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선물
2기 조현정(08.5.14일)
방정환 번안동화 / 김혜영 그림 / 우리교육 펴냄
《사랑의 선물》은 방정환이 살아 계셨을 때 유일하게 책으로 냈던 단행본인데 도쿄에서 공부하던 1921년 말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화 10편을 모아 당시 어린이들의 정서에 맞게 고쳐 쓴 번안 동화집임.
우리교육에서 나온 《사랑의 선물》은 1922년 개벽사 판권을 이수한 박문서관 판을 기준으로 개벽사에서 출간한 것을 충실하게 재현한 거라고 한다. 기존에 출간되었던 《사랑의 선물》들은 원본이 부재했던 상태에서 이것저것 짜깁기해 나온 책들이었으며 옛날 말들을 원칙 없이 쉽게 고치면서 뜻이 많이 달라진 경우가 많았고, 더군다나 모두 절판되어 남아 있지 않다고 함.
번안 동화는 줄거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우리식으로 고친 것을 말한다. 방정환은 이렇게 서구 문학을 가져오되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외국 동화를 그 당시 어린이들이 쉽게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도록 번안 동화 구연을 많이 해 왔다.
이 책을 읽고 난 첫 번째 소감은 외국동화가 이런 우리 입말로 번역되고 바뀔 수도 있다는 놀라움이었다.(마지막 동화 ‘꽃 속의 작은이’의 원제는 ‘장미요정) 외국동화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번역투의 문장이 전혀 보이질 않으니 말이다. 한문도 최소한으로 썼고 일본어로 번역된 걸 다시 중역한 것이었을 텐데 구수한 우리 옛이야기처럼 읽힌다. (지금 출간되는 다른 명작동화와 비교해서 읽으면 좋을 듯^^) 헌데 이런 번안이 과연 긍정적이기만 한 걸까? 옛이야기라면 큰 무리 없겠지만 창작이라면?
또 요즘 어린이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아마도 어려운 한자만큼 옛말을 힘들어 하지 않을까 짐작되는데...
번안동화이니 작품성과 문학성으로 얘기하기는 힘들겠고 당시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과 그 시대적 의미를 같이 읽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방정환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도 근대적 <어린이>가 탄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끝으로 글을 막 깨치고 난 초등 1학년일 때가 생각났다. 기억에 집에 어린이 책이라고는 12권으로 된 그림책만 있었는데(금성출판사로 기억됨) 안델센동화, 그림동화, 백조왕자, 브레멘 음악대...등등 뭐 그런 제목이었다. 늦게 글씨를 알고 난 기쁨에 마르고 닳도록 읽었던 추억이 있다. 하드커버로 되어 있어 인형놀이 할 적에 집도 튼튼하게 만들고... 내게도 그런 사랑의 선물이 있었구나 싶어 마음속에 훈훈함이 퍼졌다.(각자 추억 속에 잠자고 있을 ‘사랑의 선물’을 꺼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함)
*출판사 소개글에 이 책이 나오게 된 계기가 실려 있습니다.
염희경씨가 춘천교대 난정문고( 어효선 선생님이 생전에 춘천교대에 수많은 장서를 기증하여 만들어진 서고)에 갔다가 우연히 개벽사 판본의 '사랑의 선물'을 발견하여 이 책이 나오게 되었답니다.
첫댓글 현정님 정말 반갑습니다. 그리고 글 올려줘서 감사합니다. 신입회원만이 아니라 우리기존회원들도 읽어보고 새삼 돌이켜 볼수 있게 되어 행복합니다.
현정님! 잘 읽어보았어요. 아직 그 책을 읽지 않은 터라 한번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꼭 누가 사랑으로 마련해준 선물은 아니어도 우연한 선물이었지만 지금도 가슴에서 꺼내보는 책들이 있죠. ...
글을 올리고 나니 모임회의록도 같이 올리기로 한 게 생각나네요. 으윽... 곧 올리겠습니다.
발제하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 이모임 저모임 보고서 쓰느라 고생이 많지요. 그래도 이렇게 해놓으니 남는게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