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주차장 계단 / 저녁
(주차장 내려가는 어두운 계단. 기훈이 가희 뒤를 따라 내려오고 있다.)
(시비조로) 왜 따라와? 그냥 사모님 모시고 들어가시지?
뭘? (멈춰 서며) 왜 난 오면 안 되는 자리였어? 잊지마, 성현이랑 나 친구사이야.
(가희, 기훈을 지나쳐 내려가다 말고 멈춰서며)
정말 그림 같은 가족이야. 애 아빠같이 자상한 모습, 감동했어. (짝.짝.짝. 박수치는 시늉을 하며) 진심이야.
어딜? (떨떠름한 미소를 짓는 가희, 철문을 열고 나간다.)
(외부와 연결된 반지하 주차장엔 비가 들이치고 있다. 가희의 등 뒤로 쿵 닫히는 철문)
(뒤따라 철문을 밀고 나오는 기훈을 향해) 아~ 쪽 팔려. 이 나이에 실수로 애나 배고· 한심하지 않아?
이번엔 한번 낳아서 키워볼까? 결혼하긴 싫구, 혼자 늙어죽기도 싫고· (앞서듯 내려가며) 어때, 낳아 볼까?
(기훈, 대답이 없다.) 걱정 마. 이땅에서 미혼모로 산다는 거, 어떤 건지 알기나 해?... 나두 싫어.
(획 돌아서며) 어떤 아이는 엄마 잘 만나서 뱃속에서부터 축하 받고, 어떤 아이는 지지리 복도 없어서 무우청처럼 잘려나가고...
(지지 않고) 원하는 거 없어! 뭘, 뭘 해줄 수 있는데?
.. 말했잖아! 형은 성수이랑 여태까지처럼 잘 살면 돼. 훼방 놀 생각 없다니까. 그러고 싶었으면 애초에 했어.
수현이랑, 하필이면 그 애랑 결혼한다고 했을 때, 그때 끝장냈을 거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