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쓰고 전기료 싼 3파장 램프의 비밀
현대적인 조명의 시대는 1870년대 백열전구가 발명되면서 시작됐다. 1백년 넘게 주위를 밝혀온 백열전구가 최근 3파장 램프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3파장 램프의 정체에 대해 알아보자.
근래에 백열전구가 사라져가고 있다.
아파트 복도에서, 엘리베이터 천장에는 물론이고 가정내 욕실에까지. 수명과 효율을 무기로 등장한 3파장 전구가 그 자리를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 비밀은 무엇일까?
3파장 램프를 많은 사람들은 오스람 램프라고도 말하는데, 이는 독일 오스람사의 3파장 램프가 광고를 통해 국내에서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 이를 개발한 곳은 네덜란드 필립스사이며 국내 여러 조명회사들도 3파장 전구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 3파장 전구, 오스람 전구보다 정확한 이름은 ‘전구형 형광등’이다.
3파장 램프는 형광등
실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3파장 램프는 백열전구가 아니라 형광등의 일종이다.
뜨거운 금속이 빛을 내는 것처럼 백열전구는 저항인 필라멘트에 전류를 흘리면 열을 발생하면서 빛을 낸다.
이 때문에 필라멘트가 오래 버티지 못해 수명이 짧고 에너지 손실이 많다.
실제로 백열전등의 경우 가시광선으로 나오는 에너지의 양은 전체의 약 5% 정도이고 수명은 1천시간 정도다.
그러나 태양과 거의 흡사한 빛을 낸다는 장점이 있다.
형광등은 원자가 에너지를 흡수했다가 방출할 때 발생하는 빛을 이용한다.
한쪽 전극의 필라멘트로부터 방출된 전자가 안에 채워져 있는 수은증기와 충돌하면서 에너지를 얻었다가 잃으면서 빛을 낸다. 이때의 빛은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자외선. 형광등 내부 표면에 도포된 형광물질은 이 자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바꿔 밖으로 방출한다.
따라서 열로 인한 손실이 적어 가시광선으로 나오는 에너지의 양이 25% 이상으로 효율이 높고 최대 1만6천시간 이상으로 수명도 길다.
일반 형광등과 원리가 같기 때문에 오래 쓰고 전기가 적게 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전구형 형광등을 만든 것일까.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전기제품에 의한 에너지 사용량이 매년 약 10%씩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여기서 조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다. 그 중 백열전구의 전력소모는 약 56%에 달하는데, 형광등의 장점을 가진 전구로 대체할 수 있다면 상당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백열전구와 형광등을 결합해 탄생한 것이 삼파장램프이다.
더 작게, 더 오래
삼파장 램프가 개발되기까지는 몇가지 문제가 있었다.
먼저 형광등을 전구처럼 작게 만들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길이는 짧고 두께가 가는 램프가 좋겠지만 무작정 짧고 가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램프의 길이와 두께가 에너지 효율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전구형 형광등은 지름이 12mm정도로 가늘다. 그리고 전체 램프 모양의 길이를 짧게 하기 위해 U자 모양으로 구부린 후 다시 2-3개를 연결한다.
이렇게 하면 긴 형광등이 백열전구처럼 작아진다.
다음 문제는 램프가 작아지면 일반형광등보다 온도가 높아져 효율이 저하되며 수명도 짧아진다는 점이다.
주위 온도가 20℃이고 형광등의 온도가 40℃일 때 형광등을 가장 오래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전구형 형광등은 이보다 온도가 높아져 수명을 단축시킨다. 또 수은원자가 방출하는 자외선 양이 줄어들어 효율도 떨어뜨린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전구형 형광등은 3파장 형광물질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전구형 형광등이 3파장 전구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3파장 형광물질은 열로 방출되는 에너지의 양을 줄여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억제해 효율을 높이고 수명을 길게 한다.
참고로 3파장 형광물질은 적, 녹, 청의 세가지 발광색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이는 기존 형광물질에 빠져있는 적색의 발광성분이 추가된 것이다.
따라서 기존 형광등의 차가운 푸른빛에서 부드러운 빛을 내는 백열전구의 장점을 삼파장램프도 가지게 된다.
삼파장램프의 효율을 높이는 데는 3파장 형광물질 외에 전자식 안정기가 큰 몫을 한다.
형광등은 반드시 안정기가 필요하다. 그 이유는 처음 빛이 들어오면 형광 램프 안의 초기 저항이 급격히 감소한다.
이때 안정기가 없으면 전류가 급격히 상승해 램프가 파손된다.
안정기의 종류는 재래식과 전자식이 있는데, 그중 전자식은 60Hz의 교류전류 주파수를 20 - 50kHz로 바꿔줘 형광등을 켤 때 소비되는 전기량을 줄여준다.
따라서 전자식 안정기는 형광등이 불을 자주 켰다 끄는 장소에서 부적합하다는 일반상식을 깨뜨린다.
같은 양의 빛을 내는 재래식 안정기를 사용하는 전구형 형광등은 17W, 전자식 안정기를 사용하는 삼파장램프는 11W의 전력을 필요로 할 정도로 효율이 높아진다.
또 다른 문제는 무게다.
삼파장램프는 램프 유리관을 비롯한 일반형광등에는 분리돼 있는 안정기까지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백열전구에 비해 상당히 무겁다.
이 때문에 전자식 안정기를 사용한다.
전자식이 재래식보다 훨씬 가볍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양, 효율, 수명, 그리고 무게 문제를 해결한 삼파장램프는 성공적으로 백열전구의 자리를 차지해가고 있다.
특히 상점, 복도, 엘리베이터와 같이 장시간 불을 커놓는 곳은 더욱 그렇다.
형광등의 원리를 이용한 삼파장램프는 별로 색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백열전구를 대신하는 형광등’이라는 발상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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