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 출국까지 해프닝 끊이지 않아 … 비자 대신 신용카드 제시하기도
여름휴가를 해외에서 보낸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1200만명 이상이 해외 여행을 떠날 정도로 대중화됐지만 어디에서나 초보여행객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올 여름 휴가기간 중 여행사 상담원과 가이드, 인솔자들을 웃기고 울린 황당한 고객들을 살펴봤다. 내일여행과 롯데관광, 세중투어몰, 자유투어, 하나투어 등 국내 유명여행사의 홍보실과 고객상담실을 통해 손에 꼽힐만한 황당 사례를 유형별로 분류했다.
◆전화 상담부터 여행사 직원들 당황 = 여행을 가는 대부분 일반인들은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여행지나 상품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인터넷도 있지만 여행사 대리점을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 상담을 통해 여행준비를 하는게 일반적이다.
설레는 여행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 철두철미한 고객들은 △숙소에서 식사 메뉴는 무엇이 나오는가 △현지 슈퍼마켓에서 무엇을 파느냐 △저녁에 잘 때 무엇을 입고 자야 하나 등의 질문을 던진다.
한 여행사 상담원은 ‘방콕 파타야 소인국 악어농장’ 상품을 상담하다가 고객으로부터 ‘방콕하고 파타야는 들어봤는데 소인국은 어떤 나라에요’라는 질문을 받고 웃음울 참지 못했다.
여행상품 예약을 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영문 이름이 필요하다. 상담원이 ‘영문이름을 주시겠어요’라고 하면 홍길동(HONG GIL DONG)과 같은 영문을 불러주면 된다.
그러나 영어학원에 다녔던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인가 ‘마이클이요’ ‘찰스로 해요’ ‘제인인데요’ 등과 같은 답이 돌아온다. 여권상 영문이름이 아닌 영어학원 등에서 사용하는 이름을 고객들이 자신 있게 대답한다. 한 여행사 전화상담원은 이런 이름은 대개 남자들이 많이 이야기하고 ‘마이클’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고 설명한다.
◆여권·비자·비행기도 처음 = 여권이나 비자, 비행기 탑승은 초보 여행객에게는 모두 처음 접하는 것들이다.
여행사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여권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한다. 간혹 여행객이 여권을 놓고 오는 경우가 있어 출국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여행중에도 여권 분실은 대표적인 대형사고 중에 하나다.
여행사 직원이 여권의 중요성을 너무 강조해서인지 한 가족이 통째로 여권에 구멍을 뚫어 목에 걸고 나타났다. 이 순간 여행사 직원의 얼굴은 새하얗게 변해버린다.
여권은 찢어지거나 구멍이 나는 등 훼손될 경우 출국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는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특히 효도관광을 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서 쉽게 발생한다.
일본에 있는 친척을 만나러 가겠다는 고객에게 ‘비행기 항공좌석이 없다’고 상담원이 답하자 고객은 ‘입석으로 가면 되잖아요’라고 맞받아쳤다. 가족여행을 가려는 한 학부모가 아동가격(연령에 따라 성인 가격의 10만원, 50%할인 등 다양하다)을 확인한 뒤 너무 비싸다며 ‘키가 작으니까 그냥 안고 가겠다’며 우길때도 있다.
지명을 제대로 몰라 ‘실수’하는 고객도 있다. 하나투어의 한 대리점은 중년의 고객이 ‘엘에이에 갔다가 로스엔젤레스에서 귀국하는 일정을 알아봐 달라’는 주문을 듣고 어찌해야 할 줄 몰랐다. 이 상담원은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고 털어놨다. 엘에이(LA)는 로스엔젤레스(Los Angels)의 약자다.
비자로 발생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비자는 해당국가 입국증서다. 이 때문에 비자 없이는 여행을 갈 수 없다.
미국 비자를 받으려는 고객과 약속을 한 여행사 직원이 인터뷰 시간이 다 되도록 나타나지 않는 고객 때문에 발을 동동 굴렀다. 결국 휴대전화로 통화한 결과 이 고객은 여의도 문화방송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객이 ‘앰버시’(대사관) 앞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를 ‘엠비씨’(MBC)로 들은 것이다.
비자가 있다는 고객의 말만 철썩 믿은 여행사 직원은 공항에서 고객을 만나고선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고객이 비자(사증) 대신 비자(VISA) 신용카드를 당당히 내놓는 게 아닌가.
◆출국전까지 긴장 늦출 수 없어 = 첫 여행인 사람들은 공항 입국장부터 낯선 풍경이다. 첫 해외여행이라 가슴이 설레고 낯설기도 하지만 그만큼 실수나 사고도 잦다. 상담원은 물론 출국수속을 대신해주는 여행사 직원들은 항상 초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손님이 늦게 도착하는 경우도 있고 비행기에 들어갈때까지 어떤 돌발사태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대개 여행사는 고객과 공항에 근무하는 여행사 직원이 만나는 장소가 정해져 있다. 이곳에서 출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표를 받은 뒤 짐을 부치는 등 모든 절차를 마무리해야 출국할 수 있다.
여행사 직원은 출국일 당일 ‘인천국제공항 3층 B~C 사이에서 만나자’고 고객과 약속했다. 그러나 해당 고객은 ‘BYC 속옷 매장’을 찾다가 출국수속 마감전에 겨우 나타났다. ‘B와 C사이’를 ‘BYC’로 들은 것. 인천공항을 이용해 본 고객들은 당연히 알겠지만 초보 고객들로서는 이해할만 일이다.
◆목소리 크면 다 된다. 무대포형 고객 = 특별가로 나온 저가 상품의 경우 ‘현금결제’나 ‘할인불가’ 상품이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상담원은 결코 ‘할인’의 ‘할’자도 꺼내지 못한다.
질긴 협상에서 지친 고객은 ‘사장 바꿔봐’라고 고함을 지른다. 이런 고객에게 최선의 방법은 다른 여행사를 추천해주는 것뿐이 없다.
‘사장’이나 ‘책임자’를 찾는 전화는 끊이지 않는다. 간혹 ‘나 이런 사람인데. 사장하고 직접 상담할께’라고 하는 고객도 있다. 대부분 이런 사람들은 반말로 시작해서 반말로 끝난다.
대개 숙소는 2인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별도 1인 비용을 추가로 내지 않을 경우 다른 고객과 함께 방을 써야 한다. 이럴때 뻔뻔한 남자 고객은 ‘남자가 안되면 여자고객과 함께 써도 좋아’라고 한다. 상담원 등에는 식은땀이 흐른다.
전화 상담이 장시간 걸리기 때문에 전화비용을 아끼려는 극성 고객도 있다. 여행사 상담실에 전화를 해서 ‘01X-1234-5678로 지금 전화주세요’라고 한 뒤 바로 끊어버리는 고객도 있다.
여행을 다녀온 뒤 인터넷 사이트나 전화로 한참을 항의하고선 ‘어 이 여행사가 아니었네’라고 말 없이 사라지거나 황급히 전화를 끊는 고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