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옆에 있는 공기가 들어 있는 공간, 부비동
축농증으로 인한 코 막힘을 해소하기 위해 자주 코를 풀면, 주변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는 힘들다.
사람의 얼굴 뼈에는 공기가 차 있는 동굴이 있다. 그것도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고, 미세한 통로를 통해 코와 연결되어 있는데, 이걸 부비동(부비강, paranasal sinus), 우리 말로 풀이하면 ‘코 옆의 공간’이라고 한다. 처음 아기 얼굴이 만들어질 때는 뼈만 있지만, 태아가 성장함에 따라 공기주머니로 대체가 되어 부비동이 생긴다. 우리가 부비동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얼굴 뼈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라느니, 소리를 더 잘 울리게 하기 위함이라느니, 얼굴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충시키기 위해서라는 둥 여러 학설이 있지만,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이마를 비롯한 코 주위에 총 4쌍의 부비동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상악동(maxillary sinus)다. 상악동은 부비동 중 가장 크고, 양쪽 위턱에 위치한다. 부비동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차면 연결통로를 통해 코로 고름이 흘러가고, 결국 콧구멍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런 부비동염이 가장 잘 걸리는 곳이 바로 상악동이다.
상기도에 감염이 생기면, 급성 부비동염을 일으킨다
호흡기 중 코와 후두∙인두상기도 감염paranasal sinusitis'(부비동염)라고 하는 대신 ’rhinosinusitis‘(코부비동염)이란 말을 쓰는데, 그 이유는 코를 침범하지 않는 부비동염이 어디 있겠느냐는 생각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부비동에 염증이 생기면 점막이 붓고, 코와의 연결통로(이걸 자연공이라 부른다)가 막힌다. 폐쇄된 공간은 각종 세균이나 곰팡이가 침범하기 좋은 환경이 되기 마련, 그 순간부터 온갖 잡균들이 들어와 부비동염을 일으킨다. 꼭 감기가 아니더라도 충치에 의해 염증이 파급될 수도 있고, 다쳐서 그럴 수도 있다.
급성 부비동염만성 부비동염
코가 막히고 끈끈한 콧물이 나오는 만성 부비동염
코가 막히고, 끈끈하고 노란 콧물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만성부비동염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급성에서 그런 것처럼 만성 부비동염도 상기도 감염에 의해 2차적으로 발생하는 게 가장 흔하다. 하지만 급성이 한번 그러고 마는 데 반해 만성은 병이 오래갈 뿐 아니라 자주 걸리는 걸 의미하는데, 이 경우 환자에게 부비동염을 촉발할 다른 문제점이 없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알레르기 질환이 있다면 코 점막이 붓고, 그럼으로써 자연공이 막혀 부비동염이 생길 수 있다. 코 중격(비 중격AIDS 환자의 75%에서 부비동염이 발생했다고 한다. 코 점막에는 섬모가 있어 이물질을 밖으로 밀어내는데, 이런 섬모 운동에 선천적인 이상이 있을 경우 만성 부비동염에 걸리기 쉽고, 코 점막에서 분비되는 점액이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란다. 만병의 근원인 담배도 부비동염을 촉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2002년 TWA 승무원인 린 프렌치 씨는 자신이 앓고 있는 부비동염이 간접흡연에 의한 것이라며 담배회사 4곳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데, 애초 청구액 100만 달러를 훨씬 초과하는 550만 달러를 받았다고 한다.
급성과 마찬가지로 만성 부비동염의 증상도 코가 막히고 끈끈하고 노란 콧물이 나오는 것으로, 그 콧물이 목을 타고 넘어갈 때 한편으로는 시원하면서도 한편으론 찜찜하다.
급성 때보다는 덜하지만, 얼굴이나 머리가 아플 수가 있다. 코가 막히니 냄새를 못 맡는 건 당연하다. 이런 상태로 소개팅한다면 처음 한두 번은 ‘감기겠지’라고 넘어갈 수 있지만, 3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되면 계속 만나야 되는지를 심각하게 고려할 거다. 부비동염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위의 증상이 3개월 이상 계속되는 환자의 콧속을 들여다봤을 때 코 점막이 붓고 빨개진데다 끈끈하고 노란 콧물까지 발견된다면 만성 부비동염일 확률이 높다. 눈 주위나 눈 밑을 누르면 아픈 것도 진단에 도움이 된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막상 부비동염을 진단하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감염과 감별을 해야 하는데, 바이러스 질환은 증상에 따라 대처를 해주면 되지만 세균성 부비동염인 경우 항생제를 투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시경으로 잘 들여다보고, 경우에 따라서는 CT를 찍는 것도 필요하다. 이 밖에도 알레르기성 비염, 후두염, 편두통 등도 부비동염과 감별을 해야 할 질환이다.
만성 부비동염은 감염을 치료하고, 고름을 빼내는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어
축농증 하면 완치가 어렵고 재발이 잦은, 고치기 어려운 질환으로 인식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내시경 수술이 등장했고, 좋은 항생제도 많이 나와 웬만하면 치료가 된다. 치료 목표는 세 가지다.
1.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것
2.부은 점막을 가라앉히기
3.막힌 자연공을 뚫어 부비동에 고인 고름이 빠져나가게 하는 것
첫 번째는 항생제를 쓰면 되고, 두 번째는 점막수축제로 해결이 된다. 물을 많이 마시게 하고 코에다 식염수를 뿌려주면 건조한 점막이 축축해지고, 점액의 점성이 낮아져 농이 빠져나가기 쉬워진다. 이밖에 증상에 따라 점액을 녹이는 점액용해제라든지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한 스테로이드제, 알레르기 반응을 줄여주는 항히스타민제
약물요법에 효과가 없고 CT에서 병변이 확인된 경우에는 수술해야 한다. 과거에는 아픈 점막을 모두 제거했지만, 내시경 수술은 막힌 부위만 제거함으로써 점막을 최대한 보존하는 좋은 방법이다. 즉 내시경 수술을 통해 폐쇄된 부위를 제거하면 자연공을 통해 부비동에 고여 있던 고름이 빠져나가고, 그럼으로써 외부와 공기가 잘 통하게 되면 아팠던 점막도 정상점막으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별문제가 없는 경우 수술로 회복되는 경우는 93%지만, 천식이 있거나 담배를 계속 피우는 환자라면 수술 성공률은 80~85%로 떨어진다.
코와 부비동은 외부 환경과 항상 접축하는 기관이라 유해 환경에 노출되기 쉽다.
부비동염에 자주 걸린다면,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코와 부비동은 외부 환경과 항상 접촉하는 기관으로, 외부 이물질과 알레르기 항원, 해로운 병원균 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우리 코는 이런 위협을 대부분 잘 물리치지만 예기치 않게 부비동염에 걸릴 수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자. 그리고 부비동염에 자주 걸린다면 대체 왜 이러는지,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 정확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축농증에 걸려 노란 콧물을 흘리는 건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좋을 게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