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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 하루 휴가를 내고 비박산행을 준비하는데 씨끄리 동지가 이번 산행에 도저히 참여를 못하겠다는 연락이 옵니다. 이번 산행지의 처음 이야기는 그로부터 나왔는데 업무에 치여 휴가를 못 낸다니 우리 직장이 진짜 휴가도 제대로 못내는 형편이 되었다는 게 실감이 납니다. 사실 지난 주가 산행 예정일이었었는데 내가 집안의 결혼식이 있어 부득부득 한 주를 미룬 것이 결국은 산행지 추천자인 씨끄리 동지가 못 가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니 제 마음이 조금은 무겁습니다.
언제나처럼 화랑대역에 차를 끌고 가니 벌써 성남에서부터 온 마샘동지와 떠드리, 삐리리 동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샘의 산행 열의는 너무 열정적이라 오히려 우리가 미안한 마음입니다. 하여간 전날 술만 안 먹으면 최고인데..... 막내 아들 놈이 서울서 혼자 지내다 옥상에서 물이 샌다고 시골서 아버님이 고치러 올라오셨다는데, 용케 무슨 핑계를 대고 빠져나왔는지 시중 동지가 가장 늦게 나타납니다.
달리고 달려 중부를 거쳐 중부내륙으로 해서 충주의 산척면의 한적한 식당에서 아침을 때웁니다. 작년에 작성산, 동산을 가다 아침을 먹었던 곳입니다.
오늘의 산행지는 충북의 제천과 원주시의 경계를 이루는 주론산, 구학산, 벼락바위봉, 백운산을 아우르는 매우 긴 코스로 - 사실 처음에는 이렇게 긴 줄 몰랐는데 막상 가다 보니 우리 모두를 녹초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중간에 구력재라는 고개가 있어 그 곳에 다음 날 먹을 부식과 물을 감추러 먼저 백운면으로 들어갑니다. 보기에는 작은 골짜기 같은데 차를 달려 들어가니 골의 깊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구력재의 고개 마루 숲에다 부식을 감추고 나오는데 은근이 캥키는 것이 자동차로 한참을 왔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우리가 오늘 다시 이곳까지 산마루를 걸어와야 한다는 것에 모두 약간은 상기된 표정이 엿보입니다.
다시 백운면으로 나와 구 길을 따라 박달재 휴게소로 향합니다. 지금은 밑으로 터널이 뚫려 한적한 곳으로 생각하고 갔는데 그게 아닙니다. ‘울고넘는 박달재’의 노랫가락이 쉴 틈이 없이 흘러나오고 휴게소 주막 아낙이 금방이라도 손목을 잡고 끌고간다면 산이고 뭐고 못 이기는 척 끌려가고픈 마음입니다. 우리 큰 형님과 얼마 전 袂別한 바보 노빠의 18번지라 나도 모르게 따라서 한가락 흥얼대 보면서 노래비에서 사진을 찍고 김취려 장군의 전적비도 감상하다 본격적인 등산로를 찾아 나섭니다.
천둥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비에 젖는구려
왕거미 집을 짓는 고개마다 굽이마다
울었소 소리쳤소 이 가슴이 터지도록
부엉이 우는 산골 나를 두고 가는 님아
돌아올 기약이나 성황님께 빌고 가소
도토리묵을 싸서 허리춤에 달아주며
한사코 우는구나 박달재의 금봉이야.
박달재 하늘고개 울고넘는 눈물고개
돌뿌리 걷어차며 돌아서는 이별길아
도라지 꽃이피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금봉아 불러보면 산울림만 외롭구나
사실 천등산의 고개는 이곳으로 오기 바로 전에 있는 다릿재라는 곳으로 지명과 노래가락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작사가가 모르고 했건 아니면 주론산 박달재니 시랑산 박달재니 하는 것이 음률이나 어감에 안 맞아 그리했는지 우리는 알바 아닙니다만 하여간 박달선비와 금봉처녀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박달재는 천둥산과 관계가 조금은 희박해 보입니다. 그리고 다릿재에서 올라가서 충주호로 떨어지는 ‘천지인’산행코스의 천등산-인등산-지등산의 천등산은 있어도 천둥산은 없다는 것이죠.
아무튼 제 생각이고 박달재휴게소를 뒤로 하고 고바위를 조금 오르니 코앞의 산딸기가 우리의 발목을 잡습니다. 농익어 탱탱한 딸기를 두고 간다는 것이 죄지는 것 같아 너나 할 것 없이 가시덤불에 달라붙어 입 안이 빨개지도록 따먹으며 오르다 보니 처음으로 전망대가 나타납니다. 이곳에서는 제천시의 봉양읍과 감악산의 험한 지형이 조망되는데 정자에 붙여놓은 높이 표시가 잘못되어 있어 그 것을 안주삼아 씹으면서 순식간에 막걸리 두 통을 비워버립니다.
날씨는 무더웠으나 다행인 것이 능선 따라 걷는 길이라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나 시원합니다. 땀 흘리며 가다 쉴 냥이면 바람이 어찌나 시원하게 부는지 금방 서늘해집니다. 전 날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보았던 숲의 고마움이 다시 한번 피부에 와 닿는 기분입니다. 편백나무 숲에서도 비박을 해보고 소나무, 참나무, 잣나무 숲에서 비박을 해 보았읍니다만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것이 편백나무 숲이랍니다. 편백나무 숲은 대부분 남도산행시에만 가능한 곳이라 자주 하기에는 한계가 있겠죠.
시원한 능선을 휘돌아 박달재휴양림에서 베론성지로 넘어가는 임도를 지나니 또 다시 산딸기밭이 우리를 잡습니다. 그 힘으로 또 다시 휘적휘적 산길을 가다보니 처음으로 산행하는 사람도 만나고 점심장소인 주론산에 도달합니다. 이곳은 전망하나 없고 단지 정상석만 달랑 있어 흥미가 별로라 한갓진 공터에서 점심을 라면으로 때우고 부지런히 구학산을 향해 뛰어갑니다.
이 곳 또한 능선상에 바위 하나 없는 육산으로 가족산행을 하면 좋겠다하는 마음으로 가다보니 구학산입니다. 해발 970m로 여기서는 사방으로 조망이 좋아 북으로는 아련히 내일 올라야 할 백운산 줄기가 힘차게 뻗어있고, 동북방향으로는 치악산남대봉 능선이, 남으로는 우리가 지나온 주론산 줄기가, 그 너머로 희미하게 소백산 줄기가 보입니다.
정상주 한잔과 사진을 찍고 바로 구력재로 향해 달려내려 갑니다. 10여분을 급경사로 내려가다 보니 삼거리가 나옵니다. 가만, 여기서 삼거리가 나오면 안 되는데 하며 지도를 보니 ‘아이쿠 이런’ 그만 신림으로 내려가는 산줄기를 타고 만 것입니다. 이제 여기서 다시 산의 옆구리를 타고 가자니 너무 험하고 눈물을 머금고 다시 구학산으로 올라갑니다. 하루에 두 번 올라간 기념으로 또 사진을 찍습니다. 이 와중에 이런 행동을 하는 신들메 회원들의 여유가 너무 좋습니다.
다시 제대로 잡아 한참을 달려 내려가 구력재에서 아침에 감춘 부식을 꺼내다보니 여기가 딸기밭입니다. 누군가 딸기따다 우리의 부식을 발견하고 가져갔다면 하는 때 지난 기우도 부려보고......하여간 다시 찾은 부식으로 배를 채우다 보니 다음날 먹을 비상식량까지 거덜을 내 버렸습니다. 불길한 조짐을 그때는 아무도 몰랐죠. 아니 알았다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이야기했다가는 몰매 맞기 십상이었을 겁니다.
하여간 차도 어쩌다 한두 대 지나가는 구력재 고개의 응달진 아스팔트에서 든든이 배를 채우고는-어느 누구는 로맨스를 한다며 전화통 부여잡고 있다가 다 먹은 후에 나타나 자기 먹을 것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다시 길도 없는 깍아지른 산을 타고 오릅니다. 내일 예정된 산행을 위해서는 최대한 가는 곳까지 멀리 가서 비박을 해야만 하기에 거의 등산로가 아니라 산짐승과 산나물 따러 일 년에 한두 번 다닐까 하는 어슴푸레한 길을 미끄러지며 올라갑니다. 미끄러운 데다 급경사라 오르기가 무척 힘듭니다. 더군다나 내일 먹을 물과 부식을 새로이 짊어졌기에 다리에 느껴지는 하중은 몇 배는 힘들어 보입니다.
이곳 구력재에서 벼락바위봉을 오르는 길은 거의 등산로가 없고 산행기를 뒤져봐도 ‘썩어도 준치’같은 분이 치악산휴게소에서 벼락바위봉을 올라 이 능선을 거쳐 우리가 지나온 길을 거꾸로 해서 박달재까지 가는 것을 본 기억은 있습니다. 뉘엿뉘엿 지는 해를 따라 내려다 보이는 신림마을의 연기 오르는 것을 보니 이 힘든 곳을 왜 또 왔던가 후회해 보지만 항상 그렇듯이 또 며칠이 지나면 산이 그리워지는 못된 마음을 누가 알아주려나. 신림마을을 보니 문득 군대에서 해마다 여름이면 이곳 신림의 산 속으로 기어들어와 일주일간의 유격훈련을 받던 생각이 나는데 위치를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탁사정을 지나 신림 근처에서 산 속으로 기어들어간 것은 생각이 나는데.....
부지런히 능선을 올라타서 벼락바위봉으로 가다 조금은 평평한 곳을 잡아 비박장비를 풀고 모닥불을 지피고 저녁을 하고 온 몸으로 번져오는 피로를 잊으려 소주에 막걸리에 맥주를 번갈아 들이키니 몸은 몽롱, 나무 숲에 가려 가끔씩 보이는 별을 바라보다 보니 산 속의 골바람은 조금씩 피부 속으로 스며들고..... 드디어 불길한 느낌이 드는 것은, 하기사 이것은 다음 날 아침 먹을 때 알게 됐으니.....술 안주 한다며 다음날 부식까지 거의 깡그리 먹어 치워버렸으니
확실하게 비박 때마다 느끼는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맞으며 일어나니 어제 먹은 술도 개운해지고 서둘러 어젯밤에 삼층밥 남은 것에 물을 부어 죽을 만듭니다. 반찬도 없어 김치국물과 마늘짱아치 국물로 간을 해서 누룽지 죽을 몇 숟갈 뜨고 나니 8시를 조금 넘겼습니다.
아름드리 소나무군락이며 굴참나무군락 밑의 초원지대를 가다보니 치악산휴양림에서 올라오는 벼락바위봉 정상입니다. 벼락바위는 정상에서 300m를 더 가야하지만 누구도 갈 생각이 없습니다. 항상 기운 넘치는 떠드리와 마샘 동지가 사진기를 들고 가다가 소리를 지릅니다. 너무 멋지니 우리를 오라는 겁니다. 아무리 멋져도 이제는 지쳐 다시 갔다 돌아오는 일은 죽어도 안한다고 응수하며 예정코스로 먼저 달려갑니다. 잠시 조망이 좋은 수리봉에서 잠시 쉬던 중 아침에 먹은 죽이 어느 덧 다 소화가 되어 먹을 것을 찾아보지만 봉다리 누룽지와 물뿐..... 그냥 누룽지라도 배를 채우자 하지만 다시 물을 넣고 죽을 만들어 몇 가락씩 배를 채워 봅니다. 전망이 좋은 바위에서 앞으로 가야 할 작은 백운산과 백운산을 쳐다보고 보름가리봉으로 가는 내리막길을 한없이 내려갑니다. 중간에서 선두를 따라 한참을 가다 전망이 있는 바위에 올라서니 아뿔싸 가야 할 능선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는 것이 아닙니까? 앞서 가던 동지들을 불러 세워 후진하라하고 지도를 보니 여기가 보름가리봉입니다. 사실 보름가리봉은 능선상에서 약간 벗어나 있고 이 길을 계속가면 빙돌아 치악산휴양림으로 가는 길입니다.
다시 뒤로 돌아 능선으로 붙어 백운산 방향으로 나아가다보니 조그만 헬기장이 나오고 다시 삼거리가 나타납니다. 잠시 숨을 돌리고 물배를 채우고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유난이 길이 넓게 드러나고 누군가가 넓힌 흔적이 있어 조금은 의아해 가면서 조금 가니 우리 앞에 있어야 할 백운산 근처의 군부대 기지가 옆으로 나란히 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또 다시 잘못 들었구나. 다시 선두를 세우고 지도를 보니 분명 다른 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때마침 산악자전거를 탄 5명의 사람이 우리 뒤에서 나타나 백운산은 뒤돌아 반대로 가라는 것입니다. 어쩐지 길이 넓어졌다했더니 산악자전거를 위해 산 정상 부위를 빙돌아 길을 낸 것입니다. 우리의 떠드리 왈 지자체에서 철쭉제 하려고 길을 냈다나 어쨌다나.....
다시 길을 돌려 자전거 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니 어느덧 군부대기지가 바로 위로 올려다 보입니다. 능선을 타지 않고 자전거 길로 오다보니 작은 백운산을 지나친 것이죠. 바로 길 없는 길을 올라타 군부대 밑의 철조망으로 붙으니 조그마한 길이 보입니다. 부대 정문으로 돌아 초병에게 물으니 백운산 가는 길을 가르쳐 줍니다. 먹을 것을 구해본다던 떠드리도, 건빵을 팔아보라고 보채겠다던 생각도 다 지워버리고 얼른 올랐다 내려갈 양으로 다시 정상까지 1km라는 안내판을 뒤로 하고 오르는데 내 생전에 1km가 이렇게 멀어 보이기는 처음입니다. 가다가도 정상은 안 나오고 거의 탈진 상태에 악을 쓰고 정상에 올라 마지막 남을 물을 벌컥벌컥 마셔버리고 잠시 쉬자니 포항에서 왔다는 두 분의 아저씨가 반대 방향에서 올라와 잠시 한담을 나누고 배고픈 마음에 내리막 길이 있는 상재로 향합니다.
30분이면 간다던 상재는 조그만 봉우리를 서너 개를 넘어도 나오지는 않고 또 다시 길을 잘못 잡았나 지도를 살펴보지만 분명 잘못 들 곳은 없는데.....신기루가 나타날 만도 합니다.
이제는 모두들 허기와 피로에 지쳐 몇몇은 탈진상태가 되고, 융단을 깔아놓은 것 같은 풀밭에서 모두 누워 잠깐에 코도 골아보고 둥둥 떠다니는 잘 구어진 닭다리를 꿈속에서나마 잠시 그려보고 다시 상재로.....
삼거리 표시가 있는 상재고개마루가 오늘따라 왜 이리 반가운지..... 직진하면 오두봉을 거쳐 바경리 선생의 토지문학관 방향으로 내려 갈 수도 있습니다.
드디어 급경사 내리막 길. 그러나 30분을 달려 내려간 곳은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 임도. 머리와 얼굴을 차가운 계곡물에 잠갔다가 임도를 따라 내려오는데 사실 계곡을 따라 바로 떨어지는 산길이 있었으나 굳이 임도를 따라간 것은 이런 곳에 산딸기와 오디가 있을 것이라는 촌놈의 육감때문이었습니다. 4부 능선을 내려오니 드디어 오디와 산딸기 군락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뽕나무에 매달려 가지 하나씩 잡고 까치발을 하고 오디를 따 먹는 모습이란....영락없는 젖이 모자라 자꾸 새끼들을 피하는 어미개를 따라다니며 떼로 배에 달라붙어 젖을 빠는 강아지들에 비유하면 너무 처절한가요? 하여간 오디와 산딸기를 한 웅큼씩 따서 입 안에 털어먹는 맛이란.....어릴 적 늦은 봄날이면 중학교 수업을 파하고 집으로 가는 산 길에서 교복을 퍼렇게 물들여 가며 따먹다 옷 버렸다며 혼나기도 했던 유년의 추억들이 생각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산딸기1,2’가 생각난다고 하더군요. 속물 근성하고는..... 하긴 ‘뽕1,2’도 생각납니다.
하여간 펜션과 인삼밭이 있는 마을에 내려서서도 지천으로 널려있는 오디와 산딸기 덕분에 우리들의 배는 채워져 갔습니다. 펜션에서 구워대는 삼겹살 냄새가 우리 속을 조금은 뒤집어놨지만 그렇게 한 시간여를 내려오니 버스종점이라는 덕동리에 도착합니다. 슈퍼 앞 평상에서 먹을 수 있는 모든 과자들을 총동원해서 시원한 카스맥주를 들이키니 세상 모든 일이 부럽지 않습니다. 한 시간여를 떠들어대다 6시30분에 마을버스를 타고 백운면 소재지로 나오는데 이 버스란 것이 손님이 하나도 없는데 차도리라는 마을까지 한참이나 달려 들어갔다가 다시 원 위치로 돌아옵니다. 저물어가는 한가한 농촌들녘을 바라보며 이런 곳에서 저 들녘의 농부같은 삶은 또 얼마나 근사한가 하는 생각을 하며 옛날 비포장 시골길 옆의 쭉쭉 뻗어나긴 포플러 나무잎을 흔들어대던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김민기가 노랫말을 만들고 양희은이 불렀던 ‘식구생각’을 흥얼거립니다.
분홍빛 새털구름 하-하 고운데
학교나간 울 오빠 송아지 타고 저기 오네
읍내 나가신 아빠는 왜 안오실까
엄마는 문만 빼꼼 열고 밥지을라 내다 보실라
미류나무 따라서 곧게 난 신작로 길
시커먼 자동차가 흙먼지 날리고 달려가네
군인가신 오빠는 몸 성하신지
아빠는 씻다말고 먼 산만 바라보시네
이웃집 분이네는 무슨 잔치 벌였나
서울서 학교 댕긴다던 큰언니 오면 단가 뭐
돈벌러간 울 언니는 무얼 하는지
엄마는 괜히 눈물 바람 아빠는 괜히 헛기침만
겨울 가고 봄 오면 학교도 다시 간다는 데
송아지는 왜 판담 그까짓 학교 대순가 뭐
들판엔 꼬마애들 놀고 있는데
나도 나가서 뛰어놀까 구구단이나 외울까 말까
달려 백운면에 내리니 4대가 있는 택시가 지금은 모두 영업을 나가 한참을 가다려야 한답니다. 박달재휴게소로 차를 가지러 가야 하는데 말입니다. 할 수 없이 앞에 보이는 중국집에서 자장면 곱빼기 먹는 조건에 중국집 사장님의 차로 박달재휴게소까지 태워다 줄 것을 흥정하니 바로 콜입니다.
굳이 같이 가자며 차에 올라타는 우리 신들메의 배려꾼 아저씨 왕회장님입니다. 요즘 산행에 동참횟수가 적었던 터라 유난히 고생이 좀 심했는데도..... 산행시마다 온갖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남들이 버린 쓰레기도 주워 내려오고.....그래서 지금부터는 배려꾼이라는 별호를 주기로 합니다. 박달재휴게소의 주막집 아주머니가 문 앞에서 서서 우리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하루 세웠으면 들어와서 뭐 좀 먹어주겠지 하는 눈치도 모른 체하고 바로 차를 돌려 내려옵니다. 자장면이 불으면 맛이 없거든요.
맥주캔을 3개나 비웠는데도 운전대를 잡으니 졸음도 싹 가십니다. 다행이 졸지 않고 앞뒤에서 떠들어주는 떠드리와 시중이의 도움으로 막히지 않는 길을 달려 마샘을 잠시 내려주려 경안아이씨를 나오니 맞은편에서 음주측정을 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하고 켕기는 마음에 다시 중부를 타지 않고 하남에서 올라타서 신내동으로 오니 다시 배가 고파 옵니다.
손님이 꽉 들어찬 감자탕을 지나 동태집에서 얼큰한 찌개에 소주를 연작으로 들이키니 드디어 몰려오는 졸음과 극도의 피로감.
이틀 동안 근 18시간을 산행하고 나니 집에 오자마자 씻는 둥 마는 둥 바로 꿈나라로 빠져듭니다.
신들메의 산행시마다 먹을 계획과 산행 계획을 잘 세우고는 출발하지만 항상 틀어지는 계획표. 이번에도 미리 먹어버린 비상식량과 세 번씩의 알바로 인하여 소비된 시간이 이래저래 3시간여. 산행때마다 GPS를 구입하느니 독도법을 배운다느니 떠들다 산에 오면 또 다시 알바......식량도 넉넉히 준비해 온다지만 항상 모자라 내려올 때면 모두가 허기가 져 탈진 일보 전..... 그래도.....
이런 맛이 있어 또 다시 산에 가고 싶다.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산행의 즐거움. 몇 일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또 산에 가고픈 마음이 생기니..... 이 몹쓸 놈의 천석고황이란.....
첫댓글 그 귀한 산딸기. 오듸를 먹었으니 10년은 더 살겠구려. 나도 그 때 다 팽개치고 가야 되는데. 이 드러운 세상 잠시라도 잊어버리고자 빨랑 산에 가 산이 되고 싶습니다요.
무척 힘든산행.. 배고픈 산행이였죠.. 무더위에 먹을것도 없고 물도 부족하고 다들 탈진(?)직전까지갔죠.. 아마 대식 시끌님 오셨음 난리났을텐데.. 배고프다고.. 그나마 난 소식이라.. ㅎ
내려오자마자 캔맥주 각4개씩에 과자 댓봉지.. 다시 자장면 곱배기먹고, 서울오자마자 동태탕에 ... 무지 먹었어요
이런저런 추억만들기.. 더 많은 추억 만들러 ... 시끄러운 세상 떠나자...
왜이리 어수선하고 헛깨비들, 헛힘들 많은지.. 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