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마트에
대한 단상>>>
강변역에
위치한 테크노마트를 보면 가끔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를 떠올리곤 한다. 보다 정확히 표현한다면 강변역CGV를 볼 때 말이다. 그리고 괜히 내가
설계자인양 들뜬 마음으로 내 생각을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이야기하게 된다. 마치 진짜인 것처럼....
한국측 설계회사로는 삼우설계라는 곳에서 한 걸로 알고 있지만 내 조사로는 미국의 S.O.M.이 주도했지 않았을까 한다. S.O.M.의 홈피에 실린 작품명에 나와 있지 않을 걸로 보아 사실 나의 이러한 생각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성균관대에서 나온 논문에 보면 구조설계는 S.O.M.이 한
걸로 되어 있어 나의 추측을 조금이나마 뒷받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건축의 지배요소는 바로 한강이다.
우리에게도 사실 한강은 매우 판타스틱한 공간이다. 매일 한강을 건널 때마다 무심히 건널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10년이 다 되어가는 서울 생활에서도 나는 매일 강을 건널 때마다 내가 한강을 건너가고 있다는 의식을 갖는 것도 내가 특이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럴지언정 외국인의 눈에 들어온 한강은 어땠을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강이라는 요소가 그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공간이자 동시에 주된 CONTEXT로서 다가왔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한강과 연관지어
그들에게 떨어진 사무공간[프라임타워]+상업공간[테크노마트쇼핑몰]+문화공간[CGV]라는 과제를 그들은 어떻게 해결해갈까 무척 고민했을 것이다.
본디 S.O.M.은 오피스타워를 주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건축설계집단이다. 건축사적으로 매우 유명한 레버하우스를 비롯하여 한국의
63빌딩, 엘지트윈타워, 강남 엘지타워 등 내노라 하는 우리의 건축물도 대부분 그들의 설계에서 나왔다. 따라서 오피스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실제로 프라임타워는 매우 간결하면서도 인상적인 형태를 지니고 있다. 그 형태가
매우 단순하지만 하나의 랜드마크를 이루는데 부족함이 없다. 상업공간 - 쇼핑몰 - 역시 그러하다. 상업공간은 보다 넓은 연면적을 통해 이윤창출을
극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이므로 장방형[직사각형]형태의 건축구조가 당연시되었을 것이다. 또한 좁은 땅덩어리에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한국의 클라이언트들이 다른 형태로 안을 내놓았을 때 O.K했을 리가
없었을 것이라는 짐작도 해본다. 그러나 S.O.M.은 이 상업몰에서도 과감한 - 한국의 상업공간에서는 생각하기 쉽지 않은 - 시도를 해낸다.
상업공간의 가운데부분을 과감히 뚫어버린 것이다. 기본적인 틀은 존중하되 자신의 이미지를 이 건축에 심은
것이다. 막대한 임대수익을 날리는 이러한 시도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소는 바로 S.O.M.의 명성이었을 것이다. 한국의 어느 건축설계집단도
상업공간에서 저러한 시도가 클라이언트에게 먹혀들 리 없을 것이다. 돈이 얼마인데....
그러나 이것은 이 건축의 이미지를 알리는 시작이었을 뿐이다. 건축가는 많이 고민했었을 것이다. 사무공간과 상업공간은 공간의 분리로
인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지만 상업공간과 문화공간-물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영화관이긴 하지만 -을 어떻게 차별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말이다. 그냥 상업공간에 연장한 형태로 인테리어만 차별화된 형태로 꾸밀 것이냐 아니면 다른 형태로 다른 차원으로 갈 것인가에 대한 기로에 놓인
것이다. 그들은 결국 후자를 택했다. 이 선택은 적어도 내 눈에는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단순히 8층에 이어 9층[영화관]을
그냥 똑같은 외관으로 올렸다면 - 다시 말해 일체형으로 영화관을 내부에 넣었다면 - 평범한 건축이었을 것을 다른 형태로 도입함에 따라 매우
판타스틱한 공간을 결과적으로 만들지 않았나 생각된다.
난 이 영화관의 외관을 한강의 UFO라고 명명한다. 한강에 불시착한 UFO가 바로 이 설계의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내부는 물론
외부조차 밖에서 바라보는 외관은 매우 인상적이다. 보는 순간 저곳에 가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든다. 그곳은 그 밑[상업공간]과 또 그
옆[오피스]과 다르다는 인상과 동시에 매우 흥미로운 곳일 거라는 추측을 갖기에 충분한 형태이며 실제로 역시 그러하다. 이런 원반의 공간을
창출함에 있어 하늘공원이라는 매우 인상적인 공간도 부가적으로 창조되었다. 많은 일반 사람들이 한강을 높은 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빌딩이라는 답답한 실내에서 탈피해 한강의 바람을 맞으며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하늘 공원이다.
상업공간의 비움[VOID]+UFO형상의 FANTASY+하늘공원을 위한 비움[VOID]가 이 건축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가 아닐 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한 가지 더 인상적인 공간은 바로 지하철역에 연결된 통로에서 1층으로 올라오는
공간이다. 전실과도 같은 공간인데 빛이 떨어지는 판타지를 보고 있노라면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느낌이다.
벽에 걸린 인간의 작품[빛과 우주]을 능가하는 신이 빚는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상업공간이라는 어쩔 수없는 한계 속에 생기는 수평적인 단조로움. 지하주차장의 답답함 - 모든 빌딩에
해당되는 그러나 고쳐지지 않는 - 그리고 좁은 출차 공간 주출입구에 대한 공간의 비 효율성 등은 이 건축의 아쉬움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이 건축이 주는 가치를 뛰어넘는 건축이 생길 거라 확신하지만 테크노마트가 주는
매력은 언제나 나에게 남아있을 것이다. 한강에 불시착한 UFO라는 판타지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