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둔 23일(한국시간) 새벽. 한때 장기전으로 치다를 듯한 박찬호의 FA 계약 선물이 산타클로스보다 한발 앞서 한국에 전달됐다.
FA 계약 시장이 침체기로 들어서는 바람에 빅딜의 대박은 놓쳤지만 최고의 선수 답게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 결과를 속단할 수 없었던 박찬호가 결국 예상했던 대로 텍사스 레인저스의 유니폼을 입게됐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팀의 홈페이지를 통해 박찬호와의 계약 체결을 공식적으로 밝혔으며, 한국시간으로 23일(일요일) 오전 9시에 입단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알렸다.
1994년 LA 다저스에서 데뷔해 8년동안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으며 팀내에서 두번째로 긴 다저스 생활을 했던 박찬호는, FA 자격을 얻은 올시즌 스토브리그에서 여러팀들의 영입 제의를 받은 끝에 결국 텍사스를 자신의 메이저리그 두번째 팀으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현재는 입단식이 열리지 않아 아직 정확한 계약 조건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대략적으로 큰 틀로 볼 때, 5년간 6,500만 달러, 연평균 1,300만 달러, 그리고 내년시즌 1,100만 달러부터 시작해 매년 100만 달러씩 차등적으로 상승하여 마지막 계약해인 2006년도에는 1,5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내년시즌이 끝난 후, 텍사스의 600만 달러를 추가 지급 할 경우 계속해서 텍사스에 남게되고, 거부하면 다시 FA선수가 될 수 있다. 이번 시즌에 불어닥친 구단들의 긴축정책으로 제대로된 금액을 받아낸데 실패한 박찬호 측에서는 여차하면 내년시즌 다시 FA가 되서 새로운 계약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텍사스 측에서는 약간의 무리수가 따르기는 하지만 당장에 나가는 돈의 액수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극히 이례적인 계약이 나오게 됐다.
연평균 1,300만 달러는 콜로라도의 마이크 햄튼 (15,125,000), 다저스의 캐빈 브라운(15,000,000), 양키스의 마이크 무시나(14,750,000), 애리조나의 랜디 존슨(13,100,000)에 이어 메이저리그 투수 중 랭킹 5위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텍사스의 입단 결정으로 박찬호는 타자들에게 유리한 구장으로 알려져 있는 알링턴 볼파크와 지명타자제를 쓰는 아메리칸리그에서 어느정도 고전할 것이 예상되지만, 텍사스의 강타선과 함께 메이저리그 최고의 공수겸용 포수로 꼽히는 이반 로드리게스와 호흡을 맞추게 되 앞으로 최고의 투수로 성장하는데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찬호를 영입한 텍사스는 지난시즌까지 2년간 리그 최악의 투수력으로 고전했지만 시즌이 끝난 뒤 존 로커, 데이브 버바, 토드 반 포펠, 제이 파웰을 영입한데 이어 이번에 새로이 팀의 에이스가 될 박찬호를 데려오면서 내년도 새롭게 변모하는 투수진의 운영을 가능케 했다는 평이다.
텍사스의 계약을 성사시킨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이로서 기존의 알렉스 로드리게스, 케니 로저스, 토드 반 포펠, 카를로스 페냐, 마크 텍세이라에 이어 박찬호까지 텍사스의 유니폼을 입히게 하면서 텍사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내는데 성공했다.
박찬호를 발굴하고 지금의 최고 투수로 만들어냈던 다저스는 심각한 연봉문제로 인해 일찌감치 박찬호와의 재계약을 꺼려왔으며, 연봉조정 신청을 내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계속되는 소극적인 플레이에 얼마전 박찬호를 대체할 노모를 영입하면서 완전히 발을 뗀 바 있다.
최종 목적지로 텍사스를 결정한 박찬호는 앞으로 애런 실리 등을 더 영입할 것으로 보이는 새 팀에서 아직 이루지 못한 플레이오프 진출과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금자탑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일단 텍사스의 에이스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보이는 박찬호는 한국시간 4월 2일 오클랜드 카운티 콜리세움에서 펼쳐지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개막전에서 제 2의 선수생활을 활짝 펼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