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라켓 잡는 법)은 처음 탁구에 입문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이며 자신의 탁구인생을 결정할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선수들은 입문해서 여간해서는 펜홀더에서 셰이크핸드로 셰이크핸드에서 펜홀더로 바꾸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생활체육 현장에서는 잡는법을 자주 바꾸는 것을 보았는데 이것은 손에 익숙하기 전에 볼을 컨트롤하기가 어려워지면 일어나는 현상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잡는 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펜홀더와 셰이크핸드이다. 펜홀더는 펜을 잡듯이 한다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셰이크핸드는 악수를 하듯이 잡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립은 아시아와 유럽의 문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기도 하다. 펜홀더는 동양에서 많이 사용하는 젓가락을 잡는 것과 비슷하고, 셰이크핸드는 유럽에서 칼을 사용하여 음식을 먹을때 칼을 잡는 모양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셰이크핸드가 유리한가 펜홀더가 유리한가를 놓고 많은 탁구팬들과 탁구인들 사이에서도 논란 중에 있는 게 사실이다. 중국에서도 이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세계적인 추세는 셰이크핸드가 유리하다는 견해를 가진 쪽이 많은 편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보편적으로 지금은 동양권에서도 펜홀더 보다는 셰이크핸드 그립이 많으며 선호하는 편이다. 펜홀더가 이론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중국에서는 그 보완책으로 펜홀더의 뒷면으로 칠 수 있는 이면타법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동등한 조건하에서 보면 펜홀더와 셰이크핸드간에 서로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그립이 더 유리한가라고 결정짓기가 역시 어려운 문제다.
이번에 다뤄질 그립 편에서는 펜홀더와 셰이크핸드 그립간의 장단점을 알아보고 어떠한 그립의 형태가 되어야 하는가를 알아보기로 하겠다. 그립은 곧 전형(타법)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 연구를 많이 해야할 부분이다.
펜홀더와 셰이크핸드 그립의 장단점
먼저 펜홀더와 셰이크핸드의 장단점을 알아보자.
펜홀더의 장점으로는 Forehand, Backhand 모두 한 면을 사용하기 때문에 라켓이 준비동작에서 볼을 치기까지 빠른 시간에 칠 수 있고 Forehand 공격시 빠른 공격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스트레이트 공격시 상대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동작을 분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손가락을 이용할 공간이 많아 서브에서 변화를 많이 줄 수 있고 net ball 처리와 몸 가까이에 온 ball에 대한 처리에도 유리한 점이 있다.
단점으로는 Backhand를 할 때 특히 쇼트를 할 때 신체 해부학적 제한점이 있어 라켓의 각도를 누르기가 어렵다. 수세가 되면 Backhand에서는 일방적으로 수비를 해야 하는 난점이 있다. 특히 키가 작은 선수가 어려움을 느낀다. 드라이브 볼을 Push를 하여 반격을 하기도 하지만 확률이 떨어진다. Backhand의 공격력에 제한이 많다.
셰이크핸드의 장점으로는 손가락과 손이 라켓을 잡고 있는 면이 많아 처음 라켓을 잡는데 있어 펜홀더보다 편하고 튼튼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Backhand에서 드라이브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펜홀더에 비해 가장 뚜렷한 장점일 것이다.
단점으로는 펜홀더의 장점과 비교되는 점이 많다. 양면을 사용하기 때문에 Fore, Back 전환이 느릴 수 있고 Netball 처리와 몸으로 오는 볼에 대한 처리가 어렵다. 그리고 스트레이트 공격시 상대에게 동작이 노출된다.
위와 같이 펜홀더와 셰이크핸드를 비교해 보았지만 이것은 두 그립간의 단순 비교일 뿐이며, 중요한 것은 개인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극복될 수 있는 문제들이라는 점이다.
중국식, 일본식, 한국식
펜홀더는 중국식 펜홀더, 일본식 펜홀더, 한국식 펜홀더로 나눌 수 있다. 그 특징이 분명한데 중국식 펜홀더는 그립을 깊숙이 잡는 편이며 엄지와 검지가 비교적 떨어져 있고 뒷면의 중지, 약지, 장지가 많이 구부러져 있다. 이러한 그립은 감각적으로 대처하는데 유리하고 손가락을 활용하는데 유리하다. 그래서 서브활용과 볼의 변화를 주는데 용이하다.
일본식 그립은 중국식과는 반대로 그립을 깊숙이 잡지않는데 이 그립은 Forehand Drive를 할 때는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을 할 수 있지만 감각적인 측면은 어려움이 있어 리시브나
혹은 수비와 Backhand에서 취약점이 있다.
한국식 펜홀더는 엄지와 검지는 손가락의 구조상 손가락이 긴 선수는 깊숙이 잡는 편이며
손가락이 짧은 선수는 엄지와 검지가 앞면 코르크에 걸치듯이 잡는다(이철승과 유승민의 앞면 사진 비교). 그리고, 뒷면은 일본식 그립에 가까워 역시 수비에서는 어려움이 있는 그립이 많다.
펜홀더에서 그립은 Forehand와 쇼트시의 그립이 크게 달라진다. 손목 자체만으로 각도를 만들기 어려워 손가락의 변화를 주면서 각도를 만들어 낸다. 그립을 선수급 수준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여가며 볼을 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려면 많은 훈련시간이 필요하다. 셰이크핸드의 그립에 비해 펜홀더 그립은 손가락의 힘이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셰이크핸드의 그립 역시 Forehand와 Backhand 그리고 서브 넣을 때의 그립이 각각 다르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처리할 수 있는 그립으로 바꿀 수 있어야 좋은 타구가 나온다.
사진분석
펜홀더 - 김경하의 2번 그림을 보면 뒷면의 중지손가락이 중심으로부터 아래에 있는데 이러한 그립은 스트로크에는 문제가 없으나 드라이브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손목보다는
어깨를 이용하게 되어 스윙속도가 떨어질 수 있고 손목을 다양하게 쓸 수 없다는 것은 예상치 못한 상황의 볼이 왔을 때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유승민의 4번 쇼트시의 그립 뒷면은 역시 일본식 그립에 가깝다. 손가락이 펴진 상태에서 라켓을 꽉 잡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라켓이 흔들리는 경우가 나오며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는다.
셰이크핸드 그립은 사진 상으로는 모두 대동소이함을 알 수 있다. Forehand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라켓을 잡았을 때 라켓 끝선이 엄지 쪽으로 기울어 Backhand 면이 약간 보일 정도면 Forehand에 강한 그립이고, 반대로 끝선이 검지 쪽으로 기울어 Forehand 면이 보일 정도면 Backhand에 강한 그립이 된다. 그리고 서브 할 때 Forehand 하회전이나 횡회전을 넣을 때는 그립이 완전히 바뀜을 알 수 있다.
전혜경의 그립을 보면 뒷면의 검지가 다른 셰이크핸드 선수에 비해 가운데로 와 있는데 이것은 드라이브 주전형이 아니라 컨트롤을 위주로 하는 수비형과 스매시를 주로하는 전형이기 때문에 잡는 그립이다.
편안하고 튼튼한 상태가 좋은 그립
생활체육 탁구 동호인들이 처음 펜홀더 라켓을 잡을 때 뒷면의 중지, 약지, 장지의 세 손가락이 각기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중지가 라켓의 중앙에서 극단적으로 위나 아래로 치우쳐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와 같은 그립은 한가지 기술을 구사하는데는 무리가 없을 수 있으나 차원 높은 기술을 하기 위해서는 분명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처음부터 올바른 그립은 탁구기술의 발전속도를 빠르게 가져와 단 시간에 일정한 수준에 다다를 수 있다. 가끔 지면을 통해 소개되는 유명 선수들의 그립 모양을 유심히 살펴보고 자신에게 맞는 그립을 만드는데 참조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라켓을 잡았을 때 편안하고 튼튼해야 하며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그립이면 좋은 그립이라고 할 수 있겠다. 흔히 그립은 가볍게 잡으라고 하지만 볼을 치는 순간에는 라켓을 강하게 잡을수록 좋다. 감각적으로 많은 것을 느낀다. 손가락의 힘은 강한 그립을 뒷받침하고 강한 그립은 좋은 감각을 유지한다.
강하게 잡으려고 항상 힘이 들어간 상태는 좋지 않다. 빠른 볼에 적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볼을 치기 전에는 항상 부드러워야 하며 어깨의 힘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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