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 아르헨티나에 교단 최초의 남미 교당이 봉불식을 올렸다. 브라질과 칠레에서도 교당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바야흐로 개교100년을 앞두고 지구에서 우리나라와 정 반대편 남미대륙이 일원(一圓)의 법음을 받아들이기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교당 봉불을 계기로 남미교화의 전망을 살펴본다.
미국의 아랫 지역, 월드컵을 통해 이름만 낯설지 않은 남미는 아직도 우리들에게 낮설은 미지의 대륙이다. 우리나라와 거리상 가장 멀어서일까?
■남미국가의 현황=남미대륙(라틴아메리카)은 중남미(中南美)라고도 한다. 라틴계열인 북미의 멕시코에서 남극과 가까운 칠레까지 세계 육지면적의 1/5을 차지한다. 5억명의 인구에 30개의 독립국과 남아메리카 북동부 및 카리브해에 산재하는 영국·미국·프랑스·네덜란드의 식민지로 구성되어 있다.
라틴아메리카라는 명칭이 단순하게 지리적 영역을 지칭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사회의 문화적·역사적 배경에서 연유하는 동질성을 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라틴아메리카에는 몇 가지 공통성이 있다. 라틴아메리카는 별칭 ‘이베로아메리카’라고도 불릴 만큼 스페인 문화의 영향을 압도적으로 받아 브라질만 포르투갈어, 그 밖의 거의 모든 나라가 스페인어를 쓴다. 또 거의 모든 나라 주민이 가톨릭을 믿어 언어·종교·풍속·습관 등에 많은 공통성이 있다. 또 라틴아메리카의 사회는 광범위한 인종적 혼혈로 형성된 혼혈족 및 그 혼혈로 인하여 생활 속에 침투한 많은 인디오적·니그로적인 요소도 대개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다.
남미 각국은 공통의 식민지사와 독립운동사를 거쳐서 독립국이 되었다. 빈부의 격차가 현저하고 각국에서 쿠데타와 독재정치의 악순환을 경험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국민생활이 압박을 받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서 남미 각국에서는 내셔널리즘에 입각한 남미만의 독특한 변혁의 기운이 대두하고 경제적 후진성으로부터의 탈피를 위한 노력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남미교화의 전개=지난 6월25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교당이 봉불을 올렸고, 브라질에는 올해 교무가 파견되어 개척교화를 시작했다. 더불어 칠레에 출장법회가 전개중이고, 중남미 권역인 멕시코도 미주서부교구에서 교당 개설을 준비중이어서 교단의 스페니쉬권 중남미교화는 본격화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스페인어는 지구 표면적의 1/8 그리고 세계 인구의 1/16이 자국어로 사용하고 유엔기구를 비롯한 주요 국제 기구들이 공용어로 채택한 언어이다. 원불교가 스페인어 문화권 나라인 중남미에서 가장 크고 인구가 많다는 브라질을 택하지 않고 아르헨티나에 먼저 발을 디딘 것은 그 곳에 교도가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기71년(1986) 아르헨티나로 이민 온 교도 김용정·박영달 두 가족은 10년동안 서로의 집을 오가며 가정법회를 이끌어 왔다. 원기79년(1994) 재야 불교 신자인 공원길 불자와 인연이 되어 교당을 마련하고, 이은관 교무를 초빙하여 교화활동을 했지만 사정상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 후 원기84년(1999) 장호준 교무가 부임하고, 원기88년(2003) 남궁선봉·유영수 교무가 부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장호준 교무는 7년전 개척교화 발령을 받고 남미 교화를 위해 정토와 함께 아르헨티나에 가정을 꾸린 세대전무출신이다.
아르헨티나에 부임하기 전 중앙아시아 알마타 교당에서 해외교화를 경험한 장호준 교무는 현지 교화를 위해 어려움을 딛고 종교법인을 설립했고, 3년전 부임한 남궁선봉 교무와 함께 교당을 마련하고 교화를 본격화 했다.
아르헨티나는 사실상 남미교화의 거점이자 향후 남미교구가 생기면 교구청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남미교화의 미래=아르헨티나는 전체 인구가 3천8백만명, 그중 교민은 2만여명이다.
교민 사회의 종교는 기독교가 중심이지만 한인 기독교는 교민교화에 머물고 있다. 가톨릭 중심의 현지인들에게는 친교 및 지원 정도의 관계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경제적 상황에 따라 교민사회가 변하면서 한인 기독교회도 그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원불교와 불교는 교민교화 뿐만 아니라 현지인 교화를 겸하고 있다.
현지인들은 3,4백년간 이어온 가톨릭이 생활종교이자 국교이지만 전통적인 권위주의의식과 탈유럽 현상과 맞물려 현대사회에서 어느정도 염증도 느끼고 있는 터이다. 따라서 그 대안으로 동양의 고요한 종교이자 수행이 강조되는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실제로 지난 4월 달라이라마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현지인들의 관심이 고조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교당은 매주 일요일 정례법회와 토요일에는 선법회를 이어가고 있다. 토요 선법회에는 현지인 무술인들이 매주 끊임없이 찾고 있다. 태권도와 합기도, 십팔기 등을 가르치는 아르헨티나 무술사범들은 선 수련을 필수적인 정신단련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태권도의 종주국인 한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강하다. 이들이 장호준 교무와 인연을 맺고, 교당을 찾는 이유이다.
가톨릭의 영향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현지인들이 교도의 의무를 아직은 다하고 있지 못해 교당은 여전히 자력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교화 30년에 비하면 아르헨티나의 자력교화는 빠르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 남궁선봉 교무의 한국에서의 정성스러운 교화력이 그대로 남미에 이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심깊은 이팔형 교도를 중심으로 한 칠레교화가 조만간 꽃을 피울 것으로 보이고, 올해 사령된 추도엽 교무도 브라질에 인연을 만들고 있어 남미교화는 개교100년을 앞두고 조만간 일원법음이 메아리 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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