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벼르고벼르던 맛조개를 잡으러 원정을 다녀왔다. 몇주전 여름휴가로 동해 맹방해수욕장을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바지락을 어마어마하게 잡았었다. 그때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고 싶어 '맛조개 헌팅'을 계획하였는데 맙소사. TV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서 맛조개 특집편을 방영한것이다. 그 여파로 대한민국의 모든 꼬마들이 맛조개 사냥을 하기 위해 서해로 모여들었다.
사실 이번에 맛조개를 잡기 힘들줄 알았다. 씨가 말라버리지 않았을까 걱정과 함께 7월 30일 오전 10시에 수원에서 출발했다. 사실 9시에 출발하려고 했는데 지하주차장에 주차해둔 차 문을 여는 순간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가 나더라. 불을 켜고 보니까. 왓더헬 가죽 카시트에 곰팡이가 펴있는것이였다. 뒷좌석 창문을 조금 열어둔것이 지하주차장에서 습기가 스며든것이다. 내 차가 물먹는 하마였다니.
푸른곰팡이를 제거하기 위해 가까운 주유소의 스팀세차를 했다. 가죽시트에는 스팀을 쐈다간 가죽이 변형될 수 있으므로 가죽전용스팀을 해야한다. 젠장 내 돈
아침부터 곰팡이와의 전쟁을 끝나고 오전 10시 출발하여 오전 11시 모모엄마를 픽업했다. 근처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들려 맛소금을 사고 바로 옆 다이소에서 채집에 필요한 갈퀴 호미와 소금통, 그리고 플라스틱 바구니를 구매했다.
플라스틱 바구니: \1,000원
맛소금: \1,700원
갈퀴 호미: \3,000원 x 2ea
소금통: \1,000원 x 2ea
서해안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려서 목적지에 도착한 시각은 12시 40분경. 집에서 미리 7월 30일 물때(썰물과 밀물 시간)를 알아보고 시간을 계산하여 출발했기 때문에 정확히 도착할 수 있었다. 7월 30일의 물때는 오후 3시로, 앞뒤 2시간씩 갯벌체험이 가능한 시간이다. 따라서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갯벌체험을 할 수 있다.
매일마다 물때 시간은 다르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고 가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으므로 꼭 확인해야 한다. 안면도의 물때 시간은 안면도넷(www.anmyon.net)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때 시간도 확인하고, 기상청 날씨도 확인했다. 완벽한 준비였지만, 기상청은 역시 믿을게 못되는것 같다. 하. 도착하자마자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비. 분명 일기예보에는 흐림이며 강수량도 20%뿐이였기에 기분좋게 출발했지만 현지에 도착해서 내리는 비를 보며 좌절했던 한긍정!!
긍정의 힘으로!! 비를 맞으면서 겟벌체험을 강행하기로 했다. 참고로 안면도에는 많은 사람들이 맛조개를 잡기 위해 방문을 하지만 유명한 해수욕장에는 맛조개보다 사람이 더 많다. 아빠어디가의 위력이랄까. 그래서 알려지지않은곳으로 가야 좀 더 많은 조개를 구경할 수 있다.
그런곳이 바로 태안 안면도의 진산리라는 곳이다.
이곳이 바로 진산리. 안면도에서 맛조개를 사람보다 많이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일것이다. 네이버 블로거들에게도 많이 알려지지않은 곳. 하지만 진산리 바로 아래 몽상포 해변이 아빠어디가 맛조개 특집이 방영된 장소임을 생각한다면 조만간 이곳도 사람으로 붐비지 않을까 싶다.
장소는 위 지도 참고, 좀더 자세한 주소를 알고싶으시다면 댓글-> 이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불행하게도 맛조개를 잡는 시간에는 사진을 전혀 찍을 수가 없었다. 빗방울이 굵어졌다가 다시 소강상태, 다시 굵어졌다가 소강! 반복하였기에 도저히 스마트폰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대신 그 시간에 더 많은 조개를 잡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맛조개를 잡아보려 했으나 많은 비로 인해 맛조개 구멍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무턱대고 갈퀴 호미로 모모엄마와 쪼그리고 앉아 바닥을 긁었더니 '탁'하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호미에 무언가 걸린다. 손으로 비비적 거리며 꺼내면 여자 주먹 반 개 크기의 동죽조개가 잡힌다!! 맙소사
맛조개는 뒤로하고 동죽조개 잡이에 모든 시간을 쏟아부었다. 그렇게 한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까 어느새 육지와는 꽤 거리가 멀어졌다. 약 6~700m는 걸어들어왔나보다. 허허
TIP
참고로 동죽조개를 잡는 포인트는 갈매기를 따라가면 된다. 갈매기가 앉아서 두리번 거리는 장소를 중심으로 주변을 갈퀴질을 하면 거의 90% 조개를 잡을 수가 있다. 또한 동죽조개가 한마리 잡히면 그 주변으로 조개밭이 형성되어 있으므로 주변을 갈퀴질을 한다면 약 5~7마리 정도는 더 잡을 수가 있다. 굿팁
그렇게 잡다보니 비가 줄어들었다. 이때다 싶어 맛조개 구멍을 찾아다녔다.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글로 설명하자면 맛조개 구멍은 8자 모양 또는 타원형 모양을 하고 있다. 맛조개의 숨구멍이 두개라 8자 모양으로 구멍이 나있는 것은 '갯벌 뻘 상식'
이렇게 8자 모양 또는 타원형 모양의 작은 구멍을 발견한다면 미리 준비한 소금통의 소금을 조금만 부어준다. 그러면 3~5초 뒤에 맛조개가 소금을 내뿜으면서 쑤욱 고개를 내민다. 이때 바로 목덜미를 잡아야지 '어떡해어떡해 우와!' 이러면 순간 다시 들어간다. 맛조개가 고개를 내밀고 다시 들어가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3~4초 이므로 꼭 잡도록 한다. 그렇다고 너무 힘을 주면 맛조개 껍질이 부셔지니까, 조심조심 be careful :-)
그렇게 따가운 비를 맞으며 약 3시간 가량 갯벌을 헤집고 다닌 결과 손이 퉁퉁 불어서 할아버지 손이 되었다. 껄껄 하지만 그 결과
요렇게나 많은 조개를 잡을 수가 있었다. 저기 보이는 동죽조개가 여자 주먹 반개만하니까 플라스틱 바구니에 들어있는 조개의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을것이다. Coool !!
이렇게 맛조개도 잡았다. 모나미 볼펜 길이의 맛조개 ! 현재 제철이라고 하니까 살도 통통하게 가득차있겠지.
이렇게 잡은 맛조개와 동죽조개들. 씨알이 굵고 튼실하다!!
잡은 조개는 집에까지 가는데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아이스박스에 넣어준뒤 각얼음으로 온도를 내려준다. 그리고 바구니에 물을 받아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 집에 가는동안 해감시킬 수 있도록 한다. 맛조개 해감은 어렵지 않지만 동죽조개 녀석은 해감하는데 꽤 오랜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주의하도록 한다.
사실 오늘은 집 근처에서 팥빙수나 먹고 캣타워나 손 좀 보려고 했는데, 어제 밤에 급 계획을 변경하여 당일치기로 맛조개 잡으러 가기로 한것이다. 당일치기라 씻을곳도 마땅치 않고 화장실과 기타 여러가지 불편사항이 있을 것을 감안하고 출발하였던 여행이였다.
태안 진산리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있지 화장실은 생각보다 많이 지져분했고 수돗물도 나오질 않았다. 그렇지만 갯발에서 주차장으로 올라오는 길에 바로 발과 몸을 씻을 수 있는 간이샤워장이 설치가 되어있어 씻는데 큰 무리는 없었지만 지하수라 차다. 하.. 너무 차다.
참고로 갯벌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갯벌생태체험비라는 입장료로 3,000원을 관리인에게 지불해야 하는데, 이는 어촌활성화를 위해 사용된다고 한다. 영수증없음
▲한긍정
이번 2013년 여름, 남들 다 가니까 가는 계곡, 바다여행 말고 '맛조개 잡기'라는 테마 주제를 정하여 여행을 떠난다면 보다 더 즐겁지 않을까싶다. 당일치기로도 추천 !
첫댓글 진산갯벌체험장을 잘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이 맥박이라 블로그에가서 구경잘했습니다~
리뷰잘봤습니다^^주소가 어딘지요 새벽에 물때맞춰가얄것같은데 관리임 아저씨가ㄴ일찍부터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