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9일 (서울, 마닐라) ----------------------------------------------------------------- 6월 10일
(마닐라, 바기오) 커텐이 쳐져있어서 아직 새벽인 줄 알았다. 화장실에 들렸다가 날씨가 어떤지 밖으로 나가보니 벌써 동창이 환하게 밝아 있었다. 방안에 다시 보니 새벽에 또 한명이 입실한 모양이다. 나말고 서양 남자 2명과 여자 1명, 이렇게 4명이 에어컨이 빵빵한 방에서 잘 잤다. 에어컨 때문에 밤에 추워서 모포를 어깨까지 끌어 올렸는데도 추웠다. 특히나 밤새 에어콘 돌아가는 소리를 많이 느꼈다. 새벽에 입실한 남자애는 제법 코도 잘 골았다. 벌써 아침 7시이다. 침대에 쫙 펼쳐놓은 배낭 내용물을 어거지로 배낭 안에 쑤셔 넣는다. 다른 투숙객이 깨지 않도록 조심했건만 여자애는 깬 모양이다. 배낭을 짊어지고 복도로 나가서 정식으로 다시 배낭을 꾸린다. 그러고보니 여권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 같이 투숙한 서양친구들을 의심하면서 땀을 뻘뻘 흘리며 찾는다. 아! 여기에 숨어 있었구나. 순간 다른 사람을 의심한 게 몹시 부끄러워진다. 어쨌든 매사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겠다. 얼굴에 썬크림을 바른다. 상의는 긴팔에 런닝셔츠를 입지 않고 하의는 반바지로 갈아 입었다. 긴옷 상의를 갖춰입는다. 이제 무작정 길을 나선다. 어디를 가볼까 ? 작년에 마닐라 시내는 둘러봐서 마닐라는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아침을 먹으려고 인근 중식집을 봤더니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바기오! 거기 가보자. 일단 LRT 역으로 향한다. 앞에 졸리비가 보여서 옥수수밥에 계란프라이와 콜라로 아침을 해결한다. 전철을 타고 EDSA역에서 내려서 걸어서 빅토리라이나 버스터미날로 간다. 바기오.... 일단 필리핀 여행을 북부지방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그러려면 필히 거쳐야 하는 도시가 바기오다. 거기서부터 사가다 등 고산지역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역시 마닐라는 덥고 습기가 많아서 그런지 걷는데도 많이 힘든다. 천천히 걷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마닐라에서 바기오까지 버스로 7시간이 걸린단다. 헉.... 죽었다. 론니플래닛에 자세한 설명이 있고 내가 그걸 분명히 읽었는데 전혀 그 부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직행버스는 700페소에 5시간이 걸리고 내가 탄 완행버스는 455페소에 6시간 30분이 걸린단다. 별 짓을 다해도 6시간 30분을 때우기가 쉽지 않다. 음악을 듣다가 빵빵한 버스에 설치된 와이파이로 인터넷 서핑도 한다. 도로변 화장실을 이용할 때 사용료로 2페소에서 3페소까지 내야한다. 버스가 계속 산을 올라가는 걸 보니 이제 바기오에 다 온 것같다. 벵갈소나무가 보이고 언덕 위에 그림 같은 집이 있는 걸 보니 왜 한국인이 여길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짙은 안개가 끼었다 걷혔다를 반복한다. 버스터미날에 내려서 론니플래닛이 추천한 음식점으로 지프니타고 간다. Cafe of the ruins....... 리잘공원 옆에 있는 음식점을 찾아낸다. 종업원이 추천하는 "쉬림 앤 망고커리"를 주문한다.
론니 플래닛에서 추천한 핫초코가 들어간 음식을 주문하려고 했는데 종업원은 별로라고 하면서 "쉬림 앤 망고커리"를 추천한다. 우리의 비빔밥 처럼 양파 등 재료가 7가지 나오는데 이것들을 모두 넣고 밥과 비비면 된다. 그리고 얇게 바싹 구은 빵위에 얹어서 먹으면 되는데 맛이 썩 괜찮다. 가격도 280페소로 많이 비싸지 않다. 음식점을 나와서 걸어서 점 찍어둔 숙소를 찾아간다.
비가 가끔씩 내리길래 스콜인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계속 내리는 것이 역시 우기인 듯 싶다. 건물 처마 밑으로 들어가서 배낭에 커버를 씌우고 우산을 받쳐든다.
론니플래닛을 손에 들고 지도를 보며 숙소를 찾아간다. "Bagio village inn" 오늘 내가 묵을 숙소 이름이다. Magsaysay 도로변에 위치했다고 하는데 찾아가기 쉽지 않다. 빗속을 뚫고 겨우겨우 찾았다. 조금은 외진 곳에 있는 숙소가이지만 샤워시설 등이 만족할 수준이다.
트윈룸에 혼자 입실한다. 그 방의 투숙객은 나 혼자인 듯하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엉망이 된 배낭을 다시 정리해 본다. 저녁에 맥주 한잔하고 싶다. 밖에 나가서 탄두이 맥주를 사서 숙소에서 육포를 안주삼아 혼자 마신다. 아쉽게도 방에서는 와이파이가 되지않아 작동되는 로비에서 집에 전화하고
인터넷 검색한다. 이번 여행은 꼭 뭘해야겠다는 마음을 없애기로 한다. 어딜 등산한다든지 어디를 꼭 가보겠다는 마음을 갖지말고 기분 내키는대로 편히 움직일 생각이다. 대신 하루에 1만 이상만 걸으면 만족하기로 한다. 내일은 바기오 인근을 둘러보고 모레는 북부의 산악지방을 가보려고 한다. 아침식사 졸리비 : 88 생수 : 20 지하철요금 : 15 버스요금(마닐라-바기오). : 455 화장실 : 2 바기오 지프니 : 8 새우와 망고커리 : 280 바기오 숙소 : 375 탄두이 맥주 : 30 커피 : 20 -----------------------------------------------------------------
6월11일 대략 30여분을 둘러보고 지프니를 타고 일단 바기오 시내로 돌아온다.
내가 바기오에서제일 잘 아는 번햄공원 인근을 둘러보다가 SM몰로 향한다. 바기오의 고도가 1,400여 미터라고 하는데 SM몰은 바기오의 언덕 위에 있다. 일설에 매장벽을 없애 바람을 통하게 하니 에어컨이 필요없다고 한다. 3층과 4층에 올라가 보니 중간벽을 툭터서 바기오 시내를 전망할 수 있게 설계했지 일부러 전기료를 아끼려고 벽을 없앤 것 같지는 않다. 점심을 먹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여기에서 점심을 먹고 존 헤이 캠프로 갈 작정이다.
한국이라면 당연히 시푸드를 주문했을텐데 동남아의 시푸드는 튀긴 게 많아서 선뜻 주문이 망설여진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옆 매장의 포크 스테이크를 주문한다. 크..... 맛이 없다. SM몰 입구에 몇가지 과일이 들어있는 모듬세트를 팔고 있어서 과감히 50페소를 투자한다. 오후에 허기질 때 먹으면 좋을 듯하다. SM몰에서 바기오시청 방향이 아닌 뒷쪽으로 캠프 존 헤이가 있는 듯하다. 택시를 타고 미군 휴양소가 있던 캠프 존 헤이로 간다. 벵갈소나무가 사방에 널려 있다. 미군이 떠난 자리를 위락단지로 잘 조경한 듯하다. 캠프 존 헤이 골프장과 바기오 컨츄리 클럽이 바로 붙어있다. 두 골프장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간다. 골프장의 페어웨이 잔디관리 수준이 우리나라 골프장만큼은 아닌 듯하다.
두 골프장은 산악지대에 있다보니 우리나라 골프장처럼 업다운이 심하다. 도로의 끝에 Wright park와 한 때 필리핀 대통령의 여름 집무실이라는 Mansion House가 위치해 있다. 맨숀 하우스는 정문만 개방하고 있다. Wright park에서 조랑말을 타보려고 했지만 1시간에 총 600페소가 들어간다.
너무 비싸서 조랑말 타기를 포기하고 대신 조랑말타고 올라가는 종점인 Meins View Park까지 걸어서 올라간다. 인근 산악지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 위에 전망대를 설치해 놓았다. 아직 안개가 개이지 않아서 좋은 전망이 나오지 않는다. 전망대에서 지프니를 타고 시내로 돌아오는데 교통체증이 장난이 아니다.
게다가 지프니가 얼마나 매연을 내뿜는지 호흡할 수 없을 정도이다. 내일 사가다를 가려면 당와 버스터미날의 위치와 버스시각을 알아봐야 한다. 커피샵에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대략적인 위치를 확인한다. 밖은 오늘도 여지 없이 비가 내린다. 어제도 비가 왔는데 오늘도 오후 1시반이 되니 예약한 것처럼 비가 내린다. 버스정류장은 바기오 센터몰 뒷편에 있었다. 어디에서 식사할까 쇼핑몰 인근에서 론니 플래닛을 보고 있는데 어느 분이 지나가다가 내 앞에 서는 것을 순간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아유 코리안 ?" 묻는다. 대략 환갑을 넘기신 한국분이 내가 신기한 듯 말을 건넨다. "예, 맞습니다." 간만에 한국말을 구사했다. 그 분은 방금 쇼핑을 끝냈는지 비닐가방을 들고 계셨다. 그리고 뭐가 궁금한지 내게 이것저것 물으신다. 어디에 묵고 있고,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거며, 또 어디로 갈거냐 ? 혹시 엉뚱한 생각을 하고 계신 분이 아닌가 싶어 대충 대답하고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날 쉽게 놓아 주지 않는다. 자기는 바기오에 거주하지 않고 여행왔는데 좋은 분을 만나서 지내고 있다고 하면서 나에게 어제밤 한잔했느냐고 엉큼한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혼자 숙소에서 맥주를 먹었습니다." 내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오늘 밤은 자기랑 한잔하자고 하신다. "전 그 방면에 별로 관심없습니다."라고 하니까 여자도 없이 혼자 여행하는 특이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고 의아해 한다. 내 말이 믿기지 않는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혹시 KCIA 요원이 아니냐고 엉뚱한 질문을 한다. "아니요. 제 친구는 거기에 있어요." 그래도 믿지 않는 눈치다. "혹시 교민 동향을 파악하러 온거 아니냐 ?" 안녕히 계시라고 인사하며 다시 내 갈길로 떠난다. 오늘 저녁식사는 론니플래닛에서 소개한 몽고바베큐를 먹으려고 한다.
지도에 나와 있는 지역을 샅샅이 뒤져 봐도 몽고 식당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어제 저녁을 먹었던 "Cafe of the ruins" 에 다시 들어간다. 오늘도 종업원에게 메뉴를 추천해 달라고 한다. 종업원이 추천한 "Baguio Baqnet를 주문했는데 맛은 최악이다. 돼지고기를 바싹 튀겨서 버석버석하니 맛이 전혀 없다. 식비로 330페소나 지불했다. 평소보다 일찍 저녁을 먹고 그냥 아무 일없이 숙소로 돌아온다. 오늘 아침에 종업원한테 와이파이가 닿은 방으로 방을 바꿔달라고 했는데 어제 묵었던 6호실에서 4호실로 바꿔준다. 고맙다는 표시로 50페소를 팁으로 건넨다. 오늘 지출비용 아침식사 125 탐아완행 택시 70 입장료 50 다운타운행 지프니 8 점심 포크 스테이크 85 과일 50 캠프 존헤이 행 택시 50 다운타운 행 지프니 10 에소프레소 커피 46 저녁 바기오 방케 330 저녁 숙박 345 종업원 팁 50 오늘 걸음수 2만보 ------------------------------------------------------------------ 6월 12일 (바기오, 사가다) 새벽 4시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침대에서 밍기적거리느니 차라리 일어나 있는게 나을 듯 싶다. 배낭을 정리하고 택시를 타고 당와버스터미날로 간다. 인터넷 정보와는 달리 바기오에서 사가다가는 첫버스는 오전 5시30분이 아니라 오전 6시30분에 출발한다. 새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아침 허기를 달래려고 터미날 인근 식당에 들어가 가격이 싼 치즈버거를 주문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많고 조금 늦으면 좌석이 없을 듯해서 조바심이 난다. 아직 나에게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듯하다. 어쨌든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서 버스를 기다린다. 이번 여행은 금년 1월, 세부퍼시픽에서 프로모션할 때 예약하고 거의 6개월을 기다린 끝에 오게 되었다. 이번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무슨 재미로 살아가나 ? 당분간 무엇을 하고 뭘 기다리지 ? 삶의 방향성이 없을 때 과연 내가 견딜 수 있을까 ? 버스가 도착하고 서둘러 버스에 오른다. 바깥 경치 구경하기 좋을 만한 자리에 앉는다. 어느 분이 여기가 자기자리란다. 헉.... 필리핀 버스에도 지정좌석제를 운영하고 있나 ? 금시초뮨이었다. 그런데 그랬다. 좌석이 지정되어 있었도 내 좌석은 바로 "1번"이었다. 1번은 운전석 건너편 맨 앞자리이다. 경치는 잘 보이지만 앞좌석 뒤에 붙어있는 손잡이가 없고 안전벨트도 없다. 지정석에 앉을 수 밖에 없다. 맨 앞자리에 앉아 장장 5시간 30분 동안 고문을 당한 끝에 사가다에 도착한다. 바기오에서 사가다까지 거리는 멀지 않은데 도로가 산능선을 따라서 꼬불탕거리는데 버스는 곡예하듯이 안개와 빗길을 잘도 달린다. GPS로 고도를 확인하니 해발 1,950 미터이다. 짙은 안개에 비까지 내리고 있다. 가시거리가 20미터도 안된다. 버스에서 긴 시간동안 이어폰을 귀에 꼽고 음악을 들으면서 시간을 죽였다. 이번 여행을 처음 구상할 때 자전거로 필리핀여행하려고 했는데 이곳의 도로상태를 봐서는 자전거 안가지고 오기를 정말 잘했다. 갓길이 없고 도로 포장상태도 자전거 타기에는 좋지 않다. 필리핀에서는 차도를 만들 때 찻 길을 먼저 만들고 남는 공간이 있으면 인도를 만드는 것 같다. 그러나 인도가 도로의 왼쪽에 붙었다 오른쪽에 붙었다 지맘대로이다. 사가다에 도착한다. 장시간의 버스여행으로 지쳐서 쉬고 싶은데 아직 태양은 중천에 떠있다. "요거트 하우스"에서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는다. 아주 맛있다. 론니플래닛에서 추천한 Sagada Guesthouse"에 짐을 푼다.
숙박비 250페스짜리 방은 벌써 나갔고 500페스짜리 더블룸을 깍아서 300페소에 주겠다고 한다. 온수가 나오고 와이파이도 된다고 한다. 론니플래닛에서 알려준 가격보다 비싸지만 방이 깨끗해서 배낭을 내려 놓는다. 이어서 간이배낭으로 행장을 꾸리고 Echo valley를 찾아 길을 나선다.
공동묘지를 가로질러 가는데 솔직히 깨름직하고 몸이 오싹한다. 공동묘지로 난 길을 지나고 계속 걸어가니 좁은 길의 끝이 에코밸리인 듯하다. "야호"하고 소리치니 에코밸리답게 "야호"소리가 오랫동안 계곡에서 맴돈다. 그래도 아직 방에서 쉬기에는 방에서 시간이 이르다.
여행자안내소에 가서 수마킹동굴 트레킹을 문의하니 가이드요금 500페소에 환경세 35페소란다. 내일 오번 8시에 오겠다고 약속한다. 혼자서 Kiltepan rice terrace를 찾아보려고 숙소를 나선다. 왕복 2시간 정도되는 거리라고 하는데 가도가도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다. 편도 1시간 15분만에 마침내 근처까지 갔지만 감흥을 주지 못하는 시시한 계단식논만 조금 보았을 뿐이다. 숙소로 돌아가는데 점점 지쳐간다. 큰 길로 나와서 지나가는 차를 손을 들어 히치하이킹하는데 금방 차를 세워준다. 역시 필리핀 사람들은 착한 사람들이다. 숙소에서 그동안 입었던 돌아와서 옷들을 세탁비누로 빨래한다. 방에 빨랫줄을 맬 곳이 마땅치 않다. 옷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목재바닥 위에 홍건히 고인다. 물기를 휴지로 닦아내려고 해도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 변기 막힌다고 화장실에 휴지를 비치하지 않았다, 그럼 뒷처리를 어떻게 하란 말인가 ? 할 수 없이 물이 뚝뚝 떨어지는 세탁물을 방안에 쫘악 널어놓는다. 샤워까지 하고 나니 시장기가 조금 돈다. "Masferre Inn & Restaurant"에 가서 오믈릿을 주문한다. 결국 여행비용을 줄이려면 식사를 싼 음식으로 해야 한다. 친구 해덕이처럼 길거리음식도 먹어야 하는데 그게 아직 쉽지 않다, 지금부터 가급적 150페소 이하의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을 해보자. 이렇게 필리핀에서의 나흘째 밤이 오고 있었다. 지출내역 택시 41 아침 햄버거 30 버스요금(바기오-사가다) 220 망고 도너츠 18 숙소 300 점심 샌드위치 180 저녁 오믈릿과 밥 150 생수 18 걸음수 14,000보 -------------------------------------------------------------------------
6월 13일
(사가다) 옆방의 젊은 연인이 욕정을 이기지 못하고 새벽내내 정열을 불태운다. 오늘 아침도 론니플래닛이 추천한 bana's cafe에서 Pinoy breakfast를 먹는다. 계란을 스크램블로 만들고 볶은 양파 등이 들어가 있다. 거기에 라이스와 말린 작은 생선이 나오는데 생선은 많이 짜다.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오전 8시에 어제 약속한대로 인포메이션 센타에 가서 수마킹동굴 트레킹 신청을 한다.
가이드료가 500페소인데 환경세가 35페소란다. 마이크라는 닉네임을 가진 34살의 가이드와 수마킹 동굴을 보러 나선다. 최근 필리핀와서 더욱 절실한 것은 그들이 말하는 것의 30페센트 정도 밖에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필리핀식 발음에도 문제가 있 지만 그보다는 내 영어실력이 많이 줄은데 기인한 듯하다. 살아오면서 영어쓸 일이 없으니 쉬운 상황에서도 무슨 단어를 사용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부지기수다. 귀국하면 영어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 절벽에 걸려있는 망자의 관이 곳곳에 있는데 길가에서 바로 바라다보이는
Sugong은 말그대로 절벽에 걸려있다. 지금도 지위가 높은 사람은 그런 방식으로 사체를 처리한다고 한다. 내세에서도 영원하고자 하는 욕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지 않을까 한다. Lumiang burial cave를 잠시 둘러본다. 많은 관들 중에서 둥그런 것은 옛날 것이고 각진 것은 최근인 1986년에 매장한 관이란다. 이번 사가다 여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수마킹(Sumaging) 동굴 트레킹일 것이다.
수직으로 약 200미터를 내려간다. 아주 미끄러운 바위가 있는가 하면 경사도가 60도가 넘는데 전혀 미끄러지지 않는 바위들이 있다. 가이드는 바위의 생김에 따라 붙여진 이름을 설명해 준다. 코끼리바위, 아이스크림 케익, 여자 형상, 악어 등등 약 2시간의 동굴여행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어제 가보았던 에코 계곡을
반대편으로 가보려고 한다. 어제 저녁에 먹다 남긴 토스트 한조각과 오늘 아침에 남긴 바나나 한쪽 그리고 어제부터 사려고 눈독을 들였던 귤을 사서 간이 등가방에 넣고 길을 나선다. 먼저 Bokong폭포로 향한다. Sagada Weaving 근처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 것 같은데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이 길이 맞단다. 한참을 내려가니 론니플래닛에서 기술한 것처럼 논둑길이 나오고 잡초길도 나오게 정말 맞는듯 했다. 마침 나이드신 할머니가 계시길래 물어보니 쭉 가서 올라가고 다음에는 내려가면 된다고 한다. 알려준대로 그대로 했다. 그런데 보공폭포 근처에는 온 것 같은데 내려가는 길을 찾을 수 없다. 무리해서 논둑을 가다가 그만 웅덩이 빠지고 말았다. 스포츠샌들과 양말이 진흙 투성이 됐다. 그만 포기하고 돌아가면 되겠는데 오기가 생긴다. 계속 빠진다. 이제는 하는 수없이 포기하고 돌아가는데 80세라고 말씀하신 할머니가 계속 가면 된다고 격려하신다. 그 연세에 영어를 참 잘하신다. 나보다 훨씬 잘한다. 포기하고 결국 큰 길로 나오는데 내 몰골이 말이 아니다. 마눌님은 내가 이런 여행을 다니고 있는지 알고나 계실까 ? 혹시 보공폭포가는 다른 길이 없는지 지나가는 잘 생긴 중학생 정도의 학생에게 물으니 큰 길로 쭉가서 전봇대 근처에서 왼쪽으로 가면 된다고 한다. 다시 가보자. 비록 폭포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작은 높이의 바위언덕에서 물이 떨어지지만 거기에서 가야만 흙묻은 신발과 양말을 빨 수 있다. 제주도 올레길에도 있는 것처럼 짐승들이 못들어가도록 철문으로 ㄱ 자로 만든 것이 보인다. 여기가 입구인 듯하다. 잠시 기다리니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물어본다. 역시 맨아래 쪽에 보공폭포가 있었다. 어떻게 보면 폭포라기 보다는 작은 언덕에서 물이 내려오는 그런 수준이다.
샌들과 양말을 벗어서 흘러내려가는 폭포수에 빨래한다.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싶어도 앉아서 쉴만한 의자같은 게 없다. 이대로 쭉 에코밸리 방향으로 가서 조용한 곳에서 싸가지고 온 점심을 먹으려고 한다. 조금 더 가니 Rock Inn & cafe 입구가 보이고 마침 근처에 있는 인부에게 물으니 어제 내가 갔던 그 길 밖에 없다고 우긴다.
그 친구가 모르면서 우긴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유지 표지판과 함께 나무 바리케이트가 막고 있으니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일이 잘 안풀리니 대신 슬슬 배가 고파진다.
토스트와 바나나를 꺼내서 걸으면서 먹는다. 방금 전에 샀던 귤도 꺼내서 스위스 나이프로 껍질을 벗기고 어그적 어그적 먹는다. 아침에 날 안내했던 가이드가 오늘과 내일 중에 필리핀에 태풍이 올라온다고 했다. 가이드 말대로 곧 태풍이 몰려올 것처럼 하늘이 컴컴해지고 있다. 비가 퍼붓기 전에 숙소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돌아오자마자 샌들과 양말을 벗고 다시 손빨래를 한다. 귀에 이어폰을 꼽고 터벅터벅 걸으며 음악을 듣는 것도 꽤 괜찮은 듯하다.
오늘은 점심을 건너뛰고 저녁을 먹는다. 론니플래닛이 강력 추천하는 Log Cabin은 사가다에서, 아니 필리핀에서 최고의 분위기있는 카페라고 말할 수 있다. 뉴욕에서 예술을 공부한 조카가 실내장식을 했는데 정말 멋지게 꾸며놓았다. 소품과 비품 하나하나에 정성이 담겨 있는 듯했다. 파스타를 주문했는데 맛도 휼륭했다. 가격은 150페소다. 이렇게 사가다에서의 이틀째 밤이자 마지막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침(Pinoy breakfast) 100
수마킹동굴 가이드비용 500 환경세 35 귤 80 숙박비 300 저녁 150 ---------------------------------------------------------------
6월 14일
(사가다, 본똑, 바나우에) 어제밤도 추웠다. 누구나 필리핀이라고 하면 상하의 나라로서 우리나라의 한 여름보다 날씨가 더 더울 걸로 생각할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지역도 있다. 지금 서울은 영상 30도가 넘는다고 난리인데 바로 내가 지역 여행하고 있는 코르디예라 산악지대는 밤에는 춥다. 어제도 긴팔 상의를 두 겹이나 껴입고 모포를 한장 더 달라고 해서 덥고 잤는데 그래도 조금은 추웠다. 창문을 열어놓고 자면 잠을 설칠 정도로 춥고 닫고 자면 그래도 서늘하다. 오늘도 새벽 4시에 일어났다. 본똑가는 첫 지프니가 6시 30분에 출발하니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만 침대에 더 누워 있어봐야 좋을 것도 없을 듯하다. 내 방의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옆방에 까지 들릴테니 아주 조심하면서 배낭을 꾸린다. 그래도 여지없이 비닐봉지가 구겨지는 사방에 퍼진다. 아직 배낭여행 초보라서 그런지 매번 배낭정리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는 실정이다. 머리 정수리 부근에 염증이 생겨서 머리 감을 때마다 아프다. 고름을 짜고 싶어도 소독약이 없어서 후시딘만 바르고 있다. 오늘따라 왼쪽 어깨가 많이 쑤신다. 오십견이 아니고 근육통이기를 기원한다. 사가다를 출발한지 50분만에 본똑에 도착한다. 사가다에 비하면 본똑은 큰 도시이다. 사가다에는 없는 트라이시클의 세상이다. 그러니 매연이 장난이 아니다. 도심에 시청이 있고, 시청에서 미사가 열리고 있다. 바나우에 가는 버스터미날이 버스회사별로 있다. 어느 터미날의 어느 버스가 먼저가는지 알 수 없다. 다행히 두번째 찾아간 터미날에서 8시 45분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자투리 시간동안 버스터미날 인근의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메뉴는 치킨 라이스와 채소다. 음식이 허름한데도 가격은 80페소나 한다. 본똑에서 바나우에까지 가는 40여킬로의 도로는 미시령 옛길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장관을 보여주는 압권이었다. 그러나 낙석사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듯 보였다. 필리핀 북부지역의 산들은 우리나라처럼 노년기 산이 아니라 한참 성장하는 청년기의 산인 듯했다. 경사가 엄청나게 가파르다. 그런 경사면을 절개해서 길을 만들고 절개면을 완벽하게 처리하지 않아서 낙석이 도로 곳곳에 널려 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도로통제하고 통행을 금지했을텐데 여기서는 낙석만 옆으로 치워놓고 그냥 차들이 통행한다. 너무 위험할 것 같다. 최근에 콘크리트 포장공사를 해서 많은 구간은 왕복 2차선이나 아직 일부 구간은 포장공사 중이라서 외길인 구간도 많았다. 버스가 정류장도 아닌데 정차한다. 출발한지 1시간도 안됐는데 사람들이 줄줄이 내리면서 도로변 가게가 북적인다. 채소를 많이 산다. 재미있는 풍경이다. 필리핀에 와서 느낀 것은 사람들이 화를 내거나 언성을 높이지 않는 것이다. 다들 기다리고 눈감아 주는 것에 아주 익숙한 듯하다. 옆 자리의 젊은 친구가 나에게 바나우에에 다 왔다고 알려준다. 도로변 간판을 보니 바나우에라고 씌여 있다. 버스기사에게 내리겠다고 신호를 보내니 여기서 내릴 거냐고 조금은 놀라는 눈치이다. 배낭을 들쳐메고 버스에서 내리니 뭔가가 조금은 이상하다. 바나우에가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작아도 너무 작았다. 민속품 가게 몇 개에 불과했다. 인근 가게에 내가 묵으려는 로지가 어디 있는지 물어본다. 여기는 다랭이논 전망대(Rice Terrace view point)라고 한다. 저 아래가 바로 바나우에라고 한다. 황당하다.
트라이시클을 타고 가야하고 요금은 100페소라고 한다. 걷는게 취미인 내가 4킬로 밖에 안되는 거리를 100페소 내고 트라이시클로 갈 일이 만무하다. 헐렁한 등산화 끈을 질끈 메고 걸으려니 오토바이 기사가 가격을 깍아준다. "너무 늦었다. " 안그래도 이 길을 걸어서 올라 오려고 했는데 이 참에 잘됐다.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 맨 꼭대기 전망대에서부터 아래로 3개의 뷰포인트가 더 있는데 다 둘러보고 내려길 참이다. 왼쪽으로 라이스 테라스를 보면서 40분간 환상적인 트레킹을 마치고 바나우에 시청인근에 도착했다. 우야미 그린뷰 로지에 투숙한다. 숙박비는 250페소다. 샤워실에서 온수를 사용하려면 따로 한 양동이당 50페소를 내야하고 전자기기 등을 충전하려면 위층 식당으로 가서 40페소를 내야 전기 충전할 수 있다. 방안에는 아예 전기컨센트가 없다. 참 인심 야박하다. 온수값을 내기 아까워서 찬물로 참아가며 샤워하니 오히려 개운하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환경세를 내고 이런 저런 정보를 얻어 온다. 결론은 가이드비용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그래도 가이드를 써야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내 입장에서는 가이드가 있으면 그 친구하는 얘기에 집중해야하고 안되는 영어를 해야해서 오히려 귀찮기만 하다. 이미 어느 정도의 정보는 인터넷과 책자에서 수집했다. 오늘 점심은 건너뛰고 육포와 사탕을 간식으로 간이배낭에 넣고 인근의 4개 원주민 마을을 트레킹하려고 출발한다. 얼마 가지 않았는데 우중충한 하늘에서 비가 쏟아진다. 준비한 우산을 썼지만 비에 옷이 흠뻑 젓는다. 바나우에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땀안마을이 있다. 가옥구조가 아주 단순하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 퍼붓는다. 포이탄 마을 인근의 정자에 계시던 어느 원주민 노인분이 오늘은 시간도 늦고 비가 오니 그만 돌아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조언한다. 그 분은 오랜 경험에서 하시는 말씀인지라 약간 갈등이 일어났지만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계속 걷고는 있지만 사실은 두려웠다. 우리나라에서 처럼 표지판이 있어서 길을 안내하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이 길을 만들 사람이 무엇을 전하고자 했을까 생각하면서 갈림길에서 어느 길로 가야할 지 곤혹스러운 결정을 수차례 내려야 했다. 그러다가 만약 공사자와 나의 생각의 높이가 맞지 않는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비가 오지, 배는 고프지, 날은 어두워지지...... 그래도 나는 걷는다. 내가 느끼는 일반적인 상식이 필리핀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땀안마을과 포이탄마을을 통과해서 계속 올라가니 바나우에 가는 포장도로가 나타난다. 여기에서 바나우에로 가면서 오른쪽으로 마땅글락 올라가는 진입로를 찾지 못하고 결국 숙소를 저절로 돌아오고야 말았다. 오늘 저녁은 야마니 그린뷰 로지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먹으려고 한다. 론니플래닛은 바나우에의 어느 식당도 추천하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 이 식당의 튀긴 생선조림의 맛을 별로였다. 맛이 별로라면 양이라도 많아야 하는데, 아쉽게도 양도 적어서 식사후에 밖으로 나가서 인근 편의점에서 2페소짜리 빵 5개를 사가지고 와서 그나마 허기를 달래 주었다. 내일은 어디에서 잘까 ?
사가다-본똑 지프니 요금 45 ---------------------------------------------------------------------
본똑 아침( 치킨 라이스+ 야채) 80 본똑-바나우에 버스요금 120 바나우에 환경세 20 그린뷰 로지 250 저녁식사비 135 생수값 20 간식 빵값 10
6월 15일
(바나우에) 매일 저녁에 할 일이 없으니 일찍 잘 수 밖에 없고 그 덕분에 자동으로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밖에서 없다. 어제는 자다가 밤 12시 경에 깨어서 밖으로 바람을 쐬려고 나가려는데 숙소의 출입문이 다 잠겨 있어서 나가지 못했다. 종업원 한명이 보초처럼 지키고 있었지만 자체 규정에 따라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오늘 아침은 내가 묵고 있는 숙소의 바로 옆에 있는 People's Lodge의 식당에서 먹었다. 주문메뉴는 People's breakfast 인데 스크램블에 토스트 3쪽, 바나나 한쪽, 그리고 커피다. 그런대로 먹을만 한데 가격은 100페소다. 오늘은 어디로 트레킹갈까 고민하다가 마땅글락과 폭포를 거쳐서 바나우에 전망대까지 가기로 한다.
오전 8시, 숙소를 나와서 바따드 방향으로 걸어간다.
인근 주민한테 묻고 또 물어서 어렵게 들머리를 찾았다. 처음부터 고개가 가파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그런지 트레킹 코스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차츰 우거진 산속으로 길이 이어진다. 한참을 올라가니 다랭이논 사이로 논뚝길이 나 있고
위와 아래에 그림같이 라이스 테라스가 펼쳐져 있다. 살고자하는 대단한 인간의 집념이다.
논둑길의 폭이 채 10센티도 안되는 곳이 많다. 하늘에 매어놓은 줄을 타는 광대처럼 몸의 균형을 잡으려고 양팔을 좌우로 뻗는다. 아찔한 구간이 너무 많다. 좁은 콘크리트길에 이끼가 껴서 아주 미끄럽기도 하다. 아차 잘못하면 절벽같은 산아래 낭떠리지나 논바닥에 떨어지기 십상이다. 우리나라의 산은 능선의 교차로에 안내표지판이 있는데 여기 산은 그런게 전혀 없다. 아마 나같은 관광객이 가이드없이 혼자 다닐까봐서 안내판이 없는 듯하다.
교차지점에 다다르면 오로지 감에 의존해서 갈 방향을 잡는다. 내가 선택한 길이 맞는지 전혀 알 수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대략 2시간 들어왔으니 최악의 경우 2시간 돌아나가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인다. 산속 깊속히 들어오니 이제는 원주민도 보이지 않는다. 조금 전에 만났던 원주민한테 날 가이드해 줄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수고료로 500페소를 달란다. 돈없으면 집에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으라는 노래가사처럼 돈없으면 외국에 나가지 말고 그냥 한국에 콕 쳐박혀 있는게 여러모로 좋을 듯하다. 500페소가 아깝다고 깊은 산중을 혼자 걸어가니 노심초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제 들른 여행자안내소 직원도 규정으로 가이드를 꼭 쓰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산이 험해서 가이드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었다. 물론 나는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나 가이드를 고용하면 그 친구의 영어설명을 들으려고 온갖 신경을 다쓰는 것이 피곤하기도 하고 나도 무슨 말로든 맞장구를 쳐주어야하니 그것도 큰 일이다. 그래도 내가 혼자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여행경비를 줄이고자 함이다. 여행경비가 많지 않으니 외국에 나와서도 자꾸 행동반경이 작아진다. 아울러 이번 여행을 통해서 앞으로 외국여행 가려면 영어공부를 많이 하고 나가야겠다고 절실하게 느꼈다. 계단식 논을 만들 때 맨 아래부터 만든다고 한다. 한계단을 만드는데 보통 1세대, 그러니까 30년이 걸린다고 한다. 어떤 지역은 계단이 80여개가 넘으니 맨 아래의 논은 만든지 짧게 잡아도 족히 2,000년은 넘었다는 얘기다. 2,000년전에도 쌀 농사를 지었나 ? 드디어 3시간만에 걸어서 라이스 테라스 전망대에 올랐다. 때 맞춰서 비가 내린다. 전망대에 있는 원주민 오두막에서 비를 피하면서 점심식사한다.
점심은 트레킹 출발전에 사두었던 계란빵 10개가 전부다. 물과 함께 먹으면서 삼키니 그런대로 먹을만 하다. 숙소 인근으로 내려오니 오후 1시가 되었다. 지금 방으로 들어가면 오후시간이 너무 길 것 같아서
어제 걸어갔던 탐안 빌리지와 포이딴 빌리지 코스를 다시 답사하려고 한다. 탐안 빌리지를 지나서 앞에 가는 원주민이 나를 의식하는 것 같다. 몇 마디 얘기를 해도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의사소통이 잘 안된다. 먼저 가라고 길을 비켜줬지만 먼저 가지 않고 나하고 같이 가려는 것 같다. 포이딴 빌리지 근처에 와서 이제는 아래 길로 내려가야 하는데 윗 계단으로 가자고 하는 것 같다. 잠시 의아했지만 그를 믿고 따라 갔다. 그 길도 포이딴 가는 길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믿어어지 하는 마음에서다. 포이딴 초등학교를 가로질르고 왠 오두막 앞에 서더니 자기 집이라고 한다. 자기 집으로 나를 초대한 것이다. 그는 결혼한 여동생하고 같이 살고 있는 늙은 노총각이다.
진심으로 나를 손님대접하는 것 같다. 잠시 앉아서 여동생과 영어로 대화하는데 말이 잘 통한다. 남편은 마닐라에 돈 벌러 가있고 여동생은 집에서 애를 키우고 있다. 오후 4시가 다 돼서 숙소로 돌아온다. 찬물로 샤워하면서 오늘 입었던 상의와 하의, 양말을 동시에 손빨래한다. 아이폰 보조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됐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는데 그런 일이 발생하니 저으기 당황스럽다. 40페소를 주고 식당에서 전기충전을 요청한다. 저녁도 옆집의 레스토랑에서 치킨과 라이스, 수프로 구성된 people's rice를 먹었다. 숙박비 250 아침식사(스크램블 애그) 100 생수 25 계란빵 20 전기충전비 40 저녁식사 160 -------------------------------------------------------------------
|
첫댓글 나도 가고싶다. 자전거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