, 계약 기간이 끝난 후에도 인도인들은 본국으로 떠나지 않고 피지에 정착하게 되면서 이들의 후손들이 현재 80만 피지 인구의 절반을 이루게 되었다.
영국 식민지 시절에 이민 온 유럽인들뿐만 아니라 현재는 중국인과 대만인 그리고 한국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8분의 1 정도로 작은 섬 피지에는 다양한 인종이 모여 있어 ‘인종의 전시장’ 혹은 ‘문화 용광로’라고 불린다.
이처럼 피지에 다양한 민족들이 모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피지가 남태평양 참치 조업의 전초기지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남태평양 원양어업의 전초기지이면서 참치 조업의 제1 어장이 된 곳이기도 한데, 40여 명의 한국인 선장이 이미 피지 수산업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500여 명의 한국 교민들도 살고 있다. 이곳에는 한인촌이 있는 것은 물론 한국 자동차도 종종 발견할 수 있어 처음 가는 사람에게도 낯설지 않다
. 우리나라에서 피지까지 가려면 비행기를 타고 10시간 정도 가야 하는 먼 나라이지만, 1971년 수교를 맺어 좋은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작은 이웃인 동시에 우리나라 국민이 매년 1만 명 정도가 찾는 단골 관광지이기도 하다.
영국인들의 선교 사업으로 인해 토착 피지인의 50퍼센트 이상은 개신교이고 천주교 인구도 토착 피지인의 9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리고 40퍼센트가 넘는 이주 인도인들은 대부분 힌두교를 믿고 있으며 이슬람교를 믿는 이들도 8퍼센트에 이른다. 종교가 다양한 만큼 피지는 교회와 성당, 힌두교 사원과 이슬람 사원 등을 동시에 접할 수 있는 곳이다.
대륙과 섬 문화가 만나며 동·서양이 만나고 많은 인종과 문화가 숨쉬는 피지의 다양성은 수만 가지의 음식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피지 요리에는 기름진 중국 요리나 매콤한 인도 요리, 일본과 유럽 그리고 피지의 전통음식과 신선한 바다요리까지 없는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국주의가 남긴 인종분쟁의 불씨
이렇게 다양한 인종들 가운데서도 피지인은 크게 토착 피지인과 이주 인도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1879년부터 시작된 인도인 이주 정책으로 피지인과 인도인들은 원하지 않는 한집 살림을 차려야 했지만 현재까지도 각자의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독특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융합되지 못한 문화는 종종 충돌을 빚기도 한다. 섬 주인들인 토착 피지인과 이주 인도인 간에 때때로 발생하는 반목과 폭력을 보면 피지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은 무참히 깨진다. 피지 인종의 반반을 이루는 토착 피지인과 이주 인도인은 문화적 교류가 없을 뿐 아니라 깊고 오랜 반목의 골이 두 민족간의 분쟁을 야기했다.
영국의 제국주의 통치로 피지에 강제 이주한 인도인들은 이내 경제적·정치적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유난히 열심히 일하는 인도인들은 중심가의 상점을 점유하는 등 현재 피지 상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매사에 낙천적이고 느릿느릿한 피지 원주민들은 재래시장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피지인들이 인도인들에 비해 여유로운 데에는 피지 국토 대부분과 인도인들이 경작하는 사탕수수밭이 대부분 피지인들의 것이어서 ‘일하지 않아도 언제나 돌아갈 곳이 있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날이 발전하는 인도인들의 모습은 피지인들에게는 눈엣가시였고 불만은 쿠데타로 나타났다.
1987년 총선에서 인도계 인사가 당선되자 피지인들은 사회적 위치 상승과 이익을 위해 피지의 군부 지도자인 라부카의 주도하에 무혈 쿠데타를 일으켰다. 지난 2000년에도 이주 인도인들의 정계 진출과 토지개혁을 막기 위해 두 번의 쿠데타가 일어났다.
세 차례의 쿠데타는 정치는 물론 사회 분위기마저 어수선하게 흔들어 놓았다. 쿠데타로 인해 남태평양의 마지막 낙원이라 불리던 피지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겨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었고 설탕 생산 등 산업에도 충격이 가해졌다.
2000년 쿠데타 당시 4퍼센트에 달하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증가하는 실업률은 그 해로부터 3년 동안 8,000명의 주민을 오스트레일리아나 뉴질랜드로 떠나게 했다. 이처럼 ‘지상의 마지막 낙원’에도 주민들 사이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민족 감정과 갈등이 있다.
마치 아름다운 장미에 돋쳐 있는 가시처럼.
에메랄드 빛 바다, 자연의 순수함이 느껴지는 원시림, 한가로운 해변 그리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부드러운 이국의 바람. 태평양의 아름다운 피지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찜통 같은 한여름의 더위가 가시는 듯하다.
천혜의 절경을 가진, 소박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작은 섬나라 피지. 하지만 피지는 이제껏 민족감정으로 유발되는 분쟁과 쿠데타로 몸살을 앓아온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토착 피지인과 이주 인도인들이 아름다운 피지를 가꾸는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 서로의 전통과 문화를 서로 이해해주고 융합하며 살아 갈 때 피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진정한 지상낙원, 아름다운 환상의 섬으로 언제까지나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피지의 전통 의식
메케 의식 - 메케 의식은 전쟁 시와 손님을 환영할 때 거행했던 의식이다.
남자들의 경우 전쟁터에 나갈 때 사기를 북돋우고 여자들의 경우 손님이 왔을 때 환영 의식으로 춤과 노래를 한다. 의식 때는 남자와 여자 모두 타파 크로스로 만든 섬유의 옷과 풀, 깃털로 몸을 치장한다.
남자들의 메케 의식은 전쟁의 승리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힘차고 박력있는 반면, 여자들은 손님들에게 가장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손동작과 귀여운 표정을 보여준다.
손님을 떠나보낼 때는 여자들이 작별을 아쉬워하는 마음으로 ‘이살레이’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이 노래는 한국의 윤형주 씨가 1970년대에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노래로 불러 우리에게도 익숙하다.‘이살레이’는 아리랑처럼 슬픈 곡조를 띠며 눈물이 날 만큼 애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카바 의식 - 언제나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피지인들은 중요한 손님일수록 많은 양의 음식을 차리고 반드시 카바 의식을 한다.
카바 의식은 양고나라고도 불리는 고추나무의 뿌리를 건조시킨 후 물에 적셔서 즙을 만들어 마시는 의식으로, 경건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정성껏 순서에 맞춰서 진행된다. 대개 남자 세 명이 식을 진행하는데, 카바즙을 짜는 사람, 검사하는 사람, 손님에게 내는 사람으로 이루어진다.
손님이 식이 진행되는 곳의 가장 위쪽에 양반 자세로 앉아 있으면 코코넛으로 만든 접시인 빌로에 따라 정성껏 대접한다. 손님은 반드시 박수를 두 번 치고 ‘불라’(안녕하세요)라고 외친 후에 즙을 단번에 들이키고 다시 박수를 세 번 치며 ‘비나카’(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매운 카바즙은 처음에는 입 안이 굉장히 얼얼한데 여러 번 마시다 보면 긴장이 풀리면서 편안해진다고 한다.
불 건너기 의식 - 피지인의 선조 중에 튜이라는 사람이 자신이 잡았던 뱀장어를 놓아주면서 뱀장어로부터 불 위를 걷는 능력을 얻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의식은 직경 4미터 정도의 공간에서 뜨겁게 달군 돌 위를 걸어가는 것으로, 돌은 종이는 물론 천까지 태울 정도로 뜨겁다. 피지인은 예로부터 신발을 신지 않고 살아서, 발바닥의 단단한 굳은살이 신발의 기능을 하기 때문에 웬만큼 뜨거운 곳은 걸어 다닐 수 있다. 의식은 남자들만 참여하며, 의식 2주 전부터는 여자를 멀리하고 코코넛을 삼간다.
100여 년 전부터 피지에 정착한 인도인에게도 이와 흡사한 의식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인도의 힌두교에서 불 건너기 의식은 원래 기우제의 일환으로 행했지만, 피지에 정착한 인도인들은 자신들의 신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행하고 있다.
피지인들의 경우,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의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도인들은 종교 행위로써 일년에 한 번만 행한다. 의식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의식을 위해 열흘 전부터 혼자서 지내면서 야채만 먹는 등 정신적·육체적 준비를 한다.
피지의 이모저모
국 명 : 피지공화국(The Republic of Fiji Islands)
국가 원수 : 라투 조세파 일로일로 대통령
위 치 : 남서태평양의 일자변경선(남위 15°~ 22°)에 위치. 북아메리카, 오스 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사이를 잇는 교통 요충
시 차 : 우리나라 시간 + 3시간(GMT보다 12시간 선행)
면 적 : 18,333㎢(332개 도서로 구성)
수 도 : 수바(비티 레부 섬에 위치, 2002년 말 현재 인구 16만 8천 명)
인 구 : 약 82만 5천 명
주요 민족 : 멜라네시아계의 피지원주민(51.8%), 인도계(43.6%), 로투만
(약 8천 명), 중국계(약 5천 명), 기타 유럽계 등
언 어 : 영어 (공용어), 피지어, 힌두어, 로투만어
종 교 : 기독교 54%, 힌두교 32%, 이슬람교 7%
화폐 단위 : 피지달러(F$)
환 율 : F$1 = US$0.51 (2003.3월말 현재)
1인당국민소득 : F$4,317(2002년), 환율 적용 시 약 U$2,158
기 후 : 남동무역풍 영향을 받는 고온다습한 열대해양성기후 (수바 지역
의 연평균 강우량 3,500㎜, 기온은 20°~30℃, 11월~4월 고온다습
하며 강우량이 많고 사이클론 내습 시기)
국기
피지는 1970년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캐나다, 몰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방글라데시 등 53개 국가와 함께 영연방국가가 됐다. 국기 왼쪽의 유니온 잭(영국 국기)은 영국 연방제국의 일원이며 이들과의 친선 관계를 나타낸다.
푸른 바탕은 태평양을 뜻하고, 오른쪽의 옛 왕가의 문장인 성조지의 십자가는 영국의 수호성인인 조지의 설화에서 유래되었다. 안에는 “Rerevaka na Kalou ka Doka na Tui(신을 경외하고 여왕을 존경하라)”라는 글과 방패를 든 두 전사와 피지의 대표적인 농산물인 사탕수수, 야자, 바나나, 비둘기가 그려져 있으며 그 위에 카카오를 들고 있는 사자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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