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번역(本文飜譯)]
참선 방에 있을 때 세속 사람들과의 속된 일로 자주 왕래하지 말며, 남이 잘하고 잘못하는 것을 눈여겨보지 말며, 문자나 이론만 탐구하지 말며, 지나치게 잠을 자지말고 바깥의 인연에 끄달려 산란에 떨어지지 말지어다.
[뜻풀이]
참선하는 대중방, 선도량에서 정진할 때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불필요한 이일 저일 들을 의논하며 번잡하게 하면 옆 사람의 수행에도 방해가 된다.
따라서 남이 잘하고 잘못하는 언행에 대해서도 마음을 써서는 안될 것이며, 또 너무 자지 않아도 문제일 수 있지만 일단 참선 공부하는 사람은 수면을 이겨내야 하므로 지나치게 많이 자도 안 된다. 또한 정신을 이곳저곳 산란하게 써도 번뇌만 더할 뿐 선정을 이룰 수 없으므로 어지러운 반연을 짓지 말라는 것이다.
[해설(解說)]
사람들과의 일로 또는 인사 차린다는 핑계로 왔다갔다하는 것을 삼간다 함은 참선하는 사람은 오로지 세속의 인연은 물론이지만 잡다한 사판상(事判上: 수행정진이 아닌 행정, 사업, 정치 등)의 일들을 가지고 연연하여 정신을 흐트러뜨리면 정신을 통일함으로 성취되는 선정과는 거리가 멀게 된다. 따라서 사람들과의 이일 저 일로 분주하게 오고 가고 하는 일을 금한 것이며 남의 시비장단을 두고 이런 저런 망상의 근원을 만들지 말라고 한 것이다.
문자를 탐구하는데 급급하지 말라 하는 것은 깨달음은 삼매(三昧)를 이루고 사량과 분별, 감정과 정서의 희노애락을 여의고 선정(禪定)에 들어야 하는데, 문자에 이끌리고 글귀에 매달려 그 선지는 도외시하고 문자에 굴림을 당하여 이리저리 생각생각을 이어 꼬리를 물고 따라 다니다보면 선정․삼매와는 거리가 멀게 되므로 참선납자(參禪衲子)는 문자를 탐구하지 말고 문자를 굴려야 한다고 한 것이다.
잠을 지나치게 많이 자면 정신이 흐려지고 희미해져서 이른바 흐리멍텅한 혼미(昏迷)․혼침(昏沈)․혼암(昏暗)에 떨어지므로 선정에 들 수 없고 삼매를 이룰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잠을 과도하게 자지 말라고 한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잠을 지나치게 적게 자더라도 그것은 옳지 않다. 잠을 너무 적게 자면 피로가 쌓이고 피로가 풀리지 않으면 역시 정신이 맑지 않으므로 문제가 있다. 뿐만 아니라 근기(根機)가 약하고 몸이 허약한 사람이 만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면 병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잠은 적당하게 자야한다.
따라서 장좌불와는 자지않고 앉아만 있다는 것이 아니라 정진하기를 누워서 잠자는 것까지도 아낀다는 수행방편인 수단인 것이지 목적이 아닌 것이다. 절에서는 三경(一경은 2시간)이상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곧 밤 9시부터 아침 3시까지의 여섯시간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속의 번뇌에 가득 찬 탐욕의 생활을 버리고 금욕청정의 수행에 전념하는 이는 번뇌가 적고 정신건강의 도가 양호하므로 짧은 시간에도 깊은 숙면(熟眠)을 할 수 있다. 수행의 정도가 더욱 깊은 이는 더욱 짧은 수면을 하고서도 능히 심신(心身)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 세 번째의 교훈인 야운(野雲)스님의 자경문(自警文) 十조 가운데는 三경(更) 외에 잠자는 것을 경계하면서 광겁(曠劫)을 두고 도를 장애 하는 것은 수마(睡魔)보다 더한 것이 없다고 하는 말씀을 다섯 번째로 중요시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곧『其五는 除三更外에 不許睡眠이어다』
(三경 밖에는 수면을 허락하지 말지어다)라는 제하(題下)에 하루 열 두시간(옛날에는 지금의 二시간을 한 시간으로 했으므로 하루가 十二시간) 가운데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고 의심을 일으키어 매혹(昧惑)하지 말라고 한 것이 그것이다. 잠은 깨어 있는 정신을 잠재운 시간이므로 필요 이상의 수면을 취하는 것은 옳지 않다. 될 수 있는 한 수면을 적게 하면서 삼매를 향해 정진하는 시간이 길도록 노력해야 한다.
무릇 선정․삼매를 이루는데 두 가지 장애가 있으니
그 첫째는 산란이고 둘째는 혼침이다.
정신이 너무 혼잡해도 안되고 흐리멍덩해도 안되기 때문이다. 수면을 과도하게 하는 것은 흐리멍덩한 정신을 더하게 되고, 이런 일 저런 사건에 두서 없이 관여하고 주위의 사물에 정신을 팔거나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번뇌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산란을 더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반연에 끄달리어 산란한 마음을 일으키지 말라고 한 것이다.
초발심자경문을 경청하시는 불자님들께 참으로 죄송한 말씀 드립니다.
큰스님의 법음테잎을 온전히 보관하지 못하여 자경문의 뒷부분 법회분이 삭제되었습니다.
부족하나마 불자님들의 공부에 도움이 되셨으리라 믿습니다.
모두함께 "초발심시 변정각" 하십시다. 명심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