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용연사龍淵寺
옛날 못 속에 일곱 마리의 용이 살았는데 서로 승천하려고 다투며 농민을 괴롭혀 용왕의 아들이 용을 잡으려하자 네 마리는 도망을 가고 세 마리는 잡혀 죽자 사람들이 죽은 용을 위해 용왕재를 지내주었다는 전설을 간직한 <비슬산 용연사>는 신라 신덕왕(914년)대에 창건한 후 화재와 임진왜란 등으로 인해 여러 번 재건된 곳이라 한다. 대구시 달성군 옥포면을 지나 조금만 들어가면 나오는 <용연사>는 조용함이 느껴지는 사찰이다. 용연사에 가 본 것이 세 번 정도였는데 그리 붐비지 않아 좋았다.
이곳 <용연사(龍淵寺)>는 현종14년(1673년)에 석가여래부도인 불 사리탑을 세우므로 해서 적멸보궁을 갖춘 절이 된다. 계단(戒壇)은 불 사리를 모시고 수계의식을 집행하는 곳으로 부처님이 항상 그곳에 있다는 상징성을 가진다. "석조계단" 앞에는 적멸보궁이란 편액을 걸고 전각을 세운 후 불상을 봉안하지 않고 전각의 뒤편을 터서 사리탑에 직접 예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진신사리의 "계단"은 '통도사의 금강계단'과 '금산사의 방등계단', '용연사의 석조계단'이 대표적인 계단형 사리탑이라 한다.
매표소를 지나고도 한참을 올라가야 하는 용연사는 고불고불 이어지는 산길 가까이 진을 친 식당이 있어 아쉬움이 남는 곳이기도 하다. 보통 매표소에 차를 대고 호젓이 걸어 올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인 다른 절에 비해 절 입구까지 들어선 가게 때문에 차량출입이 완전히 허용 된 경우다. 그러다 보니 "비슬산용연사자운문"이라고 적힌 일주문 코앞에다 차를 댈 수 있을 정도다.
일주문을 지나면 곧바로 안내판이 나오고 오른편으로 가면 "극락전"이 왼편으로 가면 "적멸보궁"이 나온다. 우린 물이 거의 마른 내 위의 작은 다리를 건너 오른편으로 먼저 가보았다. 동서남북 네 방향을 지키는 사천왕이 그려진 "사천왕문"을 지나 "보광루"를 통과하니 "극락전" 마당이다. 둘째인 현석이랑 같이 둘러본 날은 평일이라 아주 조용했고, 우리 발걸음소리가 절 전체에 울려 퍼질 정도여서 미안하기도 했다.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로 소음에 지쳤다가 평일이라 휴식을 취하는 주인에겐 더욱 미안한 일이었는데, 혼자서 유유히 걸어다니는 현석인 발에 밟히는 자갈돌 소리가 신기한지 연신 달그락거리며 소리를 내본다. "극락전" 바로 앞에는 고려시대의 석탑인 자그마한 삼층석탑이 조용히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극락전"안의 주존불은 석가여래이며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좌우에 거느리고 있으며 영조대에 만들어진 영산탱을 후불탱으로 하고 있어 "대웅전"이라 해야 맞을 것인데, "극락전"이란 편액이 걸린 것이 이상하다는 책을 보았지만, 짧은 지식을 가진 나로서는 후불탱에 무엇이 그려져 있는지, 좌우 협시보살은 어떤 분인지 석가여래와 미륵을 분간할 제간이 없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며 극락전안에 모셔진 불상과 뒤편의 그림, 천장의 모양과 맞배지붕인지 팔작지붕인지 벽면 옆면엔 어떤 그림이 있는지 정도만 구경할 뿐이다.
"극락전" 뒤편엔 자그마한 불상과 탑, 돌들이 무수히 쌓여있었는데 재미난 구경거리가 생긴 마냥 나와 현석인 하나 하나를 꼼꼼히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누군가의 기원을 담고 있는 조그만 소망들 하나 하나가 포근하게 와 닿는다.
"극락전"을 빠져 나와 다시 안내판이 있는 곳으로 내려와 왼편으로 올라가 보니 "적멸보궁"이 나왔다. 사명대사의 제자 청진스님이 왜적을 피해 부처님 진신사리를 통도사에서 금강산으로 모셔가던 중 일과를 모셔와 용연사에 봉안했는데 그것이 진신사리탑인 "석조계단"이라 한다.
안양루 아래를 지나면 "적멸보궁"이 곧이어 나오고, 적막감이 감도는 곳엔 불상대신 진신사리탑을 볼 수 있도록 뒤편을 터서 사리탑에 직접 예배 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우리가 간 때도 신자 한 분이 앉아 열심히 기도를 하고 있어, 발걸음 하나 떼기가 굉장히 신경 쓰였다. 차곡차곡 쌓은 정성이 느껴지는 담장이 정겨운 진신사리탑 "석조계단" 주위는 창살로 막아두어 가까이 갈 수 없어 계단 사면에 새겨져있다는 팔부중상을 자세히 보기엔 힘겹다.
"적멸보궁" 전각 앞에 벗어놓은 고무신과 빗질된 바닥, 바로 옆에 세워둔 비, 간간이 들리는 풍경소리는 평일에만 느낄 수 있는 정경일 것이다. 커다란 나무 숲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올려다본 나무들... 3년 전인가 산림공무원으로 정년 퇴임한 친정아버지와 함께 용연사에 왔을 때 도토리를 줍기 위해 분주한 외손자들의 맑은 눈동자를 보다못해 커다란 나무를 세게 흔들어 도토리를 떨어뜨려 주던 기억이 떠올라 미소짓게 된다. 간만에 느껴보는 여유로움이었다.
"비슬산용연사자운문"
고요함이 깃든
산사의 나들목
극락으로 감이더냐
마음이 평화롭네
세상의 온갖이끼
다 두고 들어가네
일주문이여
속세에 닫혀있던
내 마음의 문 열어주오
연사로 가는 길에 전원카페 대독장에 들려 감미로운 음악에 취해보자... 용연사에 조금 못 미쳐 비슬산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운치있는 전원카페 대독장이 있다. 카페 마당에는 통나무로 된 테이블과 의자들이 군데군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