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우주
Amazing Universe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실로 경이롭기 그지없다. 현대 과학, 천문학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인류가 알아낸 것은 우주의 5%에 불과하다. 지난 100년간 과학사에서 이루어진 가장 위대한 발견의 하나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29년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1889-1953)은 외계 은하와의 거리를 측정하고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은하일 수록 더 빠르게 멀어진다는 것(허블의 법칙)을 은하 빛의 적색편이(도플러 효과)를 통해 발견했다. 우주가 태초에 대폭발을 일으켜 현재의 우주가 생성됐다는 빅뱅 우주론이 이로 인해 정설로 자리잡게 되었다. 우주가 정적 상태일 것으로 가정했던 아인슈타인은 허블의 강연을 듣고 “내가 들었던 것 중 가장 아름답고 만족스러운 해석”이라며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우주팽창론을 긍정했다고 한다.
빅뱅 이후 우주는 계속 팽창할 수도, 다시 수축하여 붕괴될 수도 있었다. 이 갈림길에서 우주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인은 팽창력과 중력이었다.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1942-2018)은 “대폭발 1초 뒤의 팽창률이 1조 X 10만분의 1이라도 작았다면 우주는 현재의 크기에 도달하기 전에 붕괴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거리의 역제곱으로 중력이 약화되고 팽창력이 승리하면서 우주는 138억년이 지난 지금도 팽창하고 있다.
우주의 밀도(오메가 상수)가 좀더 작았다면 가스 구름이 너무 빨리 팽창해 은하와 별이 형성되기도 전에 우주가 차갑게 식을 수도 있었다.
빅뱅 직후 우주는 어떤 상태였을까.
천문학자들의 추론에 따르면 빅뱅 100억분의 1초 후 용광로처럼 뜨거운 상태 속에 빛과 물질이 생겨나 서로 탈바꿈하였으나 1000분의 1초 후에는 빛은 빛으로, 물질은 물질로 남아 ‘입자시대’가 시작됐다. 원자 구성의 기본단위인 쿼크와 양성자, 중성자가 생겨났다. 빅뱅 이후 약 5분간 핵융합이 지속되어 수소와 헬륨이 3:1 비율로 생겨났다.
빅뱅 후 38만년 동안은 양성자, 중성자, 전자, 광자가 뒤섞인 혼돈의 시대였다. 38만년 후 전자들이 수소와 헬륨의 핵에 포획되어 완전한 수소, 헬륨 원자들이 생겨났다. 이 시기에 광자가 전 우주에 퍼져나갔으며, 빅뱅을 입증하는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가 1965년 전파망원경에 의해 발견됐다.
수소와 헬륨을 만들어낸 빅뱅 다음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은 은하와 별의 탄생이다. 초기 우주에 퍼져나간 물질에 10만분의 1 밀도변화가 생겼고, 중력에 의해 가스가 응집하면서 우주에는 거대한 필라멘트 구조가 형성됐다. 빅뱅후 4억년이 지나 은하와 최초의 별이 탄생했다.
1991년 허블 우주망원경은 보름달 50분의 1 크기의 작은 우주공간을 4개월간 깊이 관찰했는데 5,500개 정도의 새로운 은하가 발견돼 천문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영국 노팅검 대학 천체물리학 교수 팀은 허블 우주망원경 등이 촬영한 은하들의 3D 맵을 15년간 연구해 우주에는 당초 추정된 2천억개보다 10배 많은 최소 2조개의 은하가 있다고 2017년 천체물리학 저널에 발표했다.
은하들은 얇은 원반 모습의 나선형 은하와 공 모양의 타원형 은하로 대별된다. 새로운 별들은 은하의 70%를 차지하는 나선형 은하에서 대부분 탄생된다. 태양처럼 작은 별들은 수명이 약 100억년으로 길고, 죽을 때 백색왜성이 되면서 자기가 만든 원소들의 약 절반을 우주에 환원한다. 태양보다 조금 무거운 별들은 죽어서 중성자별이 된다. 중성자별이 충돌하면 금, 은 원소가 생겨난다.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별들은 핵융합 반응이 활발해 연료를 더 빨리 소진하여 수명이 1000만년 정도로 짧다. 죽을 때는 초신성 폭발을 하여 그동안 생성된 원소의 90%를 우주의 광대한 지역에 뿌려놓는다. 대폭발할 때 코발트, 니켈, 구리, 아연 등 좀더 무거운 원소들이 탄생한다.
우주는 보통물질 4.9%, 암흑물질 26.8%, 암흑 에너지 68.3%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미국의 천문학자 베라 루빈(1928-2016)은 은하 나선 팔의 회전 속도를 관측하여 암흑물질의 중력 작용을 발견했다. 암흑물질의 존재는 입증됐지만 암흑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그 정체는 아직 미궁속에 있다.
빅뱅으로 태어난 수소와 헬륨은 우주내 보통물질의 98%를 차지한다. 별의 핵융합과 중성자별 충돌로 생겨난 무거운 원자들은 우주 보통물질의 2%에 불과하나 생명체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구에 사는 사람의 몸은 산소 65%, 탄소 18%, 수소 10%, 질소 3%, 인 1%,황 0.3% 등 6가지 주요 원소가 체중의 97.3%를 차지한다. 빅뱅이 만든 수소원자, 작은 별들이 만든 탄소와 질소, 초신성 폭발에 의해 생겨난 산소, 인, 황 원소를 우리는 지구에서 약100년 빌려쓰고 우주로 돌려준다.
우주가 빅뱅 이후 현재의 모습이 된 것은 미세한 조건들이 맞아야 가능한 기적같은 일이었다. 빛의 일정한 속도 등 자연은 어떤 상수(Constant) 값을 갖고 있는데, 이 상수가 약간만 달랐어도 지금의 우주는 생겨날 수 없었다. 예컨대 중력이 더 약하면 별이 없는 우주가 될 수도 있고, 원자핵 양성자들을 서로 결합시키는 힘(강력)이 매우 약하면 수소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생겨나지 않았을 수 있다.
호주의 물리학자 Brandon Carter는 “현대과학을 통해 관찰한 우주는 인간과 별이 탄생하기에 매우 적합하고 이를 위해 상수들이 미세조정된(fine-tuned) 것처럼 보인다”면서 1974년 인류원리(Anthropic Principle)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고 John Barrow, Paul Davies와 같은 천문학자들이 이를 대중에 널리 알렸다.
우주가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기 때문에 우주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다. 우주를 가득 채운 별들의 빛이 모두 지구에 도달한다면 태양보다 15만배 밝을 것이며, 별빛 에너지로 지표는 용암처럼 뜨거워지고, 전 우주에 사람은 물론 어떠한 생명체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밤하늘이 낮처럼 밝아야 하는데 깜깜한 ‘올버스의 역설’을 두고 뉴턴, 케플러, 켈빈 등 과학자들은 수세기 동안 고민했다.
허블이 우주 팽창을 발견하여 이 문제는 해결됐다. 은하들이 빠르게 멀어지면서 빛의 파장이 길어져 적외선 파장으로 변하거나. 광속 이상으로 멀어지는 은하의 빛이 지구에 도달하지 않는 까닭에 밤하늘은 제한된 숫자의 별이 초롱초롱 빛나는 까만 밤하늘이 되었다.
우주에 수백, 수천억개의 별을 가진 은하가 수천억개 있다는 것을 알게된 후 나는 우주에 도대체 별들이 왜 그렇게 많아야 할까 의문을 갖곤 했다. 그러나 그 많은 별들이 수소를 원료로 산소, 탄소, 질소 등 많은 원소를 만들어 우주공간에 뿌려준 덕분에 행성이 생기고 138억년 후 지구라는 행성에서는 온갖 진귀한 식물과 동물, 생명체가 번성할 수 있게 되었다.
우주 공간이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빛의 속도(초속 30만km) 이상으로 맹렬히 팽창하고 있는 덕분에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지구 위에서 호흡하며 생명을 누리고 있다. (우주 팽창으로 이동하는 우리 은하의 중심을 태양은 초속 220km로 공전하고 있으며, 지구는 태양과 함께 이동하면서 태양주위를 초속 29.8km로 공전하고 초속 463m로 자전하고 있다. )
한마디로 우주는 생명체의 탄생과 진화를 위해 수천억, 수조개의 별을 만들어냈고 엄청난 속도로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우주는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우주에 보답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주는 내가 무엇을 하기를 바랄까. 우주에 한없이 감사하면서 지구에서의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우주에 한점 부끄럼없는 모습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첫댓글 대단히 좋은 글이네요. 저는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며 하루하루를 편하게 지냈는데
이제라도 우주에 조금 관심을 가지고 밤하늘이 어두운 이유도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