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본인이 한겨레 신문에 올린 글이다.
한겨레 2010-06-25 17:06
[한겨레] 6.2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로 당선된 김두관 당선자가 사무실로 밀려오는 당선축하화환과 화분 대신 쌀 소비와 쌀 기부를 위한 축하쌀로 받겠다는 내용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가 선거관리위원회의 연락을 받고 블로그의 공지내용을 삭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축하쌀은 더 밀려들었다고 한다. 김두관 당선자의 순수한 뜻이 사회적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남아도는 쌀이 2008년 이후 100만 톤을 넘어선 이래 올해 말엔 140만 톤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100만명이 넘는 저소득층엔 늘 쌀이 부족한 쌀 문제 이슈도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화환 대신 축하쌀을 받겠다는 것은 정치자금법의 정치자금모금방법 위반이고 받은 축하쌀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증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상의 기부행위에 해당된다는 선관위의 지적은 사회적인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남아도는 쌀 문제와 부족한 쌀 문제가 정부정책과 예산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현실 때문이기도 하겠거니와 무엇보다도 '화환 대신 축하쌀'이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의 입법취지에 어긋남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 법의 입법취지는 선출직공직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해서 유권자에게 금품공여행위 즉 기부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있다. 김두관 당선자가 의도했던 것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단체장이나 국회의원 등의 공직자가 화환 대신 축하쌀을 받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한 사례는 늘 미담으로 소개되며 신문 가십란의 단골메뉴였다. 선출직공직자가 불특정인과 축하화환을 주고받는 것이 금지된 관련법 조항이 사문화 된지 오래고 화환 대신 축하쌀을 주고받는 것이 일반화된 현실에서 선관위가 법 저촉을 지적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김두관 당선자는 선관위가 자신을 지목하면서 법 위반이라고 해서 곧바로 물러섰지만 사실 속내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법도 문제지만 법 조항을 문리적으로만 해석하는 것도 재고해봐야 하지 않을까. 악법도 반드시 지켜야 할 법 임에는 틀림없다. 법과 윤리적 명분이 충돌할 때는 사회적 공감대와 사회통념에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 축하쌀은 이미 쌀오브제 화환이라는 형태의 새로운 트렌드 화환으로 통용되고 있고 그 효용성에서 사회적 공감을 얻고 있다.
축하 쌀오브제 화환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으면 개별적으로 처벌하면 될 것이다. 김두관 당선자의 축하쌀이 이슈화된 이후 기업들이 준공식 창립기념식 등 기념행사에 화환 대신 쌀오브제 화환을 받아 지역 쌀 소비와 저소득층을 돕는데 앞장서고 있다. 삼영화학그룹의 삼영중공업(주)가 경남 밀양공장 준공식에서 화환 대신 밀양쌀로 된 드리미 쌀오브제 화환을 받아 2천 710kg의 밀양쌀을 밀양시 관내 130여 세대에 전달했고, 강원대학교병원은 개원10주년기념식에서 화환 대신 드리미 쌀오브제 화환을 받아 3천kg의 쌀을 춘천사회복지관에 사랑의 쌀로 기증했다. 결혼식장의 신랑신부도 스타 연예인들의 팬들도 개념있는 화환이라며 드리미 쌀오브제 화환 이용에 앞장서고 있다.
화환과 화분은 향기와 아름다움을 지닌 살아 있는 존재로서 어떠한 수사도 필요 없이 보내는 사람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훌륭한 선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행사장에 늘어선 화환의 숫자와 보낸 사람의 이름 석자가 중요시되면서 화환 본래의 의미는 퇴색되고 단지 행사장을 치장하고 지위를 과시하는 전시품으로 전락했다. 그 결과 화환은 허례허식과 낭비의 상징처럼 인식되었다. 받는쪽에서 화환을 사양해도 보내는 사람이 자신의 이름 석자를 보이기 위한 광고의 수단으로 쓰여지기도 한다. 심지어 장례식장 등에는 꽃은 간데 없고 리본만 걸려 있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화환의 숫자에 연연하는 분위기 속에서 화환의 본질이 퇴색되자 한 번 사용된 화환을 수거해서 재판매하는 얄팍한 상술이 등장하면서 화훼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7월 1일 일제히 취임식을 하는 농촌지역 기초단체장들은 너도 나도 화환 대신 지역에서 생산된 축하쌀을 받겠다고 선언헀다. 무리한 법 해석보다는 당면한 지역 쌀 소비문제가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쌀 소비촉진과 사랑의 쌀 기부라는 명분의 이들을 과연 누가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며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겠는가. 축하쌀을 정치자금으로 보고 사랑의 쌀 기증을 금품공여행위로 보는 선관위의 시각은 사회통념과 현실을 외면하는 시대착오적인 법 해석이라는 지적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정부예산으로 한계에 달한 쌀 문제 해결에 쌀오브제 화환이라는 수단으로 민간이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도지사, 시장, 구청장, 군수, 시도의원, 교육감 등 지방선거 당선자들의 취임식에 당선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화환을 보낼 사람이 자의적으로 화환 대신 쌀오브제 화환을 보내는 것은 정치자금법이나 공직선거법과는 전혀 관계없다. 남아도는 쌀 140만톤을 쌀이 부족한 100만명에게 민간의 비용으로 전달 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쌀오브제 화환 보내기운동이다.
김두관 축하쌀 보도 이후 쌀오브제 화환 보내기운동을 펼치고 있는 드리미(www.dreame.co.kr)에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이제 수십 수백 개의 화환이 들어오는 취임식 준공식 행사에는 쌀오브제 화환을 보내자. 민간이 쌀오브제 화환 보내기운동을 통해 쌀 소비촉진에 앞장서고 있는 마당에 정치 지도자들만이 애매한 법 규정을 이유로 이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쌀 소비촉진으로 쌀을 지켜내는 것은 우리 민족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선관위도 당면한 쌀 문제를 직시하고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법 해석을 재고해봐야 할 것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쌀로 표심을 매수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넌센스다.
글 : 드리미 노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