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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 우리 고장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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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 자료실 스크랩 [新 문화지리지] <13> 시·소설 속 부산
candy 추천 0 조회 46 12.03.16 23:1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臾명??
198
[新 문화지리지 2009 부산 재발견] <13> 시·소설 속 부산
부산은 가장 아프면서도 가장 매력적인 문학 공간이다
한국 근대사의 부침과 함께 운명이 출렁거렸던 부산은 가장 아프면서도 가장 매력적인 문학 공간일 것이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쟁, 산업화로 숨가쁘게 이어진 역사의 굴곡이 거기 굵은 주름으로 패여 있다. 다행히 부산에는 아픔을 쓰다듬는 산과 강·바다 같은 타고난 자연경관도 있었다. 문학 속에서 부산은 언제부터 어떤 모습으로 얼굴을 드러냈을까. 대표적 장르인 소설과 시에서 배경이 된 부산의 공간을 좇는다.

이인직'혈의누'의 남선창고…김동리'밀다원시대'의 광복동 다방…손택수의 시 '범일동 블루스'…김규태의 시 '오륙도'…


# 부산 공간은 신소설에서부터

조갑상 경성대 교수는 "1876년 개항장이었던 부산이 문명개화라는 신소설의 이념이 구체적으로 수용되는 공간"으로 본다. 당대 문명이기의 상징인 철도와 부두가 주요 배경이 되는 것은 그런 이유다.

이인직의 '혈의누'에 벌써 부산이 보인다. 부산 최초의 근대식 물류창고로 1900년경 객주들이 세운 초량명태고방인 남선창고가 눈에 띈다. 1920년대 소설로서 부산을 자세하게 포착한 작품은 염상섭의 '만세전'. 부두와 부산에서 경찰과 헌병이 검문과 감시를 하는 수탈의 현장도 엿보이는데, 소설의 1/4이 부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20년대 소설로 철도와 부두를 넘어 저 멀리 낙동강 하류와 구포까지를 아우른 작품이 조명희의 '낙동강'이고, 영도가 처음으로 나오는 소설은 1930년대 방인근의 장편 '마도의 향불'이다.

6·25 때는 김동리 황순원 안수길 손창섭을 비롯한 숱한 작가들이 집중적으로 피난 수도 부산을 썼다. 광복동 선술집이나 남포동의 선창가가 열정의 거처였다. 김동리의 '밀다원시대'가 광복동에 실재했던 다방을 무대로 예술가들의 고뇌를 담고 있다.

1960년대 들어서는 김정한 이주홍 같은 부산의 작가들이 자신들이 딛고 선 부산의 공간을 짙은 지역성을 담아 본격으로 소설화하기 시작했다. 서정인의 '물결이 높던 날'은 외지인으로 특별하게 송도를 잘 묘사한 작품. 부산의 장소가 명확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이호철의 '소시민'을 꼽을 수 있다. 완월동 제면소에서 자갈치, 광복동, 부두, 범일동 조방 앞까지 피난시절 부산 공간이 가장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 공간 하나하나를 불러보다

부산의 명소들을 호명하면서 정을 붙여 노래하는 일은 시 쪽에서 더 살갑다. 이주홍의 시 '내 고장 부산자랑'이 그렇다. 김석규의 시 '부산'이 진취적인 희망의 노래라면, 김종해의 시 '부산에서'는 꺾일 수 없는 삶의 의지다. 부산 사람의 마음 속에 새겨진 상징물, 김규태의 시 '오륙도'는 부산의 역사이자 한반도의 역사이며 지구의 역사인 오륙도를 보듬는다.

1970년대 서부 경남이나 호남의 농촌에서 부산으로 들어오던 이들의 첫 관문은 구포였다. 갓난아이 업고 보따리 등짐 지고 구포다리 건너 구포둑을 지났을 것이다. 서규정의 시 '구포 둑에 올라'나 조성래의 시 '카인별곡-구포에서'가 비린 현실로서 구포를 품고 있다.

엄혹한 70~80년대, 들판 멀리 갈대가 서걱대던 하단은 도시에서 떨어진 피안과 같았다. 최영철 시인의 말을 빌리면 "온갖 투정과 엄살을 받아준 푸근한 어머니의 품"이었다. 그 시절 그곳에서 토해낸 막막함과 흔들림이 양왕용의 시 '에덴공원의 젊은이들-하단사람들'이 되었다.

근대화의 뒷골목 범일동을 기억하는 손택수의 시 '범일동 블루스'나, 부산의 운명처럼 구불구불한 산복도로를 품에 안은 강영환의 연작시 '산복도로'는 산업화의 그늘 속에 핀 삶의 진경이다. 이 밖에도 바다의 불뚝 성질을 삭여내는 금정산의 힘을 노래한 유병근·이해웅·엄국현의 시가 있고, 다대포와 호포, 대변항 등 부산의 곳곳에 발길 내민 최영철의 시도 있다.


# 잃어버린 그러나 기억되어야 할

사라진 장소에 대한 상실감이 스스로 소설이 될 수 있을까. 최근 부산의 지역성을 담기 위한 작가들의 노력이 가열 차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지난해 요산 김정한 선생 100주년을 기념해 엮은 책 '부산을 쓴다'에는 그것이 한 결실을 이루었다. 부산 소설가들이 동래읍성, 서면, 범어사, 사직야구장, 삼락공원 용두산공원, 태종대, 수영사적공원 등 부산의 구체적 장소들을 풍성하게 담아 낸 것이다.

부산을 이루었던 공간들은 지워지고 있다. 거대 구조물들이 들어서고 기존의 공간들이 개발-철거를 반복하면서 부산 사람들을 품어낸 아기자기한 품들이 사라진다. 지난 5월 100년 역사를 가진 남선창고가 철거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 또한 그렇다. 이런 현실 앞에서 문학이 해야할 일이 많을 것이다. 그건 지나간 흔적과 삶의 묻힌 부분을 기억하고 또 드러내는 일 아닐까. 김건수 기자 kswoo333@busan.com




자료제공·도움말=조갑상 경성대 교수·최영철 시인
     그래픽=홍동식 부경대 교수
      사진=김진문 프리랜서

부산일보 | 31면 | 입력시간: 2009-08-13 [15: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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