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주목한 최초, ‘한지’로 그린 그림 초대전
-깊고 화려한 색감의 극치, 은은하거나 강렬하거나
2018년 12.13~16 기간 동안 ‘한지’로 그린 그림 ‘한국한지미술회’ 작가들의 작품 14점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최초로 초대, 전시되었다. 이번 전시는 루브르박물관 국립예술살롱전(Salon SNBA) 초대전이다.
<한제화-가족>
프랑스 국립예술살롱전은 프랑스 정부의 지원으로 매년 12월 개최되는 프랑스 국립미술협회(Societe Nationale des Beaux-Arts, 이하 SNBA)의 대표적인 행사로서, 현존하는 전세계 살롱전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살롱전이다. ‘예술을 위한 예술’을 주창한 유명한 프랑스 시인이자 작가였던 테오필드 고티에(1811-1872)와 루이 마르티네트(1814-1985)에 의해 1861년 창립되었다. 전 세계 미술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매우 뜻깊은 전시회라 할 수 있다.
<참가작가들>
이번 루브르박물관 전시에는 한국한지미술회 측에서 한제화(대표), 김희경, 오기숙, 장정란, 이미영, 지상연, 김애화, 김복순, 이정희, 심수진, 김복자, 이수인, 정호정 작가 등 총 13명이 참가하였다.
<장정란-다시 봄>
유서 깊은 예술살롱인 프랑스 국립예술살롱전에 한국한지미술회 작가들의 작품이 초대받게 된 것은 일반미술작품으로서가 아니라 ‘한지’라는 한국의 독특한 소재를 이용하여 그림을 완성해낸 기발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새로운 기법은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에게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으며, 일제히 ‘놀랍다’ ‘아름답다’는 반응과 함께 한국의 한지미술에 관해 깊은 관심을 갖게 한 계기가 되었다.
<이미영-봄이 오는 제주>
전시기간 중에는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된 바와 같이 파리 시내가 소위 ‘노란 조끼’ 시위와 반정부폭동으로 대중교통이 거의 마비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한지미술전시장’에는 매일 발딛을 틈이 없을 정도로 대성황을 이루었다. 이에 고무되어 이번 행사를 주관한 프랑스 국립미술협회 살롱전 주최측에서는 내년에도 다시 꼭 참여해달라는 간곡한 부탁까지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오기숙-해바라기>
전시장을 방문한 박재범 주 프랑스 한국 문화원장은 “프랑스 사람들의 한지미술 등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대단한 것 같다. 한지의 질감이 따뜻하게 느껴져서 작품들이 모두 안온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한지그림이란 독보적인 예술분야에 오랜 시간 동안 매진해온 작가들에게 깊은 찬사와 격려를 드린다” 고 말하였다. 또, 관람객 중 쏠렌Solène이라는 20대 중반의 프랑스인은 "한지작품이 일반그림보다 훨씬 깊이가 있고 입체감과 은은함이 느껴진다. 정말 놀랄만한 대단한 작품들이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다.
<김희경-늘 푸른 소나무>
이번 전시회 출품작가중 한 분인 김희경 작가는 “우리들 작품이 세계 최고의 박물관중 하나인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전시된다는 말에 설레는 마음과 함께 두렵고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막상 루브르박물관 전시장에 와서 보니 미술계의 세계무대가 이런 곳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우리도 충분히 세계무대에서 겨뤄볼 만 하다는 자신감 내지 자부심을 느끼게 한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통역 장면>
김희경 작가는 또, "이번 루브르박물관 전시가 이루어지기 까지는 프랑스 현지에서 보이지않게 애쓰신 분들이 계신다. 바로 세계평화예술인협회 한국사절단 대표부 김정순 회장님이시다. 김회장님은 한지미술이라는 특수한 분야가 루브르박물관에서 상당히 호의적 반응을 일으키리란걸 일찍 간파하시고 한지미술을 세계무대에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전시장을 방문한 프랑스인들을 상대로 통역까지 담당하느라 전시기간 내내 전시장을 떠나지않으셨다. 김 정순 회장님께 한국한지미술회를 대신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전시회초기부터 숙소ㆍ항공권ㆍ현장에서의 통역까지 마다하지 않은 문호수아님과, 함께 통역을 맡아주신 황우경님께도 감사를 드린다'"고 강조하기도 하였다.
<지상연-배>
이번 루브르박물관 전시작품들에 대해 안동대 미술학과 교수인 서성록 평론가는 “한지미술은 종래 ‘그린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하나하나 붙인 콜라주 기법에 의해 제작된 것으로서 그 독특한 질감과 색감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한다”고 평했다. 작품을 완성해내는 과정은, 염색된 한지를 얼마나 적절하게 선별해내는가, 각종 도구(풀, 가위, 칼, 송곳 등)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나아가 한지만의 특성(부드럽거나 질기거나 뚝뚝 끊어지거나 늘어나거나 하는 현상 등등)을 보다 면밀하게 파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런 질감이나 색상 한지의 배합을 얼마나 잘 활용해내는가가 한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김애화-구절초>
현재 ‘한국한지미술회’를 이끌고 있는 한제화 선생은 가급적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깊이 있는 작품이 탄생되는 것인 만큼 절대로 성급해 하지 말라고, 보고 또 보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작품을 완성해 나가야 한다고 수시로 주문을 놓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회원들은 통상 3~4년에 걸쳐 개최되는 전시회에 서 너 작품을 출품하는 데 그친다. “오늘날 루브르박물관이란 거대한 전시관에 초대되는 영광의 기회가 주어진 것 역시 이런 과정의 결과물이 아닐까” 라고 회원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김복순-숲길(설악산)>
서성록 평론가는 이어, “‘미루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듯한 평화로운 시골정경(한제화 作)’과 해바라기가 무리지어 선 위로 붉게 노을이 지는 저녁 풍경(오기숙 作)‘ 속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말한다. 이는 고즈넉한 한국산촌의 모습을 재현해낸 셈이라면서 한지 특유의 포근하고 따뜻한 성질이 유년 시절의 기억을 끌어올리는 지렛대 역할을 하는 것이라 평하고 있다.
<이정희-연못 속 금붕어>
이 외에 ’안개 속 소나무가 있는 풍경(김희경 作)‘에 대해 박종오 사진작가는 “사진보다 멋스럽고 물감으로 그린 그 어떤 그림보다 훨씬 깊은 감흥이 느껴진다”고 하였으며, 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는 “숲이 살아 숨 쉬는 느낌을 준다”고 평하였다. 김광옥 교수는 “특히 ’돌담그림(장정란 作)‘에선 돌들이 하나하나 세포처럼 살아있는 느낌이 드는 게 신기하다”면서 한지의 투박한 질감이 그런 느낌을 강하게 전달하는 것 같다고 평하기도 하였다.
<심수진-칸나>
백우선 강남시문학회장은 “더 없이 안온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노란 유채가 있는 제주도 풍경(이미영 作)’과 배들이 정박해 있는 어느 항구(지상연 作)의 모습, 환상적인 구절초(김애화 作), 설악산의 어느 숲길(김복순 作)의 장면들을 보면 그 안에 들어가 푹 쉬고 싶은 느낌을 준다.
<김복자-능소화>
또한 금방이라도 튀어오를 듯한 ‘연못 속 금붕어(이정희 作)’, 낭창낭창 붉은 빛의 ‘칸나(심수진 作)’에선 때론 은은하게 때론 강렬하게 솟구쳐 오르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 붉은 꽃등을 주렁 주렁 매달아 놓은 듯한 ‘능소화 꽃길(김복자 作)’에선 섬세하면서도 입체적인 미감이 생생하게 다가온다”고 풀이한다.
<정호정-누드>
무엇보다 ‘야경 불빛 아래 턱을 괴고 앉은 석고 조각상(이수인 作)’과 과감한 터치로 빚어낸 ‘여인 누드상(정호정 作)’에선 그동안 억눌려 있던 내면의 욕망이 솟구쳐 오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여인 누드상’에 대해 G&S 부사장을 역임하고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태일 선생은 여인의 누드를 한지로 표현한다는 게 놀랍다며 감히 엉뚱한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는 정갈함이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수인-쉼>
“작품마다에서 한지 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질감, 그리고 넘볼 수 없는 깊이가 주는 안온감과 함께 일상의 산만함까지 아우르는 힘을 느꼈다”고 말하는 유민지 한국예총전문위원, 또한 “한지는 우리 조상의 얼과 맥이 스며져있는 우리나라의 독특하고 고유한 자료로 그 자체로 무수한 가능성을 준다”면서 국제무대에 한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게 된 한국한지미술회 회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말하는 이진숙 국제 PEN 전통문화위원회 위원장 등등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각 분야에서 찬사와 격려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시상식 장면>
작품에 쏟아부은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루브르 전시회장을 빠져나오던 그 날, “일상 속 자연에서 영감을 얻죠.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거친 성격이 유해지거나 완만해지는 회원들의 모습에서, 눈에 띄게 유연성이 발휘되어 가는 창작과정을 지켜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말하던 한제화 선생의 작품, 곧 ‘미루나무 풍경 속 하늘’이 파리의 하늘을 은은하게 감싸며 내려앉고 있는 듯 했다.(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