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에 사는 전장량씨가 삼성서울병원에서 위 상태를 보기 위해 조영 촬영을 하고 있다. 강정현기자 |
과학자들이 얘기하는 인간의 ‘품질 보증기간’은 120세. 균형 잡힌 영양식, 적당한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 환경이 좋을 때 누릴 수 있는 잠재적 수명이다. 하지만 노화가 진행되면 모든 세포와 장기의 기능이 떨어지고 뼈는 골다공증으로 무너진다. 유해 산소와 호르몬 감소 때문이다. 산소에 의해 인체가 부식하고 산화한다. 혈관이 막히고 백내장이 생기며 치매에 걸린다. 여기에 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이 줄면서 골밀도가 떨어지고 근육은 약해진다. 팔다리가 가늘고 배가 볼록 나왔다면 신체 나이는 환갑을 넘겼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노화는 자연의 섭리일까. 그렇지 않다. 요즘 의료계는 노화를 질병으로 간주한다. 질병처럼 노화도 예방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이게 바로 진단 과정이다. 노화는 ‘건강나이’와 ‘생체나이’로 측정한다. 건강나이는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나타나는 노화의 배경을 아는 것이다. 대표적인 검사법은 ‘한국형 건강 위험평가 프로그램’.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신호철 교수와 주요 대학 교수들이 2004년 개발했다. 개인의 병력(病歷), 유전적 요인, 건강습관, 환경요인을 평가해 건강나이를 계산한다. 예컨대 담배를 피우면 -3점, 운동을 하면 +3점을 주는 식이다. 이렇게 해서 45세 남성이 55세로 측정됐다면 55세에 사망할 확률이 있다는 뜻이다. 대학병원 가정의학과에서 실비(5000원)를 내면 검사할 수 있다.
생체나이 측정은 좀 더 구체적이다. 생활습관 평가와 함께 질병의 유무, 혈압ㆍ폐활량 같은 신체 기능, 심장ㆍ폐 등 장기 기능, 비만도 같은 체형을 건강 지표로 삼는다. 설문조사와 종합건강진단 결과를 참고하기 때문에 측정 결과가 설득력이 있다. 이 방법으로 측정하면 몸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살필 수 있고 나이에 비해 노화가 빠른지, 늦은지 알 수 있다. 최근엔 심장ㆍ폐ㆍ척추 등 장기별 나이를 측정하는 방법도 개발됐다.
생체나이를 매년 측정하면 노화 속도를 예측할 수 있다. 주민등록상 나이는 한 살씩 추가되지만 생체나이는 빠르거나 늦을 수 있다. 예컨대 50세인 사람의 생체나이가 지난해에 비해 3년 더 많아졌다면 노화 속도는 세 배로 늘어난다. 평균수명을 80세로 가정했을 때 앞으로 살 수 있는 날이 30년이 아닌 10년으로 짧아진다는 얘기다.
생체나이 측정법은 ‘생체나이의학연구소’에서 개발한 것이 유일하다. 지난달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으로부터 보건 신기술로 인정받았다. 세브란스ㆍ이대목동병원ㆍ아주대병원 등 10여 곳의 대학병원 건강검진센터, 한국의학연구소(KMI) 등 40여 곳의 종합건진센터 등에서 측정할 수 있다. 일반 건진 항목에 2만∼3만원을 추가하면 된다.
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인은 질병과 나쁜 생활습관이다. 질병의 예방과 조기 진단은 일반 건강진단을 이용한다. 건강나이와 생체나이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운동을 하거나 흡연 등 나쁜 생활습관을 개선한다. 질병의 60∼80%는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에 발생한다. 결국 노화 방지를 위한 최선의 전략은 좋은 습관은 더욱 열심히 실천하고 나쁜 습관은 철저하게 삼가는 것이다.
도움말
신호철 교수(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김성운 교수(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배영철 소장(대한생체나이의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