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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스크랩 산행후기 영남알프스태극종주
새로미 추천 0 조회 68 12.10.24 11:5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영남알프스 태극종주

 

 

일        시   :  2012년 10월 1일부터 10월 3일 (2박 3일간) 

장        소   :  영남알프스일원 (운문산, 가지산, 능동봉, 천황산, 재약산, 영축산, 신불산, 간월산, 배내봉) 

누   구   랑   :  혼자 

산 행 코 스   :   석골사 (14:31) - 상운암 (16:45) - 운문산 (17:15) - 아랫재 (박) (18:00~05:20) - 가지산 (07:28)- 석남재 - 능동봉 (10:55) - 능동2봉  - 샘물상회 (12:10~12:50)- 천황산 (13:10) - 천황재 - 재약산 (13:55~14:25)-  고사리분교터 (사자평) - 삼거리 (15:20) - 죽전삼거리 (16:00~16:10) - 죽전마을 (17:09) - 장안사 - 신불산 휴양림 (박) (17:50~04:10)- 신불재 (06:10)- 신불산 - 간월재 (07:25~08:05)- 간월산(08:45) - 배내봉 (10:22)- 배내고개 (11:00)

교   통   편  : 영등포역 무궁화호 (08:02)- 밀양역 (12:33) - 밀양시외버스터미널 (12:50), 석남사행 시외버스 (13:30)- 원서리하차 (14:10), 배내고개(11:45)- 석남사 주차장 (11:55), 밀양행 시외버스 (12:20) - 밀양시외버스터미널(13:55) - 밀양역(14:15)  서울행 무궁화호 (16:11)- 영등포역 (20:30) 

 

추석연휴! 샌드위치데이를 더하여 황금기간인 시월의 초 그냥 보내기엔 너무 억울할 것 같아 영남알프스행을 시도한다.

여러 가지로 망설이다보니 미리 계획하고 준비된 상황이 아니어서  연휴기간에 열차표를 예매한다는 것이 여의치 않았다. 산행코스위주보다는 예약여부에 따라 이동경로가 정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초에는 하늘억새길 회귀코스를 생각하였으나 열차시간, 열차표 예약상황을 고려하여 태극종주코스로 변경하였다.

 

결혼 후 한동안 산행을 접었던 터라 1인용 텐트는 80년대 말에 구입한 것이었는데 쓸 만하여 메고 나서기로 한다. 대형배낭은 너무 오래되어 작년에 버려 없기도 하였지만 있어도 너무 많은 짐을 꾸릴 수 있어 중형배낭에 꾸역꾸역 우겨넣어보지만 침낭에 텐트, 코펠로 끝이다 그나마 여벌옷들이야 틈새에 우겨넣는다 해도 햇반과 캔 라면 등 부피가 있는 부식이 문제였다 하는 수없이 일단 예비 팩에 담고 들고 가기로 일단락 지었다.   

 

 추석 이튿날인 10월1일 영등포역사와 열차 내에는 늦은 귀성과 친정 혹은 친지들을 방문하는 이들로 꽤 많이 붐볐다. 왕복열차표가 공히 6호차 34번(통로)좌석이다. 그것도 참 행운이었든지 잘 못인가 하고 몇 번을 확인했다. 어제 교회, 형님댁, 처가의 강행군으로 늦은 취침등 추석의 피곤을 잊으려고, 오후부터 시작 될 산행의 체력안배를 위하여 눈을 붙여 보고자 하지만 이동간의 차편, 코스구간별 상황등 여러 가지 생각이 겹쳐 쉽게 잠을 청하지 못하다가 결국엔 비몽사몽간에 밀양역에 도착하였다. 시장기도 있었지만 먼저 석남사행 버스 시간표를 확인 후 점심을 할 요량으로 역 광장 끝에 있는 시내버스정류장에서 일단 시내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향했다. 약 15분여의 이동으로 밀양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계획한대로 13:30 석남사행 버스가 있었고 원서리까지는 요금이 \3,000원이었다. 터미널에 들르기 전 보아둔 식당에서 돼지국밥을 주문하여 먹는데 고기양은 많은데 잇몸도 아프고 서울서 먹었던 생각보다는 너~무 맛이 없어 국물에  밑반찬으로 밥을 먹고 나와서 대기 중인 버스에 올랐다.

 

들녘의 풍경은 서울에선 느끼지 못 했던 가을이 이곳엔 성큼 턱밑에 와 있었다. 이른 곳은 추수가 끝난 곳도 보였다. 버스가 얼음골에 가까워질수록 차량행렬이 길어진다 했더니 기사님의 말씀에 의하면 얼음골에 케이블카를 개통하여서 그렇다는 둥 말들이 오간다. 하지만 일부러 흘려듣고 온 몸에 힘을 빼고 휴식모드로 있다가 석골사 입구인 원서리에 도착했다.(14:10) 

 

지역특산물인 얼음골사과 산지답게 길 양쪽엔 가지가 짧다하고 사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왜? 풍성한 한가위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듯 했다. 또한 이곳은 다행히도 태풍의 피해는 없었나보다. 조그맣고 아담한 마을을 조금 벗어나 계곡을 따라 오르니 물이 많아지고 깊어지기 시작하면서 석골사에 도착하였다.(14:31) 운문산까지 5.1km 란 이정표를 뒤로하며 마음을 새롭게 하여본다. 이제 시작이다. 근데 벌써부터 마음은 '힘들다'이다. 마음을 달래려고 초콜릿을 하나 베어 물고 신발 끈도 다시 조여 맨다.   

 

 부지런한 분들인지 하산하는 분들이 더러 보인다. 특이하게도 대부분이 부부동반의 산객들이다. 아마도 명절의 뒤를 함께 산행으로 마무리 하는 듯 아주 보기가 좋았다. "그런데 나는?" 하며 반문도 해보며 쓴 웃음을 지어본다. 내일 아침 가지산에서의 일출맞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아랬재까지는 가서 1박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이튿날의 산행거리와 피로도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발걸음에 힘을 싣는다. 

 

본격적인 숲길과 계곡과의 동행이 이어지며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여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감 외엔 큰 무리는 없었다. 출발한지 2시간여가 지나 바위계곡 길에서 만난 하산행 부부께서 운문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데만 2시간 30분 넘게 걸렸는데 어떻게 갈 거냐고 걱정을 하신다. "제가 오르막에는 자신이 있어서 정상까지 1시간이면 도착합니다."라고 호기롭게 외치고서도 막상 자신은 없었지만 결국 그 시간 안에 운문산에 도착 하였다. 상운암을 못 미쳐 너덜지대엔 숲속과 능선아래서부터 위까지 많은 석탑들이 쌓여져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원거리도 참 많은가보다고 생각하며 상운암에 도착하니 나이 지긋하신 여성 한 분이 벌써 저녁을 드셨는지 샘가에서 설거지를 하시다가 자기네들은 상운암에서 야영할거란다. 배낭을 보아하니 가지산까지는 무리라며 일몰시간과 체력 등을 고려해서 아랫재까지가 한계라며 설명을 아끼지 않으신다.

 

운문산 (1,188m)

드디어 운문산에 도착 (17:15). 2박 배낭으로 최소 3시간 30분 이상을  예상 하였는데 약 2시간 45분여의 소요시간으로 괜찮은 산행 속도이다. 아직 일몰을 보기에는 일렀지만 구름이 있어 이른 낙조의 분위기에 젖을 수 있었다.    

 

터진 구름사이로 나지막한 태양의 틴들현상을 알현 할 수가 있었다. 낙조의 분위기에 더한 덤의 풍경이었다. 조금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기온도 많이 떨어지고 곧 어두워질 것을 감안하여 서둘러 아랫재로 향하여 걸음을 옮긴다.  운문산 정상 못미처에도 비박장소가 있었지만 물을 준비하지 않아 계획대로 아랬재로 이동해야 했다.

            

                            

 

 운문산을 뒤로하고 아랫재로 향하는 길은 아주 가파른 계단길이다. 힘들게 열심히 올라왔던 길을 올라서자마자 다시 내려간다. 억울하지만 산에 와서 으레 있어야 할 일이기에 하소연도 못 하고 서서히 저물어가는 영남알프스종주 첫날 하루의 뒤안길을 향하여 스며든다. 마치 하루 동안 일어났던 모든 일을 얘기라도 나누듯이 "툭 투~둑, 바스락" 하고 낙엽이 나뭇가지에 부딪혀 떨어지는 소리가 저녁나절의 고즈넉한 산행길에 양념이 되어 주었다.

 

 

내려가는 길엔 투구꽃도 있었고 또 다른 야생화들이 있었지만 얼마 남지 않은 오늘의 종착역이 가까워지니 얼른 쉬고픈 마음에 발걸음이 급해졌다.  마치 주변의 야생화와 나무들의 모습이 말을 걸어 올 듯, 나를 불러 세우는 듯한 느낌을 애써 외면하며 아랫재에 도착하였다.(18:00)  

산불감시초소 처마 밑의 데크엔 1인용텐트의 자리로  크기가 딱 맞았다. 일단 배낭을 내리고 코펠과 수통을 꺼내들고 헤드랜턴을 준비해서 목에 걸고 물을 찾아 진행방향 왼편으로 약 100m 가량 내려가니 산객을 위하여 준비한 것처럼 조그맣게 고인 물을 호스로 받도록 해 놓았다. 밥은 햇반으로 부식들은 데워 먹을거리로 준비 해 왔기에 많은 물이 필요하진 않았다. 내일을 위해 수통에만 물을 채우고 나머지엔 조금씩 담았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텐트를 치고 가스랜턴을 켜고 드디어 밤을 맞는다. 텐트 안에서의 종주산행 첫날 저녁만찬이란?  햇반 데운 물에 어묵 2인분을(아침 분량포함) 넣고 컵라면을 넣고 그 스프로 간을 하여 닭 가슴살 캔, 마늘장아찌로 황제의 식사를 한다. 아무도 알 수없는 묘한 뿌듯함, 그리고 아주 잠깐이지만 진한 외로움 - 기분 좋은 - 이었다.  이제 헤이즐넛 커피(티백)도 즐겼겠다. 취침 전에 오늘의 산행내용을 기록하고 내일의 구간별 시간과 간식, 점심, 저녁 장소등을 대충 정리 하고 일찌감치 아랫재의 숲과 함께 어둠에 묻힌다.

 

 

 

 

 

 기상(04:00), 그리고 아침식사. 어제 먹다가 남긴 어묵에 햇반을 말아먹고 뜨거운 물에 헹궈 마시고 휴지로 닦아내니 설거지 끝. 문제는 지금부터다 출발 전에도 힘겨웠던 배낭꾸리기 - 역시나 거의 1시간 이상 걸렸다. 간밤에 이슬이 많이 내려 텐트를 말리고자 버너를 켜고 텐트안에서 짐 정리를 하는동안 나보다 일찍 출발한 이들이 있었든지 운문산 쪽에서 내려오다 나를 보자 반가이 처마에 걸터 앉아 도란거리는 얘기를 들으니 오는 길에 멧돼지를 만나서 혼비백산 했던 모양이다. 내가 텐트를 걷기 시작하자 일행들은 먼저 출발 하였다. 이제 이튿날의 산행시작이다. (05:20)

 

미련이 많아 아직 떠있는 보름달( 다음날이 원래 더 보름달이라는 ) 을 등 뒤로 하며 가지산에서의 일출 맞이를 위하여 걷는다. 예상보다 조금 늦어진 출발이다. 

 

 

 

 

 

 어제의 피로와 새벽 이른시간의 움직임으로 무거운 발걸음이다. 능선에 올라서니 어김없는 태양의 시계는 어느새 어둠위를 빛으로 채색 중이었다. 신이 연출하는 빛의 현란한 자연과의 어우러짐에 감동 그 자체이다. 어둠을 밀어내는 빛이 있어 대지가 깨어나고 산천수목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새들의 부지런한 지저귐은 천사들의 찬양소리인양 드높고 밤사이 가려졌던 모든 사물들의 형태는 빛을 받아 본래의 모습으로 거듭나며 새로운 시간으로 이어간다. 마치 큰 파도가 밀려오는 듯 한 모습으로 아주 빠르게 어두움에서 빛의 통제 아래로 귀속된다. 

 

 

 

              

 

 

가지산 인근에는 야생화가 많았다. 제대로 된 단풍취도 눈에 뛰어서 몇 장을 담았다. 접사용 카메라가 없는 것이 이때가 가장 아쉽다. 그런대로 근접촬영을 하였던 사진을 올려본다. 아직 채 피지 않은 꽃대와 잎을 한꺼번에 담으니 확연히 구별이 된다. 야생화사진을 핸펀으로 예쁘게 담겠다고 접사로 찍으니 초점도 안 맞고 구도가 이상했는데 이제야 조금 눈을 뜬 것일까!

  

 

 

 

 

 

 

 ◀ ( 단풍 취 )

 

 ▲( 운무에 싸인 봉우리들의 스카이라인 )

 

 

가지산 정상 (1,240m) 

 

 아랫재 (05:20) 에서 출발하여 정상 (07:28) 까지 도상거리에 비해 많은 시간이 소요 되었다. 역시 배낭의 무게가 시간을 지연시킨  원인이었다. 밤새 젖은 텐트와 습기를 먹은 짐들이 두 끼에 먹어치운 양식의 무게를 상회 하는가보다. 아까 아랫재에서 상면했음직한 - 기실 랜턴을 얼굴에 비쳐 본 것도 아니라서 얼굴도 모름 - 일행들이 정상에서 휴식을 막 끝내고 출발 한다.

 

 

셀카로 인증 샷을 찍고 간식으로 연양갱, 에너지바, 계란, 초콜릿으로 든든히 보충하고 석남재를 향하여 출발이다.

바윗길을 내려가다 주능선 길을 계속 가다가 왼쪽편의  계단을 내려가면 석남재 방향이다. 어렴풋한 길의 능선으로 계속 직진하면 얼음골 방향이 될 듯싶다.

 

 가지산에서 부터 시작된 랠리는 몇 번의 지도상 거리를 확인할 만큼 꾀나 길었다. 청명한 가을의 따가운 햇살을 느끼며 서울을 출발할 때 약간 추운듯하여 여름옷을 입었다가 바꿔 입은 것이 지금은 오히려 땀의 배출에 지장을 줄 만큼이었다. 무릎이나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는 소금기가 희뿌옇게 비친다. 아마도 어제부터였으리라. 또 아침에 텐트 안에서 가스랜턴에 바지 엉덩이 부위가 닿았던 곳도 신경이 쓰인다. 화상을 입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1인용 좁은 텐트 안에서 버너랑 가스랜턴을 켜놓고 움직였으니 지금 생각해보니 대단한 서커스 놀음이었다.

 

몇 번씩 어깨를 추스르고 허리를 펴곤 하면서 휴식자리를 찾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던 중 다시 앞서 가던 일행을 만났다. 처음으로 밝은 곳에서 정면으로 새겨보니 젊고 훈남스타일의 두 청년과 한명의 아가씨였다. 인사만 하고 그냥 지나쳐 제법 운치가 있어 보이는 소나무 건너편 바위능선에 배낭부터 내려놓고 신발도 벗었다. 발바닥에서 불이 날것만 같았다. 물과 초콜릿으로 칼로리를 보충하고 쉬고 있자니 2인1조의 선남선녀가 다시 앞서 지나쳐간다.    

 

 

 

 

 

 

 

 

 

 

 

 

 

 

 

 

 

 

 

 

 

쇠점골 약수터

 

내려놓았던 배낭과 신발을 고쳐신고 다행히도 아직은 흔들리지 않고 잘 매달려 있는 정신을 가다듬어 다시 걷기를 시작한다.  드디어 배내고개 방향과 능동봉 갈림길이다.(10:46)      

 

능동봉에  도착하였다.(10:55)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인증샷을 찍고 다시 목마른 사슴마냥 쇠점골 약수터로 향하였다. 물이 아주 풍부하고 마치 여느 시골마을의 샘터 같이 고즈넉하고 잘 정비되어 있었다. 수통의 물을 교체 보충하고 임도로 내려섰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등산로가 나 있었다. 20여분을 오르니 능동2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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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동2봉을 지나며 구름을 배경으로한 억새)

 

오호통재 (嗚呼痛哉) 라 !!!

 

능동2봉을 뒤로하고 다시 임도로 내려섰다가 왼편의 샘물상회 방향의 등산로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폐쇄되고 임도로 계속 이어지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등산로에 올라서니 뿌리째 뽑혀진 나무와 점점 넓어지는 길 그리고 산위에 펼쳐진 흉물!  어제부터 귓가로 흘러 지나던,  운문산, 가지산을 지나며 내내 눈에 거슬리며 주변환경에 어울리지  못하던 능선의 실체가 바로 이것이로구나!

오호 통재라!!!

80년대 말 10월에 회사동료와 때늦은 휴가를 이곳으로 와서 2박3일간의 여유로운 산행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이후에도 얼음골 케이블카 얘기가 있어서 마음속으로 '제발 ! 하지 말았으면.'하는 마음이 간절하였다. 그런데 세상살이에 묻혀 있다가 나에게 있어 관심밖에 있던, 앞으로 힘들어 질 기회라고 여겨져 찾아 온 이곳에 결국은 케이블카가 놓여 있는 현장에 와서야 다시금 가슴이 무너짐을 느낀다. 지금 한치 앞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수만 년을 이어온 산천을 훼손하고 건설한 케이블카! 과연 옳은 일인가? 

나에겐 당연히 아니다.  잘 가꾸고 보존하여 온전히 후세에 물려줘야 할 소중한 유산임을 믿기에,  오늘과 내일 내가 좀 더 윤택하게 살기위하여 혹은 위정자들의 인기영합을 위하여 더 멀리 있는 후세들에게 물려줄 가치를 훼손한다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하기에. 

인. 허가에 관계된 공무원과 이권에 눈멀어 희희낙락하며 쌍수로 환영했던 지역주민들도 있었으리라. 그래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 얼은골 케이블카 상부 승하차장 

 

 마침 케이블카가 당도하였던지 운동화를 신고, 구두를 신고, 요란한 색안경과  화장으로 한껏 멋을 부린 선남 선녀들을 내려놓았다. 애기를 안고, 업고, 심지어 유모차까지......  

잠시 숨을 돌린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것을 위하여 멀쩡한 등산로를 폐쇄하고 이곳으로 유도하였고 뿌리째 뽑힌 아름드리 나무들은 길을 넓히기 위하여 태풍피해로 위장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샘물상회에서 천황산을 향한 이정표)

 샘물상회 (12:10~12:50)에서 간단히 라면을 끓이고 햇반을말아서 참치샐러드 캔과 마늘장아찌로 점심을 먹고 커피한잔으로 가을 향취에 잠시 젖어보며 쉬었다가 다시 1.8km 남은 천황봉으 로 향한다.

 

많던 인파는 샘물상회에서의 막걸리 파티가 목적이었던지 한산해지기 시작하였다. 다시 여유를 찾아 능동, 석남재, 가지산, 운문산 등 어제부터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전형적인 가을 하늘의 높고 맑은 구름과 바람 그리고 그림자까지도 참 잘 어우러졌다.

 

 천황산 (1,189m) (13:10) 도착.

갑자기 밀려오는 막걸리 생각을 억지로 누르며 인증샷을 간단히 부탁하고 내려오려 하였는데 대신 찍어주시는 이름 모를 분께서 핸펀사진이 너무 어둡다고 자기 카메라로 찍어서 보내주신다고 해서 한 컷을 더 찍히고 이메일 주소를 알려드리고 천황재로 지체없이 향했다. 참 고마운 일이었다. 

 ▲(천황재를 향하며 햇볕에 비친 눈부신 억새 )

 

재약산 (1,108m)에 도착하였다. (13:55~14:25)

대구에서 온 산악회일행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쳐서 한쪽에서 쉬며 좀 전에  다시 만난 세 명의 젊은 일행들과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헤어졌던 재약산 도착 바로전의 갈림길로 회귀할 것인가 고사리분교터쪽으로 갈 것인가를 지도를 보며 고민 하다가 뒤가 아닌 앞으로 가기로 결정. 그리고 인증샷.

 

가파른 내리막 계단 길과 호우에 쓸려간 임도를 걷다가 고사리분교터를 지나자 죽전마을로 향하는 직진방향이 통제되어 우회해야 하였다. 거의 평지길인데도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몸이 천근만근으로 늘어졌다. 사자평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재약산 바로 전 지점의 삼거리에서 하산 길과 만나는 길 방향으로 아주 힘들게 이동하여 삼거리에 이르렀다.( 15:20 ) 

 

쉬어 갈 요량으로 앉아서 행동식을 먹고 있는데 앞서 갔던 대구에서 온산악회원들이 헐레벌떡 온다. 길을 잘 못 들어서 30여분을 알바하다 왔단다. 아마도 층층폭포나 표충사방향으로 가다가 되돌아 왔던 모양이다. 다시 몸을 일으켜 죽전삼거리 방향으로 걷는다.  

 

죽전삼거리에 도착.(16:00~16:10) 재약산에서 나에게 길을 묻던 대구일행인듯한 여성한분이 앉아서 쉬다가 사과를 권하여 같이 나눠먹고 또 다시 가파른 죽전마을로 향했다. 많이지친데다가 내리막이 아주 미끄럽고 가파르다. 거의 무르팍 고문수준이다.

 

죽전마을 도착. (17:09) 몸도 마음도 지쳤다 거의 12시간을 걸었으니 지칠 만도 했다. 지금 새롭게 오르막을 오르기에는 무리라 생각되어 곧장 신불산휴양림으로 향한다. 

 

다 내려 왔다 싶었는데 포장도로 이건 정말 고역이다. 거의 1시간여를 걸어 신불산휴양림 입구에 도착 (17:50) 하니 입장료 \1,000, 야영데크는 인터넷예약을 하여야 한다며, 확인하더니 한분이 취소했다고 사용료 \6,000 거액의 돈을 지불하고 나니 허탈 그 자체였다. 개울가에서 야영하며, 알탕을 할 생각이었지만 너무 마을에 인접해 있어서 저어하는 마음에 그 대가를 치른 것이다. 이왕지사 피곤이나 풀게 푹 쉬자는 생각에 텐트를 치고 물을 받아와서 저녁 준비를 해놓고 상태가 안 좋은 무릎과 발바닥을 위해 페트병에 계곡물을 담아 와서 냉찜질을 하였더니 한결 상쾌하였다.  

 

저녁으로 햇반과 스테이크를 중탕한 물에 컵라면을 끓여서 먹고는 물에 젖은 솜뭉치마냥  늘어졌다. 내일 코스와 시간대를 보니 죽전마을에서 장안사를 지나 청수골산장 입구에 있던 영축산 들머리로 되돌아 나가서 산행을 하기에는 기차시간에 맞게 내려간다는 보장이 안되지 싶다. 그래서 신불산 휴양림에서 바로 치고올라가서 영축산정상을 스킵하고 신불재에서 일출을 보고 신불산으로 향하기로 하고 일찍 잠을 청하여 종주 이틀째의 밤을 맞는다. 

 

셋째날 기상. (02:30) 어제 아침 아랫재에서의 경험을 새겨서 아예 새벽일찍 눈이 떠져서 그냥 일어나 주섬주섬 챙겼다. 북엇국에 햇반, 닭가슴살로 가능한 빠른 시간에 아침을 챙기고 서둘러 배낭을 꾸려 출발 (04:10) 어제와 같은 소요시간이다.  

새벽에 신불산 휴양림에서 산행 들머리 찾기가 여의칠 않다. 결국엔 자연탐방로로 잘 못 들어갔다가 되돌이표를 수행하는 오류가 있었고, 암흑속에서 불안한 마음에도 "모르겠다" 하고 계속 밀어부친 게 다행히 효과가 있어 진행방향의 오른쪽 계단으로 신불재 방향 들머리에 진입할 수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달은 휘영청 밝아 마치 머리위에서 조명을 받으며 걷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기도 한다. 가끔씩 잠에서 깨지않은 날짐승과 설치류들의 잠이 덜깨 놀란 움직임이 보이고 나  또한 신경이 곧추서곤 한다.  영축산 정상과의 갈림길이다. 잠시 숨을 돌리려 휴식을 취하며 망설임이 있었지만 시간과 거리를 확인하곤 미련없이 신불재로 직행한다. 조금을 더 올라가니  야영을 하고 아침을 준비중인, 어제부터 마주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2남1녀의 일행을 만난다. 이젠 저쪽에서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넨다. 간단히 덕담을 건네고 다시 신불재에서의 일출을 향해 고고씽. 신불재 정상 못미쳐서는 날씨가 추우니까 바람을 막고자 비닐로 계단을 둘러쳐서 막고 비박을 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어서 나무계단길을 우회하여야 했다.     

신불재 도착.(06:10) 정상데크에는 야영텐트로 가득찼다. 그런데 이분들은 산에 잠을 자러 온 것인지? 곧 있을 새날의 장관은 아랑곳없이 꿈나라이다. 바람이 세차고 손이 시리다. 여름 옷으로 갈아 입은 복장이라 얼른 쟈켓과 장갑을 끼고 조금 기다리니 지평선 위로 붉게 물든 둥근 해가 고개를 내민다.

순식간에 검게 물 들었던 산과 대지는 붉은 색으로 도배되어 아침을 맞는다.(06:20) 구름이 있었지만 일출엔 지장이 없었다. 바람이 몰아쳐서 구름을 밀어낸 덕분이었다. 잠시잠깐 감탄과 경이로움에 얼어붙은 몸은 순식간에 구름으로 휘감아져 해와 그 모든 것을 함께 삼켜버렸다.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신불제에서의 짧은 일출 모습) 

 ▲(신불산에서 간월재로 향하는 운무에 가려진 길)

 ▲(간월재와  간월재너머 간월산)

 

 

간월재 도착. (07:25~08:05)      

 구름에 뒤덮인 신불산을 뒤로 하고 터진 구름사이로 가금씩 들춰지는 봉우리와 산아래의 마을을 감상하다가 어느새 간월재에 도착하였다. 이른새벽에 먹은 아침은 이미 간곳이 없고 배꼽시계가 때가 되었단다. 간월산 방향 돌탑 못미처 오른쪽으로 내려가니 식수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수통에 물을 채워와 라면을 끓여 허기진 배와 추위를 이긴다. 남은 간식으로 초콜릿과 연양갱도 마저 먹어치우고 짐을 정리한다. 젖은 이슬도 말릴겸  뭉쳐 배낭헤드에 넣었던 텐트와 플라이도 다시 배낭안으로 차곡차곡 넣고 다시 정비하여 배낭의 모양도 내어본다. 이제 마무리모드이다.  이틀간 산에서 설거지한 휴지하고 캔, 비닐류가 작은 비닐봉지로 거의 하나 가득이다. 또 나의 종주산행 흔적이기도 하다.      

 

배낭을 메고 자리를 뜨려는데 옆에 있던 텐트에서 나온 두분의 아저씨가 늠름하게 아주 당당히 담배를 피워문다. 눈에 거슬려서  바로 튀어나온다. "산에서 담배피워도 됩니까? 불법 아닌가요? "라고 내질러 놓고도 다시금 나를 자책한다. "무슨 권리로? 누굴 징치 하겠다는 것인가?"하고. 

 

간월재휴게소는 공원의 미술관처럼 깔끔하고 디자인이 예뻤다. 하지만 뭔가 조금 어색한 것은 산과의 조화로움이 아닌가 싶은 아쉬움이 있었다. 너무 아기자기한 장난감같은 느낌이 들었다. 

    

간월산을 오른는 길은 새벽일찍부터 걸어 오느라 이슬에 젖고 피로에 절어 온 몸이 천근 만근이다. 느릿 느릿 볼품도 없고 너덜지대의 지루한 오르막을 쉬었다 걸었다를 반복하며 산부추의 군락지대를 들라거리며 쉬엄쉬엄 걸었다. 배내고개에서 배내골 종점 11:20에 출발하는 석남사행버스에 맞추면 되기에 산행시간은 여유가 있었다. 

 

간월산 (1,083m) 도착. (08:45)  

이른아침에 출발한 단체 등산객들이 한둘 보이기 시작하며 밤새 잠들었던 산의 식구들도 깨어 움직이기 시작한다. 카메라를 들춰메고 억새와 가을의 정취를 담고자 출사등산을 오시는 분들이 많았다.  간혹 가족들과 친지, 친구들의 모임에서 온 듯한 일행도 보였다. 다시 심신이 지쳐 갈 즈음 "안녕하세요?" 하는 하이톤의 어린소녀들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나도 솔 톤으로 "반가워요" 라며 응수를 하고나니 순간적으로 온 몸의 피로가 순식간에 쫙 빠져나가는 듯 홀가분해진 느낌이다. 두 자매와 함께하는 네 가족의 정겨운 모습이 가을 햇살 만큼이나 밝아보였다.

 

 ▲(간월산 정상석)

 ▲(배내봉으로 향하며 돌아본 구름모자를 쓴 천황산과 재약산 모습)

 

  몇번의 정규등산로 이탈로 지루한 능선길을 달래려 바윗길을 넘나들며 걷는다. 지나온 발자취를 더듬어도 보고 저 멀리에 구름모자를 쓴 천황산이며 재약산자락을 마음에 아로새기기도하며, 기온차로 생긴 안개와 운무는 사라지고 청명한 가을 햇살이 사알짝 뜨거워질 때쯤 배내봉에 이르렀다.(10:25)   배내고개까지는 1.4km라는 이정표를 보며 "이젠 정말 다 왔구나!"하는 안도감도 잠시. 배내고개까지 가파르게 이어지는 계단길은 놓아버린 긴장감을 되돌려야 할 만큼 편안한 마무리를 하기에는 빼어난(?) 난관이었고 고통의 길이었다.                                             

 

스틱을 앞으로 내딛고 거의 내리누르다시피하며 거의 두배의 시간을 소비해서야 배내고개에 도착하였다. (11:00)  드디어 종주산행을 완료하였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커다란 외침이 일어남을 느끼며 영남알프스 태극종주산행에대한 찰나의 되새김이 있었다. 다행히도 예상시간안에 도착이다. 기차시간(16:11)엔 충분히 여유있는 시간이다. 

 

배내골 종점에서 11:20 출발이니 여유있게 차도로 내래서서 기다린다. 배내고개 주변엔 인근의 많은 행락객들이 승용차로 도착하여 모든 도로가 주차장이다보니 경찰의 통제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대중교통의 불편함이 있어서이겠지만 이렇게 주차불편을 겪을바엔 교통이 좀 나은 곳으로 코스를  변경하던지 들머리와 날머리를 바꾸던지 하여야하는데 아직은 의식이 부족한가 보다고 혼자 생각해본다. 석남사행 버스를 타면서 기사분께 석남사주차장행이라 미리 말씀을 드렸는데. 아뿔싸! 잠시 바깥풍경에 매료되어 있다가 '아차!' 하는 사이에 한참을 지나쳐서 내려주신다. 아스팔트길을 걸으며 "삼일간 산길을 걸었는데 그것도 모자라는가보다"하며 스스로를 달래본다.   

 

석남사 주차장에 도착 (11:55)해서 시간표를 확인하니 밀양행이 12:20 이었다. 옆에 있던 아주머니께서 밀양행 버스시간이 어떻게 되냐고 물으시며 아는체를 하신다. 1일날 밀양역에 내릴때부터 '추석연휴에 등산을 가는구나'라고 생각하셨더랬는데 터미널에서 돼지국밥을 납기고 올때 그곳에서 김밥 다섯줄 포장과 국수를 주문하셨던 분이셨다. 조치원에서 오셨는데 간월산자락의 펜션을 운영하시는 지인의 초청으로 삼일간 휴식하고 가시는 길이라신다. 가게에서 음료수로 목을 축이고  마침 도착한 밀양행 버스에 올랐다. 버스기사님 왈 "지금 얼음골 케이블카를 타보려고 부산방면과 대구방면에서 몰린 승용차로 얼음골주변 양방향이 거의 마비상태"이란다. 그래서 이 버스가  제 시간에 온게 아니고 밀리다 밀리다 횟수를 어기고 연착한 상태이란다. 평상시의 두배가량인 1시간 30 여분이 소요된 버스는 시골마을의 정류장마다 늦게 도착되어 승차하시는 분들께 볼멘 소리를 들어야 했다. 여유있게 미리 내려오지 않았더라면 낭패를 볼 수있었던 변수였다. 현지인들의 원성이 대단했다. 그렇다고 현지인들에게는 불편을 감수 할 만큼의 헤택도 없다. 대부분의 케이블카 이용객들이 승용차를 이용하기에 통과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엔 현지인들의 불편과 위험을 불모로 얼음골 케이블카 회사만 배불리는 현상이 되는 것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다. 목지점 (기차역, 시외버스터미널 등)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한다든지 하여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고 가능하면 대중교통의 접근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대량의 차량행렬이 시골의 좁은 길을 점령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으며 장거리 이용객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여야 될 것이다.    

 

터미널에 도착 (13:45) 후 시내버스로 기차역에 도착하여 일행이 되신 분께 혹시 표가 없으시면 좌석을 교대해 드릴 생각으로 나의 열차시간과 객실호수를 알려드렸다.  그리곤 역주변의 식당을 점찍어 첫날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먹었던 돼지국밥에 다시 도전하였다. "역시 이 맛이야!" 내친김에 막걸리 한병을 주문하고 아주 흡족하게 마무리하고 식당을 나서니 표를 못 구하셨는지 아주머니께서 역 대합실에서 마주 나오시며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광장그늘에서 쉬었다가 가자고 하신다. 그래서 아예 난 밀양역 광장바닥에 자리를 깔고 시간 되면 깨워달라고 부탁하고 예비로 핸펀 알람도 맞춰놓고 축 늘어져 눈을 부친다. 신기하게도 알람전에 자동으로 눈이 뜨여져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함께 밀양역 플랫홈으로 들어서는 16:11 서울행 무궁화호 6호차 34호석에 올랐다. 열차에 오르자마자 삼일간의 피로를 한거번에 털어버리기라도 하듯이 급하게 뱃속으로 밀어넣었던 곡차의 힘을 빌어 취침모드에 돌입하였다. 

 

앞으로 영남알프스 종주산행은 다시 오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아쉬움과 함께......  

 

▲(배내봉에서 1.4km 내내 계속되는 계단내리막 길이 무릎이 아파 힘들게 도착한 배내고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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