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자연성을 회복하라
화 융(Hwa Yung)
20세기에 일어난 놀라운 일 한 가지는 비서구 지역 교회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급속히 성장한 그 교회들이 강력한 초자연적 지향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종교역사학자 필립 젠킨스는 “이러한 사고 세계에서 예언은 날마다 발생하는 현실이고, 신앙 치유나 귀신 축출, 환상은 모두 종교적 감성의 기본 요소”라고 언급했다. 아프리카 자생 교회나 중남미의 오순절 교회, 중국과 인도의 가정교회, 그리고 허다한 다른 교회에서 이 점은 사실이다.
나는 조상의 혼령, 악령의 힘, 잡신, 기적 같은 것을 흔히 이야기하는 사고 세계에서 자라났다. 그러나 세속화 이면의 가장 강력한 힘인 근대 교육을 받고서는 결국 그 모든 것을 미신으로 치부하게 되었다. 이러한 초자연적 요소 중 일부는 정말로 미신에 불과하다. 그러나 모두 다 그렇지는 않다. 성경을 주의 깊게 읽고 경험적 증거들을 신중하게 살펴본 결과 나는 초자연적 기독교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 스스로가 많은 부분에서 서구 신학과 잘 맞지 않음을 발견했다. 이 주제와 관련하여 적어도 자유주의자들은 일관성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복음주의자들은 그렇지 못했다. 자유주의자들은 대부분 성경과 현실 모두에서 초자연적인 것을 거부했다. 복음주의자들은 성경의 기적들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필사적으로 애쓰면서도, 실생활에서는 그러한 일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서구적 사고가 계몽주의 사상에 뿌리를 둔 근대성에 크게 길들여져 있음은 최근 널리 알려졌다. 데카르트가 시작한 자율적 합리주의와 흄이 개척한 협소한 경험주의는 근대 세계관을 아주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그렇게 해서 남은 것은 기계론적 우주뿐이었다. 그 결과 초자연성을 거부함으로써 신학의 여러 부분이 심각하게 손상되었고, 그 점은 적어도 두 가지 심각한 결과로 이어졌다.
먼저, 오늘날 대부분의 서구 조직신학과 목회학은 개인과 우주 차원의 악령들을 다루지 못하고 있다. 많은 신학자들이 이와 관련된 수많은 성경 본문을 나름대로 잘 해명해서 이 주제들은 통째로 거부되거나 무시된다. 바울이 말한 “통치자들과 권세들”을 사회 구조로 축소시키고, 악령에 대한 언급 없이 죄와 악을 논의하는 식이다. 그런 신학들은 근대성과는 잘 어울릴지 모르나, 악령의 영향을 받거나 영적 속박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역하는 복음전도자와 목회자에게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만일 이러한 이슈들을 적절하게 다루지 않는다면, 결국 복음은 많은 비서구인들에게 무력하거나 부적절한 것으로 인식될 것이다.
또 다른 결과는, 서구 그리스도인이 성령의 “표적과 기사들”을 자신의 신학 구조틀에 잘 연결시키지 못한다는 점이다. 최근까지도 그들은 전통 오순절주의를 일종의 일탈적인 변종 종교로 취급했다. 영적 은사와 기적에 관한 신약의 가르침을 신중하게 받아들이는 비서구의 다양한 형태의 토착 기독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생각했다. 그러나 서구에서 오순절주의와 은사 운동을 점차 받아들이고 있으며 역동적인 비서구 교회 대부분이 기적을 진지하게 대하고 있는 오늘날, 실제로 정상궤도를 벗어나 있는 것은 바로 ‘주류’ 서구 기독교인 듯 보인다.
20세기 종교개혁은 초자연적 측면을 기독교의 중심으로 다시 들여오기를 요구할 것이다. 이것은 더 건강한 성경적 신학을 가져올 뿐 아니라, 더 힘 있는 선교적 교회를 세울 것이다. 그때에야 세상은 “그러나 내가 하나님의 성령을 힘이어 귀신을 쫒아내는 것이면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임하였느니라”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의 의미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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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레이시아 감리교회의 감독이자 케이프타운 2010대회 경영팀 일원이다. 저서로는 ‘망고인가 바나나인가? 참된 아시아 기독교 신학을 찾아서’가 있다.
(Christianity Today 2010 10월호, pp4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