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교사가 되기 위한 갈등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를 읽고
“나는 이 책이 싫어요. 이 책을 쓴 작가가 싫어요.” 어느 여학생이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하이타니 겐지로 글, 햇살과나무꾼 옮김, 양철북 펴냄)를 읽고 자신의 한계를 느끼며 보고서에 쓴 말이다. 공감한다. 그리고 자신이 없다. 책 속의 주인공처럼 해보려는 시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델이 없는 빈궁함을 항상 경험 할 것이다. 이루어 내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쉽게 포기도 안 된다. 어찌하면 좋을까! 이 책의 저자는 17년간 교사 생활을 하고 세계를 여행하면서 경험을 토대로 진정한 교사상을 제시한다. 자신 없는 사람은 빨리 포기하고 그래도 해보려는 의지를 꺼뜨리지 않는 사람은 도전해보라는 메시지로 들린다. 1학년 대상이지만 5~6세 정도의 그림으로 보여서 이상했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실제로 주인공 학생은 6세이다. 아마 우리나라 시골 학교처럼 나이 구분 없는 학년으로 구성된 학교인가보다. 표지와 소설 내용 속 그림에 어린 데쓰조의 외로움이 그대로 나타난다.
데쓰조는 쓰레기 소각장 영역에 사는 6세의 1학년 남학생이다. 그는 말이 없다. 얼굴 표정도 변화가 없다. 소위 우리가 힘겨워 하는 문제아인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 아이를 문제아로 취급하지 않는다. 그 아이 뿐만이 아니라 쓰레기 소각장 영역에 사는 모든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이지만 그들의 잠재된 능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표현한다. 이것은 우리들의 지향 목표이기도 하다. 교사가 된다는 것이 그래서 힘들지 않을까? 받아들이기 힘든 아이를 가능성 있는 아이로 자라나게 한다는 것은 자신을 온전히 부인하는 신앙과 같은 힘을 가져야 될 것이다. 갓 결혼한 신부 고다니 선생님은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환경에서 1학년을 맡으면서 포부가 크다. 좋은 교사가 되려는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현실은 그녀의 비위를 뒤틀리게 하고 눈물을 흘리게 한다. 어려울 때마다 깡패교사로 이름 난 아다치 선생님에게 도움을 받는다. 알고 보니 아다치 선생님은 진정 불우한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을 한 인간으로 존중하는 아름다운 교사였다. 그래서 고다니 선생님은 쓰레기 소각장 지역을 넘나들며 아이들과 친숙하려 애쓴다.
처음엔 구토도 하고 몸서리를 쳤지만 글도 못쓰고 말도 안하는 데쓰조가 파리를 기른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고다니 선생님은 함께 파리 연구를 하게 되고 데쓰조는 파리 이름을 쓰면서 글자를 익힌다. 자신의 관심사로 글씨를 배운 데쓰조가 선생님의 글짓기 시간에 문장을 썼다. 어눌한 말 못지않게 서툰 글자였지만 고다니 선생님의 노고가 몇 안 되는 글자 속에 녹아 있다. 데쓰조는 고백한다. “.........나는 고다니 선생님 조아”
고다니 선생님이 글짓기 시간에 사용한 방법은 상자 속에 비밀스럽게 보물을 숨기고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한 것을 적게 하는 방법이었다. 아이들은 호기심과 글을 쓰고자 하는 의욕을 저절로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이런 방법들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글쓰기 지도는 아이들의 활기와 능력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늘 한계를 느낀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어머니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지금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공부하는 내용도 분량 못지않게 부담스럽다. 그러나 열심히 해보련다. 하다가 안 되면 그때 그만둬도 늦지 않으리라! 아이들을 위해 얼마나 고민했으면 그렇게 기막힌 방법이 나왔을까? 문득 그리고 불쑥 고다니 선생님의 고민하는 모습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