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아려 본 슬픔
C. S. 루이스 지음 / 강유나 옮김/신국판 양장128p/ 8,000원/ 홍성사
이 책은 평생 독신으로 살다 59세의 나이에 결혼한 C.S루이스가, 아내 조이(Joy)를 암으로 떠나보낸 뒤 깊은 비탄과 절망, 회의속에 써 내려간 슬픔의 일기입니다.
아주 어렸을 적 어머니를 암으로 여읜 루이스는, 아버지 죽음에 이어 노년에 결혼한 아내마저 암으로 사별하게 되는 기막힌 고통을 겪습니다.
그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 가운데서, 하나님에 대한 회의와 아내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다시 하나님에 대한 깊은 신뢰와 사랑을
때론 격정적으로, 때로 깊은 묵상 속에서 그려 낸 일기가 바로 이 책 《헤아려 본 슬픔》입니다.
4년 간의 불꽃같은 사랑에 예기치 않게 뒤이은 아내의 암 재발이 그녀의 생명을 거두고, 그의 마음에서도 불꽃을 앗아가 버렸지요.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 된 짧은 책이지만, 네 개의 큰 기둥처럼 루이스의 사상과 철학 그리고 그의 신앙과 인간미를 접하게 합니다.
영성의 대가인 그가 신에 대한 반항을 하는 장면은 하나의 예술과 같습니다.
그의 언어들은 하나 하나가 우리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하나님도 그의 원망에 감동 받으실 만큼, 시편의 시인들과 예언자들이 하나님께 불만을 토하듯이 그 또한 이 노트에서 신의 사랑을 부인하고 신의 자비란 없다라고 말하지만 그의 묵상과 사색이 이어지면서(물론 그의 원망은 그의 신앙에 기초한다. 즉 그는 신의 존재를 여전히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의 건강한 신앙은 그의 정직함과 결합되어 결국 하나님의 자비를 다시 발견하게 됩니다.
논픽션을 다루면서도 그는 픽션의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자신을 철저히 모든 이를 위하여 버리는 기쁨(?)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독자들도 자신의 문제를 일기로 적을 수 있도록 노트 한 권을 선물하는 것은 출판사가 독자들을 배려해 주는 큰 선물일 것입니다.
내용중 몇 소절을 발췌해 보았습니다.
'거의 기적과도 같았던 일시적인 회복 등등을 통하여 우리가 믿게 되었던 희망, 심지어는 희망하도록 강제되었던 부분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우리는 '동산의 길을 걸어 올라갔다.' 하나님은 가장 자비로운 듯 보일 때마다 실은 다음 번 고문을 준비하고 계셨던 것이다.
(헤아려 본 슬픔 p.52)
내게 설레임의 행복을 허락 하셨을때,
하나님은 내 오랜 상처를 치유하시는 듯 했습니다.
기적같은 회복이 믿어졌고 또 기적 희망했습니다.
아니 희망하도록 강제되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가장 자비로워 보일 때,
실은 더 큰 고문을 준비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나는 거의 언제나 그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헤아려 본 슬픔 p.38)
'그녀가 없다는 사실은 마치 하늘과 같아서 모든 것들을 뒤덮고 있다.'
(헤아려 본 슬픔 p.28)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생생하다. 그 목소리를 생각하면 나는 또다시 훌쩍이는 어린아이가 되어 버린다.' (헤아려 본 슬픔 p.33)
아직도 많은 시간을 그녀 생각으로 채웁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제 마음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지만,
나는 남아있는 그 선명한 목소리로 인해 더욱 슬퍼집니다.
그리고 그 슬픔은 마치 하늘처럼 나의 세상을 덮고 있습니다.
'오늘밤에는 철부지 슬픔이 지옥처럼 다시 입을 벌린다. 실성한 말들, 비탄에 젖은 후회, 위장의 울렁거림, 악몽 같은 비현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헤아려 본 슬픔 p.83)
'나의 수많은 생각과 느낌, 수많은 행동들은 H를 향한 것이었다. 이제 그 목표물이 사라졌다. 나는 습관적으로 활에다 화살을 메기지만, 다음 순간 목표물이 사라졌음을 깨닫고 활을 내려놓아야 한다. 너무나 많은 길들이 H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어 나는 그 중 하나를 택한다. 그러나 이제는 건널 수 없는 경계 표지판이 길을 가로막고 버티고 있다. 한 때는 그렇게 많은 길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만큼 많은 막다른 길로 변해 버렸다.' (헤아려 본 슬픔 p.7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