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전북道, 천호성지∼송광사 180㎞ ‘순례의 길’ 9월 선보여
하루 25㎞씩 6박7일이면 완주
한국판 ‘산티아고 길’이 생긴다.
천주교, 불교, 원불교 교단은 전북 완주군, 전주시, 익산시와 함께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을 모델로
지역의 문화유산과 성지를 연계하는 ‘순례의 길’을 만들어 9월경 선보일 예정이다. 산티아고 길은
프랑스 남부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스페인 북부 갈리시아 지방의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 이르는
800km 구간으로 예수의 제자 야곱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걸었다고 알려지면서 해마다 세계 각국의
수많은 관광객과 순례자가 찾는 곳이다.
이번에 조성되는 순례의 길은 전북 완주의 천호성지∼여산성지~익산 나바위성당∼익산 미륵사 터∼
완주 초남이성지∼숲정이성지~전동성당~전주 한옥마을∼완주 송광사에 이르는 약 180km 구간.
하루 평균 25km씩 걸으면 6박 7일이 걸린다.
순례의 길 주변에는 가람 이병기 시인의 생가, 익산 왕궁리 5층석탑 등 둘러볼 만한 문화유적이 많다.
송광사에서 천호성지에 이르는 길에선 숲 속 트레킹을 할 수 있고 고산 자연휴양림도 근처에 있다.
순례의 길은 전체 구간 가운데 80% 이상이 찻길을 피해 산길, 논두렁길, 천변길 등으로 이어진다.
천주교 불교 원불교 교단 측은 자전거나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주로 평지에 조성할 계획이다.
또 단순히 걷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여정 중 문화유산과 성지의 역사에 관한 정보를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할 예정이다.
교단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산티아고 길의 저렴한 숙소인 알베르게처럼 숙박이 가능한 순례자의 집을
지정하거나 새로 건립하기로 했다. 천주교 피정의 집, 원불교 수련원, 사찰 등에서도 묵을 수 있다.
교단별로 템플스테이 같은 기도와 묵상, 수련프로그램도 제공한다.
하지만 신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거부감 없이 참여하도록 종교색을 부각시키지 않는다는 게 교단과
각 지자체의 기본 생각이다.
순례의 길 조성사업 천주교 측 대표를 맡고 있는 김영수 신부는 “지리산 둘레길, 제주 올레길 등 친환경을
표방한 길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역사문화 뿐 아니라 종교적 테마를 고루 갖춘 길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 같은 세계적 명소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종교 간의 화합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순례객이 지나는 마을을 유기농 단지 등으로
개발하면 지역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교단과 자치단체는 앞으로 종교계 대표들과 지역 인사 등이 참여하는 한국순례문화연구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이달 말 창립총회를 갖고 공식 활동에 들어가 9월 순례의 길 선포식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