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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PS, TOEFL, TOEIC의 올바른 이해
조국현
-이익훈어학원 대표TEPS강사/TEPS팀장
-한국 학원총연합회 우수강사 표창 수상
-이익훈어학원 최우수 강사상 수상
I. 시작하는 말
외국인 대상 미국 대학(원) 입학 수능 시험인 TOEFL을 가르치는 학원강사들 중에는 TOEFL이 어떤 성격의 시험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미국 유학 갈 때 보는 시험이라는 식으로 단순히 TOEFL의 용도만을 알고 있기 일쑤죠. 비즈니스 영문계약서 이해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TOEIC을 가르치는 학원강사들 중에는 한번도 외국인을 상대로 비즈니스 영문계약서를 작성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TOEIC에 자주 나오는 단어인 invoice(송장, 送狀)를 실제로 본 적이 있는 TOEIC 강사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다수의 TOEIC 강사들은 영어 비즈니스에 대한 경험이 전무합니다.
TOEFL, TOEIC, TEPS를 모두 가르쳐 본 경험이 있는 저는 세 가지 시험의 특징을 자세히 알고 있습니다. 세 가지 시험을 --본의 아니게-- 차례차례 강의해 오면서, 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못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런 환경을 만드는 데 학원강사들이 크게 한 몫 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시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이 오직 성적 올리기에만 급급해서 갖가지 요령이나 공식 만들기에 열중해 왔던 것입니다.
지금부터 TOEFL과 TOEIC의 성격을 자세히 말씀드리면서, 두 시험이 우리에게 끼친 영향들을 아울러 거론하고, 결론으로 TEPS가 정확히 어떤 시험인지, 실용 영어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II. TOEFL, 영어 시험 아닙니다
TOEFL은 어떤 시험일까요? 이렇게 질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학 갈 때 보는 시험’이라고 대답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그것은 TOEFL의 용도이지 TOEFL의 성격은 아닙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TOEFL은 대학 수학능력 시험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소위 ‘수능’이라고 하는 대학 수학능력 시험이 있습니다. 대학 수학능력 시험은 왜 보는 것일까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괴롭히려고 보는 걸까요? 물론 아닙니다. 대학 수학능력 시험을 보는 이유는 자질 없는 사람이 대학에서 공부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 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많은 시간을 텔레비전이나 비디오를 보면서 성장하기 때문인지 초등학교만 졸업해도 한국말 참 잘 합니다. 중학생이 한국말 잘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요. 심지어 초등학교 학생을 말로 못 당해서 결국 부모들이 손이나 매를 들게 되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한국말을 매우 잘 한다고 해서 초등학교 혹은 중학교만 나와도 바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 교수가 말하는 한국어 단어를 모두 알아들을 수 있다고 해도, 그 교수의 사상이나 논리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아직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깊은 사고력이 부족하고, 또한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대학교수의 강의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수학능력 테스트의 필요성이 생기는 겁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초 학력과 충분한 이해력이 없어도 누구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면 대학의 질은 떨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인재와 범재를 한꺼번에 몰아넣고 강의하는 것은 두 집단 모두에게 이롭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보는 것이고, 자국민을 상대로는 SAT만, 외국인을 상대로는 더 힘들게 TOEFL까지 보는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나라 수능이 한국어 시험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런 분은 없을 겁니다. 한국어 시험이라면 그렇게 어렵게 나올 리가 없겠죠. 마찬가지로 TOEFL도 영어 시험이 아닙니다. 영어로 보는 대학수학능력 시험인 것입니다. 따라서 당연히 어렵습니다. 다방면의 분야에서, 한국말로 써놓아도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 등장하죠. 왜냐하면 우리나라 수능이 그렇듯이, TOEFL도 응시자들이 영어는 다 잘 하겠지 라는 전제를 깔고 시험을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TOEFL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이, 입으로 영어가 나오는 데 부담을 느끼고, 귀로 영어를 듣는 데 부담을 느낀다는 사실입니다. 너무도 쉬운 단어들로 이루어진 영어회화가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오지도 않으면서 Vocabulary 22000/33000 같은 책이나 심지어 Word Smart라는 초고난이도의 단어를 수록한 책들을 열심히 암기하고 다닙니다. 이것은 쉬운 한국말도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외국인이 ‘사자성어’를 암기하고 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영어로 말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듣는 데 부담을 느끼면서도 TOEFL 성적은 잘 나올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시험이라는 것은 일정한 패턴이 있어서 그 패턴을 제대로 이해하면 높은 시험 성적을 얻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각 학원들이 그 요령을 많이 분석해 놓았습니다. 예를 들어 neither라는 단어에 밑줄이 그어져 있으면 문장의 뜻을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nor가 있나 없나 살펴보라 라는 식이죠. (밑줄 친 부분 중 틀린 것을 고르는 유형의 문제가 영어실력 향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TEPS는 처음부터 그런 유형의 문제가 없습니다.) 대개 24개 유형으로 압축한 요령을 익히면 해석 능력 없이도 TOEFL(PBT, CBT) 문법 문제는 대부분 해결되며, 그러한 유형별 분류는 TOEFL의 다른 섹션에서도 이미 확보된 지 오래입니다. 비록 지금은 iBT로 바뀌면서 사지선다형 문제가 없어져서 유형 분류가 힘들어졌다고는 해도 앞으로 수년 내로 학원 강사들은 iBT 시험의 유형까지 분석해 내고 말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TOEFL 고득점을 달성할 수 있지만, 정작 미국에 가서는 영어 자체 때문에 헤매게 됩니다. 미국에만 가면 영어가 그냥 느는 줄 아시죠? 천만의 말씀입니다. 미국의 주류 사회의 멤버가 될 수 있어야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많아지게 되는데, 한국인들은 미국에 가면 유형 무형의 차별을 받는 유색인종(colored people)이 때문에 주류 사회 진입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거기에다 영어까지 버벅 댈 경우, 그런 유색 인종을 따뜻하게 잘 대해줄 미국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대개는 흑인보다 못한 대접을 받기 일쑤죠.
미국에서는 Affirmative Action이라는 법 때문에 사업장에서는 일정 비율의 소수 민족 고용이 의무화 돼 있지만, 일반 사교클럽 같은 데서는 흑인이 백인 사회에 낀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입니다. 흑인도 그러한데, 영어 못하는 유색인종인 우리가 백인의 주류사회에 입성한다는 것은 꿈도 꾸기 힘든 일입니다. 당연히 영어를 못하는 한국인끼리 어울리게 되고, 자연히 영어는 늘지 않고 술만 늘게 됩니다. 우리나라 D신문의 유학관련 특집을 읽어보니, 미국 유학생 중 영어에 부담 갖지 않고 공부하는 유학생은 4%밖에 되지 않는다는 군요. 최근 C신문의 어느 칼럼을 보니,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도 영어 때문에 헤맨답니다. 이제 그 이유가 뭔지 아시겠죠?
III. 비즈니스 영어 테스트 TOEIC
TOEIC이 어떤 시험인지 물어볼 경우, TOEFL과 달리 올바른 대답들이 나옵니다. 비즈니스 영어 시험이라는 거죠. 우리나라 보다 먼저 경제 성장을 이룩한 일본은 외국과 비즈니스를 하면서 영문 계약서를 잘못 써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무척 많았답니다. 일본 사람들이 영어를 잘 못하는 것은 스스로도 인정하는 사실인데, 따라서 영문계약서를 직접 작성하지 못하고 상대방이 써 온 것을 대충 읽어보고 서명만 해주다 보니, 손해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었습니다. 이런 경험에 한이 맺힌 일본 경제인들이 TOEFL 시험 문제를 내던 미국 ETS에 부탁을 해서 1979년에 첫 선을 보인 시험이 TOEIC입니다.
이렇게 생긴 TOEIC은 태생 배경 때문에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먼저, L/C 속도가 TEPS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느립니다. 어차피 TOEIC은 영문계약서 해독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굳이 속도 빠른 영어를 지향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두 번째 특징은 문법 섹션의 시제와 분사구문입니다. TOEIC 문법의 시제는 매우 단순합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TOEIC은 수많은 영문 계약서를 갖다놓고 문제를 내는데, 영문계약서의 시제는 별로 복잡한 것이 없기 때문이죠. 이에 비해 TEPS에서는 should have p.p., must have p.p. 같은 조동사까지 결합된 시제들까지 매회 나옵니다. 왜냐하면, TEPS는 생활영어와 시사영어를 추구하기 때문이죠.
TOEIC 문법의 특징 중 하나는 분사구문을 거의 다루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분사구문이란 부사절을 축소한 형태인데, 비즈니스 계약서 만들 때 접속사를 생략한 축소 형태인 분사구문을 사용하면, 나중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영어회회나 뉴스 영어에서 분사구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관계사와 맞먹을 정도이기 때문에 TEPS에서는 분사구문에 관한 문법문제가 매회 네 문제 이상 나옵니다.
TOEIC의 세 번째 특징은 역시 비즈니스에 어울리는 딱딱한 표현들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TOEIC 강사들끼리 가끔 하는 말 가운데 하나는, ‘누가 미국에서 이런 표현 쓰는가?’라는 것입니다. 정말 비즈니스에 어울리는, 따라서 일반인들이 거의사용하지 않는 딱딱한 표현들이 TOEIC 어휘의 주를 이룹니다. 반면 TEPS는 ‘아주 쉬운 일’을 뜻하는 cinch, breeze와 같은 속어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한국인들은 영어 속어(slang)라고 하면 잘못된 영어인 줄 아는데, 그러면서도 한국어로 ‘시간 널널하다’라든가 ‘몸짱’ ‘얼짱’ 같은 속어들은 자연스럽게 쓰더라구요. 속어란, 표준말은 아니면서 그것을 모르면 주류 사회에 끼기 힘든 표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그런 속어나 이디엄들이 TEPS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비중은 별로 크지 않습니다.)
TOEIC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지문의 양이 적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TOEIC 독해 지문 하나에는 문제가 서너 개씩 붙어 있습니다. TEPS는 지문 하나에 문제 하나만 붙어 있습니다. TOEIC 시험을 보면, 상당히 천천히 풀어도 제한시간이 남고, TEPS는 상당히 빨리 풀어도 문제가 남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 이유는 TOEIC이 원래 일본의 비즈니스맨들을 위해 나왔기 때문인데, 즉 비즈니스 하는 데도 바쁜데 언제 막대한 양의 영어 공부까지 하느냐는 것이죠. 최소한의 양으로 비즈니스 계약과 관련된 용어들과 표현들을 익히라는 취지에서 시작된 시험이 TOEIC입니다.
TOEIC은 현재 일본에서 매년 이삼십만 명의 일본인들이 보고 있습니다. 한때 수백만 명이 응시하던 것과 비교해서 이제는 아주 미미한 수의 사람들만이 TOEIC을 공부하는 것이죠. 그 이유는 이제 TOEIC이 그 존재 가치를 많이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TOEIC은 원래 비즈니스 영문계약서 해독 능력 향상을 목표로 했는데, 이제는 영문계약서를 대부분 로펌에서 작성하고 있습니다. 계약서를 잘못 써서 손해를 본다면 로펌을 상대로 소송 걸면 되는 것이죠. 더이상 TOEIC 고득점자에게 영문계약서 좀 봐 달라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긴, TOEIC 990점자라도 영문계약서를 실제로 작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또한, TOEIC 900점대의 고득점자들이 각종 영어 인터뷰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면서 TOEIC 고득점이 영어 회화 능력 무관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서, 삼성 그룹이나 외고 같은 데서 TOEIC 성적은 더 이상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TOEIC 종주국(?)인 일본에서도 TOEIC 인기가 식었다는 사실을 볼 때, 우리나라에서 매년 200만 명에 가까운 수험생들이 TOEIC 시험에 응시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하겠습니다. 우리도 이제는 일본인들의 약삭빠름을 배워야할 때인 것 같습니다.
IV. TEPS
지금까지 말씀드린 TOEFL, TOEIC은 영어 언어능력 자체를 측정하는 시험이 아니라, 수능이라는 측면과 비즈니스 영문계약서 해독 능력 테스트라는 측면이 강합니다. 한 마디로 아무리 TOEFL, TOEIC을 열시히 공부해도 "언어"로서의 영어 실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TOEFl, TOEIC을 모두 가르쳐본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그렇다고 그 시험들이 없어져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쉬운 일상 영어를 말하는 데 부담 없게 만들고, 아무리 빠른 속도라도 쉬운 말이라면 금방 알아듣는 실력을 기르는 것이 먼저라는 얘기입니다.
이미 언급한 TOEFL, TOEIC의 특징들을 읽어가다 보면, TEPS의 특징을 대충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TEPS의 특징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TEPS는 영어 언어능력 자체의 향상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시험입니다. 청해 속도가 빠르고 제한시간이 짧아서 깊이 사고할 틈을 주지 않죠. 따라서 "평소에" 생활영어 표현들을 자주 접하고 영자신문을 읽지 않으면 고득점이 힘든 시험입니다. 그래서 TEPS에서 일단 고득점자 대열[850점 이상]에 끼게 되면, 상당한 영어실력을 갖춘 것이 됩니다. 해석이 필요 없을 만큼 철저한 유형 분석이 돼 있고, 충분한 제한시간을 주는 TOEFL, TOEIC에서 고득점하는 것과 TEPS의 고득점과는 영어실력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세 시험을 모두 가르쳐 본 저는 확신합니다.
V. 끝맺는 말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심지어 고등학생이나 중학생까지도 TOEFL, TOEIC으로 영어 공부하는 현실은 매우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나중에 유학을 갈지도, 외국인을 상대로 비즈니스 영문계약서를 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또한, 쉬운 영어로 말하고 듣는 데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기출문제분석-유형분석-단어암기식 영어 공부를 하게 되면 영어 자체가 지겨워 질 것이 분명합니다. 쉬운 영어를 말하고 듣는 데 부담을 못느끼는 사람들은 혼자서 TOEIC 문제집 몇 권 풀면 대부분 950점을 넘깁니다.
여름과 겨울의 방학 때마다, 토익-토플 LC/RC 기본서들과 단어장-문법책들을, 그것도 학원과 강사가 바뀔 때마다 수시로 바뀌는 교재들을, 가슴에 '소중히' 안고서 영어 학원 교실을 가득 채우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이 나라의 밝은 미래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언제부터인가 제 마음 속에 생긴 큰 고통입니다. 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여러분, 비장한 마음으로 올바르게 영어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명쾌하십니다. 강의에서 누누이 당부해주시는 말씀들 실행에 조금씩 옮겨가고 있습니다. 실용적이고 재밌습니다. 감사합니다.
먼 길 오셔서 해주시는 열성적인 강의에서 여러번 강조하시는 말씀을 새겨듣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늘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