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28(화) 08:30, 당진 집에서부터 폐달을 밟기 시작했다. 32호선 국도를 따라 주행하다가 신평에서 34호선으로 진입하여 삽교호를
거쳐 아산시 인주면 밀두리에서 휴식을 취하였다. 나무 그늘에서 한참을 쉬었다가 다시 달리려는데 뒷 바퀴가 펑크가 나 있다. 곤란해 하는 나를
보고 어떤 젊은이가 지금 막 새로 뽑아 오는 승용차에 자전거를 싣고 경기도 안중에 있는 자전거점까지 데려다 주었다. 요즘 세상에 이렇게 친절한
젊은이가 있다니! 감동이다. 갑자기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고, 내가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자랑스럽다. 펑크를 수리해서 팽성으로 달렸다. 이어서
둔포로, 성환, 직산, 입장, 진천을 지나 증평까지 가서 첫 날의 여장을 풀었다. 자전거 주행거리만 112km이다.
7. 29(수) 08:20, 증평에서 괴산 방향으로 달렸다. 도로는 국도 34호선이다. 비가 오기 시작했다. 괴산을 지나 19번 국도로
갈아타고 감물면, 살미면에 이르렀다. 비가 어찌나 많이 오는지 중간 중간 농막에서 비를 피하였으나 흠뻑 맞기는 매 한가지였다. 농막 주위에서
비닐을 주워서 배낭을 싸매어 보호하였다. 살미면을 지나는 동안 긴 고개길이 있어서 더욱 어려웠다. 살미면의 어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니
비가 그쳤다. 다시 36번 국도를 타고 덕산면, 단성면 일대를 지나 단양에 이르렀는데 보아하니 월악산 주변과 충주호 주변을 길게 지나온
것이었다. 단양에서 영주 방향으로 달렸다. 죽령을 넘느라고 큰 고생을 하였다. 정상에 이르러 보니 해발 696m라는 표지가 있다. 죽령 정상에서
풍기까지는 단숨에 내려왔다. 시속 45km 내외의 속도로 내려오니 금새 풍기까지 닿았다. 오늘은 증평에서 풍기까지 월악산 자락과 죽령을 넘으며
119km를 달렸다.
7. 30(목) 삼일째이다. 오늘은 풍기에서 영주를 지나 울진까지 갔다. 계속 36번 국도이다. 풍기에서 영주까지는 평탄하고 20km도
안되는 가까운 거리여서 단숨에 갈 수 있었다. 어제와 달리 날씨가 쾌청해서 출발 시간의 기분이 좋았으나 한낮의 더위는 견디기 힘들었다.
07:00, 아침도 안 먹고 일찍 출발했다. 숙소 주변에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도 없었거니와 시간을 아끼고자 주행 중 마트 등 적당한
곳에서 빵 등으로 간단히 먹기로 결심한 것이다. 영주에서 봉화를 지나 만만치 않은 고개를 넘어 현동에 이르렀다. 현동에서 짜장면으로 점심을 먹고
울진으로 가는데 해발 477m, 486m(꼬치비재), 619.8m(답운재) 등 3개의 높은 고개를 넘었다. 어제의 죽령이 높기는 했으나 그래도
하나였는데 오늘은 세 개나 넘으니 온 힘이 다 소진된 듯한 느낌이다. 답운재에서 내려오는 길은 불영계곡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계곡이 우리 한국에
있었다니! 언제 별도의 시간에 이 계곡으로 바캉스를 오고 싶다. 답운재에서 울진까지 약 25km는 전체가 다 내리막길이다. 내리막에,
커브에....... 유쾌하고, 시원하고, 약간의 스릴도 있다. 그러나 너무 긴 거리이다 보니 조금은 지루하기도 하다. 오늘은 풍기에서 울진까지
127km를 달렸다.
한편, 봉화군 소천면에서 울진군 서면으로 잇는 새로운 도로 건설이 한창이다. 산은 터널을 뚫고, 산과 산 사이는 다리로 이으면서 도로를
건설하니 그 공사비가 어마어마할 것이라 여겨진다. 앞으로 2년 쯤 후이면 꼬치비재나 답운재 같은 고개를 넘지 않게 될 것 같다. 꼭 이렇게
도로를 건설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역 정서와 서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답운재 정상에 있는 휴게소는
벌써 매각공지를 해 놓고 있다.
7. 31(금), 울진 버스터미널 주변 식당에서 일찍 아침식사를 하고 포항 방향으로 달렸다. 국도 7호선이다. 도로는 비교적 내리막이어서
편했으나 어제의 영향인 듯 오후에는 매우 어려워서 30분 또는 10km 정도 가면 쉬곤해야 했다. 평해읍, 축산면, 영덕읍을 지나면서 너무
피곤하여 쉬고 싶은 마음인데 마침 장사해수욕장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몸을 집어던지듯 바다에 담그니 뱃속의 화기까지 다 쏟아져 나오는 기분이다.
바다에서 나와 젖은 몸 그대로 폐달을 밟으니 흥해읍을 지나 포항까지는 비교적 덜 어렵게 올 수 있었다. 울진에서 포항까지는 119km이다. 울진
전통시장을 둘러보고, 푸른 색 사과, 아오리 한 상자를 사서 집으로 택배로 부쳤다.
4일동안 477km를 달렸다. 하루 평균 119km이다. 4일동안 고개도 많이 넘고, 터널도 많이 지나왔다. 괴산을 지날 때는 도로변에
옥수수 장사가 많았다. 봉화를 지날 때는 복수박 장사가 많았고, 영덕을 지날 때는 복숭아 장사가 많았다. 봉화에서 복수박 맛을 보았는데 크기가
작고, 껍질이 얇으며, 속살이 부드럽고, 당도가 좋고, 시원하여 한 개를 혼자서 해 치웠다.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펑크난 자전거를 자기 승용차 그것도 그날 인수해 오는 새 차에 실어다 준 젊은이도 있고, 중국집에서 짜장을
먹고 나오려는데 얼린 물이라며 물병을 주시는 사장님도 계시고, 로변 농막에서 과일을 사서 먹고, 옥수수도 한 자루 먹으면 옥수수 값은 받지도
않는 아저씨도 계시고, 가다가 어느 가게에 들러 빈병을 내밀며 물을 구하면 물을 주면서 '마시고 빈병을 다시 주면 채워주겠노라'고 하신다. 이
나라는 좋은 나라이다. 우리나라는 살만한 나라다. 우리는 흔히 사람들이 불친절하고 믿을 수 없다고 말하지만 돌아보면 사실상 문제는 나에게 있었던
것이다. 사랑합니다. 대한민국 그리고 두 바퀴 바이크! (작성·게시 : 김기철)
시원한 장사해수욕장
첫댓글 와우!대단해요!
고생하셨네!
고진감래의성춰감!
의지의한국인!
감사합니다. 공공원 님, 두 바퀴 사랑합니다.
대단해요!
고생 많으셨구
나도 개인적으로 꼭 하고 싶은 숙제입니다!
그저 부러울뿐이네요
체력도 의지도 .... 꿈도 못꿔본 .....
화이팅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