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보행약자가 안전하고 편하게 다닐 권리를 보장해주십시오!진 일 성(한마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기자단)   날이 좋아서 모든 것이 좋았을 법한 3월 어느 주말이었습니다.저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여느 때처럼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남구 진월동에 갔습니다. 행복콜택시를 타고 친구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내렸을 때만 해도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집에서 간만에 친구와 기나긴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배가 몹시 고팠고 친구와 저는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음식점을 찾기 위해 아파트 단지를 나섰고 이때부터 두 사람의 모험이 시작되었습니다. 식당으로 가는 길, 도로 포장상태는 엉망이었고 요철이 심했습니다. 더군다나 비탈길의 경사는 어찌나 급한지 전동휠체어를 타는 저에겐 너무도 위험한 길이었습니다.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을 찾아 여기저기 돌아 다녔습니다. 하지만 불법주정차량 때문에 이마져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점심은 먹긴 먹었느냐고요? 결국은 친구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제가 사는 곳이나, 친구가 사는 곳이나… 사람들은 말합니다.“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불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불편한 일상이 전동휠체어를 타는 저와 제 친구에게만 일어나는 보통의 날일까요?매일 볕 좋은 시간이면 손녀와 유모차를 끌고 마실 나오시는 우리 동네 할머니도 이제 한창 걸어다니는게 신이 난 손녀딸이 움푹 파인 인도를 걷다 넘어져 생채기라도 날까봐 노심초사랍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으니 사고가 나지 않게 보행자인 우리가 안전하게 다녀야 할 의무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만, 우리에게 의무가 아닌 권리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광주광역시 보행권확보 및 보행환경개선에 관한 기본 조례』, 명칭도 긴 이 조례에 ‘보행권’을 정의하고 있었습니다.날씨가 따뜻해지니 여기저기에서 도로를 공사하는 현장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건 그렇게 공사를 해도 보행약자가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도로는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시행된 지 5년째이지만, 보행약자가 안전하고 쾌적하게 걸을 수 있는 권리를 이렇게 써놓고도 왜 지키지 않는 것일까요?교통약자이동지원차량이 다니고 저상버스가 전보다는 많이 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통편만 좋아지면 살만한 세상일까요? 불법주정차량 때문에 휠체어가 도로를 넘나드는 위험이 없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와도 울퉁불퉁한 인도를 엄마들이 가다 서다 가다 서는 불편함이 없는, 바깥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모험은 되지 않을 안전하고 쾌적한 일상을 광주광역시는 보장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