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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만큼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영어는 미국인에게 배워야 한다. 그래서 수강료가 훨씬 비싸도 미국인이 강의하는 강좌를 듣기 원한다. 그러나 그 성과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강의 내용이 잘 들리지 않아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미국인과 대화할 때는 되는 것 같은데 돌아서면 자신이 없어져요.”
“미국인 선생님 반에 들어가서 배웠더니 다른 건 모르겠는데 미국인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졌어요.”
“몇 마디 영어로 묻고 대답하는 정도지 미국인에게 배워도 별 도움이 안 돼요.” 라고들 입을 모은다. 강남 대치동의 어느 어린이 학원 M원장은 필자에게 솔직하게 고백했다.
“사실은 좀 양심에 걸려요.”
“왜요?”
“미국인이 가르쳐도 효과가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아이들을 받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느 양심적인 외국어 학원장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학부형들은 자기 자녀들을 미국인 선생님 반에 넣어달라는 거예요.”
“그럼 한국인 선생님반을 추천해 주면 되지 않겠어요?”
“허, 학부형들 고집이 어떤 고집인데요?”
“그렇군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3년 4년 지나도 아이가 영어를 못 하면 그 때 가서 화를 내는 거예요.”
“그래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시니 그래도 양심적이십니다.”
미국인 강사에게 아이를 보내고 싶어하는 학부모의 마음은 이해한다.
압구정동 L여사는 막내 아이를 3년 동안 미국인이 강의하는 영어유치원에 3천만원씩 주고 가르쳤지만, 말을 전혀 못 한다면서 이제는 어머니인 자기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분당에 사는 어느 의사부인 B씨는 외동딸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5년 동안 용산의 미 8군 장교부인에게 개인지도를 시켰다. 그러나 말이 되지 않자 찾아와 하소연을 했고, 인천에 사는 약사 K여사는 해마다 방학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에 어학연수를 다녀왔는데, 네번 째 갔을 때 이것이 헛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3년동안 3천만원 영어지도도 허사
몇 년전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가 난 적이 있다. 서울 모 학교 신입생 2,200여명 전원에게 전원 미국인 강사가 영어를 가르치고 학기말 시험을 치른 결과 60%가 낙제였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성적이 그냥 나쁜 정도가 아니라 ‘낙제’였다는것이다. 미국인 교수들이 직접 가르치고 그들이 채점한 결과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미국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영어를 잘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영어는 영어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영어를 영어로 배울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즉, 미국 선생님의 말을 온전히 알아듣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서 무엇이든 정확히 질문을 할 수 있고 따질 수도 있을 때 미국인 교사의 영어를 영어로 가르치는 강의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급영어는 당연히 미국인에게 배워야 한다. 그러나 기초나 초급영어는 미국인에게 배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발음과 말씨를 확실하게 모르면 들리지도 않고 말을 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인 교사와 놀다오는 꼴이거나 흉내만 내다가 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학원마다 미국인 강사가 있어서 미국인에게 영어를 배우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영어가 유창하게 되던가? 그 결과는 매우 부정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리 훌륭한 스승이라 할지라도 제자가 온전히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가르쳐도 헛일이기 때문이다. 영어의 바다에 빠뜨리라고도 하고 발성법을 배우라고도 하고 영어공부 하지 말고 자꾸 듣고 받아쓰기를 하라고도 한다. 또 무조건 부딪쳐 보라고 권하기도 하고 큰 소리로 빠르게 말하는 연습을 하라고도 한다.
수영법을 가르치지 않고 바다에 빠뜨리면 익사하게 된다. 발성법은 바로 영어의 바다에서의 필수적인 수영법이라 할 수 있다. 무조건 자꾸 들으라고 하지만 듣기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그렇게만 해서도 도움이 되지만, A가 6가지로 다른 소리를 내고 T가 5가지로 다르게 발음되며 오징어를 구으면 오그라들듯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말이 빨라지면 발음이 변하고 안 하는 발음이 많아지게 되는데, 어떤 발음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모르고 자꾸 듣기만 한다고 되는가?
실수를 해가면서라도 무조건 부딪쳐가며 배우라고 하지만, 이것은 참으로 무지막지하고 무책임한 교육방법이다. 실수는 실수대로 다 하고 망신은 망신대로 다 당한 후에 무슨 영어를 한단 말인가? 영어를 배우는데는 미국인 선생님에게 가서 영어로 강의하는 영어를 듣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 수학 공식처럼 영어발음의 공식을 우리 말과 우리글로 이해하여 들을 수 있게 된 후에 외워야 할 표현들을 외우고 나서 묻고 대답하는 훈련을 쌓아 웬만한 말을 자신있게 분명하게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미국인 선생님을 찾아가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을 미국인 교사에게 맡기기만 하면 영어가 저절로 되는 줄 알고 있다. 뒤에 <듣기역>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영어는 미국인이 하는 말을 듣고 따라하기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일례로서 닭우는 소리를 들어보자.
똑같은 닭우는 소리를 듣고 한국인은 “꼬끼오!” 하지만 미국인은 “카커 두들 두!” 한다. 막연히 듣고 따라하는 방법은 이렇게 엉뚱한 발음으로 들리게 하는 것이다. 들리는 소리만을 의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엇이 가장 정확한 발음이며 어떻게 해야 그 발음을 할 수 있으며, 왜 그렇게 해야 그 발음이 나는 것인지 그 근본 원리를 공식에 의해 확실하게 익혀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응용을 통하여 발음에 자신이 서서 다 들리고 말할 수 있을 때 미국인에게 배워야 한다. 그래서 고급영어는 미국인에게 배워야 하지만 기초나 초급 영어는 미국인에게 배운다고 되지 않는다. 흉내만 내다가 마는 셈이다. 미국인에게 배운 학생들이 과연 영어를 잘 하던가?
거대한 고층건물을 짓는다면 기초공사가 튼튼해야 한다. 이 기초위에 철근을 올리고 벽돌을 쌓은 후에 유리창을 붙인다. 여기서의 기초공사는 발음과 리듬이며 철근은 회화구구단 외우기이며 벽돌은 읽기, 유리창은 쓰기이다. 그러므로 영어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음이다. 우리 몸의 70%가 물로 되어 있듯이 영어는 75%가 발음과 말씨다. 듣는 것도 발음, 말하는 것도 발음, 읽는 것도 발음, - 발음을 떠난 영어는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미국인은 오히려 이렇게 중요한 발음을 정작 미국인은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인의 가르치는 방법은 무조건 자기 말을 따라하라는 것인데, 미국인은 한국어와 한글을 모르기 때문에 발음의 미세한 부분을 가르치고 싶어도 가르칠 방법이 없다. 영어가 외국어인 우리는 무작정 따라하는 방법을 택하지 말고, 발음의 원리를 연구하여 과학적으로 또 분명하고 알기쉬운 우리말 우리발음으로 영어를 배워야 한다.
영어발음의 미묘한 차이는 한글로 설명해야
필자는 5년 전 안식년으로 서울에 와서 쉬고 있었다. 그 때 필자가 미국 TV에서 주일마다 고정 영어설교를 한 사실을 아는 한국 목사님들이 영어설교를 배우겠다고 하여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가르치게 되었다.
그러나 그 많은 목사님들이 영어발음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알기 쉬운 우리말로 그 발음을 설명하여 가르치게 되었다. 너무나 효과적이어서 이를 바탕으로 3년 연구 끝에 “영어발음 한글 표기법”을 만들어 “왕초보 영어발음구구단”과 “헨리 홍의 영어발음구구단 1, 2”를 출간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책은 미국식 영어발음을 우리말과 글로 알기 쉽게 공식화하여 설명한 책들이다. 이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소문이 나자 97년 봄 동아일보 초청으로 ‘영어학습법론 강연회’를 동아일보 강당에서 2회에 걸쳐 했는데, 9백명 중 이백여 명이 찾아와 영어를 배우겠다고 하여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 헨리홍 어학원을 설립하게 되었다. 필자는 목사님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세계선교에 앞장 설 ‘한국인 빌리그레이엄’ 120명을 훈련시키게 해 달라고 기도해 왔으며 이제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고 있다.
유명한 언어학자 Charles Fries는 “외국어를 공부하는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어휘가 문제가 아니라 첫째 Sound System을 master하는 것, 즉 the stream of speech를 이해하고, 음의 특징을 구별할 수 있고, 그와 같이 발음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 했다.(박혜영 논문: “영어발음 오류현상” 중에서) 이 중요한 것을 미국인은 한국어를 모르기 때문에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하고 무조건 듣고 따라하라고만 하니 한계가 있는 것이다.
“Where did you learn English?”
영어발음과 말씨를 우리말과 우리 글로 알기쉽게 공식화하여 영어를 가르치니 더 분명하고 쉬워서 필자의 별명이 “영어엄마” “영어구세주”가 되었다.미국식 영어발음의 원리를 따라 완벽하고 알기 쉽게 가르치고 그에 따라 중요한 문장을 외우게 해 묻고 대답하는 훈련을 시키니 완벽한 영어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이 방법은 대성공이었다. 이렇게 배운 성인들이 미국 대사관에 비자 인터뷰를 하러 들어가면 인터뷰 하던 영사가 “Where did you learn English?”하고 묻고, 학생들은 미국에 가면 교장 선생님이 “Were you born in the United States?”라고 물을 뿐 아니라 같은 반 아이들도 동양 아이가 어떻게 그렇게 말을 분명히 하느냐고 묻는다는 것이다.
대구 시청에 근무하는 50대 모 과장은 내가 쓴 ‘영어발음구구단 1’과 ‘말문트기 영어’ - 이 두 권을 두 달 동안 혼자서 정독하고 나서 학원에 나가 레벨 테스트를 하는데, 발음이 정확한데 놀란 미국인 강사가 “Where did you learn English?” 하며 묻더란다. 충북 음성에 있는 K목사는 편지로 “영어 구세주를 만난 것 같다”고 했다. 살아있는 영어가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발음의 원리를 알고 원리대로 가르치니까 더 정확한 발음을 낼 수 있다는 증거가 나타난 것이다.
미국인이 한국어나 일본어를 배울 때는 발음기호를 거의 쓰지 않는다. 자기네 문자인 알파벳으로 발음을 기록해 놓았다. 우리도 영어를 발음기호로 표기하는 방법을 버리고, 우리 글로 표현된 발음의 공식부터 배워야 한다. Do you가 빨라지면 [주]가 되고 T가 모음 사이에서 빨리 발음하면 [ㄹ]이 된다는 공식만 알아도 [⤴줄락/ 캔디⤴]나 [→베리바라/ 비러베러/ 버러⤵]가 무슨 말인지 분명하게 귀에 들어오는 것이다. (‘발음역’ 참조)
발음을 알고 말씨를 알아야 들린다. 그것은 어려운 수학문제도 공식을 알면 쉽게 풀리는 것과 같다. 영어가 들리지 않을 때 300여 가지 영어발음공식(헨리 홍의 영어발음구구단 1, 2권 및 왕초보 영어발음구구단 참조)을 알고나면 너무나 분명히 들린다. 그 후에 외워야 할 표현(헨리 홍의 영어회화구구단 씨리즈 1-9권)을 그 발음의 원리와 말씨의 원리대로 외우기만 하면 말을 할 수 있게 되고 미국인의 말도 명확하게 들을 수 있다. 그러면 웬만한 말은 다 알아듣고, 하고싶은 말은 거의 다 할 수 있게 되는데, 이 때 미국인 선생님에게 가서 배우라는 것이다.
그래야 배우는 것이 모두 자기 것이 되어 영어 실력이 부쩍부쩍 늘게 되는 것이다. 본인이 미국인 선생님이 하는 말을 온전히 소화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 때 미국인교사에게 가야지, 그 전에 가면 영어가 될 듯 될 듯 하면서 되지 않는다. 마치 먹은 음식을 다 설사해 버리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얼음판위에 홀로 설 수 있을 때 비로소 스케이팅을 가르칠 수 있는 것처럼 미국인이 하는 말을 정확히 알아듣고 말씨를 살려서 하고싶은 말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미국인 교사가 영어로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자꾸 들으면 될 것 아니냐고 할지도 모른다. 물론 시간문제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처럼 24시간 중에서 잠 자는 시간만 제외하고 영어를 들을수 있다면 소리만 듣고 따라하는 방법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하루에 한 두시간 미국인이 하는 말을 듣고 따라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40년 동안 오해한 한글 발음 “왕거미”
그러므로 소리만으로 발음을 배운다는 것은 불완전하다. 왜냐하면 우리 말도 엉뚱하게 들릴 때가 많기 때문이다. 말이 이상하게 빠르고, 힘주는 곳이 남한 말과 다른 북한 말씨는 우리가 알아듣기 힘들다. <천동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님아, 왕곰이 집을 짓는…>이란 노래를 외우고 있지만 곰이 어떻게 집을 지을까? 하고 40여 년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여겨 왔는데 미국에서 돌아와 우연히 TV를 켰더니 <가요무대>에서 바로 이 노래가 자막과 함께 나오는 것이었다. 그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자막에는 <왕곰>이 아니라 <왕거미>이며, <천동산>이 아니라 <천등산>이었던 것이다.
우리말도 이처럼 40년 동안 잘못 알아듣는 판인데 외국어 발음을 몇 번 흉내내어 해본다고 될 수 있을까? 발음이란 미묘한 것이어서 조금만 말이 빨라져도 발음이 변하고 약한 발음은 아예 들리지 않는다.
어느 통역장교는 한 발음을 20년후에야 깨달았다고 회고한다. 자기는 어느 미국 장군 비서를 했는데, 대화할 때 “베라”라고 발음하는 것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20년 후에 발음공식을 배우고 깨닫고 보니 a bit of를 빨리 발음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다음 3가지 발음공식을 알고 있었다면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1. 약모음 a는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2. 단모음 i는 [에]로 들린다. (조음위치가 X=1, Y=2이므로. p.62 도표 참조)
3. of는 빨라지면 [아]가 된다. (O는 미국식 영어에서 [아]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으며 f는 빨라지면 안 들리니까. ‘헨리 홍의 영어발음구구단 1권’참조).
즉, a bit of의 발음은 <공식 1>에 의해서 bit of만 남게 된다. 그리고 bit은 <공식2>에 의해 [비ㅌ]가 아니라 [베ㅌ]이 되는데, 조음 위치가 X=1, Y=2라 함은 입의 모양을 옆으로 볼 때 혀의 위치를 표시한 것이다. t는 <공식 3>에 의해 모음 사이에서 [ㄹ]로 변하므로[베라]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미국인 강사에게 가서 공부하기 전에 무슨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미국식 영어발음을 수학공식처럼 이해하여 그 원리대로 발음해야 한다. 여기에는 약 3백여 개의 영어발음 공식이 있는데 이를 철저히 이해하고 소화하여, 이를 통해 들을 수 있어야 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말씨의 훈련을 원리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정확한 발음과 말씨로 회화구구단이라 할 수 있는 중요한 공식 표현을 외워야 한다.
넷째, 묻고 대답하는 과정을 그 유형에 따라 조직적으로 훈련하여야 한다. 적어도 발음에 자신이 있고 미국인의 발음이 완벽하게 들릴 때 미국인과 대화하며 발음을 고쳐야 한다. 발음과 리듬의 원리를 정확히 알고, 외운 말들로 당당하게 듣고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미국인에게 가서 배워야 한다.
앞서 말한 분당의 B여사는 외동딸 (상당히 똑똑한 학생이었음)에게 초등학교 1학년때 부터 5년동안 미 8군부대 장교부인에게 개인지도를 시켰는데도 말이 안 되자 딸이 “엄마, 나 영어 포기할래.”하여, B여사는 너무 속이 상했다고 하면서 어찌하면 좋겠냐고 상담을 청해 왔다. 테스트를 해보니 단어는 중학생 수준으로 알고 문장도 기본은 되어 있었다. 그러나 말은 전혀 못하는 것이었다.
미국인의 5년간의 영어개인지도도 소용없어.
필자는 B여사에게 물었다.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발음이 뭔지 아세요?” “글쎄요.” “글쎄라뇨? 가장 정확한 발음은 한글입니다. 우리말을 글로 옮겨놓았으니, 제일 정확하게 들을 수 있고 가장 정확하게 말할 수 있고 분명하게 읽을 수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하죠?” “영어발음을 우리말과 우리글로 완벽하게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I would는 빨라지면 I’d가 되어 [아잇], 더 빨라지면 [앗], And는 빨라지면 [언], 더 빨라지면 [은], Or는 빨라지면 [어], Of는 빨라지면 [아], Is that…은 빨라지면 [잿], What do you는 [와다야], 빨라지면 [와라야], 더 빨라지면 [와쨔]가 됩니다. 이러한 실제의 변화음까지 우리말 우리글로 자신있게 설명하고 소화해서 구구단을 외우듯이, 천자문을 외우듯이 영어발음의 원리와 리듬을 살려 영어회화구구단을 외워야 합니다.”
“아, 그렇군요.”
B여사는 여름방학 일주일 호텔 캠프에 그 딸을 보내 주었다.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자주 쓰는 말 400개 표현을 완벽하게 외우게 하여 묻고 대답하는 훈련을 시켰더니, 딸이 엄마를 만나자마자
“엄마, 나 영어 자신있어.”
라고 기뻐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아직도 “문법만 잘 알면 말쯤이야!”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말을 하기 위해서는 발음과 리듬, 그리고 살아있는 문장(즉 자주 쓰이는 표현들) 외우기, 즉, 영어회화 구구단을 외우는 것이 중요하지, 문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문법은 글자 그대로 글을 위한 법이기 때문이다. 영어에는 구어와 문어가 있는데 구어는 입으로, 문어는 글로 쓰는 영어이기 때문이다. 벌써 십여 년 전 일이다. 막 침대에 들려 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홍형, 나요. 벌써 주무시오?”하는 목소리가 서울의 모 명문대학 영문학 교수 K임이 분명했다.
유명한 영문학 교수의 통역요청
“아, 오랫만이요. 웬일이오? 별일 없고? 그래 서울은 어때요?”
“나 지금 맨하탄에 있는데… 좀 급한데… 지금 좀 나올 수 있겠소?”
“무슨 일인데?” “글쎄, 좀 나와주면 좋겠는데…”
나는 다시 옷을 갈아입고 힐튼 호텔로 나갔다. 미국인 교수와 교환교수문제를 의논하는데 통역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헤어지면서 그는 나에게 윙크를 하며 “알지?” 하기에 “뭘?” 하고 시치미를 떼었더니 그는 자기 입술 위에 손가락을 세워보인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통역을 해주었다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말아달라는 신호였다. 그는 당시 한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문법연구가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발음은 소홀히 하면서도 문법만큼은 얼마나 열심히 가르치는가?
문법은 변하지 않지만 말은 변하고 있다. “Thank you!”에 대한 맞장구 표현으로서 “천만에요.”를 옛날에는 “Don’t mention it.”이라 했는데 그 다음으로는 “You’re welcome!”를 써 왔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You’re welcome.”만이 아니라 더 짧은 표현으로서 “You bet.” 혹은 “Sure.” 혹은 “No problem!”이라 하지 않는가? 이렇게 표현은 변하는데 문법은 변하기가 어렵다.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떻게 문법으로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자주 쓰는 문장을 외워버리면 문법이 필요없어진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문법에 의하면 이런 법칙이 있다. “명령문에서 do나 don’t은 be 앞에 온다." 이러한 문법은 “Don’t be silly.” (바보처럼 굴지 마.), “Do be quiet.” (조용히 해.) 라는 두 문장만 외우고 있으면 문법이고 뭐고 필요 없어진다.
Be 다음에 형용사를 붙이기만 하면 된다.그러니 문법을 따질 필요가 무엇인가? H 그룹의 어느 무역담당 실무자가 어렵게 계약을 체결하고 나서 이제 어려운 계약을 끝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술이나 한 잔하자고 외국인과 밖으로 나갔다. 정작 술집에 나와서 외국인과 몇 마디 나누고 나니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살아있는 생생하게 생활 속의 대화에 사용하는 말이 떠오르지 않아 침묵을 지킬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중학교에 들어가면 처음에 ABC부터 배웠다. 그 때가 열 네살, 만으로 열 세살이다. 즉, 어린이들의 생생한 살아있는 말과 대화는 접어두고 열네살의 점잔빼기 시작하는 딱딱한 말만 배웠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 학원에 들어오는 성인반 학생들에게,
“이 말을 영어로 해보세요.” 한다. (첫번째 정거장 테스트 I)
1. “제발 부탁이야.”
2. “선착순이에요.”
3. “이게 무슨 보석이죠?”
4. “맛이 어때요?”
5. “그 남자 빨리 보고싶은데.”
6. “눈물나서 혼났어요.”
7. “그 신문좀 봅시다.”
8. “서울이 처음이세요?”
9. “금시 초문인걸요.”
10. “지금 떠나겠다는 건 아니겠지.”
11. “설마”
12. “네까짓 게 뭘 알아?”
13. “그건 불공평해요.”
14. “오줌 싸겠어요.”
15. “똥이야? 오줌이야?”
16. “네 차례야.”
17. “무서워 죽겠네!”
18. “난 안 할래.”
19. “안 그럴 껄.”
20. “다녀오겠습니다.”
1. I’m/ begging you.
2. It’s on a/ first come/ first serve basis.
3. What/ stone/ is it?
4. What does it/ taste/ like?
5. I can’t/ wait to/ see him.
6. I couldn’t/ stop/ crying.
7. Let me/ take a/ look at the menu.
8. Are you/ new/ in Seoul?
9. That’s/ news to me.
10. Don’t tell me/ you’re leaving/ now.
11. You’re/ kidding.
12. What/ do you/ know?
13. That’s not/ fair.
14. Nature’s/ calling me.
15. No.1/ or no. 2?
16. It’s your/ turn.
17. I’m/ scared to death.
18. Not me.
19. I doubt it.
20. I’m leaving.
등을 물어보면 놀랍게도 10점을 넘기는 이가 거의 없다. 이런 표현들은 문법의 그물을 다 빠져나가는 송사리와 같은 표현들이다.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법망을 피해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어찌보면 그들은 똑똑한 사람들이다. 말도 말다운 말, 생생한 표현들은 문법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다.
“한 시간 후에 만납시다.”
라고, 말할 때 “I’ll see you in an hour.”하고 외워버리면 된다. “…후에”라고 할 때에는 “in”을 쓴다 - 라는 것이 어법인 것이다.
“넥타이가 비뚤어졌어요.” 라는 말을 하고 싶으면 억지 춘향으로 말을 만들어서 “Your tie is not straight.”라 하지 말고 단순히 “Your tie is crooked!”해 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따질 필요가 무엇인가?
“눈물나서 혼났어요.” 하고 싶으면 <혼났어요>가 영어로 무얼까? 하고 궁리하지 말고 “I couldn’t stop crying.”하고 외웠던 것을 내뱉으면 되는 것이다. 모든 문법이란 글자 그대로 “글의 법칙”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말의 법칙”은 아니다. 그러므로 문법을 통하여 말을 하려고 덤비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따라서 글은 문법에 의해 쓰지만, 말은 “어법”에 따라야 한다.
글에는 “문법”, 말에는 “어법”
말이 있고 글이 있다. 그러므로 언어는 글부터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말부터 배워야 순리이다. 어법과 문법은 전혀 별개의 것이다. 실제로 문법을 잘 하는 사람보다 문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말을 잘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보게 된다. 정말 말을 잘 하는 사람들은 문법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즉, 말부터 배우고 나서야 글을 배운다. “곧 갈께요!”는 영어로 “I’m coming!” 한다. “왜 go를 안 썼을까?”하겠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볼 때는 내가 오는 거니까 come을 쓴다. 문법이 필요없다는 말은 아니다. 문법은 글 쓸 때 필요한 것이요, 굳이 이 문법을 배우고 싶으면 말을 통하여 배워도 되고 패턴을 외워가며 배워도 된다. 필자가 어학원에서 일주일에 두 번 하는 ‘영어회화구구단 강의’ 시간에 늘 강조하는 것은 <제발 문법을 잊어버리고 백지가 되어 발음과 리듬을 먼저 익히고 그 바탕위에서 외워야 할 표현들을 외우라>는 것이다. 그래도 학생들은 “아무리 그래도 기본 문법은 알아야죠.” 하는 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선일보 사회면에 미국인 여자 교사가 한국 고등학교에 와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문제점을 말한 것이 큰 제목으로 사진과 함께 실렸는데 그 기사 제목이 바로 “문법을 잊어버려야 영어를 잘 할 수 있다!” 라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녀가 대신 해 준 것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이것은 우리가 영어를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를 깨닫게 해준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지금도 “문법만 알면 말쯤이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것은 크나큰 착각이다. 실제로 부딪쳐 보면 말이란 문법으로 하는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문법은 잘 아는 교수님이 왜 말은 되지 않았을까? 말은 고사하고 왜 미국인의 말을 알아 듣지도 못했을까? 이 문제가 풀리면 한국인 영어 학습법에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 문법으로 전혀 말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법으로 만든 말은 죽은 말, 딱딱한 말이 되기 쉽다. 발음은 과학이지만 표현은 비과학적이다. 마치 짐승이 길을 멀리 돌아서라도 다니던 길로만 다니는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것과 같다.
말이란 음성을 통한 자기 표현이다. 그러므로 말이란 틀에 매이기를 싫어한다. 따라서 말은 문법이란 그물에 걸리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개성있는 시인의 글도 그러한 경우가 있다. 작가의 글을 보라. 그 글들이 모두 문법에 맞던가? 한국인이 문법을 중요시 하게 된 것은 일본 교육의 영향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개성을 무시한 획일적 사고방식과 주입식 교육의 문제였다.
옛날 조선의 교육은 어려운 한문을 잘 해석하고 중국의 고전 시를 흉내내어 잘 짓는 것을 최고의 교육으로 생각해 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 습관이 남아서 외국어는 해석을 중요시하고 글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문법을 알아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가 우리 말을 배우는 순서가 그랬듯이 말부터 잘 배워 놓고 그 말을 바탕으로 글 읽는 법과 쓰는 법을 배운다면 훨씬 쉽고 빠르다. 그러나 실을 바늘귀에 꿰어 볼 틈도 없이 옷을 꿰매려 드는 것처럼, 급한 마음에 해석부터 하려고 덤빈다. 즉, 문법을 위한 문법 공부에 빠지고 마니 영어 공부는 법전을 놓고 따지듯 잘 따져야 영어를 잘 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 것이다.
문법을 잊어버려야 영어를 잘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생활이나 국제 사회에 나가 보면 글보다 말로서 먼저 부딪치게 된다. 발음과 리듬을 소홀히 하고 말을 외워서 하지 않았기 때문에, 30년 영어를 배운 사람도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제대로 말할 수도 없었다.
문법을 잘 알아야 말을 잘 할 수 있다면 한국인은 세계에서 영어를 제일 잘 말해야 한다. 왜냐하면 한국인의 영어문법 실력은 미국 교수들도 혀를 내두르는 정도니까. 그러나 그들은 한국 학생들이 영어를 못 알아듣고 말을 못 하는 데 다시 한 번 놀란다. 실제로 말이 나오는 것은 언어학에서 말하는 소위 심층구조를 통하여 나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말이란 외워서 한다는 뜻이다.
문법은 과학적이요 논리적이지만 말은 비과학적이요 관습적이다. 문화와 관습에 의해 정해진 어법이 바로 발음이라는 것이다. 발음은 음성과 리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발음을 떠나서 말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정확한 발음이 무엇인지 몰랐고, 어떻게 해야 완벽하고 정확한 발음이 되는지를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10년이상, 아니 미국 유학을 갔다 오고 이민가서 살다가 역이민해 와서도 발음만큼은 자신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한결같은 고백이었다. 어느 대학 교수는 성경에 나오는 니고데모처럼 밤에 날 찾아와서 이렇게 고백한 적이 있었다.
“목사님, 큰일 났어요.”
“왜요?”
“아, 글쎄 제가 미국에서 15년 살다가 왔다니까 영어를 잘 하는 줄 알고 학교에서 번역해 달라 통역해 달라 하면서 매달리는데, 제가 도대체 영어를 알아야 말이죠!”
하는 것이었다. E대학 어느 교수는 미국에서 10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아서 강의를 하고 있고 사회적으로 유명해졌는데 세미나에 나가서 발표를 해야 한다면서, “어떻게 하면 좋죠?” 하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뉴욕의 어느 대기업 지사장으로 있다가 돌아온 어느 L 이사는, “도대체 서울에 와서 보니까 발음하나 제대로 가르쳐주는 곳이 없어서 할수 없이 목사님한테 왔습니다!”하는 것이었다. 한국어의 발성과 음운체계는 한국인이 제일 잘 안다. 그러므로 한국인의 외국어 학습의 발음지도는 한국어로 설명되어야 한다.
2차 대전이 터지자 미국은 20세가 되는 남자는 모두 군에 가야 하는 징병제를 실시하였다. 이민 온지 얼마 안 되는 쟌도 군에 들어갔다. 그러나 영어를 못 하는 것이 문제였다. 2년이 지나도 영어는 나아진 것이 없었다. 사령관의 검열이 시작되었을 때 동료 사병들은 염려가 되어 쟌에게 말하는 요령을 일러주었다.
“장군이 검열나오면 질문은 뻔해. 나이가 몇이야? 군에 온 지 얼마 됐니? 먹는 거 입는 거 다 괜찮아? 이거니까 대답만 간단하게 하면 돼. 나이가 몇이야? 투어니 투. 군에 온지 얼마됐나? 투. 먹는 거 입는 거 다 괜찮아? 보웃.” 그래서 쟌은 외웠다. “투어니 투. 투, 보웃.” 마침내 검열이 시작되었고, 사령관이 쟌에게 물었다.
“군에 온지 얼마나 되었나?(How long have you been in the army?)”
“퉈니 투(Twenty two).”
“나이가 몇인가?(How old are you?)” “투(Two).”
“날 바보로 보는 거야 멍청이로 보는 거야?(Do you think I’m stupid or retarded?)” “보우ㅎ(Both).” 이와같이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면 바보가 된다.
몇 년 전 뉴욕에서 어느 부인이 펜 스테이션에서 기차표를 사는데
“투 필라델피아(to Phildelphia).”
했더니 표가 두 장 쑥 나오더라는 것이다. 너무 놀라서 놀라서
“노노노. 훠필라델피아 (No, no, no, for Philadelphia)!” 하니까 이번에는 넉장이 쑥 나오더란다. 다시 놀라 “노노노노. 원티킷 투 피라델피아!”(No, no, no, no, one ticket to Phildelphia.) 하니까 한 장이 나오더라는 것이다. 영어는 만화로 공부해도 안 되지만 토막말로 배우면 절대로 늘지 않는다. 만화는 재미있게 하려고 가성을 쓸 뿐 아니라 말씨도 갈라지기 때문이다. 토막말은 예의바른 표현이 아닐 뿐 아니라 온전한 문장이 아니므로 발전이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단어가 중요하다고 단어만 달랑달랑 외워서는 절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화와 토막말은 금물!
‘헨리 홍의 영어발음구구단 1권’이 처음 나왔을 때 30년 통역장교를 했다는 분이 일부러 필자를 찾아와 재미있는 일화 하나를 들려 주었다. 5.16 혁명 직후 연락장교로 지내던 시절에 어떤 여인이 찾아와 자기하고 살다 도망간 놈을 잡아 달라고 했다. 한 달 걸려서 그 미군 사병을 만나게 해 주었더니 여인은 그의 멱살을 잡고,
“You 앤드 me가 live한 지가 six months인데 고무 shoes 한 켤레나 buy me냐?” 하더라는 것이다. 단어만 외우면 이렇게 되는 것이다. 단어와 단어를 어떻게 연결시키는지 자신이 서지 않을 때에는, 단어를 외우기 위해서라도 외우기를 원하는 단어가 들어 있는 문장을 외워야 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워야 보배>라는 말이 있지만 필자는 <단어가 서말이라도 꿰워야 보배>라고 말하고 싶다. 벽돌만으로 건물이 세워지는 게 아니듯 말의 벽돌인 단어와 단어를 연결시키는 시멘트가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단어만 외우지 말고 그 단어가 들어있는 문장을 외워야 한다. 쉬운 동사일수록 다양한 의미로 자주 사용되기 때문에 그 사용 표현법을 익혀야 한다.
사람들은 “단어를 알아야 말을 하죠.” 라고 하지만 필자는 “말을 알아야 단어를 알죠.” 라고 하고 싶다. 그렇다. 영어를 처음으로 시작하는 학생은 기본 500개 정도의 단어는 외워야 한다. 그러나 그 이상은 필요없다. 실제로 말을 할 때 그 표현에 들어있는 단어만 이해하면 된다.
한국인들은 잘 쓰이지 않는 단어, 즉, 미국인들이 평생 몇 번 쓸까말까한 단어까지 목숨걸고 외우니 이게 무슨 소용인란 말인가? 실제로 get, take, put, come, go, see, make, meet 등, 50개 기본 동사만 충분히 활용할 수 있고 그 문장을 외워두어도 일반 대화에서 쓰이는 동사문제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단어를 많이 몰라서 걱정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데 실제로 말하는 데도 그렇게 많은 단어가 사용되지 않는다.
단어를 외우는 목적은 단어를 활용하기 위함이다. 단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 단어가 어떻게 문장속에서 사용되고 쓰이는지 알아야 한다. 너무 단어만 많이 외워놓으면 실제로 대화할 때 이 단어 쓸까 저 단어 쓸까 - 하다가 시간을 놓치고 만다. 그래서 단어만 많이 외운 사람이 말은 더 못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감탄사 같은 것은 외마디를 외쳐서 뜻이 통해지기도 하지만 말이란 하나의 유기체나 생명체 같아서 머리가 있고 몸이 있고 다리가 있어야 하는 것이지 단어 하나만으로는 쓸모가 없고 의미도 없다.
그래서 단어를 외우지 말고 그 단어가 들어있는 문장을 외우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 또한 자주 쓰이는 단어를 더 열심히 문장속에 담아 외워야 한다.
옛날 학생들은 영어 단어가 무슨 원수이기나 한 것처럼 영어사전을 찢어가며 외우고, 어떤 사람은 염소처럼 외운 단어장의 페이지를 씹어먹은 친구도 있었다. 필자가 말려도 막무가내였다. 필자는 속으로
“얼마나 원수졌길래…. 저러다가 소화가 안 되어 죽지나 않을까?”
하고 걱정했으나 그들은 확실하게 외웠다는 표시로 씹어먹는다는 것이었다.
죽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종이를 먹은 것이 좋지는 않았던지 그렇게 염소짓을 한 친구들치고 영어 잘 하는 친구를 보지 못했다. 단어만 많이 알면 영어는 다 해결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그렇게도 무섭게 단어를 외웠지만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단어를 몰라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단어는 알아야 하되 말을 하게 되면서 차차 늘려 나가도 된다. 단어의 수가 아니라 정확한 발음과 확실한 리듬이 중요하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가 되면 전체 문장이 다 틀려 버리는 것처럼 단어 자체보다도 리듬이 중요하다.
단어만 많이 알면 말은 더 못 해?
내 분명한 기억으로는 40년 전 중학교 2학년때 처음으로 미국인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이종 사촌 매부가 미국인 아나운서였다. 6.25 무렵에 매부와 처음으로 인사를 하고 놀다 왔는데 대화에 큰 어려움 없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늦은 봄, 중학교 1학년에 나오는 단어 1,000여개와 2학년 올라와서 배운 500여 단어를 넘지 않는 수준이었다.
단어는 기본 단어가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늘 쓰는 단어 Take의 다양한 사용법을 살펴보자.
- I’ve got to take off now. (나 지금 떠나야 해.)
- When does this plane take off? (이 여객기 언제 이륙하지?)
- Tom takes over the manager next week. (탐은 다음주 매니져가 됩니다)
- I don’t take in strangers. (난 낯선 사람을 들이지 않아요.)
- Take my word for it. (내 말을 믿으세요.)
- I took up skating last winter. (지난 겨울 스키를 시작했어요.)
- May I take a message? (용건을 남기시겠어요?)
- Take this book to Tom. (이 책을 탐에게 갖다 줄래요?)
- He took all the money I had. (그가 내 돈을 다 가져 갔어요)
- Who took my key? (누가 내 키를 가져갔지?)
- Do I have to take off my shoes? (구두를 벗어야 하나요?)
- Can you take me to the subway station? (전철역까지 데려다 줄래요?)
- I’m going to take a bath. (목욕 할래요.)
- Take my hand, precious Lord. (주여 내 손을 잡으소서.)
- Take it away. (그것 좀 치워.)
- Take that back. (그 말 취소해.)
- It took two hours to get there.(거기 가는 데 두 시간 걸렸어요.)
중요한 것만 몇 가지 살펴보아도 이렇게 다양하다. 그러므로 쉬운 동사라고 무시하지 말고 어떤의미로 사용되는지 그 문장을 중심으로 잘 살펴야 한다.
또한, 단어에는 음절마다 의미가 있다. 그래서 접두사 접미사의 의미, 어근의 의미를 잘 살피어 낯선 단어가 나와도 뜻은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
자전거 Bicycle은 둘이라는 bi와 바퀴라는 cycle로 이루어진 것이다.
싸인은 Autograph인데 Auto는 스스로라는 뜻이고, graph는 기록을 의미한다. 그래서 직접 손으로 쓴 싸인을 의미한다. 이와같이 접두사나 접미사도 그 의미를 알면 단어를 외우지 않아도 그 단어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 참조)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주 쓰이는 단어를 우선적으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가장 자주 쓰이는 사용 빈도수가 높은 중요한 기본단어를 많이 알고 있어야지, 이것 저것 허기진 사람이 음식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듯 단어만 외우는 것은 사람으로 말하자면 백해무익한 비만을 만들어 병을 부르는 격이 되고 만다.
보통 대화 중에 “미국은 큰 나라요” 할 때, America is a big country. [→어메리카/ 이저/ 빅 칸추리⤵]하면 간단한 것을, America is a tremendous country. [→어메리카/ 이저/ 트우리멘더스 칸추리⤵] 라고 하여 의미가 달라지게 하는 것이다.
“그가 올지 안 올지 난 몰랐소” 라고 할 때에도
“I didn’t know whether he was coming or not.” [→아디른 노우/ 웨ㅎ드어/ 히워즈 카밍/ 오어낫⤵] 하면 될 것을
“I wondered whether he was coming.” [→아이 완드엇/ 웨ㅎ드어어/ 히 우아즈 카밍⤵] 하면 영 어색해진다.
“고속버스가 빨라요.” 라는 표현도
“The express bus is fast.” [→ㅎ디 익스프뤠스바시스/ ㅍ후애슷⤵]하면 간단한 것을
“The express bus is rapid.” [→ㅎ디 익스프뤠스/ 바스즈/ (우)래핏⤵] 하는 학생들도 있다.
단어만 외웠기 때문에 Rapid도 빠르다는 뜻이요 Fast도 빠르다는 뜻이므로 어느 단어를 써야 할지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너무나 재미있는 문장속에서 외워야 할 단어를 하나씩 넣어 만든 “Word Smart Junior” (Parent’s Choice상 수상) 같은 책은 그저 재미있게 읽어나가다 보면 자연히 어휘가 익혀지게 되어 있다. 이 책에서도 보면 국제발음기호를 사용하지 않고 알파벳으로 발음을 적었는데, 액센트 있는 음절은 알파벳의 대문자로 표기했을 뿐이다. 그래야 되로 배워 말로 써먹는 지혜를 얻게 된다. Obtain은 “얻다”, “취득하다”의 뜻이 담기어 있다.
“이 정보 어디서 얻었어요?” 한다면 단어만 외운 사람은
“Where did you obtain the information?”
[⤵우웨여어/ 디쥬 업테인/ ㅎ디 인ㅍ호어메이션⤵]
하지만 이것은 어색하다.
“Where did you get the information?”
[⤵우웨여어/ 디쥬 겟/ ㅎ디 인ㅍ호어메이션⤵] 해야 자연스럽다. 단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단어가 어떻게 사용되며 그 사용에 따라 뜻과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이해해야만 정확하고 품위있는 영어를 할 수 있다. 특히 전치사의 정확한 사용법은 문장연습을 통해서만 익힐 수 있다. 사용법을 지식으로 익히지 말고 실제 문장을 아예 외워버리는 것이 더 현명하다. Too to 용법, Neither or 용법, Be indeed of + 명사 용법, No sooner than 용법 등등 백여 가지도 넘는다.
그러니 이 용법을 공식처럼 익혀서 적용하고 응용할 생각을 하지 말고 아예 그 문장을 완전히 외워버리는 게 낫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말을 외워 버렸기 때문에 구개음화나 자음접변을 몰라도 유창한 한국어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후 초등학교 마치고 중학교 지나 고등학교에 가서 국어시간에 자음접변의 뜻을 비로소 배우게 되자
“아, 천리가 철리로 발음되는 것이로구나!”
하고, 알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단어보다는 먼저 발음이요, 문법보다는 말이 먼저인 것이다. 씨가 썩어야 싹이 돋고 꽃이 피어야 열매를 맺는다.
발음이 있으니 말이 있고 말이 있으니 글이 있다. 그러므로 단어는 말과 글이라는 거대한 기계의 부속품들인 것이다. 기계를 사용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부속품이 어떻게 사용되어 기계가 작동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말하는데 필요한 단어부터 철저히 외우되 단어를 따로 외울 필요가 없다. 문장을 외워나가면 단어가 저절로 외워지지 않는가?
문장을 외울 때에도 천천히 말할 때, 보통으로 말할 때, 그리고 빨리 말할 때 그 단어 그 문장의 발음이 어떻게 되는지, 어떤 발음이 사라지고 어떤 발음이 어떻게 연음되는지 철저히 외워나가야 한다. 문장 안에서 동사가 미치는 영향력은 그 문장 전체에 미치고 있다. 그러므로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어보다도 동사이다. 동사는 한 문장의 뼈대이기 때문이다. 특히 쉬운 동사일수록 그 다양한 사용 예를 확실하게 문장 채로 외워 익힐 필요가 있다. 동사는 또한 동사 그 자체로 쓰이기도 하지만 전치사와 더불어 쓰이는 경우가 허다하므로 잘 익혀 두어야 한다. 이런 동사를 Phrasal Verb라고 한다.
예를 들면 Come의 경우 어떤 전치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Come about [카머바웃] (바람때문에)배의 방향을 바꾸다
Come across [카머크롸스] 만나다.
Come along [카멀롱] 잘 되다. 따라오다
Come around [카머롸운] (마침내)합의하다. 동의하다.
Come away [카머웨이] (사람이나 물건으로부터) 피하다.
Come by something [캄 바아이 썸ㅎ뜨잉] 확보하다. 찾다.
Come down with [캄다운 위ㅎㄸ] 병들다 예) I’m coming down with a cold. (감기 기운이 있어요.)
Come in [카민] 들어오다, 도착하다.
Come back [캄백] 돌아오다.
Come off [카마ㅍㅎ] 계획대로 되다.성공하다.
Come on [카먼] 재촉하다. 서두르다. 방영하다. 동의를 재촉하다.
Come on to something [카먼투 썸ㅎ뜨잉] 우연히 만나다.
Come out [카마웃] 나가다. 성공하다. 무대에 나타나다. 공개되다.
Come out with something [카마웃 위ㅎ썸ㅎ뜨잉] 출판하다. 표현하다.
Come over [카모웁흐어] 방문하다.
Come over someone [커모웁허 썸원] ...에게 영향을 주다.
Come over something [커모웁허 썸ㅎ뜨잉] ...위로 오다
Come through [캄ㅎ뜨우루우] 승인받다.
Come through something [캄ㅎ뜨우루썸ㅎ뜨잉] 약속대로 행하다.
Come to [캄투] 의식이 돌아오다.
Come up [카마ㅍ] 위로 올라가다. 다가오다.
Come up something [카마ㅍ투 썸ㅎ뜨잉] 판별되다. 승부가 결정되다.
이외에도 Go, Get, Take 등등도 이런 방법으로 수십 가지로 전치사를 만나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의미를 만든다.
필자는 “헨리 홍의 777 단어집”을 만들고 있다. 가장 자주 쓰이는 중요한 단어를 모아 필수적으로 외우게 되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아름다운 표현과 그 표현이 담겨 있는 문장을 만나게 된다. 이런 문장을 외워야 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단어라 하더라도 그 단어가 문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야 활용할 수 있다. 단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중요한 단어라 할지라도 그 단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모른다면 외워도 소용이 없다.
단어를 포함한 문장을 외우라.
즉, 그 단어가 들어있는 문장을 확실히 외워둠으로써 문장도 외우고 단어도 익히게 된다. 그래서 1석 2조인 것이다. 더 좋은 방법은 쉬운 책부터 하루 한 권씩 읽어나가는 것이다. 모르는 단어가 한 두개 나와도 그냥 짐작하고 넘어가라. 그 단어가 세번 네번 나오면 그때에는 그 단어의 뜻을 알 수 있게 된다. 다음 문장을 문법을 떠올리며 영어로 해보자.
1. “누가 방귀 꿨어요.”
2. “부부는 닮는 법이죠.”
3. “여러분은 어느 편입니까?”
4. “그걸 돌돌 마세요.”
5. “째려보지 마세요.”
6. “내 맘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셨어요.”
7. “오해하지 마세요.”
8. “공항에 마중나갈께요.”
9. “그는 돌대가리야.”
10. “무소식이 희소식이죠 .
1. Who/ passed/ the wind?
2. Like husband,/ like wife.
3. Which side/ are you/ in?
4. Roll it up.
5. Don’t/ give me/ that look.
6. You/ read/ my mind.
7. Don’t/ get me/ wrong.
8. I’ll/ meet your/ plane.
9. He’s/ got a/ bird brain.
10. No news/ is/ good news.
(한 문장에 10점. ‘헨리 홍의 영어회화 천자문’ 참조)
발음을 강조한 나의 주장에 크게 공감한다는 또 다른 통역장교출신의 한 초로의 신사는
“교수님 말이 맞아요. 통역을 해 보니까 아무리 문법이 맞아도 발음이 틀리면 못 알아듣지만, 문법이 틀려도 발음이 정확하면 다 알아들어요. 한 문장에서 두 세 단어만 정확해도 알아 들어요.”
하고 흥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헬리콥터가 추락하여 가보니 프로펠러가 떨어져 나갔는데 미국인 장교가 propeller의 발음을 [프로펠러]라고 했는데 알아듣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그림을 그려주었더니, 그제서야 “오, 펠러” 하더라는 것이었다. [프로]는 아예 발음하지 않는 것이었다.
전부터 알고 지내온 어느 유명한 영어교육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홍 교수님, 영어를 쉽게 잘 가르친다는 소문이 자자한데 도대체 어떻게 가르치십니까?”
하기에 필자는 거리낌 없이
“간단하죠, 뭐. 우선 미국식 영어발음으로 고치고 말씨를 살려주고 그리고는 입에 달고 다니는 말부터 외우게 합니다. 외우지 못한 사람은 외울 때까지 진도를 안 나가줍니다.”
“말씨를 살려주고 외우게 한다? 어떻게요?”
“예를 들어 백화점에 샤핑가서 직원이 ‘이거 누가 입으실 거죠?’ 한다면 ‘후아어/ ㅎ드에이/ ㅍ호어어’하고 외우게 하죠.” 했더니 그 분은 대뜸 한다는 말이 “아아니 왜 그렇게 혀를 꼬십니까? 소름끼칩니다.” 하고 정색을 하는 것이 듣기 싫다는 식이었다.
미국인은 다 발음하지 않는다.
“혀를 꼬다니요? 전 정확한 발음을 한 겁니다. 선생님께서는 지금 정확한 발음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그 발음이 되며 왜 그렇게 해야만 되는 지를 모르시는 겁니다.”하려다가 또 더 소름끼친다고 할까봐 간심히 참고 “미안합니다.”하고 말았다. 말에는 음악이 있다. 그 음악성을 발견해서 익히면 품위있고 감동적인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우리는 말을 할 때 또박또박 한다. 그래서 말을 빨리 할 때 꼭 타자기를 치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다르다. 붙일 수 있는 한 좍좍 붙여버린다. 뿐만 아니라 빨라지면 다 발음하지 않는다. 힘주는 곳만 들린다고 생각해야 한다. 영어를 또박또박 하기를 기대하는 것부터가 오해다. 영어를 한국말 말씨로 한다면 영어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한국 사람이니까 한국말씨로 영어를 해도 된다는 생각은 억지춘향의 영어를 하겠다는 생각이요 한국인끼리만 통하는 영어를 하겠다는 것이다.
말씨가 달라지면 알아듣지 못한다. 시애틀에 가서 시애틀 사람에게 “시애틀”했는데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더라는 어느 학생의 말이 생각난다. 시애틀 사람이 시애틀 해도 못 알아듣는 것은 그것이 영어의 말씨가 아니라 한국어의 말씨로 [시애틀]했기 때문이다. 영어말씨의 시애틀을 [씨애를]하고 [애]에 힘을 주는 말씨다. 그렇게 하니까 알아듣더라는 것이다. 이처럼 [하와이]가 아니라 [호와이]하고, [쌘디애고]가 아니라 [쌔니애고], [샌프란시시코]가 아니라 [쌘ㅍ후랜씨스코우] 등등 한 단어에도 힘주는 곳이 틀리면 못 알아듣는 판인데 한 문장에서야 더 말해 무엇할까?
영어가 가지고 있는 말씨는 서양인의 음악이다. 수천년 전해내려온 그들의 전통음악을 무슨 수로 바꾼단 말인가? 미국인이 한국어를 영어말씨로 하면 우스운 것처럼 영어를 한국어 말씨로 한다면 우스운 것은 고사하고 알아듣지를 못한다. 왜냐하면 영어의 바탕음악은 한국어의 바탕음악보다 박자가 짧기 때문에 높낮이가 심하므로 영어를 우리말씨로 말한다면 주파수가 맞지 않는 래디오를 듣는 것 같기 때문이다.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들이 천편일률적으로 하는 무책임한 말이 있다.
“자꾸 들어라 - 들으면 된다. 자꾸 들으면 언젠간 알아듣게 된다.” 이런 식으로 영어를 공부한다면 평생을 해도 자신있는 영어는 할 수 없으며 여러사람 앞에서 하는 연설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러면 지금까지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영어를 배워왔던가?
첫째, 발음기호를 보고 따라하는 방법.
둘째, 미국인이 하는 발음을 잘 듣고 따라하는 방법.
셋째, 우리말 우리글로 발음을 적어가며 하는 방법.
“영어를 한국말로 가르치면 안 되죠!”
우리 나라에서 영어 발음을 공부하는 데는 이 세가지가 있다. 옛날에는 첫째 방법으로 공부하고 90년대 이후에는 둘째 방법으로 가르치고 배워왔다. 그러나 두 가지 다 실패한 셈이다. 영어의 미묘한 음운구조를 영어로 설명하면 영어학자는 알아들을지 몰라도 일반 영어학도는 알아듣기 힘들다. 쉽게 가르치는 사람이 명강사이듯이 우리 한국인에게는 한국인이 가장 알아듣기 쉬운 방법으로 가르쳐야 한다.
한국인에게 가장 알아듣기 쉬운 방법은 역시 우리 말과 우리 글로 영어를 설명해주는 일이다. 우리 말이 영어발음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그렇게 오해하는 대부분의 학자들은 그들이 자기 모국어의 발음인 훈민정음의 원래 발음법도 모른다는 또 다른 증거를 보여준 셈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원래의 한국어 발음은 영어에서처럼 [아]도 깊은 곳[아]와 얕은 [아]가 있고, “ㅂ”도 부드러운 [ㅂ]과 부드러운 V의 [ㅂ]도 있었다. [ㅈ]도 2가지 있었다. (ㅿ)이 훈민정음에는 있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현재 우리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자음은 겹자음을 사용하면 되고 모음도 예를 들면 깊은 [아]는 [아어]로 표기하여 거의 동시에 발음하면 된다. 우리 한글이 영어보다 신비로울 정도로 심오한 경지에서 얼마나 과학적으로 만들어졌는지는 한글 발음의 해설서인 ‘훈민정음해제’를 한번만 읽어보아도 알 수 있다.
미국인이 영어에 관한 실력이야 만점에 가깝겠지만 영어발음도 정확히 모르고 Boy도 모르는 한국 학생에게 B 발음을 가르치면서 “B like boy” (B의 발음은 boy의 B발음 같은 것) 식으로 설명한다면 언어도단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B도 모르는 아이가 어떻게 Boy의 발음을 알겠는가? 대부분의 미국인 강사나 교수들은 한글과 한국말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당연한 것처럼 생각한다.
미묘한 외국어발음은 모국어로 설명해야
많은 학부모나 교육당국자들은 미국인 강사 중에서 한국어와 한글을 몰라야 더 잘 가르칠 수 있다고 믿고있다. 이것도 오해다. 미국인 강사나 교수가 한국말이나 글을 모르기 때문에 그들이 가르치는 방법은 단지 듣고 따라하라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러나 듣고 따라하는 방법은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수천번 수만 번 아니 수십만 번을 듣고서야 완벽하게 하는 방법이다. 영어발음은 말의 속도와 강조점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며 사라진다. 그것을 따라하기 위해서는 수천 수만 번 들어야 하는데 이것은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훈련방법이다.
나도 20년전 뉴욕에서 영어를 다시 배웠다. 오로지 노벨문학상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유명한 Berlitz School에서 엄청난 돈을 내고 개인지도로 영어를 배웠지만 미묘한 발음의 교정에는 전혀 도움을 받지 못했다. 미국인이 영어를 잘 가르치려면 한국말부터 배우고 그 한국말로 영어발음의 원리와 음악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인에게 한글을 가르칠 때에도 마찬가지다. “굳이”라 써놓고 읽을 때는 “구지”라고 읽어야 하는 이유를 영어로 설명해야 하듯이, 미국인은 한국말로 미국식 영어발음의 원리를 설명해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Do you는 빨라지면 [주]가 되는데 O발음은 약해져서 사라지고 d가 y를 만났기 때문에 (y는 반 모음) 부드러워져서 [ㅈ]이 되었다가 ou[우우] 의 영향으로 [주]가 된 것”이라고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어야 한다.
100퍼센트 자신이 설때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흉내내어 배운 외국어 발음은 완전히 내것이 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과 당당하게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필자는 영어교육의 사대주의를 지적해 왔다. 외국어는 발음교육으로 시작되어야 하는데 그 발음을 모호한 발음기호나 외국인의 발음을 몇번 혹은 몇 십번 따라하는 것으로는 되기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적당히 발음을 배웠기 때문에 명확하게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영어학습에 가장 중요한 문제가 이것이다.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한 단어나 문장의 정확한 발음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정확한 발음을 모른다는 것은 어떻게 해야 그 발음을 낼 수 있는지 모른다는 의미이다. 왜 그렇게 해야 그 발음이 되는지는 더더욱 모른다. 나아가서 사전의 발음기호를 기호로 알 뿐, 정작 말의 속도에 따른 변화음은 알 길이 없다. 쉬운 예로, [어컵 오브 커피]는 알아도 [카바카ㅍ휘]는 못하고, [겟 아웃 오브 히여]는 알아도 [게라라히어]는 모른다.
한국의 유명한 영어교육가 한 분이 나에게 전화를 해서
“홍 교수님 영어를 잘 가르치신다는 말을 익히 듣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가르치십니까?” 하기에 아주 쉽게 설명할 생각으로
“간단합니다. 전 처음부터 미국식 영어발음의 원리를 우리말로 설명하여 공식화 해서 입력해놓고, 그 원리에 따른 듣기 훈련을 시키고 나서 그냥 가장 자주쓰는 말부터 완전한 음악으로 외우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주시겠어요?” “예를 들어 쇼핑을 갔다고 합시다. 담당직원에게 묻습니다. ‘여기 담당이신가요?’할 때 이 말을 무조건 Are you in charge here? [⤴아어유/ 인추아찌/ 히여어⤴] 하고 외우게 만들죠. ”
“아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아니 듣고도 모르십니까?”
“잘 안 들립니다. 대체 무슨 소린지 자세히 설명해 보세요.”
“그 이상 어떻게 자세히…”
“[아어유우]… 그게 뭡니까?”
“[아어](Are)는 2인칭 be동사죠.”
“아, 그거야 [아]하면 되지 [아어]는 또 뭡니까?”
“[아] 뒤에 짧은 [어]를 붙인 것은요 are 발음을 적당히 낸 겁니다. 제가 만든 공식중에 2개의 모음으로 이루어진 단어가 e로 끝나면 그 e는 발음하지 않는다는 공식이 영어발음 구구단 1권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ar만 남죠. 그런데 또 하나 공식에 r로 끝나는 단어는 어를 붙여라 하는 게 있습니다. 그래서 잘 들어보시면 ‘듣는다’ 하는 말도 미국 사람들은 그냥 [히여] 하지 않고 [히여어]합니다. ‘이리 와’ 할 때에도 [캄히여] 하지 않고 [카미여어어]하고 끝의 어를 상당히 길게 합니다. 그러니까 2인칭 비동사 are도 단순한 [아]가 아니라 [아어]가 되는 겁니다. 여기서 [어]를 길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2개의 [아]: [아]와 [아어]
또 한가지 이 are는 입안 앞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중간 이상, 그것도 입을 크게 벌리고 나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어]를 짧게 붙이면 혀가 안으로 자동적으로 들어가게 되지 않습니까?”
“허,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연구해서 말해야 되는군요. 그런데 영어발음을 한글로 적으면 안 된다고들 하던데...”
“안 되는 이유는 두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과거 영어회화책을 만든 사람들이 영어밑에다가 한글 발음을 적당히 토를 달아 붙였는데 영어발음의 한글표기를 연구해 보지도 않고 적당히 붙이니까 정확한 발음을 모르는 사람들이 적은 거구요, 두번 째는 영어 발음을 한글로 적는데 있어서 표기의 한계가 있었던게 사실입니다.”
5년전에 제가 영어발음 한글표기법을 새로이 연구해서 만들었습니다. 완벽합니다. 예를 들어서 Th는 [뜨]도 아니고 [스]도 아니니 적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음가를 면밀히 분석해보면 무성음 Th는 [ㅎ]과 [ㄸ]이 연이어 나므로 [ㅎ뜨으]로 적고 빨라지면 [ㅎ뜨], 유성음 Th는 [ㅎ드으] 빨라지면 [ㅎ드] 로 적되 앞에 붙는 ㅎ은 ‘혀를 물어라’는 약속기호로 볼수도 있겠죠.혀를 물고나서 [뜨으] 혹은 [드으]발음을 하라는 것이니까요.” “아, 혀를 물고 나서...”
“그렇죠.”
“F발음은 ㅍ과 ㅎ이 거의 동시에 나는 발음이라 [ㅍ흐]로 적습니다.”
“V는?” “ㅂ과 ㅎ이 거의 동시에 나는 발음이므로 [ㅂ흐]로 적습니다.”
“그 재미있군요.”
“R과 L을 사람들이 혼동해서 발음하는데 그건 어떻게 적습니까?”
“R은 안에서 나는 [ㄹ]이니까 [우]나 [어]를 한 다음에 [ㄹ]을 발음하니까 [우ㄹ] 혹은 [어ㄹ]로 적고 앞에서 나는 L은 [을ㄹ]로 적죠. 그래서 Rock는 [락]아 아니라 [롸ㄱ]이라고 적고, Lake은 [레이크가 아니라 [을레익] 혹은 [(을)레익]이라고 적습니다.” “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참!”
“외국어의 발음은 끝없이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하는 사람들이 훈민정음이 얼마나 과학적인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영어실력이 아무리 좋으면 뭐합니까? 발음실력이 없으면 안 들리고, 안 들리니까 벙어리가 되고 마는 걸요.”
“홍 교수님 꼼꼼하시군요. 어떻게 그런 것까지 연구하셨나요?”
“기억나십니까? 제가 씰버킹에서 매주 영어설교를 할 때 그때 발음연구를 안 할 수가 없었어요. 8백만명이 청취하는데 신경이 안 쓰이겠어요? 내가 미국인보다 더 정확하고 더 아름답고 더 힘있는 설교를 하리라 하고 기도하니까 어느 순간 머리가 트이듯이 깨달아졌습니다.”
“가만있자. 모든 단음절… 단음절이라는 건 외마디 소리아닙니까?”
“그렇죠. 쉽게 말하자면 모음은 홀로 소리를 내지만 자음은 홀로 소리를 내지 못하니까 자음과 모음이 만나면 한 음절이 되는 거죠.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자음 더하기 모음 아니면 자음 더하기 Y가 한 음절이죠.”
“그러니까 그남자 [히], 그들 [데이], 우리들 [위]… 이게 다 단음절이죠.”
“그렇죠.”
“그러니까 이걸 길게 발음해라 이거죠.”
“바로 그겁니다. [히]하지 말고 [히이]하지 말고 [위이], [데이]하지 말고 [ㅎ드으에이]해야 합니다.”
“그건 그렇고 [추어엇쥐]는 또 뭡니까? 왜 그렇게 혀를 배배 꼽니까?”
“꼬는 게 아니라 정확한 발음을 한 거예요.”
“정확한 발음이라? 그게 대체 무슨 뜻인데요?”
CH는 [추]로 발음해야
“부과하다, 담당하다…”
“아, [차지]?”
“정확한 발음은 [추아엇쥐]입니다.”
“또 혀를 꼬시네. 그렇게까지 혀를 꼬아야만 되는 겁니까?”
“꼬는 게 아니고요. Ch는 혀끝이 입천정을 막다시피하다가 터뜨리는 발음이거든요. 그래서 [ㅊ]발음이 나는 겁니다. 그런데 혀끝이 입천정 어디쯤을 막느냐? 앞쪽이냐 중간이냐 뒷쪽이냐에 따라 소리가 다릅니다. 그런데 적어도 중간을 넘어선 안쪽입니다. 그래서 ㅊ발음을 내면서 우하면 혀끝이 더 안으로 들어가잖아요. 그러니까 [추]발음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교회라고 할 때에도 그냥 처치가 아니라 [추엇취]하는 겁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여기 담당이십니까 할 때의 그 Charge도 [추]로 시작하는 겁니다.”
“그래서 [추아지]다! 알겠어요.”
“아니요, 그게 아닙니다. [추아지]가 아니라 [추아엇쥐]라 해야 정확한 발음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쓴 왕초보 발음구구단이란 책을 보시면 모음다음의 R은 [어]로 발음하라는 공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추]에다가 A는 [아]예요.”
“A는 사실 여러가지로 발음되는 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A가 R앞에 올 때에는 [아어]로 발음되더라구요.”
“그래서 추아… 그러는군요?”
“그 다음엔 ge잖아요. 제가 만든 또하나 공식은 어떤 단어든지 끝이 ge로 끝나면 [ㅅ+ㅈ]의 발음이 된다. 그러나 빨라지면 [ㅉ]처럼 들리죠.”
“그것도 공식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래서 ch는 [추], a는 [아], r은 [어], g는 [읏쥐] - 그래서 정확한 발음은 [추아엇쥐]입니다.” “그렇군요. 사실 저도 뉴욕에서 살아보았지만, 미국인들이 얼마나 말을 빨리 합니까? 자기들끼리 말할 때는 도저히 못 알아듣겠어요.”
“그러니까 발음을 철저히 연구하셔야죠.”
“빨라질 때의 공식은 없습니까?”
“영어발음구구단 2권에 있는 연습문제를 보시면 됩니다. 빨리 발음할 때에는 강세가 주어지는 부분만 들리거든요. 그래서 리듬의 공식을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묻는 말에서 첫 단어인 be동사나 조동사는 거의 안 들릴 수 있습니다. 전치사나 관사는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영어와 한국어의 발음에 있어서 차이가 많은데 그걸 소홀히 했군요.”
“그렇습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영어에는 부드러운 ㅂ(V)과 그냥 ㅂ(B)이 있는데, 우리는 ㅂ 하나밖에 쓰지 않고, 영어에는 ㅍ도 그냥 ㅍ(P)이 있고 폭팔하는 ㅍ(F)이 있는데 우리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아]발음도 영어에는 앞에서 나는 [아]와 안에서 나는 [아]가 둘인데 우리는 현재는 입안 중간에서 나는 [아] 하나밖에 없습니다. 엣날에는 안에서 내는 [아]가 있었지요. 그것이 아래 아입니다”
이와 같이 정확히 분석한다면 영어의 모든 발음을 한글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목사야, 빨리 와라. 큰일 났다!”
한밤중에 전화벨이 울려 받아보면 이런 말이 수화기로부터 흘러나온다. 급히 달려가 보면 부부싸움을 하고 나서 원조를 요청하는 미군 사병의 전화다. 죠지아주 어거스타는 군사 도시다. 미군과 결혼한 한국인들이 많을 때는 3천여 명 살았다. 이 곳 어거스타 어느 목사님이 나에게 와서 남편들을 위한 부흥회를 하자고 의논하면서, 미군과 사는 한국 여인이 수천 명에 이르러도 주일날 설교를 영어로 통역해줄 수 있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는 것이다.
미국인과 살아도 통역은 못 해
뉴욕에는 C 중령으로 통하는 인기높은 이가 있다. 그는 기인이라고도 불리운다. 한국에서 ROTC 장교였던 그는 장교를 천직으로 알았는지 밤낮없이 근무했다. 생쌀을 먹으면서 지프차안에서 눈을 붙이고 순시를 하니까 소문이 났다. 잠도 안 자고 근무하는 C 중령 - 그는 드디어 사령관에게 불려갔다.
“귀관은 잠도 안자고 근무한다는데 그게 사실인가?”
“각하! 조국이 두 동강이 나 있는 상황에서 어찌 잠을 다 자고 근무하겠습니까?” 이 한 마디가 사령관을 감동시켜 그의 출세가 보장되었다. 그는 육군에서 가장 핵심부대의 중대장으로 전근되었다. 그는 전직 대통령이 중령시절 그를 불러다 조사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장교들이 다 보야야 하는 영어시험은 피할 수가 없었다. 궁리끝에 자기와 비슷하게 생긴 사병중에서 영어에 자신이 있는 사병을 불러다가 자기 장교복을 입혀 시험을 대신 치르게 했다.
미국만 간다고 영어가 되지 않는다.
놀라운 일은 대리 시험에서 그가 일등을 해버렸고 그 이유로 미군 군사학교에 유학을 가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었다. 유학을 가서 영어때문에 고생한 이야기는 소설 한 권이 될 것이다. 귀국하자 육사 교관이 되었다. 유학까지 다녀왔으니 영어야 당연히 잘 하는줄 알고, 이런저런 번역물은 물론 장군들까지 통역을 해달라는 청이 끊이지 않았다.
한번은 육사 고급 장교들과 미 8군 장교들간의 친목 모임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도 통역을 맡아야 했다. 그는 눈치로 때려 잡아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한달 후에 크나큰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다음 달 다시 만나자는 것까지는 제대로 통역을 했으나 함께 훈련을 하는 것으로 잘못 알아들은 것이었다. 사실은 서로 만나 테니스를 치자고 한 것인데 한국장교들은 전쟁이나 난 것처럼 완전무장을 하고 나타났던 것이다.
이렇게 미국에만 간다고 영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완벽한 영어를 할 수 있다. 대구에서 섬유업을 하는 P씨는 나에게 영어를 배워 발음만 고치다가 무역협회 주관으로 아프리카를 순회하게 되었는데, 가나에 가서 CNN 아나운서가 무슨 생방송 중계를 마치고 P씨와 대화를 하고는 어디서 영어를 배웠느냐면서 발음교정을 해달라고 부탁하더라는 것이다. 미국만 가면 영어가 저절로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교포들이 한국에 살고있는 내국인보다 영어를 더 못하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미국인과 더불어 살아도 영어를 포기하고 생계에 필요한 영어 몇 마디만 하기 때문이다.
영어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영어를 배우는 곳이 아니라 내가 배운 영어를 써먹고 더 발전시키는 곳이다. 초급 영어를 배우는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제대로 가르치는 학원도 많지 않을 뿐더러, ESL같은 데서도 한꺼번에 발음 독해 영작 어휘 등을 묶어서 가르친다고 법석만 떨지, 잘 되지도 않고 혼란만 일으킨다고 학생들은 국제전화로 하소연 한다. 영어가 어려워서 영어를 못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 사람들은 영어를 잘 하는데 왜 우리만 못 한단 말인가?
지난 구정(2001년 2월)에 필자는 뉴욕에서 ‘영어성공 십계명’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앞에 앉았던 50대 여인이 강연을 듣고나서는 찾아와 영어는 발음과 말씨가 생명인데 발음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말씨라는 나의 주장에 100% 공감한다고 말하면서, 자기는 30년 동안 미국 병원에서 간호원으로 근무했는데 업무적인 말이야 문제 없이 하지만, 의사나 동료 간호원이 개인적으로 대화를 하자고 하면 피해왔다는 것이었다. 내가 쓴 책 중 몇 권을 권해주고 한국에 돌아가서라도 전화로 개인지도를 받고 싶다고 하여 허락하였다.
어느 미국병원 수간호사의 경우
그 간호사는 매주 2회 전화로 발음과 말씨를 고치게 되었다. 그리고 한달이 안 되어 그녀는 가는 곳마다 영어 잘 한다고 칭찬을 듣는다며 좋아했다. 뿐만 아니라 한번은 교회에서 점심을 낼 차례가 되어 손이 모자라 미국에 온지 5년 째 되는 젊은 아기 엄마와 델리에 갔는데, 이 젊은 여인은 영어로 식사 주문도 못 하더라고 전화로 한탄하는 것이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미국 사람한테 가서 50분 동안 듣고 몇 마디 따라한다고 영어가 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더 한심한 것은 발음도 말씨도 전혀 잡혀있지 않은 사람이 미국인 Free Talking 반에 들어가 끙끙거리며 몇 마디 하고 나서 미국인 영어선생이 알아들었다고 해서 영어가 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강의를 알아듣지 못하는 아들의 고통을 보다못한 아버지가 차마 휴학은 못 시키고 봄방학에 개인지도를 부탁해 잠을 줄여가며 가르친 경험도 있다. 도대체 부모들은 너무 모른다. 한국에서 공부 잘 한 것만으로 다 되는줄 안다. 입학만 되면 다 따라가는 줄 안다. 강의를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들은 그들끼리 모인다. 그래서 서로 위안을 받는다. 알아듣지 못하는 강의를 어떻게 계속 들을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이 아이들이 무서운 아이들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리고는 큰 사건 같은 것에 연루되어서야 부모가 알게 되는 것이다. (졸저, 수필집: ‘미국인도 울고간 영어’ 참조)
한국에서 영어 실력이 좋다는 소리를 듣고도 미국 가서는 알아듣기 힘든 경우가 있다. 잘 알아듣는다는 것은 실력이 아니라 하나의 요령이기 때문이다. 미국인의 강의를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말의 속도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며, 그 속도에 따라 발음하지 않는 발음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말이 빨라질 때에 발음이 어떻게, 왜 변화하며 어떤 원리에 의해 변화되는지 공식을 알면 간단히 알아들을 수 있다. 하나의 요령인 것이다. 미국가서야 영어를 잘 할 수 있다면 미국교포들은 모두 영어를 잘 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미국가면 영어를 더 못한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이다.
30년 미국 살다왔는데, “커피 한 잔 드시겠어요?”해보라 했는데 못한다.
뉴욕 어느 교포 미용실 주인은 미국인이 들어왔는데 “이쪽으로 오세요.”를 못하고 미국온지 5년이나 되는 어느 젊은 교포 주부는 버거킹에 가서 음식 주문도 못 하더라고 그 수간호원이 필자에게 말한 적이 있다.
유명한 언어학자 Charles박사는 어쩌면 그렇게도 필자의 경험을 통한 주장과 똑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그는 그의 “Teaching and Learning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미시건대학 출판부)에서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는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문제는 처음에는 어휘가 아니라 우선 Sound System을 온전히 습득하는 것, 즉 Stream of Speech를 이해하고, 음의 특징을 들어 구별할 수 있고, 그와 같이 발음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필자가 Stream of Speech를 Speech Music이라고 한 것만을 빼고는 다를 것이 없다.
영어가 어렵다면 발음과 리듬이 어려워서 어렵게 느껴질 뿐이다.
그러므로 발음과 리듬 - 두 가지만 해결하고 첫 단계로서 자주 쓰게 되는 말부터 정확히 외워나가면서 묻고 대답하는 훈련을 하면 아는 문장은 다 들리고 자신있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말이 되면 읽고 읽고 또 읽어야 한다. 그러면 쓰기도 쉬워진다. 쓰기가 마지막이다.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을 맨 먼저 한다면 영어학습 전체가 무너진다.
이처럼 중요한 발음과 말씨를 정확히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까지 애매한 발음기호로 발음을 가르쳐 왔고, 결국 이렇다 할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도 그럴 것이 발음기호조차 철저히 가르치지 않고 더욱이 설명도 하지 않으니 될 리가 없다. 중학교에서는 영어를 가르치기전 적어도 한 학기는 영어발음의 원리를 가르쳐야 한다.
이처럼 영어발음은 우리말로 가르치고 한글로 표기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모국어보다 분명한 발음이 없다. 발음기호보다 모국어가 분명하다.
2. 발음기호로 50년간 교육했으나 실패한 셈이다.
3. 미국인들도 외국어를 발음기호를 쓰지 않고 알파벳으로 표기한다.
4. 빨라질 때의 발음기호는 없다.천천히 할 때의 발음기호 밖에 없다.
5. 발음기호는 사전마다 다르고 학자마다 달라 혼동만 일으킨다.
6. 발음기호는 단어에만 적용했지 문장의 변화음을 표기하는 예는 없다.
7. 다른 외국어는 한글로 가르치면서 영어엔 왜 발음기호를 고집하는가?
8. 5년간 실험결과 한글발음교육이 더 효과적임이 입증되었다.
9. 영어로 우리말을 표기하기 어렵지만 우리글은 영어발음을 표기한다.
10. 영어발음을 가르치려면 한국어발음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영어발음을 한글로 적어서는 안 된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필자가 <헨리 홍의 영어발음 한글표기법>을 연구개발하여 20여권의 영어학습서에 영어발음을 한글로 표기하자,
대부분의 영어학습 저술가들이 나의 한글발음표기를 따라오는 추세가 되었다. 물론 과거에는 정확하지 않은 한글발음을 영어회화책에 무성의하게 토를 단 적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적을 수 없는 발음은 겹자음으로 해결했다. 예를 들어
F(윗니로 아랫입술을 눌러막았다가 터트림)는 [ㅍ]도 아니고 [ㅎ]도 아니므로 한글로 적을 수 없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자세히 들어보면 [ㅍ]이 먼저 들리고 [ㅎ]이 들린다. 그러므로 F는 [ㅍ흐]로 표기한다. 영어에서도 F발음을 ph와 같은 발음으로 가르치는데 P가 [ㅍ]이고 H가 [ㅎ]인 것이다.
V(윗니로 아랫입술을 눌러 막았다가 누린 입술을 천천히 목을 우리면서 빼냄)는 [ㅂ+ㅎ]이므로 [ㅂ흐] (예: very는 [베리]가 아니라 [ㅂ흐에어뤼])
무성음 Th는 [ㅎ+ㄸ]즉, [ㅎ뜨으](예: Think은 [띵]이 아니라 [ㅎ뜨으잉])
유성음 Th는 [ㅎ+ㄷ]즉, [ㅎ드으](They는 [데이]가 아니라 [ㅎ드으에이])
L(혀끝을 윗니 안쪽 잇몸에 붙였다가 떼면서 내는 ㄹ발음)은 [(을)+ㄹ](예: Lady는 [레이디]가 아니라 [(을)레이디], ‘을’을 괄호에 넣은 이유는 ‘을’소리를 내지 않고 혀끝만 윗니 안쪽에 붙여도 된다는 뜻)
R은 [우+ㄹ]이라 생각하면 된다. R이란 혀끝을 입안에서도 안쪽으로 끌어들인 후에 내는 [ㄹ]발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R발음을 그 발성위치에 따라 더 세분해 보자. R이 단어 맨 앞에 올 때 그리고 자음 다음에 올 때에는 앞에서 설명한 대로 [우]발음을 덧붙여야 한다.
이 외에도 S는 첫문자로 모음앞에 올 때에는 [ㅆ], Ch가 첫 글자로 올 때에는 [ㅊ]이 아니라 [추], 그래서 Church는 [처치]가 아니라 [추어취], Sh는 [슈] 그러므로 Shopping은 [쇼핑]이 아니라 [슈아핑], J는 [ㅈ]이 아니라 [주], 그러므로 Jane은 [제인]이 아니라 [주에인], -ge는 [즈]가 아니라 [ㅅ+ㅈ], 즉 [읏즈] 혹은 [ㅉ], 그러므로 College는 [칼리지]가 아니라 [칼릿쥐] 혹은 [칼리쯔] 등등 그 정확한 발음을 한글로도 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자음은 이 정도로 거의 모든 발음을 표기할 수 있다. 모음의 경우에는 단모음의 경우에만 어려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Milk의 i는 짧게 발음하는 [이]로서 약간 안쪽에서 난다. 즉, [이이]와 [어] 중간에서 나는 발음이다. (도표 1 참조: X=1, Y=2) 천천히 발음할 때에는 [이어]이다. 그래서 미국인이 이 발음을 할 때 [미얼(ㅋ)]으로도 들린다. 그러나 빨라지면 [에]로도 들린다.
이 발음을 한국교수들은 [에]모양을 하고 [이]발음하라고 가르치는데, 미국에서는 [이어] [이어]를 반복하다가(도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맨 앞의 위는 [이이] 그리고 한중간은 [어]니까.) [이] 와 [어] 그 중간쯤에서 [이어]로 짧게 발음하라고 가르친다. 예를 들어 Milk는 천천히 발음할 때에는 [미어(ㄹ)]로 빠를 때에는 [멜]로 들린다. 그것은 Six가 항상 [쎄ㄱ스]로 들리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까다로운 단모음 Good의 oo는 [우우]와 [어] 사이의 발음으로서 [으어] 빨라지면 [으]로 발음하고 표기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그래서 Book은 [북]이 아니라 [븍], Good은 [굿]이 아니라 [긋], Look은 [룩]이 아니라 [(을)륵]으로 들리는 것이다.
그 동안 헨리홍 어학원에서는 5천여 명을 배출했는데 이들은 일단 말하는 영어에서는 자신감에 넘쳐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이유의 하나는 영어발음을 우리말 우리 글로 가르친다는 특징 때문이다. 초등학생들 중에 한글로 배운 발음이 더 정확하기 때문에 영어웅변이나 말하기 대회에서는 언제나 은상 이상을 받고 뿐만 아니라 영어에 자신이 서기 때문에 미국이나 캐나다에 유학가서는 수학이나 과학은 월반까지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 이런 예를 드는가 하면 영어발음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한글로 표기해야 성공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가 영어에 자신이 없다면 그것은 바로 발음에 자신이 없다는 말이다. 사실 발음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말의 속도에 따라 시시각각 발음이 달라지고 탈락하여 알아듣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철저히 하기 위해서는 우리 말로 그 발음을 자신있게 소화해야 하는데 소화하는 방법은 한글발음표기법을 사용하는 수 밖에 없다.
영어는 적어도 몇 년은 걸려야 된다는 막연한 오해가 한국 사회에 팽배해 있다. 하나의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는 것은 물론 단기간 동안에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말로 하는 영어에서는 오래 걸려야 할 이유가 없다. 말로 하는 영어는 시간문제다. 정확한 발음을 알고 그 발음의 말이 빨라질 때의 변화과정과 변화음을 알고 말씨를 알고 그리고 자주 쓰는 표현, 공식에 해당하는 표현, 중요한 표현을 노래외우듯 외워나가면 말은 되는 것이다. 우리는 ㄱ, ㄴ 모르고도 훌륭하게 말을 할 수 있었다. 돌 지난 아기도 말을 하는데 성인이 왜 말을 못 하겠는가? 요는 시간이다. 시간을 얼마나 투자하느냐에 달렸다.
시간만 많이 투자하면 1주일만에도 미국인과 대화하게 되는 일이 얼마든지 있었다. 말이란 외워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립품을 만들듯이 말을 만들어 하려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이것이 바로 문제다. 우리 한국학생들이 외우는 것을 얼마나 잘 하는가? 입에 달고 다니는 말부터 외우게 해 보라. 말로 하는 영어는 실제로 시간문제인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영어가 금방 됩니까? 그래도 몇 년은 해야겠지요.”라고들 하는데 말로 하는 영어는 시간 문제다. 내가 아는 어느 고1 유학생은 그 아버지와 함께 나만 믿고 미국에 와서 어느 명문 사립고에 응시했다. 교장은 인터뷰 해보더니 영어가 안 되어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나는 교장을 설득시켜 여름방학 3개월 동안에 조건부로 받아 들이게 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가을학기 중간고사에서 반에서 2등을 하고 U.Penn에 들어갔다.
5박 6일에도 말할 수 있다.
5박 6일에도 영어로 말할 수 있다. 필자를 거쳐간 영어학도가 현재로는 5천여 명은 될 것이다. 대부분 외국에 급히 나가게 되는 분들이었다. 그 분들이 “이제 난 말로 하는 영어에 자신이 섰는데 아이들은 어찌해야 좋겠습니까?” 하는 성인 학생들이 워낙 많아서 “그러면 여름방학 때 일주일만 집중훈련시켜 봅시다” 하고 여섯 살짜리부터 고등학생까지 소그룹으로 호텔에 넣고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발음 고치고 말씨 잡아 주어 ‘영어회화 구구단’을 녹음하며 강의한 후 무조건 외우게 했다. 토요일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러 왔을 때, 마침 미국 선교사 부부가 왔기에 우리 어린이들에게 20여가지 일상적인 질문을 해보라고 했다. 여기서 놀라운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ABC밖에 모르는 어린 학생들이 80%이상 선교사의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완벽하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척척 영어로 대답을 하자 어머니도 놀랐다. 선교사도 놀라서
“How many years have you learned English from Rev. Hong?”
하고 묻자,
“I’ve learned English for six days.”
했다. 밀즈 선교사 부부도 다시 놀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벌써 6년째 방학 때마다 이 프로그램을 해오지만 “영어가 어디 금방 됩니까?” 하고 묻던 사람들이 다 놀라고 만다. 영어가 금방 되지 않는다는 말은 다시 말하자면 영어란 배우기 어려운 언어라는 오해에 빠져있다는 증거이다.
자녀들 영어교육 문제 때문에 상담하러 온 많은 학부모들은 하나같이 비분강개하여 통탄을 금치 못하였다. “세상에 십 년 이상을 영어를 가르치고 말을 못 한다면 그게 말이나 됩니까?” “다른 나라 같았으면 아마 행정소송이라두 냈을 거예요.” “내구말구요.” “그런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요.” “영어교사들 대부분이 사표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야죠. 영어는 말부터 가르쳐야 하는데 말은 고사하고 발음하나 정확히 가르치지 못 하니 말이죠.”
“집에서 발음을 고쳐놓으면 학교가서 버려와요.”
“교사들이 정확한 발음이 무엇인지 모르고 오히려 정확하게 하는 발음을 이상하게 여긴다니까요.”
“그래요. 그러니 교사는 바른 영어를 방해하는 방해꾼이죠!”
정확한 발음을 집에서 가르쳐도 학교에 가면 엉터리 발음으로 바뀌어 돌아오니 영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도록 하는 방해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문법 단어만 가지고 씨름하면서 아이들 진만 뺀다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 교육은 그 옛날 일본 선생에게서 배운 그 엉터리 발음을 그대로 전수하여 가르치고 있다. 한국영어교육은 그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까닭에 50여 년 동안 벙어리 영어, 즉 절름발이 영어로 전락된 것이다. 뉴욕에서는 어느 교포가 전화로 “차라리 한국에서는 영어를 배우지 말고 오세요.”라고 하는 소리를 듣고 서글펐는데, 서울에 오니까 “영어하나 제대로 가르치는 곳이 없어서 이민갑니다.” 라는 유행어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영어는 일본어보다 쉽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을까? 필자는 잠이 오지 않았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헨리 홍 어학원”을 등록시키고 대한민국에서 필자 이름과 명예를 걸고 말로하는 영어는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 것이다. 영어 때문에 고생하는 것을 보면 한국인은 과연 선량한 민족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 사람들 같았으면 10년이상 영어공교육을 받고도 말을 못 한다면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을 것이다.
영어는 과연 어려운 언어일까? 영어가 어려운 언어라면 어느 민족에게나 어려워야 한다. 그러나 유독 한국인과 일본인에게만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어가 진실로 어려운 언어라면 국제어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동사변화도 간단하고 불규칙동사도 며칠이면 다 외울 수 있다. 존칭어도 거의 없다. 어려울 이유가 없다. 어렵게 느껴질 뿐이다. 그 이유는 첫째, 발음과 말씨에 자신이 없다는 점, 둘째, 순리적으로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발음과 말씨에 자신이 없는 이유는 영어교육자들조차 발음과 말씨에 자신이 없어서 가장 중요한 이 부분을 분명하게 가르치지 않았고, 이 부분을 먼저 가르쳐야 하는데 아예 안 가르치니 영어교육의 순리가 깨졌기 때문이다.
모든 언어는 말부터 가르쳐야 한다. 말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발음과 말씨의 원리를 수학공식처럼 공식화하여 이해하고 이 공식에 의하여 듣기훈련을 한 후에 가장 자주 쓰는 중요한 표현과 응용할 수 있는 표현을 외워나가는 한편, 묻고 대답하기를 연습해 나가면 말로 하는 영어는 완성된다. 그 이후에 읽기와 쓰기를 가르쳐야 순리다.이처럼 단계적으로 순리적으로 교육시키지 않으면 반드시 무너져서 할 수 없이 원점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10년, 20년, 30년 영어공부를 해도 말이 안 되고 심지어는 미국가서 살다 온 사람도 말에는 자신이 없어서 다시 학원에 나가지 않을 수 없다.
더욱 답답한 것은 영어를 잘 한다는 사람들도 책읽는 식의 영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왕에 영어를 하는데, 왜 고운 말씨, 정중한 말씨, 아름다운 영어와 설득력있는 영어 그리고 힘찬 영어를 왜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리듬 즉, 말씨를 처음부터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발음의 원리를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이 한국식으로 하면 되지!” 하면서, 이런 주장이 마치 애국심의 발로인 것처럼 착각하는 사고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외국에 나가면 자기 콤플렉스에 빠져 “한국 사람이 죽었다 깨어난들 백인들을 당할 수 있나?” 하고 “에이, 언어라는 건 어려서 배워야지 환갑이 지났는데 되나?” 하고 포기하고 만다.
필자가 미국에 간 것은 서른 세살이었다. 그러나 800만명 미국인이 시청하는 텔리비젼에서 매주 30분씩 고정적으로 영어설교를 하여 매주 300여 통씩 전화를 받았다. 흑인과 한국인의 갈등해소에 공헌한 공로로 Good News 평화상도 받고 미 연방 하원의회 의사록에 활동보고가 남아있을 만큼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한 가지, 영어를 자신있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어는 한국어보다 훨씬 쉽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국인은 영어만 제대로 하면 세계 어느 곳에 갖다 놓아도 호랑이가 날개단 것처럼 활동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헨리 홍의 “미국인도 울고간 영어”참조)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말을 배우는 과정은 복잡할 것이 없다. ‘발음역’에서 설명한 것처럼 말로 하는 영어의 생명은 발음과 리듬이므로 발음과 리듬에만 자신이 있다면 끝나는 것이다. 우리는 영어표현에 관한 한 크나큰 오해를 하고 있다.
즉, 미국인과 대화를 할 때 순간적으로 말을 만들면 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마치 부속품만 있으면 언제든지 조립할 수 있는 기계로 생각하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만들 수 있는 말도 있고 만들 수 없는 표현들이 외워서 할 수있는 말보다 비교가 안 될 만큼 많은 것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한국어를 쓰는 부모 밑에서 자란다. 그러나 한국어를 쓰는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냐에 따라 그 언어발달의 기간이 좌우된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한국인 부모에게서 한국어를 배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한국에서 한국부모에게서 한국어를 배우는 시간보다 몇 십배 오래 걸린다. 부모의 한국어를 듣고 따라할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영어만 쓰다가 겨우 두세 시간 한국어를 쓴다고 한국어가 곧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아이가 전화를 받는다. “아빠 친구 홍 목산데 아빠 바꿔 줘.” 하면 이 아이는 언제나
“기다려, 내가 가져오께.”
한다. 한국어가 이렇게 배우기 어려운 언어다. 한국인은 이토록 어려운 말은 잘 하면서 그리도 쉬운 말인 영어를 왜 못하는 것일까? 존칭어가 들어있는 표현을 통째로 외웠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외우면 이런 실수는 안 할 것이다. 필자 자신도 영남 대학교에서 국문학을 가르쳤던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다가 포기상태에 이르렀다. 말은 잘 하는 편인데도 실수가 많다.
“아빠, 내가 아침에 눈을 켜니까…” “아빠 우리 선생님이가…”
그런데 그 영어는 서른이 넘어 늦게 시작해도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말이란 지식이 아니라 방법이다. 그래서 일자무식도 말이야 청산유수라 하지 않던가? 그것은 영어에서도 마찬가지다. 영어는 우리말 보다 훨씬 쉽다. 이 글에서 나는 자신없는 발음기호보다 한글로 표기할 수만 있다면 한글표기가 말로 하는 영어에서는 발음기호로 공부하는 것과는 비교하기 어렵게 도움이 된다는 것, 한글 발음으로 영어를 가르쳐보니 완벽한 영어발음으로 유창한 영어를 당당하게 하더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수없는 초청 강연에서도 나는 영어발음을 우리말과 우리글로 설명하고 있다. 단지 2시간 동안에 완벽한 영어발음으로 고칠 수 있는 것은 영어발음을 한글로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말로 하는 영어는 공부가 아니라 단지 요령이라는 것, 남녀노소 누구나 새로 발음고치고, 말씨 잡고, 외워야 할 문장을 외우기만 하면 말로 하는 영어는 시간문제로서 불과 일주일만에도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과 체험을 통하여 밝히고 싶은 것 뿐이다.
생각해 보자. 발음기호도 모르는 학생에게 읽으라 하고, 말도 못하는 학생에게 독해부터 하라고 하니 기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뛰라고 독촉하는 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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