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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지방화 시대 한국농업의 생존전략
許 信 行 원장 (한국소비자보호원 경제학 박사)
1. UR협상에 대한 이해부족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우루루 쾅쾅 농민을 죽이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여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우루과이라운드를 ‘태풍’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태풍은 숱한 피해 덩어리로 상징 지워져 있기 때문에 다른 측면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기를 싫어한다.
그러나 태풍은 일부 피해를 수반하지만 크게 보면 엄청난 강수량과 해산물, 그리고 울창한 수목을 제공해 준다. 태풍이 없는 지역에는 비가 별로 없다. 문명의 발상지가 태풍이 많은 지역이라는 것을 연상해 보면 태풍은 피해보다 오히려 혜택을 더 많이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만일 UR이 태풍과 같은 것이라면 농민에게 피해보다 이익을 더 많이 줄 것이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UR협상이 한창 무르익어 갈 때 일부 젊은 대학생들은 UR협상을 ‘미국의 약육강식 일방적인 개방압력’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UR협상과정에서 미국의 돌출행위가 돋보이다 보니 그런 이해를 할 수도 있다고 본다. 또 협상에서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몸부림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UR협상의 태동과 타결 모두가 객관적인 상황 변화 없이 오로지 미국의 일방적인 개방압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우물 안의 개구리식 사고방식이란 사실도 알아야 한다.
미국은 한발 앞선 정보와 지식으로 UR협상에서 능동적으로 대응하였을 뿐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역류시키거나 다른 국가에 일방적인 피해를 입혔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사랑방의 카드놀이에서 막판털이를 거부하는 짓궂은 사람에게 규칙을 강요하는 사람의 악역과도 같은 입장이 미국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해가 빠르리라 믿는다.
어찌되었건 UR협상은 태풍이 아니며, 그렇다고 미국의 일방적인 약육강식도 아닌 세계의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서 파생된 하나의 필연적인 귀결이었고, 우리 농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은 WTO시대를 살아갈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다.
2. 125개국의 단일시장 개장
UR은 125개국의 다양한 시장을 하나의 거대한 단일시장으로 개장한 것이다. 선진국은 6년 이내에, 개도국은 10년 이내에 보호의 장벽을 허물어 내고 명실상부한 단일시장으로 통합하도록 되어 있다. 4천3백만 명의 한국시장을 57억 인구의 거대한 지구촌 시장으로 확대시키면 우리나라 뿐 아니라 WTO에 가입한 모든 국가가 잘 살게 되어 있다. 그 가운데서도 교육열이 높고 남달리 근면한 우리나라 국민들은 모두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농어촌의 읍면 단위에서 흥망성쇠를 거듭한 5일장의 모습에서 우리는 UR이후의 세계변화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역사 이래 5일장의 숫자가 1975년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나다가 교통과 통신의 발달과 함께 그 후 400여 개소의 5일장이 사라지고 말았다.
5일장이 ‘사라진다., ’없어진다.‘라는 말은 ’개방‘을 의미하는 것이다. 5일장이 국가시장으로 개방 내지 통합된 것이다. 5일장이 사라질 때 중간 봇짐 장사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생산농민과 소비자들까지도 대단한 피해의식에 사로 잡혔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의 성장과 발전으로 나타났다. 생산량과 소비량, 그리고 거래규모가 동시적으로 늘어남으로써 중간상인은 물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향상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몇 천 명의 5일장이 4천3백만 명의 대한민국 시장으로만 개방 내지 통합되어도 이처럼 모두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는데, 하물며 57억 인구의 거대한 단일시장으로 개방 내지 확대될 때 피해자가 생길 이유는 없다고 본다. 엄청난 무역규모의 확대가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후된 농어촌경제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서비스 분야 등에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인식되는 것은 구조 조정에 따른 어려움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데서 파생한 계산 착오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곡물이나 대 가축, 그리고 노동집약적인 농산물의 생산을 일부 축소하는 반면에 유리한 과일이나 채소, 특용작물, 꽃, 산채, 약초, 중소가축 등의 생산규모를 늘려서 국내시장뿐만이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개척해 나가면 우리 농민은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 농업의 방향을 잘 잡고, 자주․자립정신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농어촌에 결코 피해는 없다.
3. 전자정보사회의 첨단기술농업 도래
UR은 산업사회를 마감하고 새로운 전자정보사회를 요망한다. 고로 농업도 새로운 시대에 걸 맞는 첨단기술농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200여년 전 일어난 산업혁명으로부터 선진제국은 산업사회에 진입하였지만,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비로소 본격적인 산업사회를 경험하게 된다. 미국을 비롯한 소수의 선진국은 1950년대 중반에 산업사회를 벗어나 새로운 전자정보사회에 진입하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한 시대 뒤쳐진 상태에서 지난 20~30년 사이에 산업사회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번 UR협상 타결로 인하여 얼마 경험하지 않은 산업사회를 서둘러 마감하고 새로운 전자정보사회로 진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구촌이 하나의 시장권으로 통합되기 때문이다. 싫으나 좋으나 우나라가 전자정보사회로 들어가지 않으면 선진국과 나란히 경쟁하기 힘들다.
전자정보사회가 UR로 인하여 예상보다 빨리 다가온다면 우리는 산업사회의 말기증세를 정리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회로의 진입에 따른 갖가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산업사회의 말기증세로 표출된 환경오염, 악성 인플레이션과 격심한 경기변동, 계층간의 갈등과 도덕률의 타락, 폭력 및 각종 범죄의 만연, 인간성 상실 등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업사회의 특징으로 우리의 의식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규격화, 획일화, 분업화, 극대화, 동시화, 중앙집권화 등으로부터 먼저 벗어나야 할 것이다.
새로운 전자정보사회는 소량 다품목생산, 탈대량소비, 차별화, 세분화, 분권화, 지방분권화 등의 특징을 가지고 산업사회의 반대방향으로 전개되어 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의식부터 바꾸어야 하고, 더 나아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면적인 조정과 새로운 방향정립을 하지 않으면 시대적으로 뒤떨어지고 말 것이다.
농업도 예외일 수 없다. 짧은 산업화 과정에서 비록 우리나라의 농업과 농촌이 낙후되긴 하였지만, 농경사회와 산업사회의 농업생산양식을 벗어나 새로운 전자정보사회에 걸맞는 생산과 유통의 형태로 탈바꿈하지 않으면 지구촌의 1일 생활권 시대에 적응할 수 없다.
4. UR이후 세력재편과 새로운 농민계층 형성
UR은 모든 분야의 세력재편을 요구한다. 세력은 힘과 권력의 총체이며, 그것은 폭력과 금력, 그리고 지식에 의해서 형성된다. 그런데 과학이 발전하고 인간사회가 평화를 향해서 민주적으로 향상되면 폭력과 금력의 위력은 점차 약화되고, 또 이들은 지식에 의해서 좌우되므로 결과적으로 세력의 원천은 지식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지식과 정보는 UR에 의해서 지구촌으로 확산되고 넘쳐흐르게 된다.
세력의 원천인 지식과 정보의 흐름은 지금 ‘위에서 아래로’ 그리고 ‘수직에서 수평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하위직에 있는 사람, 시간의 여유가 많은 여성들, 가난과 궁핍함을 느낀 갈증 계층에게로 지식과 정보가 흘러간다. 그렇다면 세력은 이들 하위직에 있는 사람들이나 여성들, 그리고 상대적인 빈곤계층에게로 이동하기 쉽다.
힘과 권력, 그리고 세력이 UR이후에 ‘아래로’, 그리고 ‘수평으로’이동한다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이들 새로운 세력집단을 생산활동에 적극 활용하는 과제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농업분야도 예외일 수 있다. 젊은 계층, 여성 계층, 소농계층이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게끔 여건조성을 착실하게 다져나갈 필요가 있다.
5. UR이후 한국농업의 진로
우리나라 농업뿐만이 아니라 세계 농업 자체가 지금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 농경사회의 농업에서는 토지와 노동을 주축으로 한 전통적인 재래식 농법으로 농사를 지었다. 산업혁명 이후 산업사회의 농업에서는 대형농기계를 중심으로 한 기계농업이 성행하였다. 대형 농기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의 농업이 발전하게 된 것은 산업사회의 필연적인 귀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전자정보사회의 농업은 첨단기술을 주축으로 하는 기술농업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첨단기술농업은 많은 토지나 노동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마치 공장식 농업처럼 연중 생산체제로 변할 뿐만 아니라 단위 면적당 생산수량을 고도로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소농경제에 알맞다. 문제는 기술개발과 이의 신속한 수용여부에 달렸다.
따라서 UR이후에 나아갈 농업의 방향은 첫째, 기술농업이다. 기술농업이 발전하면 지금까지의 땅 중심이나 대농기계 중심의 농업은 점차 쇠퇴하기 마련이다. 그런 시대가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까지 위협적이었던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의 농업은 사양화를 면하기 어렵다. 한편 네덜란드, 이스라엘, 덴마크, 일본, 한국, 대만 등 기술집약적인 소농국의 농업이 급속하게 발전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농업은 UR이후에 네덜란드나 이스라엘처럼 첨단기술농업으로 나아가면 세계 어느 나라의 농업보다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비록 우리나라의 농업이 농경사회의 농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산업사회의 농업마저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 놓여있긴 하지만, 새로운 전자정보시대의 생산양식을 도입하고 첨단기수로 투자하면 번영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기술의 개발과 확산보급을 누가 어떻게 담당할 것인가에 모아진다.
둘째, 세계농업은 지금 고품농업으로 변하고 있다. 소득수준이 향상되면 누구나 고급 농산물을 소비하게 되어 있다. 소득증가에 따른 소비형태의 변화를 보면, 과거를 보면 대충 5단계로 나타난다. 소득수준이 낮을 때에는 「생존」을 위해서 식품을 소비하고, 점차 향상되면 「영양」→「맛」→「멋」→「예술」의 단계로 향상된다. 농산물 소비가 「예술」의 단계에 이르면 5감에 의한 소비를 하게 되어있다. 맛있고, 향기롭고, 아름답고, 부드럽고, 멋있는 그런 농산물을 소비한다. 이러한 농산물 소비형태는 우리나라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 인류가 모두 마찬가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세계경제는 지금 성장일로에 놓여 있으므로 소득이 증대됨에 따라 누구나 고급식품, 즉 고급농산물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세계농업은 고품질로 나아갈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의 농업도 예외일 수 없다.
셋째, 세계농업은 UR에 의한 지구촌 시장과 교역 확대를 향해 치닫고, 우리나라의 농업은 수출농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UR협상 자체가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지구촌의 단일시장을 개장한 것이고, 1980년대 중반부터 세계농업이 「식량부족시대에서 식량의 과잉시대로」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농산물의 교역은 급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식량의 과잉시대란 주요 선진국의 경우이고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동구권 등지에는 식량이 만성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지구촌 시장이 하나로 통합되면 농산물 교역량은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세계적인 변화 속에서 한국농업은 다행히도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기후 풍토의 우수성과 다양성으로 천혜적인 고급 농산물이 이 땅에서 생산될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농산물 수입국인 일본을 근거리에 두고 있기 때문에 수출농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넷째, 세계농업은 환경보전적인 지속 가능한 농업으로 바뀌고 있다. 산업사회가 인류에게 남긴 가장 큰 피해는 바로 환경오염이다. 오존층의 파괴를 비롯하여 산성비와 사막화, 산업 및 생활쓰레기, 토양과 지하수의 오염, 공기오염 등 환경오염은 인류의 생존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농업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 중의 하나다. 엄청나게 과용하는 비료와 농약은 물론이고, 집중적으로 사육하는 가축으로부터 생기는 오폐수 역시 환경을 파괴시키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앞으로의 농업은 어떤 형태로든지 환경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 수 없다. 유기농업과 같은 무공해 농업은 가장 바람직하나 경제성 제고에 문제가 있으므로 새로운 첨단기술개발에 의해서 고급농산물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속 농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국내외 농업의 여건변화와 진로를 종합해 볼 때 한국농업은 기술농업, 고품농업, 수출농업, 지속농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동시에 새로운 농업진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여건에 알맞은 최적의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품목의 조정이다. 국내생산이 다소 불리한 곡물과 대가족, 그리고 노동집약적인 농산물의 생산을 부분적으로 축소하는 동시에 반대로 유리한 과일, 채소, 특용작물, 화훼, 중소가축, 산채, 약초 등의 생산규모를 늘리는 방향으로 구조를 조정해야 한다.
이와 함께 토지를 중심으로 한 농업생산기반을 새로운 품목과 적정규모에 알맞게 재정비하고, 자본과 기술을 더욱 부가하는 방향으로 농업구조를 조정해야 한다. 또한 젊은 농업인력을 대폭 육성하여 첨단기술농업이 가능하도록 유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동시에 농산물의 품목별 전문 협동조직을 양성하여 제값을 받고 농업의 부가가치를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조정해 나가야 한다.
6. 한국농업의 새로운 부활
UR 이후 국내외의 농업여건이 이처럼 엄청난 변화를 거듭하지만, 오늘날 우리 농촌의 실상은 마치 ‘막다른 골목’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젊은 사람들이 농촌을 서둘러 떠나는 상황에서는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농촌을 떠나는 젊은이들에게 잠시만 묻고 싶다. 지금 농촌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어느 쪽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가? 도시? 아니면 농촌? 도시는 이미 포화상태에 놓여 있다. 농촌은 황무지나 마찬가지다. 개척자는 기존의 찌들어 가는 도시를 벗어나 미지의 황무지를 향하는 법이다. 그것이 서부 개척사요, 우주를 향하는 케네디 대통령의 뉴프론티어 정신이었던 것이다.
동양철학에서도 ‘窮則通’이요 ‘死則生’이라 하였듯이 생멸이 따로 없는 이치를 알고 보면 지금이 바로 농촌의 부활이요, 농촌으로 들어갈 때인 것이다. 예수님의 부활도 십자가에 못 박히면서 시작된 것이란 이치를 알면 농촌의 막다른 골목은 바로 농촌경제의 부활을 의미한다는 정도의 깨달음은 어렵지 않게 터득할 수 있어야 한다.
반만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전통농업은 이미 지났다. 호미, 괭이, 쟁기, 그리고 경운기로 지은 근육농사 시대는 속되게 표현하면 죽어 사라진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앞으로 새롭게 태어날 부활농업은 첨단기술농업이다. 근육농사가 아니요, 천한 직업도 아니다. 모든 작업이 자동화된 멋진 농업, 깨끗하고 맑은 신사농업, 고수익이 보장되는 안정농업, 그리고 미래가 약속되는 유망산업이 바로 농업이다. 부활의 의미는 이처럼 다양하고 깊은 것이다.
부활기에는 많은 고통과 혼란이 따른다. 그러나 그 후에 나타날 변화의 모습은 우리의 선망의 대상이기 때문에 참고 극복해 내야 한다. 부활농업을 믿고 농촌으로 들어가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 그 조정기간은 짧아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좀 더 걸릴 뿐 누구도 부활의 순리를 거역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농민, 그리고 농업에 관심을 갖는 모든 분들의 자각, 즉 깨달음이 앞서야 한다는 사실이다.
7. 우리의 대응자세
WTO시대의 농업여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본자세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사람에 따라 제각각 다르게 제시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필자의 오랜 경험을 통해 말할 수 있는 대응자세는 첫째, 「자각운동」의 발현이라고 믿는다.
한국의 농업여건이 세계에서 가장 으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농업여건이 가장 열악한 이스라엘과 네덜란드 등이 농업을 가장 잘 개발한 데 반해서 여건이 가장 좋은 우리나라가 낙후되어 있다는 아이러니를 자각하지 못하면 농업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농민은 물론 농업관련 공직자와 기타 관심을 갖는 모든 분들의 자주․자립정신, 즉 홀로서기 정신운동이 앞서지 않고서는 농업분야에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엄청난 자금을 투입한다고 하더라도 농업의 희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도 하면 된다.’, ‘한국은 가장 좋은 농업여건을 가졌다’라고 하는 희망과 자신감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뛰지 않으면 모처럼의 UR기회도 놓치고 말 것이다. 긍정적인 생각, 희망적인 설계, 꾸준한 노력, 도전하는 열정으로 농업을 개발하면 부활농업이 가능해질 것이 다.
둘째, 정부의 5대 혁신운동을 제창한다. UR이후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가 집중적으로 할 일은 ①국제경쟁을 위한 구조혁신, ②전문농업을 위한 인력혁신, ③과학영농을 위한 교육혁신, ④첨단농업을 위한 기술혁신, ⑤가격안정을 위한 시장혁신이라고 본다.
셋째, 농민들은 4대 자구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정부가 농민의 역할을 분담하고 농민은 농업의 주인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필자가 일찍이 제창한 바 있는 4대 자구운동은 ①자주자립의 홀로서기 운동, ②1호 1품의 일등주의 운동, ③산․학․관․연의 하나되기 운동, ④유통혁신의 협동조합운동이다.
넷째, 시군 농촌지도소에 「지역농업개발센터」를 설치 운영해야 한다. 산․학․관․연의 하나되기 운동이 바로 이 센터를 통해 일어나야 한다.
다섯째, 품목별 생산자 전문조직 또는 전문 협동조합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정부의 시장혁신정책이나 농민들의 협동조합운동은 모두가 이 품목별전문조직과 연계돼야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생산의 주체인 노인들이 「내 생산물은 내가 판매한다.」는 시장원리에 따라 품목별로 조직하여 생산과 유통을 일관되게 연결하고, 생산 및 출하의 조절부터 시작하여 등급, 포장, 가공, 저장, 수송, 수출 등에 이르기까지 일관작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산학협동 강화를 위한 농과대학의 전면적인 개편이 시급하게 단행되어야 할 것이다. 35개가 넘는 농과대학을 각 도에 1개씩으로 통폐합하고 총 1,300명 정도의 교수진을 대학 평균 130명씩 배치하여 「1교수 1과목」으로 전공케 하여 나머지 시간을 산학협동 연구에 전념케 하면 농업의 발전은 물론 대학의 발전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연구자금의 획기적인 증액과 함께 시군 단위 지역농업개발센터와 연결시키면 농업의 경쟁력 강화는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일곱째, 지구적으로 넓게 생각하고 100여 년 정도 길게 내다보면서 조정과 적응을 신속하게 해 나가야 한다. 농업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분야가 정신없이 변하고 또 변한다. 신속한 조정과 적응력을 결여하면 살아남기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불안과 위기의식에 사로잡힐 필요까지는 없지만, 긍정적인 생각으로 부단하게 노력하는 농민들 앞에는 새로운 밝은 세상이 훤하게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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