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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회의 상식]
<목차>
▣ 맛 어떻게 느껴야 하나
▣ 생선회는 소주 안주가 아니다
▣ 우리나라와 일본의 차이
▣ 값 싼 양식산이 좋은 이유
▣ 활어 보다 맛 좋은 선어회
▣ 초밥을 맛있게 먹는 법
▣ 회 따로 야채 따로 먹자
▣ 누드회가 설친다
▣ 맛 어떻게 느껴야 하나 생선회 맛을 어떻게 느껴야 할까.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는 그 음식 맛이 좋고 나쁨을 오감을 통해 판단한다.
일본 요리는 눈으로, 프랑스 요리는 향으로 먹는다고 한다.
스낵제품은 씹을 때 나는 ‘파싹파싹’하는 경쾌한 소리로 맛을 느낀다.
혀로 느끼는 단맛 짠맛 쓴맛 신맛 감칠맛은 혀로 느끼는 맛. 여기에 음식을 씹을 때 느끼는 씹힘성은 촉각이다.
생선회 중에서도 넙치 우럭 돔 농어 등과 같은 흰살 생선회가 방어 참치 고등어 등과 같은 붉은살 생선회보다 육질이 단단하여 씹힘성이 좋다.
반면 붉은살 생선회는 흰살 생선회보다 씹힘성이 떨어지지만 혀로 느끼는 맛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따라서 육질이 단단한 흰살 생선회는 이로 느끼는 단단함이 어느 정도인가 느끼면서 먹어야 하고, 붉은살 생선회는 혀로 느끼는 맛이 어느 정도인가를 느낄 수 있어야 생선회 고유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접시에 담겨져 나오는 생선회는 맨 먼저 담은 모양, 종류에 따른 색깔과 썰기형태 등을 눈으로 느끼고, 먹을 때는 씹힘성과 미각의 두 감각을 동원해야만 독특하고 오묘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생선회 중에서 씹힘성과 미각 모두 뛰어난 것으로 복어회를 꼽을 수 있다.
얇게 뜬 복어회에 복어간을 썰어 얹고 싸서 먹으면, 단단한 씹힘성이 있는 복어회와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혀로 느끼는 맛이 일품인 복어간이 어우러져서 환상의 맛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런 복어회는 자연산 복어간에 있는 복어독(tetrodotoxin) 때문에 먹을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참복이 많이 양식되므로 이 맛을 즐길 수 있지만, 이때는 반드시 전문 요리사가 조리한 것을 먹어야 한다.
1인분에 7만원 안팎으로 매우 비싸긴 하지만 참치뱃살(흔히 ‘도로’라고 한다)도 일품 생선회. 성인병을 예방하는 기능성을 갖고 있으면서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어 입에 넣으면 살살 녹는 느낌을 준다.
음식의 맛을 잘아는 미식가가 되기 위해서는 오감을 향상시키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 프랑스에서는 초등학생들에게 미각을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음식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는 미식가는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먹는 행복을 더 많이 가질 수 있으니까 더욱 풍부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 생선회는 소주 안주가 아니다
생선회에는 술이 곁들여지기 마련이다.
생선회에 가장 잘 어울리는 술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십중팔구 소주라고 답할 것이다.
생선회를 사시미(sashimi)란 국제공용어로 만들어 놓은 일본은 어떨까.
일본에도 소주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 나라 소주와는 달리 알코올 농도가 높으며 대중화되지 못했다.
대신 일본술이라고 불리는 정종이 우리의 소주처럼 대중화되어 있어 생선회에는 주로 정종이 어울리곤 한다.
생선회는 단백질 식품이므로 전분 식품보다 술에 취하는 정도를 완화시키고 다음날 숙취를 줄이는 효과도 있지만, 소주와 찰떡궁합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생선회는 쇠고기의 고급 부위보다도 비싼 음식이다.
이렇게 비싼 생선회가 대중술인 소주와 찰떡궁합이라는 인식 때문에 그 위상이 격하되기도 한다.
고가인 생선회를 저가인 소주의 위상으로 끌어 내릴 것이 아니라, 술을 고가인 생선회의 위상으로 끌어 올리면 어떨까.
생선회를 소주의 안주로 먹을 땐, 생선회 고유의 향과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없다.
한두 잔 들어간 술로 인해 오감(五感)이 둔해지고, 생선회와 함께 싸먹는 마늘 고추 된장 초장 등의 강력한 맛이 미각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횟집에서 회식하는 광경을 상상해 보자. 땅콩 야채 등의 안주거리와 술이 나오면 일단 맥주로 입가심을 하고, 소주가 몇 잔씩 돌아 얼큰해진 뒤에야 생선회가 나온다.
알코올 때문에 맛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많이 떨어져 버린 우리의 미각은 마늘 된장 초장 등과 함께 야채에 싸서 회를 시식하곤 한다.
술잔을 돌리면서 부어라 마셔라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생선회 맛인지 술 맛인지를 모르게 된다.
그렇다고 생선회를 소주와 함께 먹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먼저 생선회를 종류에 따라 고유한 향과 맛을 충분히 음미하고 난 뒤 안주로 삼아 소주를 마시면 된다.
이렇게 하면 생선회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술도 적게 취해 다음날 숙취로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생선회보다 먼저 나오는 요리로 인해 손님이 떠나고 난 상에는 먹다 남은 생선회가 놓여 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주요리인 생선회를 먼저 나오도록 하여, 출출할 때 생선회 고유의 향과 맛을 먼저 느끼도록 해야할 것이다.
▣ 우리나라와 일본의 차이
날 것으로 생선을 먹는 등 우리 나라와 일본은 비슷한 식문화를 갖고 있지만 차이점도 적지 않다.
우선 활어수조가 있고 없음의 차이가 있다.
우리 나라의 생선회 식문화가 펄떡펄떡 뛰는 활어회(活魚膾) 문화라면, 일본은 일정시간 냉장한 뒤에 먹는 선어회(鮮魚膾) 문화다.
활어회란 살아 있는 고기를 바로 조리하여 생선회로 만드는 것. 우리 나라 사람들이 활어회를 좋아하는 것은 싱싱함과 육질의 단단함, 즉 씹힘성을 좋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의 선어회는 활어를 죽여서 저온에 일정시간 저장해 감칠맛 성분인 이노신산을 생기도록 한다.
혀로 느끼는 미각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선 횟감의 수송방법도 다르다.
우리 나라는 차량을 이용하여 활어를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수송하고, 횟집에서도 수조에 보관한다.
반면 일본은 죽여서 선어 상태로 수송해 수조도 필요없다.
수송비의 절감효과뿐만 아니라 수송 중에 생선회 맛도 좋게 한다.
먹는 방법은 어떤가.
생선회만을 양념장에 찍어서 어종에 따른 고유한 향과 맛을 느끼면서 몇 점만 먹는 일본 사람과 달리 우리는 생선회를 야채에 마늘 된장 초장 고추 등과 함께 싸서 먹는다.
이는 우리의 쌈문화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생선회의 고유한 향과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막 썰고 막 먹는 방법으로 손해를 보는 느낌도 든다.
양념장도 일본에서는 주로 고추냉이(와사비) 소스인데 반해 우리는 고추냉이 소스와 함께 된장과 초장, 그리고 이것들을 혼합하여 먹는 경우도 많다.
생선회와 초밥의 소비 비율도 우리 나라는 7대3으로 생선회 중심인데 반해 일본은 반대로 초밥이 7대3으로 많다.
이와 같은 차이는 국민성 환경 등의 차이에 의하여 오랜 기간에 걸쳐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부산 생선회의 국제화를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일본의 회문화는 적지 않은 연구과제를 던져 주고 있다.
▣ 값 싼 양식산이 좋은 이유
연근해 어자원의 고갈로 생선횟감용 활어 유통량의 대부분은 수입산 및 국내 양식산이 차지하고, 자연산은 5% 정도에 불과하다.
자연산은 활동 범위가 넓고 운동량이 많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양식산보다 육질의 단단함이 10% 정도 높지만, 그 차이를 알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다.
자연산 생선회가 본래 갖고 있는 육질의 쫄깃쫄깃함과 깊은 맛을 간직하기 위해서는 주위 환경이 최적의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어획시에 그물에 걸려서 잡히는 자연산은 그물을 벗어나기 위하여 몸부림을 치면서 체내의 에너지 소모가 많은데다 스트레스에 의해 육질의 단단함도 떨어진다.
자연산이지만 육질이 퍼석한 것은 그물에 잡힐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자연산은 양식산과는 달리 넓은 환경에서 자유롭게 성장하기 때문에 좁은 수조에서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동안 양식산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 비싸기 때문에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수조에 오래동안 머물러 있어야 하는데 이 기간에도 먹이를 먹지 못하고 자체의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그래서 자연산이라고 반드시 양식산보다 맛이 더 좋은 것은 아니다.
활력이 좋은 자연산 활어인 경우에만 자연산 생선회의 독특한 쫄깃쫄깃함과 깊은 맛을 간직하고 있다.
한편, 바다에서 제대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한 자연산에 비해 양식산은 병에 걸리지 않고 무럭무럭 잘 자라도록 양질의 사료를 풍부하게 공급받기 때문에, 영양 및 기능성분은 자연산보다 약간 우세하다.
소비자들이 양식산 생선회를 꺼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항생제의 잔류 문제일 것이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닭 돼지 등의 사료에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과 같이, 양식 어류에 사용되는 항생제는 어체에 투여된 직후부터 흡수, 순환과정을 거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배설된다.
항생제의 사용이 곧바로 어체내에 잔존한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며, 항생제별로 지정된 안전 휴약기간을 지키면 잔류를 방지할 수 있다.
양식산 활어를 자연산의 색택처럼 보이도록 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것은 맛의 차이도 모르면서 무조건 자연산을 찾는 돈 많은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산보다는 영양 및 기능성분이 많아서 몸에도 좋으며, 위생적으로도 안전하고, 가격도 저렴한 양식산 생선회를 먹도록 하자.
▣ 활어 보다 맛 좋은 선어회
우리 나라 사람들은 살아 있는 생선회가 맛이 좋다고 생각해 수조에서 퍼덕거리는 활어를 주문해서 먹는다.
그러나 일식집에서는 아침에 필렛(fillet, 포)으로 조리하여 냉장고에 넣어 두고 점심, 저녁 때 찾아온 손님에게 낸다.
과연 생선횟집의 활어회가 일식집에서의 선어회보다 맛이 더 좋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결 같이 펄떡펄떡 뛰는 활어회야 말로 최고라고 강조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생선회 육질의 단단함은 종류에 따라 다르고, 육질이 단단한 어종이 고급 횟감으로 취급된다.
대표적인 것이 복어회이고, 넙치 돔 우럭도 육질이 단단한 어종에 속한다.
양식산보다 자연산 생선회를 선호하는 이유도 자연산의 육질이 더 단단하기 때문이다.
횟집에서 활어회 형태로 생선회를 먹는 것은 어종에 따라 결정되는 단단함을 느끼기 위해서다.
반면 일식집처럼 선어회 형태로 생선회를 만드는 것은 죽은 뒤 육질이 더 단단해지는 근육수축을 이용한 방법이다.
활어가 죽은 다음 근육수축에 의해 육질이 단단해지는 정도는 어종에 따라 차이가 있다.
복어는 12~24시간 뒤에, 넙치 우럭 돔은 5~10시간 뒤에 육질의 단단함이 최고가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혀로 느끼는 맛 성분의 종류나 양도 횟감의 종류에 따라서 정해져 있으며, 붉은살 생선이 흰살 생선보다 맛 성분이 많다.
활어의 근육에 약간 들어 있는 이노신산은 죽은 뒤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이 생긴다.
10시간 보관 뒤에 먹는 회가 금방 잡은 회보다 10배 이상 미각이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횟집에서 선어회를 내놓으면 죽은 것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회로 조리하여 낸다고 소비자들의 불신을 받는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의 생선회 식문화인 활어회와는 다른 선어회에 대한 거부감 때문일 것이다.
▣ 초밥을 맛있게 먹는 법
생선이 건강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유럽 미국에서는 초밥이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스시(sushi)라는 일본말이 세계 공용어가 될 정도다.
초밥은 차갑게 해야 맛이 나는 생선회와 체온 정도로 따뜻하게 해야 하는 밥의 조화라고 할 수 있다.
초밥의 맛은 밥의 온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입에 넣었을 때에 초밥의 쥔 형태가 무너지고 밥알이 입 안에 흩어져서 침을 빨리 빨아들여야 맛이 난다.
밥의 온도가 낮으면 단단하게 쥐어지므로, 입에 넣으면 밥알이 잘 흩어지지 않아서 침의 흡수가 잘 안된다.
밥의 온도가 너무 높으면 쥐기가 어려워 적당한 모양을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안쪽에 모인 증기로 밥의 표면이 끈적거려 침을 제대로 빨아들이지 못하게 된다.
초밥은 카운터에 앉아서 조리사가 만든 것을 식기 전에 바로 먹을때 가장 맛이 좋다.
식으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초밥을 먹을 땐 엄지 집게 가운뎃손가락으로 가볍게 쥐고 생선에 간장을 살짝 묻혀 생선이 먼저 혀에 닿게 하여 입 안에 넣는다.
초밥은 신선한 생선과 밥 맛의 조화이다.
여기에 간장을 곁들여서 초밥의 맛을 완성한다.
간장이 맛의 주체가 되지 않도록 간장은 생선에 조금만 묻힌다.
간장에 밥을 찍으면 간장을 많이 흡수하여 짜거나 밥알이 흩어진다.
초밥 위에 얹는 생선은 흰살 및 붉은살 생선, 조개류 등이다.
붉은살 생선 및 조개류는 진한 맛을 낸다.
담백한 맛을 내는 흰살 생선초밥을 먼저 먹고 조개류 및 붉은살 생선초밥을 먹어야, 종류에 따른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초밥을 하나 먹고 생강 초절이를 먹거나 연한 차(茶)를 먹는다.
입 안에 남아 있는 생선 맛을 살짝 씻어내야 다음 초밥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 회 따로 야채 따로 먹자
우리 나라 사람들은 생선회 쌈을 좋아한다.
우리 식문화 중의 쌈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지 싶다.
그렇지만 쌈은 비싼 생선회를 먹는 방법으로는 적당하지 않다.
생선회 고유한 맛과 향을 느끼지 못하고, 자극적인 마늘이나 된장과 같이 먹으면 혀의 미각만 둔해질 뿐이다.
비싼 고급 음식을 저급 음식으로 바꾸어서 먹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생선회를 야채에 싸서 먹는 방법이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생선회 식문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뒷받침할 이론은 빈약하다.
게다가 잡탕 맛으로 먹는 식문화로 우리 생선회를 어떻게 국제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생선회를 야채에 싸 먹지 말고, 생선회 따로 야채 따로 먹으면서 생선회만의 맛을 즐기자고 주장하면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지금까지의 싸먹던 습관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체중의 60~70%를 차지하는 체액은 우리 몸이 약알칼리성으로 유지되도록 조절한다.
옛날의 채식 위주에서 육식 위주로 현대인의 식생활로 바뀌고 있으며, 쇠고기 생선 등의 산성 식품 섭취의 증가는 우리 몸의 체액을 산성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다량의 육류 섭취로 체액이 산성화되면, 우리의 몸은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 유지를 위하여 뼈속의 칼슘 성분이 녹아 나와서 체액이 산성화되는 것을 막는다.
이러한 현상들이 장기간 계속되면 우리 뼈속의 칼슘 성분 부족으로 골다공증과 충치 발병이 쉬운 체질로 변하게 된다.
산성 식품인 육류를 먹을 때는 알칼리성 식품인 야채류를 함께 먹으면서 음식의 균형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횟집이나 불고기집에서 상추, 깻잎 등의 야채와 같이 먹도록 식단을 차리는 것은 균형 있는 음식물 섭취를 위하여 대단히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생선회를 먹을 때는 생선회를 야채에 싸 먹지 말고 생선회 따로 야채 따로 먹자.
생선회의 종류에 따른 고유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동시에 산성 식품과 알칼리 식품의 균형 있는 섭취가 될 것이다.
▣ 누드회가 설친다
한자리에서 생선회 먹는 양은 일본 사람 100g, 우리 국민 150g 정도다. 우리 국민이 많이 먹는 것은 일본에서 생선회가 비싼 이유도 있지만, 일본 사람이 한 점씩 입에 넣고 맛을 음미해 가며 먹는 반면 우리는 과거 궁핍했던 시절의 배를 채우는 식습관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싼 생선회를 막 썰어 양 위주의 경쟁력을 앞세우거나 소주 안주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생선회 접시 위에 까는 무채는 시각적인 효과도 있지만 생선회의 건조를 막아서 습기를 적당하게 유지하고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무채를 까는 것이 생선회의 양이 많아 보이도록 하는 속임수라는 인식 때문에 접시에 무채를 깔지 않고 생선회를 바로 놓는 이른바 ‘누드회’가 유행하고 있다.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방법이 퍼지고 정착되고 있는 식문화의 현실에 걱정이 앞선다.
식문화는 과학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생선회 식문화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생선을 가장 많이 먹는 일본에서 형성된 ‘사시미’ 문화가 유럽 및 미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역사가 비슷하고 소비량도 크게 뒤지지 않는 우리 나라의 생선회 식문화는 아직까지도 막 썰고 막 먹는 형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야채에 싸서 먹거나 ‘네가 짜니까 나도 짠다’는 레몬즙, 된장과 고추냉이를 초장에 넣고서 만든 짬뽕 양념장, 부요리 ‘쓰케타시’가 주요리인 생선회를 압도하는 등 과학적인 근거 없이 일반화되어 버린 식습관이 생선회 식문화의 발전을 막고 있다.
생선회는 종류에 따라 고유한 향과 맛이 있다.
그 맛을 느끼면서 먹을 때에 비싼 음식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생선회의 종류와 특성을 이해하고 궁합이 맞는 양념장에 찍어 한 점씩 먹으면서, 씹힘성의 정도와 혀로 느끼는 맛뿐만 아니라 고유한 향의 깊이를 음미해 가면서 먹는 미식가가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생선회가 국제화 될 것이다.
[ 조영제 / 부경대 식품공학과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