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박물관(관장 이원복)이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기념하며 선정하는 <이달의 유물>, 7월의 주인공은 이돈상李敦相의 부채 이다.
무더운 여름,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던 시절에 어떻게 더위를 이겨냈을까? 바로 시원한 바람을 일으켜 더위를 몰아내는 부채였다. ‘부치는 채’라는 의미의 부채는 바람을 일으켜 먼지 같은 오물을 날려 깨끗하게 하는 기능도 있었다. 때문에 재앙을 몰고 오는 액귀나 병귀를 쫓는다고 믿어 단오에 부채를 선물하는 풍속도 있었다. 며칠 전 단오에 선물 받은 부채는 올 여름 여러분의 건강을 지켜주는 첫 번째의 필수품이다.
기원전 1세기경으로 추정되는 창원 다호리 고분 유적에서 부채 자루가 출토되어 일찍부터 부채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고,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이 즉위했다는 말을 듣고 축하의 선물로 공작부채孔雀扇를 보냈다고 한다. 부채는 더위를 쫓는 것 이외에 전통혼례 때 신랑 신부의 얼굴을 가리는 용도로, 그림이나 시를 적어 걸어두는 장식 예술의 한 분야로 발전하였다.
이번 달의 전시유물인 이 접부채는 조선 말기의 문신이었던 이돈상李敦相(1815∼?)이 소장했던 것이다. 1864년(고종 1) 과거에 장원하여 바로 대사간에 중용되었고, 대사간‧동의금부사‧공조판서‧한성부판윤 등을 지냈다. 1866년에는 영건도감營建都監에서 일을 하면서 근정문의 상량문을 쓰기도 했다. 부채에는 사신으로 북경에 간 친구가 보낸 시 3수가 적혀 있는데, 그 내용은 ‘연경에서 쓴 시’라는 〈연사燕辭〉이다.
그대가 어사로 금강나루 살피던 지난 가을 繡斧前秋度錦津
어쩌다 공정하고 너그러운 나무꾼 만났었지 何逢樵叟况公仁
3년의 남쪽지방의 원님으로 어진 정치 베풀고서 三年棠化南州伯
10월에 떠난 사행길에 동지사를 맡았다오 十月槎程上价人
북경의 숙소는 매화가지에 잔설 쌓인 밤이었건만 燕館梅梢殘雪夜
덕승문 밖은 수양버들 흩날리는 봄이로세 薊門楊柳澹煙春
초대받은 문객門客은 회고시를 적잖이 지었어도 應邀詩客多懷古
주옥같은 시 구절 참으로 몇 수나 되었을지 幾獲騼龍頷下珍
잡초만 우거진 수황정1) 오가는 이 드물고 皇亭艸沒少人行
만수산 앞쪽은 오래된 큰길이 빗겨있네 萬壽山前古道橫
흐르는 물줄기 수천 년 달빛을 잡아두고 逝水千年留月色
우짖던 새들은 해 지자 시정에 날아든다 啼禽斜日入詩情
술잔을 부딪자니 평소의 뜻 솟구친다지만 劍樽激仰平生志
지나온 수레자국 광야에 갈팡질팡한 자국 車轍徊徨大野程
호탕한 그대처럼 사절로 두루 보았다지만 豪氣如君聘壯矚
바닷바람, 북녘의 운무 모두 혹독했었소 海風朔雲共崢嶸
중원의 소식 꿈결에 쓴 듯 어슴푸레해져 中州消息夢如錄
사행길 회상하니 압록강 건너 귀국할 때 遙憶星槎渡鴨期
드넓은 요동 벌판 천 리가 한눈에 들어 遼野初窮千里眼
만리장성 부러워할 오언시를 지어본다 長城可歆五言詩
옥하관2) 처량한 등불 아래 곧 제야인데 寒燈玉館將除夜
풀마저 시들은 금대3)에 또 날이 저문다오 衰草金臺又夕墜
십년을 거듭거듭 오고가던 길만 같으니 十載重過如熟路
치달려라 네 필의 말아 꾸물대지 말고 騑騑四牡勿遲遲
형편없는 내가 연전에 암행어사로 금강을 지나며 공이 한 지방을 안무하여 다스리는 것을 흠앙하였는데, 공은 관찰사에서 벗어나자마자 사신으로 나간다고 임금께 아뢰게 되었다. 지은 〈연사燕辭〉 3편을 압록강을 건너 귀국할 때가 되자 역마 편에 부쳐왔었다.
1) 수황정壽皇亭 : 북경 소화전昭和殿 문밖에 있는 정자이다.
2) 옥하관玉河館 : 조선 사신이 머물던 북경에 있던 숙소이다.
3) 금대金臺 : 전국시대 연燕나라 소왕昭王이 천하의 현사賢士를 대접하기 위해 세운 황금대黃金臺이다. 연경燕京, 즉 북경을 가리킨다.
해석海石은 이를 살린다.
不佞年前持斧 歷錦江 欽公按道之治 纔解節 而啓使軺 以燕辭三篇 馹致於渡鴨之期 海石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