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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 |
개봉을 2주 앞둔 <노아>의 내용에 대한 관심이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높아지는 가운데, 감독의 의중을 다소나마 파악할 수 있는 그래픽노블 <노아> 1편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이 작품은 영화 <노아>의 감독인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직접 스토리를 쓰고 캐나다 출신 만화가 니코 앙리숑이 그림을 그린 것으로, 영화의 ‘원작’과 같은 개념이다. 이 작품에는 홍수가 시작되기까지의 과정이 묘사돼 있으며, 영화 개봉(3월 20일) 후 결론이 담긴 2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블랙 스완>을 통해 ‘천재 감독’이라 불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4년 전부터 노아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한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열세 살 때 처음 접한 노아의 이야기에 완전히 매료됐으며, 학창 시절 열린 전국 백일장 대회에서 ‘노아의 눈으로 본 세상의 종말에 대한 시’를 써서 상을 탄 적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감독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출연진도 화려하다. 노아와 부인 역할에 러셀 크로우와 제니퍼 코넬리, 아들 셈과 그의 연인 일라 역에 더글러스 부스와 엠마 왓슨, 노아의 조부 므두셀라 역에 안소니 홉킨스 등이 출연한다.
원작을 통해 미리 맛본 영화 <노아>는 성경 속 ‘노아의 홍수’에서 모티프를 얻었을 뿐, 성경에서 ‘노아’를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한 마디로 완벽한 판타지물인 셈.
감독은 상상력을 동원해 노아의 캐릭터에 입체성을 부여했으며, 노아가 ‘의인’인 것에 대한 평가도 성경과 달라졌다. 노아는 내내 어둡고 복잡한 모습으로 등장하며, 그가 방주를 만드는 과정이나 만드는 방법 속에서도 ‘기독교인들이 기대하는’ 교훈들은 전혀 제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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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 ‘노아’. 노아는 꿈을 통해 ‘물의 심판’에 대한 예언을 받는다. ⓒ문학동네 제공 |
노아 시대의 사람들은 오히려 “신이 우리를 버린 지 오래”라고, 성경과 정반대로 말한다. 또 인간을 돕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온 천사들로 설정된 ‘거인 니므롯’은, 마치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좀비’들을 연상시킨다. 둘째 아들 ‘함’은 반항아 기질이 있고, 첫째 아들 ‘셈’은 유약하다. ‘고대의 무당’을 연상시키는 조부 므두셀라도 노아의 결심에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이 달 말 나올 2권의 주요 내용으로는 방주 안에 숨어든 ‘아카드’와 노아 사이의 치열한 전투, 노아와 함 사이의 첨예한 갈등 등이 펼쳐질 것이라고 그래픽노블 ‘노아’의 출판사측은 밝히고 있다. 또 므두셀라가 셈의 연인 ‘일라’에게 내린 ‘은총’은 40일의 홍수 속에서 노아에게 또다른 진실로 찾아들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영화가 제작된 미국에서도 이를 본 기독교인들이 거부감을 느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으며, 이에 영화사의 압력으로 여러 형태의 결말이 시험 상연되기도 했다. 그러나 “성경과 똑같은 이야기라면, 그런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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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1권의 마지막 부분.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인간들인 ‘아카드 군대’가 방주를 노린다. ⓒ문학동네 제공 |
감독은 또 “노아는 가장 먼저 포도나무를 심었고 포도주를 담가 마시고 취하는데, 이는 성경에도 나오는 이야기”라며 “마지막 생존자로서의 고뇌가 있었을 것”이라는 말로 결말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개봉 후 완성도나 재미 등의 요소를 떠나, 스토리에서만큼은 크리스천들에게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