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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마라톤에 열광하는가 |
입력시간 : 2008. 03.25. 00:00 |
"어떤 운동, 취미생활과 비교가 안된다. 하면 할수록 성취감과 재미가 있다. 마라톤은 내 운명이다."
의사인 선배의 마라톤 예찬이다. 그는 마라톤에 입문하기 전에는 테니스와 등산에 푹 빠져 있었다. 테니스 실력은 수준급이어서 각종 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국내 산은 안 가본 곳이 없고 히말라야에도 수차례 다녀왔다. 선천적으로 운동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의사가 건강해야 환자도 잘 돌볼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그는 틈을 내 운동을 열심히 한다. 운동을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도 풀고 자신의 건강도 다진다.
그가 테니스와 등산에서 마라톤으로 선회한 이유가 몇 가지 있다. 마라톤은 어느 곳에서나 뛸 수 있는 경제적이고 서민적인 운동이며, 평생 건강을 지키는 데 이만한 운동도 없겠다는 판단을 했다.
또 마라톤은 복잡한 규칙 없이 잘 달리기만 하면 되는 공정한 스포츠라는 것도 이유가 됐다. 특히 한참을 뛰다보면 무아지경에 이르는 느낌은 황홀하기까지 했다. 그후로 그는 기회만 되면 운동화 끈을 조여 맨다.
그렇게 운동을 통해 건강을 다진 덕분인지 그는 어려운 이웃 돕기에도 적극적이다. 생활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치료비를 받지 않으며, 쉬는 때를 이용해 목욕봉사 등 자원봉사 활동도 적극 참여한다.
'힘이 있을 때 더 많은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생각에 건강 관리에 더욱 신경 쓰게 된다고 한다. 참으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의사이다.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마라톤이 '국민스포츠'로 자리를 굳게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연간 400 개에 달하는 각종 마라 톤대회들이 전국 각처에서 열리고 있다. 비단 대회 현장만이 아니라 학교운동장, 공원, 도로 곳곳에서,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마라톤 연습을 하는 '달림이'들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어느새 '마라톤 마케팅'도 등장했다. 어느 은행에서는 마라톤 인구수를 수백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마라톤 통장'이라는 상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마라톤용품 전문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으며, 마라톤 전문잡지도 발행되고 있다.
이렇듯 왜 한국인들은 마라톤에 열광하는 것일까.
우선 최근 '웰빙 담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인들이 여가시간을 잘 활용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깊은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 첫 번째 이유일 게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마라톤이 웰빙의 근간인 건강을 효과적으로 확보해 주는 운동으로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다수 마라톤 동호인들이 마라톤을 시작하게 되는 동기는 건강에 대한 고려이다.
두번째, 뛰면서 온몸으로 느끼는 쾌감 때문이다. 마라톤을 하다 보면 이른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 하여 몸은 힘든데도 정신이 맑아지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신비로운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 느끼는 도취감은 스트레스 뿐만 아니라 두통 등 동통이나 우울증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달리기는 전신운동으로 심폐기능과 지구력, 전신근력 향상에도 좋다. 에너지 소모량이 많아 체중조절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세번째, 한국인들이 마라톤을 하는 방식이 다른 나라와는 달리 매우 집단적이라는 사실이다. 각종 마라톤대회 참가자의 대다수는 지역 혹은 직장 단위로 조직된 마라 톤 동호회들의 구성원들 이다.
마라톤 동호회 활동을 통해 회원들은 자신의 목표 기록을 좀더 효율적으로 달성함과 동시에 다른 회원들과 교류의 기회도 얻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는 마라톤이라는 다분히 개인주의적 성향의 스포츠와 지극히 집단주의적인 한국의 문화적 풍토가 독특한 방식으로 접맥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마라톤은 '웰빙운동ㆍ쾌감운동ㆍ집단운동'으로 한국사람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마라톤의 열기는 식지않고 더욱 고조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달리기에 정말 좋은 계절이다. 운동화만 챙겨 신고 나서면 된다. 달려보자. 자연을 벗삼아 뛰어보자. 운동장도 좋고, 동네 길도 좋다. 혼자 뛰어도 좋고, 여러 사람들과 어우러져 달려도 좋다. 눈부신 햇살, 유채꽃과 벚꽃, 목련꽃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봄. 이 찬란한 봄에 자연과 호흡하며 달려보면 즐겁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