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수업시간에 처음 다룬 글을 국역해보았습니다. 아직은 딱딱한 직역과 의역이 섞여 있는 상태인데, 제 개인 사정으로 더 세밀하게 다듬지 못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직접적으로 이해하기 힘들겠다 싶은 부분은 ( )를 치고 의미를 덧붙여 번역하기도 했고, 일부 구문은 영어 문법 구조는 일부러 무시하고 의미 전달에 치중한 곳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if가 있어도 굳이 '만약', '--라면'이라는 말로 옮기지 않은 곳도 더러 있습니다. 이 번역문을 보고도 영어 원문에 의문이 있으면 메일 주거나 답글 달아주기 바랍니다. - 김규식
★ [동굴의 비유] / 플라톤
1. 이제 비유를 통해 우리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지혜로워지거나 우매해질 수 있는가 알아보도록 하세. 여기 동굴에 사는 인간들이 있네. 동굴 입구는 빛이 비취는 쪽으로 열려 있으며 동굴 내부로 이어져 있지. 이 동굴에서 인간은 어린 시절부터 살아왔으며 팔과 목이 사슬에 묶여 있어 움직일 수 없고 앞만 바라볼 수 있지. 사슬 때문에 고개를 돌릴 수도 없고. 그들 위와 뒤에는 멀리 타오르는 불이 있으며, 불과 그 죄수들 사이에는 오르막길이 있지. 그 길을 따라서 벽이 보이는데 흡사 인형극 공연자가 전면에 설치해두고 인형극을 보여주는 스크린처럼 생겼네.
2. 그렇군요.
3. 그리고 사람들이 벽을 따라서 나무와 돌 갖은 재료로 만든 온갖 종류의 그릇이며 조각상들과 동물의 형상들을 운반하고 있는 모습이 벽 위에 나타나는 것이 보이나? 그들 중 일부는 말을 하고 일부는 침묵을 지키고 있네.
4. 이상한 장면입니다. 이상한 죄수들이군요.
5. (그들은) 마치 우리들의 처지와도 흡사하지. 그들이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의 그림자이거나 다른 사람들의 그림자들일 뿐인데, 불에 의해서 동굴 반대편 벽에 비취는 그림자이지.
6. 맞습니다. 그들에게 머리를 움직이는 게 허용되지 않아서 그림자 외에는 아무 것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7. 그리고 운반되는 물체에 대해서도 그들은 그림자 밖에는 못 보겠지?
8. 예.
9. 만약 그들이 서로 대화할 수 있다면 자기들이 앞에 있는 대상들을 실제로 (맞게) 명명하고 있다고 추측하겠지. (命名: 이름 붙이기. 대상을 인식했음을 상징하는 행위)
10. 정말 그렇겠죠.
11. 더 나아가 생각해보세. 만약 감옥 반대편에서 메아리가 들려오고, 지나가던 사람 중 한 명이 그들이 듣는 목소리는 지나가던 그림자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할 때 죄수들은 틀림없이 (과연 그런가 하고) 상상을 하지 않겠나.
12. 여부 있겠습니까.
13. 죄수들에게는 진리라는 것이 문자 그대로 형상의 그림자일 뿐이지.
(형상의 그림자: 형상 자체도 실체는 아니므로 이는 곧 비본질적인 것 중에서 비본질적인 것임. - 역자 주)
14. 그렇죠.
15. 그러면 이제 죄수들이 풀려나고 자신들의 오류에서 벗어날 때 어떤 일이 이어지는 지 보게. 먼저 죄수들 중 하나가 해방되고 갑자기 일어나려는 충동을 느껴 주위를 둘러보다가 빛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걸어간다 생각해보게. 그는 고통을 느낄 거야. 섬광은 죄수를 괴롭게 할 것이고 죄수는 과거에 자신이 그 그림자만 봤던 실체를 볼 수가 없을 거야. 그리고는 누군가 자기한테 전에 봤던 것은 환상이고, 이제 존재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며 그의 눈은 더 실재적인 존재를 향하게 될 때 더 분명히 볼 수 있게 된다고 말하는 목소리를 감지하겠지. 그가 딱히 무슨 답을 할 수는 없겠지. 그리고 죄수의 스승이 대상들이 지나갈 때 가리키면서 그것들에 이름을 붙여보라고 하는 모습을 상상해보게. 죄수는 당혹스러워 하겠지. 죄수는 자기가 전에 봤던 그림자가 지금 보이는 대상보다 더 진실된 것이라고 상상하겠지.
16. 정말 그렇겠군요.
17. 만약 그가 빛을 직접 쳐다보게 된다면 그는 눈에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고 자기가 볼 수 있는 대상(그림자) 속에서 도피처를 찾으려 하겠지. 그리고는 실상은 그림자가 현재 보이는 대상보다 더 분명한 것이라고 생각하겠지.
18. 맞습니다.
19. 한번 더 상상해보게. 죄수가 마지못해 가파르고 울퉁불퉁한 오르막길로 끌려올라 가서 사슬에 굳게 묶여 있다가 마침내 태양 자체가 있는 곳에 이르게 될 것이네. 죄수는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고. 죄수가 빛에 다가갈 때 그의 눈이 부실 것이고 지금 실체라고 불리는 것들을 전혀 볼 수 없겠지.
20. 잠시 동안은 아무 것도 못 보겠죠.
21. 죄수는 위에 있는 세상의 빛에 익숙해져야 한다네. 먼저 그는 그림자를 가장 잘 보게 될 것이고, 다음에는 사람과 다른 대상이 물에 비췬 모습을 보게 될 것이며, 다음에는 대상 자체를 보게 될 것이야. 다음으로 죄수는 달과 별의 빛과 별이 빛나는 하늘을 응시하게 될 것인데, 죄수는 밤의 하늘과 별을 낮의 태양과 빛보다 더 잘 보게 될 것이네.
(인간 인식의 발달 단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음. - 역자 주)
22. 맞습니다.
23. 끝으로 그는 태양을 볼 수 있을 것인데, 단지 태양이 물에 비췬 모습도 아니고, 다른 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본래 있는 장소에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야. 그리고 죄수는 태양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숙고하게 되겠지.
(진리에 대한 객관적 인식의 단계. - 역자 주)
24. 맞습니다.
25. 죄수는 계속해서 주장하겠지. 태양이야말로 계절과 세월을 만들어내고 보이는 세계의 모든 존재의 수호자이며, 어떤 점에서는 죄수와 그의 친구들이 익히 보아왔던 모든 존재의 근원이라고.
26. 그렇죠, 죄수는 먼저 태양을 볼 것이고 태양에 대해 추론을 하겠죠.
27. 죄수가 옛 고향을 기억하고 동굴의 지혜와 그의 동료들을 기억할 때, 그는 자신의 변화에 대해 자축하면서 동료들에 대해 불쌍하게 여기겠지.
28. 틀림없이 그렇겠죠.
29. 만약 그의 동료들에게 명예를 다투는 버릇이 있어서 누가 가장 먼저 지나가는 그림자를 봤는가에 대해 다툴 때, 누가 더 빨랐고 누가 뒤쳐졌으며, 누가 동시에 봤는가 등을 다투고 그 결과 미래에 대한 결론을 누가 가장 잘 도출할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한다해도, 죄수는 그들이 말하는 명예나 영광에는 관심이 없을 것이고 그런 명예, 영광을 가진 자들을 부러워하지도 않을 것이네. 죄수는 호머의 말을 인용해서 "차라리 최악의 주인에게 최악의 노예가 되는 것이 낫겠다"고 말하면서 동료들의 방식을 따라서 행동하며 사느니 보다는 차라리 고통을 감수하려 할 것이야.
30. 그렇습니다. 잘못된 관념을 갖고 비참하게 사느니 차라리 고통을 감수하겠죠.
31. 한번 더 생각해보세. 태양이 있는 곳에 있다가 갑자기 자기 옛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이라면 눈에 캄캄해지겠지.
32. 분명히 그렇겠죠.
33. 만약 어떤 시합이 열려서 죄수는 동굴 밖으로는 나가본 적이 없는 다른 죄수들과 그림자를 알아맞히는 시합을 해야하는데, 아직 그의 시력은 약하며 그의 눈은 안정을 되찾지 못한 상태라면(새로운 시각 습관에 적응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죄수는 놀림거리가 되겠지. 다른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위에 갔다 오더니 눈 먼 것 아니냐고 말하지. 그러면서 아예 위에 올라갈 생각을 하지도 말게 하는 게 좋겠다고 하면서 범법자를 잡아 처단하자고 할 것이고.
34. 여부 있겠습니까.
35. Glaucon, 자네는 이 비유 전체를 앞서 나온 논증에 추가할 수 있네. 감옥은 가시적인 세계이며 불빛은 태양이지. 만약 내 말을 오해하지 않는다면 위로 올라가는 여행을 영혼이 지적인 세계로 상승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되겠지. 내가 여태껏 말했던 소박한 신념에 의하면 그렇다네. 그게 옳은 지 그른 지는 신만이 아시겠지만. 하지만 옳건 그르건 간에 내 의견으로는 지식의 세계에서 선의 이념은 가장 마지막에 나타나며 오직 노력에 의해서만 보인다다. 그리고 선의 이념이 나타나면 그 이념은 모든 아름답고 의로운 것들의 창조자이며, 이 가시적인 세계에서 빛과 빛의 주인의 어버이이며, 지성의 세계에서 이성과 진리의 직접적인 원인이며, 공인으로서나 사생활에서나 합리적인 행동을 하려는 자 누구라도 시선을 고정시켜야 할 능력임이 드러나겠지.
36. 제가 이해하는 한 동의합니다.
37. 덧붙여서 자네가 알아야 할 것이 있네. 이처럼 복에 넘치는 시각을 획득한 경지에 이른 자라면 인간의 세속사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려 하지 않을 것이네. 그들의 영혼이 거주하기 원하는 바, 위에 있는 세계로 항상 올라가려고 할 것이야. 우리의 비유가 신뢰할만한 것이라면 그들의 상승 욕구는 지당한 것이고.
38. 그럼요, 지당하고 말고요.
39. 신성한 사상으로부터 인간의 사악한 상태로 돌아와서 우습게도 악행을 저지르는 자에게는 이제 경이로운 일이 없어지겠지. 그의 눈은 (다시 어둠에 익숙해지지 못해) 아직 깜빡거리고 있으며, 그가 주위의 어둠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그는 법정 같은 데에 나가서 정의의 형상 내지 그 형상의 그림자에 대해 논쟁을 벌어야 하고, 절대적 정의에 대해서는 아직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의 관념에 자기가 맞추도록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지.
(정의의 형상, 정의의 형상의 그림자 = 둘 다 정의의 본질 자체는 아님을 의미 - 역자)
40. 경이로운 것은 다 없어졌겠죠.
41. 상식을 가진 자라면 누구나 눈에서 느끼는 당혹감은 두 가지임을 알 것인데, 거기엔 원인도 두 가지가 있지. 하나는 빛이 있는 곳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데서 비롯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빛 있는 곳으로 들어가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지. 이는 육체의 눈에 뿐만 아니라 마음의 눈에도 마찬가지일세. 시력에 곤란이 생기고 약화된 사람을 봤을 때에 이 사실을 상기한 사람은 그리 쉽게 즐거워할 수 없을 것이네. 그는 먼저 사람의 영혼이 밝은 빛이 있는 곳으로부터 내려왔는가를 묻고 (그 때문에) 어둠에 적응이 안 돼서 볼 수 없는 때문인지, 아니면 (반대로) 어둠에서 돌아서서 밝은 낮으로 나아가려다 지나친 빛 때문에 눈이 부신 것인지 묻겠지. 그리고 그는 그의 상황과 존재 상태 가운데 있는 바로 그 유일한 행복을 헤아리면서 다른 사람들을 불쌍하게 생각하겠지. 그는 밑으로부터 빛으로 올라오는 영혼을 보고 마음으로 즐거워하고자 하며, 빛이 있는 곳으로부터 (도로) 동굴로 돌아가려는 사람을 보면 즐거워할 이유가 별반 없을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