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
팔봉산에 오르면?
암릉 + 송림+ 전망, 3박자 야호! |
◇ 수석같은 봉우리와 탁트인 전망이 어우러진 정상. |
"봉우리를 곱게 잘라 주머니에 넣어 오고픈 산입니다."
충남 서산 토박이인 유병현씨(47)는 팔봉산(서산시 팔봉면)을 이렇게 자랑했다. 얼마나 예쁜 산이길래 주머니에 넣어 가져갈 욕심마저 생겼을까? 팔봉산의 겉모습은 평범했다. 산 이름이 유래했다는 여덟개의 봉우리중 바위 봉우리인 1, 2, 3봉만 특징있게 보일뿐 나머진 밋밋했다. 봉우리에 올라가봐야 진수를 알 수 있다는 유병현씨의 말에 기대를 걸었다.
"왼쪽부터 1, 2, 3…8봉이 순서대로 연결돼 있죠. 1봉에 오르면 팔봉산의 맛을 조금 알게 되고, 2봉은 좀더 깊은 맛을, 정상인 3봉에 오르면 팔봉산에 반하게 됩니다."
'1봉' 산세를
느끼고
'2봉' 기암석에 반하고 '3봉' 서해바다에 취하나니 |
1봉 | 2봉 | 3봉 |
◇ 아슬아슬한 암벽타기 바위덩어리가 포개져 있는 틈새를 암벽타기하듯 비집고 들어가는 등산객. | ◇ 경사 70도 '추락위험' `앗~무서워' 경사 45~70도의 가파른 철사다리길. | ◇ 뚱뚱보는 '통행금지? '3봉 길목에 있는 용굴. 몸이 끼이는 사람은 살빼기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
주차장을 떠난지 20여분만에 1봉과 2봉 사이 고개 안부에 도착했다. 80m 왼쪽에 있는 1봉은 산아래서 보는 것과는 딴판이었다. 여러개의 거대한 바위덩어리가 포개져 있는 틈새를 암벽타기하듯 비집고 들어가 겨우 봉우리 위에 섰다. 발아래 세상이 아찔하다. 다리가 후들거려 뒤돌아서니 야트막한 2봉 너머로 정상인 3봉이 위엄있게 버티고 있다.
1봉 정상은 내려가기가 더 힘들어 기다시피했다. 해발 361.5m의 높지않은 산이라서 깔보면 안된다는 말이 실감있게 다가온다.
첫번째 철사다리를 올라 도달한 2봉은 바위능선이 마치 공룡 등처럼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봉우리처럼 느껴지지 않고 기암으로 이뤄진 놀이터같다.
2봉을 내려와 능선 헬기장을 지나 송림숲을 조금 오르니 경사 45~70도의 가파른 철사다리와 로프길이 잇달아 나타난다.
1, 2봉에서도 바위틈새와 구멍을 통과하는 곳이 여럿있지만 3봉에 이르는 용굴(통천문)은 하이라이트. 철사다리 끝지점에 두개의 구멍이 뚫려있는데 두번째 구멍은 한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정도로 비좁다. 살찐 사람은 구멍에 끼어 낑낑거리는 바람에 주말엔 심한 정체현상을 빚기도 한다. 3봉인 정상은 두개의 바위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첫 봉우리에는 해발 361.5m, 다음 봉우리에는 해발 362m라는 각각 다른 정상 표지석이 서 있다.
어느쪽이든 정상에 서면 지나온 1, 2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4~8봉도 올망종망 이어져 있다. 특히 포개진 바위들이 감투모양을 이룬 1봉 너머로 갯마을인 호리쪽 갯벌과 바다가 막힘없이 펼쳐지고, 앞으로는 멀리 천리포, 신두리 등 태안반도의 서해바다, 왼쪽으로는 가야산 일대 능선이 손에 잡힐듯 가깝다. 세상을 내려다보는 신선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암릉과 송림, 전망이 삼박자를 이룬 정상을 떠나 산을 내려올때 문득 주머니에 손이 갔다. 석공이 신기로 빚은듯한 예쁜 봉우리들을 가져가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 skkim@sportschosun.com">skkim@>
▶ 산행정보 : 여덟개 봉우리를 모두 종주 하거나(약 3시간) 팔봉산의 진수인 1봉에서 3봉까지만 산행한뒤 3봉, 4봉사이 우회로를 이용해 되돌아가는 방법(약 1시간30분) 등 두가지가 대표적.
3봉에서 8봉까지 거리가 1㎞ 정도로 멀지 않기 때문에 8봉까지 종주한뒤 다시 되돌아와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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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산 토박이 유병현씨가 추천하는 맛집
팔봉면 구도리의 황해횟집(041-662-6069)은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는 맛집. 박과 감자, 바지락, 무, 고추 등을 넣어 만든 시원한 육수가 맛의 비결이라고. 국물에 낙지를 익혀 먹은뒤 칼국수나 수제비를 말아 먹는다. 밀국낙지 마리당 2500~4000원, 큰 낙지는 마리당 4000원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