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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03년 여름 ..
김해라는 한 지붕을 이고도 형님 가족을 만나 볼치라면
여간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다름아닌 내 직장의 바쁨이란 핑계가 .. 또한 소홀함이 한 형제愛를
소원하게 함이었으니...
여름휴가가 시작되기 한 달여 전부터
형님이 이번에는 꼭 여름휴가를 같이 보내자고 연락이 왔는지라
회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업무 특성상 내가 몸담고 있는조직이 한꺼번에 휴가를 떠날 수 없음에
고무되어 눈치아닌 눈치 작전이 大入작전을 방불케한다.
회사 전체휴가가 시작되기 보름전과 휴가끝 보름을 정하여 개인적으로
휴가를 떠난다. 물론 회사휴가 기간에는 일을(특근)해야함이 우리 부서의
특수함이다.
보안상 회사얘기는 각설하고.
난,회사휴가 시작전 4일을 신청하였다.
장소부터 준비물에 이르기까지...
형님이 나에게 모두 일임하였으니
준비에 있었어도 소홀함이 없어야 되겠지..
전국 지도를 펼치고 여름 휴가지를 그려보았지만
저번 가족여행후 여름에 변산반도를 둘러보자고 아내와
얘기되어 있었는지라 장소선택은 끝났음이라....
산다는게... 편리성의 추구로 말미암아
여행도 예전처럼 배낭과 텐트를 울러메고 다니는게 드물어 졌다.
현지숙박을 하면서 잠 자리를 해결해 버리는 요즘의 여행은
그 나름으로의 편리성은 있겠으나 여름 휴가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텐트를 치고 밤하늘의 별들을 이불삼아 자연과 하나되는 즐거움을
가족과 함께 만끽해 보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형님도 여행지의 날씨만 좋다면 텐트를 칠려고 새로 구입까지 하였단다.
자 ! 출발이다.
목적지인 서해안 변산반도 변산해수욕장 까지는
고속도로 서김해에서 출발하여
마산 진주 광양 순천 광주를 지나 정읍나들목에서 빠져 나오면 된다.
정읍까지의 도착시간은 아침일찍 서둘면 4시간 정도 걸린다.
정읍에서 줄포방향으로 20분정도 더 달리면 곰소 모항을 거쳐
부안으로 통하는 해안도로가 있다.
목적지 변산 해수욕장까지는 5시간 정도면 된다.
변산 해수욕장에 도착하여
샤워장 근처에 텐트를 치고 준비해간 부식으로 점심을 해먹었다.
밖에서 해먹는 밥맛 ~ 누가있어 알아주리오...
조카들과 아들의 물놀이 기구에 바람도 불어 넣어주고
주변정리를 마무리 짖고 형님과 난, 낚시점에 들러 미끼를 샀다.
낚시 가게 주인에게 잡히는 어종을 물어보니 꼬시래기(망둥어)가 주종이고
재수가 좋다면 까지메기(농어)도 구경해 볼수 있단다.
큰 기대없이 형님과 채비를 마치고 드뎌 릴을 던져 넣었다.
수심이 없으니 고추막대찌를 최대한 낮게 맞추고...
낚시
어깨에 장대하나 울러메고
창공보다 더 푸른 바다로 나간다
심신에 묵은 짐일랑 낚시줄에 매달아
저 멀리 날리우고
살아온 날과 살아야할 시간들을
찌를 통해 가늠하여
선택의 순간들을 되뇌인다
묵묵히 흐르는 물결처럼
풍랑에 못이겨 세차게 부딪히는 포말처럼
도도해 지고픈 맘으로 살고져
손 끝에 툭 툭 전해지는 어신이
온몸 가득 퍼질때
이름 모를 고기와 나와의 진지한 사투여 !
끊고 맺음이 있듯
가날픈 줄을 당겼다 놓았다
욕심이 지나치면 장대는 부러지리
많이 낚아 좋으랴
큰 놈 낚아 좋으랴
기쁨은 준비하고 행해지는 그 자체 일진데
빠듯한 세상 가끔은 자연인이고 싶어라
1997.9.4 全 雄
예전에 낚시예찬에 대해 습작해본 시가 있어 올려보았다.
"기쁨은 준비하고 행해지는 그 자체 일진데...."
지금도 이 구절이 맘에 드네 그려....
현지인의 소식통이 어디가랴.
살찐 망둥어(꼬시래기) 밖에 없었다.
그래도 해수욕장에서 낚시하는 재미... 안해본 사람은 모른다.
낚시하는 우리형제 주위로 구경꾼들이 모여들었다.
릴대 끝 초릿대가 휘엉청 휘어질때 괜시리 우쭐한 기분이 드는것은 ...
꼬시래기를 바닷가에서 바로 손질하여 포를 떳다
"형님 건배 ! " 한 초에 꼬시래기회 안주... 크아~~
서해안의 낙조(落照)는 아름다움의 극치 !
으스름이 깔리고 해가 니읏니읏 기울더니 급기야 붉은 홍광을 드리우고
바닷가 저 너머로 사라지는 해를 보아라.
낙조(落照)는 떨어지는 석양이다.
우리내 한 생(生)의 마지막도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
석양이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저녁 설겆이때 보니 주위 텐트 이웃이 바닷가 모래밭에서 잡은
맛(조개)과 백합을 씻고 있었다.
맛 과 백합은 동해안이나 남해안에서는 보기 힘든
서해안 백사장 모래밭에서만 서식한다고 한다.
잡는 방법을 물어보니 바닷물이 빠진후 백사장에 여덟팔자 모양의 구멍을 파면
맛(조개)과 백합을 캘 수 있다고 했다.
저녁 썰물때가 8시 반경에 있었다.
조개를 잡기위해 준비해간 모종삽 랜턴 코펠그릇을 들고
물빠진 백사장으로 향했다.
그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맛조개를 캘려고 몰려들었다.
물이 빠지고 바닷가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 보면 적막감만이 느껴진다.
서해안 서해안 하고 살아왔었지만 막상 서해안 썰물때 백사장을 거닐어 보아라.
가도 가도 끝없는 백사장만이 있을 뿐이다.
1km이상 나아 가야 빠지고 있는 바닷물과 만날 수 있다.
그러니 멀리 나아 가면 고요하고 적막감이 온몸을 휘감는다.
안쪽으로 들어 갈 수록 주위 사람들과도 멀어진다.
멀리 보이는 랜턴 빛으로 저쪽에 사람이 있구나 느낄 수 있다.
형님과 형수님 집사람과 난 8자 구멍을 찾아 백사장 바닥을 훑어 보았지만
쉽게 찾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의 조개 캐는 방법을 눈 동냥 하기 시작했다.
유심히 살펴보니 조개 캐는 장비는 우리와 같으나 우리가 없는게 하나 있었다.
그것은 "맛 소금 봉지" .....
8자 모양 구멍 찾는법도 눈 동냥으로 배웠고 왜 맛소금이
필요한지도 어림짐작으로 알수 있었다.
이 연재글을 읽어주는 친구들을 위해 그 비법을 공개한다.
썰물때에 바닷물이 빠지면 맛(조개) 과 백합이 모래속 깊이 (50 ~60 cm 이상)
구멍을 뚫고 들어가 숨어 버리는데... (그 속에서 바닷물을 먹고 있음)
모래구멍을 파고 들어갈때 맛의 촉수 부분이 여덟팔자 모양 이어서
모래위에 그 모양이 남아 있다. 또 어떤것은 그 촉수가 떨어져 있는것도 있다.
맛을 캐보면 알겠지만 촉수가 떨어질수 있도록 마디마디로
형성되어 있는것을 볼수 있다.
8자 모양의 흔적을 모종삽으로 한 두삽 제겨 보면 손가락 굵기정도의
구멍이 뻥 뚫리면서 바닷물이 흘러 나온다.
그 구멍에 맛소금을 조금씩 흩 뿌려주면 맛조개가 바닷물이 들어 왔는가(밀물)
싶어 짠 소금물을 먹기 위해 쑥 쑥 올라 온다.
올라 오다가 멈칫하면 소금을 조금 더 뿌려준다.
맛조개가 올라 올 때가 조개잡이의 백미다.
소금을 뿌려주면 맛이 구멍으로 올라오는 징후가 보이는데
그것은 구멍속에 갇혀있던 바닷물이 줄기 형식으로 움찔 움찔 거리면서
펑펑 흘러 넘친다.
그후 맛조개의 촉수가 모래에서 모습을 들어내고 쑥 쑥 하면서 몸통을 올린다.
몸통이 절반이상 모래위로 올라오면 손으로 맛을 움켜잡는다.
그러면 구멍속으로 다시 들어갈려고 하는 느낌이 손으로 전달되어 온다.
그때 들어간다고 손에 힘을 너무 세게 가하면 맛조개 껍질이 부서지니
조심스럽게 뽑아 올리면 된다.
백합은 맛조개 팔자 구멍을 찾아 소금을 뿌렷는데 맛조개가 올라오지 않으면
모종삽으로 파고 들어가면 (30 ~40cm정도)백합이 숨어 있다.
하얀 색깔의 백합 ! 너무 너무 이쁘다.
그 맛조개 소금 뿌려 잡아 올리는 재미....
솔직히 그때의 재미를 논하자면 이루 표현하기 힘들정도로 재미가 솔솔하다.
조개 잡는다고 허리를 굽혀 모래밭을 헤매고 다니다 보면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나 싶을 정도다.
조카들과 아들도 맛조개 잡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었다.
맛이 올라와 코펠에 담길 때마다 환호송이고...
"엄마 엄마"
"여기도 8자 구멍 있어 ! " 라고
먼저 구멍을 찾기도 하고..
맛조개가 올라오다 멈추면
"엄마 여기 소금 더 " 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한다.
아쉬운게 있었다면
맛조개 잡는데 정신이 팔려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맛조개는 불에 구워 먹으면 제일로 맛있고
끓여서 국물은 해장국으로 ... 알맹이는 초집에 찍어서
술안주로 해먹으면 죽인다.
글을 쓰다 보니 경상도 사투리가 정말 웃긴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맛이 정말 좋다를 ... 죽인다로 표현해 버리니 ...
그렇게 서해안의 하룻밤이 지나가 버리고...
날이 밝자 변산반도의 지역 여행에 들어갔다.
먼저 둘러 본 곳은 서해안 최대의 갯벌지 새만금 방파제.
갯벌과 모래밭에서 자연의 보고( 寶庫 )를 직접 체험해 보았서인지
말 많은 새만금 방파제 건설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넓은 간척지를 둘러보고 난 뒤 조선중기 사찰 건축의
대표적 작품인 내소사로 향했다.
절에 들어가는 일주문 부터 시작되는 약600m의 전나무 숲길에 들어서자
쏴 ~하는 바람소리가 잡다한 맘을 자연으로 되돌리기에 충분했다.
이 연재글이 떠남으로의 자유란 이름을 붙인 것도 이런 기분을 느끼기 위함이다.
휴가철이라 많은 인파로 호젓한 산사의 고즈넉함을 느끼진 못할지라도
도심에 찌든 맘의 찌거기를 일탈할 수 있는 혼자만의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곧 떠남으로서 얻을 수 있는 맘의 자유가 아니겠는가 !
우리 집안이 불교쪽이 아니면서도 절사를 둘러 보고 옛 선조들의
불교 문화를 이해하고 공부하는 것은 빠트리지 않는다.
대웅보전(보물 제291호)은 조선 인조 11년(1633)에 건립된
정면 3칸 측면 3칸 규모의 팔작 지붕 건물이다.
못 하나 쓰지 않고 순전히 나무토막만 끼워 맞춰 세웠다고 하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정면 여덟짝의 문살에 빼곡하게 조각된 꽃무늬다.
문짝마다 연꽃과 국화꽃이 새겨져 독특한 분위기가 느끼게 한다.
드라마 "다모"의 촬영지 이기도 하다.
조용한 경내를 두루 살펴 보고 되돌아 나왔다.
나올때 전나무 숲길 바람소리가 떠난님 발길을 붙잡는 것처럼
아릿하게 들려오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
또 한 곳 변산반도의 빼놓을 수 없는곳 ... 채석강
채석강은 변산반도 서쪽끝 격포항과 그 오른쪽 닭이봉 일대 1.5km의
층암 절벽과 바다를 총칭하는 이름이다.
수만권의 책을 쌓아 놓은것 같은 대자연의 풍광...
서해안 여행을 왔다면 아이들의 자연 학습지로 꼭 데리고
와 봐야 할 그런곳이라 생각된다.
<조카 와 아들>
돌아오는 길에 젓갈 산지인 곰소항를 둘러보자.
잔잔한 바다와 강렬한 태양 덕분에 곰소에는 염전이 발달했다.
항구 북쪽으로 15만여평의 염전이 펼쳐져 있다.
네모 반듯하게 물을 가두어 놓은 사이에 나무판자로 지은 소금창고들이 서 있다.
바삐 서둘 필요도 없이 변산 해안도로 30번 국도를 달려보자.
염전밭을 지날때 어릴적 TV에서 보았던(1977년작 영화)
" 엄마 없는 하늘아래 " 의 염전밭이 떠오른다.
가물가물한 기억이지만 그 배경이 염전을 배경으로 박근형씨가 아버지로 나오는
눈물없이는 못보는 영화의 한장면이 서글픔으로 다가왔다.
곰소항에서는 곰소 염전의 천일염으로 담근 젓갈을 판다.
항구 어귀에 들어서면 짭조름한 바닷내음과 젓갈냄새가 코를 찌른다.
길 양편으로 젓갈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명란·창난부터 오징어·어리굴·아가미젓 등
양념젓갈과 각종 액젓들이 고루 갖춰져 있다.
우리 가족은 젓갈 정식을 시켜 그곳 특미를 맛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살오른 꽃개장을 사서 여름 휴가 여행의 여운을 오래 오래 간직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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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떠남의 자유 " 변산반도 " 편을 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