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게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락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을 말한다(제554조). 기부금계약, 기증계약, 장학금수여계약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2) 법적 성질
증여는 계약이므로 단독행위인 유증과 다르다. 계약 중에서도 편무, 무상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 증여는 법적 계약이므로 호의행위와 다르다. 예를 들어 잔치나 파티에 초대하기로 해놓고 깜빡 잊었다고 하여 한끼 식대 만큼의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형제자매간, 부모자식간, 친족간의 증여는 대개의 경우 친자관계, 친족관계의 문제이지 증여가 아니다. 따라서 부모나 친척이 대학 학비를 대주겠다고 하고서 나중에 이 약속을 어겼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해 법적으로 이행을 청구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
(3) 증여의 객체
증여의 객체로서는 증여자의 출연으로 수증자의 재산을 증가시키는 것이면 무엇이고 그 목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소유권, 채권, 무체재산권 등은 물론이고, 기존의 재산권의 양도, 제한물권의 설정, 채무면제, 무상의 노무제공도 모두 증여의 객체가 될 수 있다.
(4) 증여의 동기
증여의 동기는 원칙적으로 묻지 않는다. 그동안 사귀던 남자, 사귀던 여자를 떼어버리기 위해 자동차 한대를 사주기로 약속했다 하더라도, 어느 이익단체가 정치인에게 로비할 목적으로 매월 그의 사무실 운영자금을 내주기로 약속했다 하더라도, 어느 재벌이 거액의 탈세를 목적으로 아들에게 회사의 전망 좋은 우량주만 골라 무상양도했다 하더라도 증여계약 그 자체는 유효하게 성립한다. 그러나 일주일간 잠자리를 같이해준 대가로 백만원을 약속하거나, 아들의 부정입학을 대가로 대학기부금을 약속하는 행위는 명백히 계약내용 자체가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위반하므로 계약 자체가 무효화된다(제103조).
(5) 증여의 조건
증여에 정지조건 내지 해제조건을 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약혼예물은 파혼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인데, 혼전증여로서 유효하게 인정된다. 참고로 약혼예물을 교환해놓고 한 사람의 귀책사유로 파혼이 된 경우 귀책당사자는 약혼예물의 반환청구권을 갖지 못하며, 자기가 받은 약혼예물만 돌려줘야 한다. 다만 일방의 사망으로 파혼이 된 경우에는 쌍방 모두에게 약혼예물의 반환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독일민법 제1301조 단서).
(6) 계약의 성립
당사자의 의사합치로 계약이 성립한다. 다만 사양을 미덕으로 아는 우리나라의 관습상 수증자의 침묵은 낙약의 의사표시로 볼 것이다(제1077조 2항의 유추적용).
(7) 증여의 방식
우리민법은 증여계약의 방식을 요구하지 않고, 다만 제555조에서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음을 규정한다. 입법정책상무상의 증여계약, 일방적 손실의 부담인 보증, 채무의 이행약속 등은 모두 요식계약으로 했어야 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실무에서 인감증서가 이러한 요식성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도 하겠다.
(8) 현실증여(Realschenkung)
계약과 동시에 이행하는 증여를 현실증여라 한다. 각종의 성금, 걸인에 대한 적선, 구세군남비에 돈 넣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물권계약이냐 채권계약이냐 논의가 있으나 우리민법상 물권행위의 독자성을 인정치 않으므로 채권계약이 물권계약과 동시에 성립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9) 증여의 효과
1) 계약의 일반적 효력
약정한 채무(무상의 기부)를 이행해야 하고 그 채무를 불이행했을 때에는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제390조).
2) 증여자의 하자담보책임
증여자는 증여한 목적물에 하자가 있더라도 이에 대한 책임이 없다(제559조 1항). 다만 증여자가 그 하자를 알고서도 이를 고시하지 않았을 때에는 담보책임을 부담한다(제559조 1항 단서). 따라서 신뢰손해를 배상해야 하며, 만약 주의의무나 보호의무를 위반했을 때에는 담보책임이 아니라 불완전이행책임을 부담하여 수증자에게 발생한 전손해를 배상해야 한다(예를 들어 상한 돼지고기를 악의로 증여한 결과 수증자가 돼지고기를 먹고 식중독으로 입원하거나 사망한 경우). 그러나 수증자도 하자를 알고 있었을 때에는 증여자가 담보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수증자가 하자담보책임에 기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1년이다(제575조 3항).
(10) 부담부증여(Schenkung unter Auflage)
1) 의의 : 수증자가 증여를 받는 동시에 일정한 부담, 즉 일정한 급부를 하여야 할 채무를 부담하는 증여이다. 여기서 부담은 목적물수령의 대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몫을 타인과 배분하라는 의미를 갖는 증여계약의 부관이다. 예를 들면 숙모가 조카에게 30억원을 유증하면서 매달 나오는 이자에서 300만원을 또 다른 조카의 생활비로 지급하라고 부담지우는 것은 대가로서의 반대급부라기 보다는 증여된 가치의 배분을 의미한다.
2) 효력
a. 증여자가 급부장애를 일으킨 경우
부담부증여는 쌍무, 유상계약이 아니지만 부담의 한도에서 증여자는 매도인으로서의 담보책임을 부담한다(제561조, 제559조 2항). 예를 들어 어느 당숙이 자기 먼 조카에게 10억원 상당의 금은보석을 증여하고 그 대가로 그 먼 조카로 하여금 자기 손자에게 현금 1억원을 지불하도록 부담지웠을 경우, 나중에 그 금은보석이 모두 위조품임이 드러나면 그 당숙은 그 먼 조카에게 현금 1억원을 돌려주고 그 외에 발생한 신뢰손해도 배상해야 한다. 다만 수증분과 부담분이 비율로 확정된 경우(예를 들어 이자의 10%)에는 하자담보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수증자는 부담의 범위 내에서 동시이행의 항변권(제536조)도 행사할 수 있으며, 위험부담의 규정(제537조)에 따라 증여자가 귀책사유 없이 채무를 불이행하게 되었을 때 자기 부담의 이행도 거절할 수 있다.
b. 수증자가 부담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비록 수증자의 부담은 증여자의 급부의무에 대가적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지만, 수증자가 부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증여자는 증여계약을 해제하고 자기가 증여한 목적물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제544조~제546조).
c. 수익자(제3자)의 권리
부담부증여는 많은 경우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수증자가 부담에 의해 급부를 해야 할 급부를 받을 자는 제3자를 위한 계약에서 수익자로 해석할 수 있다. 만약 이 부담이 공익을 위해 행하여진 경우 수익자인 당국은 수증자에게 부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공익이 아닌 경우라 하더라도 의사표시해석에 따라 수익자는 이행청구권을 가질 수 있다.
(11) 정기증여
1) 의의 : 일정한 시기를 정하여 정기적으로 재산을 수여하는 증여를 말한다. 종신정기금, 연금계약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성질상 계속적 계약관계이다.
2) 효력 : 정기증여는 증여자 또는 수증자의 사망으로 효력을 상실한다(제560조). 그러나 연금계약에서 대개의 경우 수증자의 사망으로 계약의 효력이 바로 상실되지는 않으며, 수증자의 배우자가 계속해서 자기 사망시까지 기존연금의 50%를 받는 게 보통이다.
(12) 사인증여
1) 의의 : 증여자의 사망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증여를 말한다. 증여자가 생전에 계약을 체결하지만, 그 효과는 증여자의 사망을 정지조건으로 해서 발생한다.
2) 효력 : 사인증여에 대해서는 유언의 단독행위적 성격에 관한 것이 아닌 한 유증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제562조, 제1078조).
(13) 증여의 해제
1) 계약일반적 해제요건
증여자의 이행이 불능하게 되거나 증여자가 이행을 지체한 경우 수증자는 법률관계를 단순하게 하기 위하여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제544조, 제546조). 증여자가 하자있는 물건을 증여한 경우 수증자는 계약을 해제하고 증여자에게 거추장스러운 물건을 도로 가져가라고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수증자가 수령을 지체할 경우에도 증여자는 계약을 해제하고, 수증자의 이행청구를 봉쇄할 수 있다.
2)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계약의 해제
서면에 의하지 않고 단순구술에 의해 증여의 약속을 했을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하고, 수증자의 이행청구를 봉쇄할 수 있다(제555조). 증여자의 경솔한 행동을 막고 증여의사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이다.
3) 망은행위에 의한 증여계약의 해제
수증자가 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하여 범죄행위를 한 때, 그리고 부담부증여에서 부담(예를 들어 부양의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증여자는 증여계약을 해제하고, 수증자의 이행청구를 봉쇄할 수 있다(제556조 1항). 수증자가 증여사실을 알고 그런 행위를 했건 모르고 했건 간에 상관이 없다. 증여계약의 시혜적 성격을 감안한 것으로서, 사실상 사정변경에 의한 해제권의 발생을 증여계약에 한해 인정하는 셈이다.
4) 증여자의 재산상태 악화에 따른 증여계약의 해제 :
증여계약 후에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현저히 변경되고 그 이행으로 인하여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증여자는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제557조). 여기서 생계의 곤란은 증여자의 사회적 사정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 회장이 도산의 위험에 직면했을 경우, 설령 그 기업이 도산한다고 해서 왕년의 대기업 회장이 밥을 굶을 리는 없겠지만, 도산의 위기만으로도 그의 생계에는 중대한 영향이 미쳤다고 볼 수 있다.
5)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한 예외 :
서면불비, 수증자의 망은행위, 증여자의 재산상태 악화로 인한 해제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제558조). 여기서 이행은 동산의 현실인도, 간이인도, 점유개정, 반환청구권양도, 부동산의 점유이전 및 등기를 말하므로, 아직 이전등기 안된 부동산에 대해서는 증여자의 해제를 통한 반환청구가 가능하다. 다만 재단법인설립을 위한 출연의 경우(제48조) 법인이 성립된 때로부터 등기 없이도 물권이전의 효력이 발생하니 주의해야 한다. 또한 증여의 중요부분이 이미 이행된 경우 잔부만의 해제는 허용되지 않는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중요부분이 이행되었고 잔부에 대하여 해제할 수 있느냐는 구체적 급부성질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잔부에 대하여 해제할 수 있느냐는 구체적 급부성질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