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회 해가람 여성문예공모 큰상❙
미 끼
김 채 영 (대구시)
오늘도 세종마트님이 미끼를 던지신다. 11시 타임 반짝 세일 문자다. 삼겹
살 한 근 9900원, 자반고등어 한 손 5800원, 수박 한 통 6000원, 대부분
주부를 노리는 식재료들이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날아오는 친절함이 오히려
난감하다.
물고기가 미끼에 현혹되어 넙죽 물었다가 낚시꾼의 밥이 되듯이 방심하다
물리면 우리 집 가계부에 구멍이 생길 수 있어서 번번이 무시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그만 낚여들고 말았다. 토마토 10kg에 단돈 만원이라기
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부리나케 갔다. 10시 반쯤 도착했는데도 마트 입구에
비치된 쇼핑카트가 거의 다 빠져나가고 없었다. 얄팍한 상술에 발목 잡힐
사람이 누가 있을까, 헛수고에 불과하려니, 그리 치부해온 나로선 도무지
믿기지 않는 상황이었다. 내 눈이 의심스러울 만큼 매장 안은 명절 같은 북새
통이었다. 길게 늘어선 줄에 끼어서 순서를 기다렸다가 토마토 한 박스를
무사히 카트에 실었다. 아주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은 뿌듯한 성취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난 이미 세일이란 말에 약해지는 병에 걸렸는지도 모른다. 어제도 옥수수
열다섯 자루에 5980원이라는 미끼에 걸려 현관문을 박차고 나갔다. 달달한
미끼 맛을 한 번 보고나니 안 갈 수가 없다. 한정세일 품목은 무조건 카트에
담고 본다. 안 사면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아서다. 동이 나기 전에 서로
차지하려는 알뜰주부들의 쟁탈전을 어렵잖게 본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
는 진풍경의 코너가 꼭 있기 마련이다. 그럴수록 도시와 농촌을 잇는 오작교
가 된 매장 직원은 소비를 부추기느라 확성기에 대고 열을 올린다. 문제는
견물생심이란 말처럼 당장 쓰일 일이 없는 것까지 주섬주섬 산다는 거다.
어쩌면 친절한 문자가 노리는 게 바로 그 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마트는 지척에 있고 필요할 때 사도 충분한 것을 기어이 가득가득 싣고 온다.
좁은 냉장고에 쑤셔 넣고는 잊어버리기 일쑤다. 생물은 하루만 방심해도 상하
기 십상이라 기껏 싸게 산 것이 헛수고가 된다.
백화점 세일 문자, 아웃도어 매장의 신상품 알림 문자, 문화센터의 공연
안내 문자, 내 지갑을 열게 하려는 솔깃한 미끼는 도처에 널렸다. 게다가
우리 집에 돈 없는 거 전국적으로 소문이 난 모양인지 ‘5분 안에 천만 원
오케이’, 블랙홀처럼 한순간에 빨려들고 싶은 대출 미끼도 날아온다. 글쎄
나를 언제 봤다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큰돈을 빌려준단 말인가. 필시 과잉
친절은 사단이 나기 마련인지라 달콤한 미끼일수록 오는 족족 수신거부에
올려버린다. 그것은 귀가 얇아서 흔들리기 쉬운 나를 방어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내가 아는 미끼 중에서 최고의 ‘갑’은 따로 있다. 모내기 한다 오너라,
제사다 오너라, 김장 한다 오너라, 젊어서는 노골적이고 간단명료한 명령문만
쓰시던 어머님이 어느 날부터 은근슬쩍 청유문으로 바꿔서 쓰신다. 세월 앞에
날카롭던 콧날이 많이 닳으셨다. 쌀은 아직 있나, 올해는 감자씨알이 참 굵네,
풋고추가 약이 올라서 먹기 딱 좋은데……. 오라는 말보다 더 무서운 은유적
미끼를 호박넝쿨처럼 낭창낭창 던지신다.
어머님의 미끼는 뿌리칠 대안이 없다. 수신거부도 못하고 회유의 떡밥인
줄 알면서도 무조건적으로 흔쾌히 물어야한다. 물색없이 오가는 경비가 더
든다거나 시간이 없다거나 하는 식의 어쭙잖은 변명을 대서도 안 되고 행여나
귀찮은 내색을 해서도 안 된다. 그저 덥석덥석 군소리 없이 낚여드려야 한다.
자고로 현명한 며느리라면 당신 아들 보고 싶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마음의
행간까지 읽어낼 안목을 길러야한다. 명령형보다는 청유형이 부드럽고 말과
말 사이에 쫀득한 애정이 생겨나는 건 분명하다. 고부갈등이라는 금속성의
소음들 속에서 감정을 유연하게 만들어가는 방편이 되기 충분하다. 한국에서
의 고부갈등은 피할 수 없는 숙제이며 어머니에게 아들은 트로피 같은 존재라
고도 하지 않던가.
“찌르릉 찌르릉”, 좀체 울 줄 모르는 핸드폰이 한낮의 무료함을 깨운다.
“엄마 어디에요?” 뜬금없는 아들의 전화다. 주말도 아닌데 집에 온단다. 반가
움도 잠시, 마땅찮은 찬거리 걱정이 앞선다. 품안의 자식이라더니 어려운
손님처럼 여겨진다. 언제까지나 어릴 줄 알았건만 어느새 입지가 되어 객지에
서 혼자 제 밥벌이를 하느라 고생하는구나, 생각하면 대견하다가도 일순 안쓰
럽다. 자식이 집에 온다는데 어미랍시고 고작 반찬 걱정이나 하다니 너무
일차원적이라는 자괴감마저 든다. 사실 한집에서 복닥거릴 때는 느끼지 못하
던 챙김이 낯설기도 하다.
멀지 않은 미래가 슬금슬금 다가온다. 나는 아들한테 어떤 미끼를 던질
수 있을까? 준비한 미끼가 있기는 한가? 지금이야 결혼 전이니 언제라도
불쑥 찾아와주지만 제 가정을 꾸리고 살면 상황은 180도 달라질 것이 당연하
다. 그때 가서 다짜고짜 보고 싶으니 오라고 직언을 하면 어느 며느리가 좋아
할 것이며 순순히 응해주겠는가. 연세를 드실수록 지혜로워지는 우리 어머님
처럼 나도 미래의 내 며느리가 흡족해 할 달달한 미끼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고구마 한 개, 마늘 한 톨, 내 힘으로 마련할 여건도 못 되고 어쩐다지?
베란다 화분이라도 잘 가꾸어서 천리향 꽃향기가 향기롭다고 할까, 군자란
꽃빛이 한창 곱다고 할까, 아니다. 몸으로라도 대신할 수 있는 형편이면 좋겠
다. 맞벌이가 대세인 요즈음 육아문제가 심각하다고 그래서 결혼을 미루거나
출산을 망설이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하지 않던가. 손자들이라도 봐준다고
하면 아주 품질 좋고 훌륭한 미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고기를 재다말고 미끼와 미끼 사이에 발목이 걸려 미끌미끌 헤매고 있다.
낚거나 낚이거나 삶이란 결국 한통속 같다.
당선소감
김채영
매년 맞고 보내는 8월이 올해는 유독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32년 동안 공직에 몸담고 있던 남편이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퇴직을 했기 때문입니다.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인데도 그의 결정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준비 안 된 마음으로 인정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아 여러 날을 낙심하던 차에 당선소식을 받았습니다.
가라앉은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되었기에 그 기쁨이 배가 됩니다. 감사함에 보답하는 길은 더 좋은 작품을 쓰는 것이라 여기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수필의 매력이라면 삶의 체험을 구체적이면서 솔직 담백하게 서술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학습된 기계적인 글쓰기가 아닌 진정성 있고 진솔한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영예로운 상을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뽑고 나서
제7회 해가람여성문예 공모전은 여성들의 생활수기다.
다양한 계층의 여성들 작품이 응모되어 반
가웠으나 수기라 하여 진부한 일상을 그대로 나열하다보니 장문이 되어 공모요강을 넘어서는 사례있어서 많은 응모작품이 탈락되었고 특히 결혼이민 여성들이 까다로워진 인터넷 공지 공모양식 때문에 응모자가 많지 않았음에 안타까움이 있었다.
작품은 연약한 뿌리를 내리며 고뇌하는 삶의 여정이 가슴을 아리게 하였다.
예심을 거쳐 올라온 30여 편의 작품은 어느 것 하나도 과감하게 내려놓기 에는 심사위원의 마음을 흔들었다.
‘미끼’, ‘여자여서 여자라서’, ‘희망’, “나의가족 나의 고백” “아버님은 나를 아지매라부르고“
‘직장인의로서의 삶“ :여자의 무게”등이 최종까지 저울에 올려졌다.
결국 김채영님의 미끼가 알뜰하게 살아가는 여인을 유혹하는 세일이라는 미끼를 리얼하게 엮어나감으로 심사위원들도 미끼에 걸려들었는지 만장일치로 큰상에 올려졌다.
으뜸상에 정경화의 “여자여서 여자라서, ‘오까모도메구미님의 ”희망“을 진솔하면서도 구성이 탄탄하여 수작으로 뽑았다
그밖에 장래가 촉망되는 높은상 슬기상과 키움상에 오른 모든 분들에게
축하드리며, 이름을 올리지 못한 분들에게도 항상 좋은 글로 자신
의 생활을 꽃피워 가시라고 격려의 말씀을 전해드린다.
심사위원 : 아동문학가 전상기 시인 강정식 수필가 김두수 시조시인 박영권 박세자 소설가 석도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