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는 방귀 안 뀌어?”
“아니, 당신 없을 때 붕하고 뀌는데.”
웬 방귀 대화냐구요?
신혼 3년 반이 넘었는데도 작년 중반까지 방귀를 트지 않았던 파트너와 제 얘기예요.
파트너는 곰살맞고 애교 만점에
몸 마사지도 잘하는 사람이에요.
한 가지 흠이라면, 조심해서
방귀를 뀌지 않는다는 거죠.
심지어 냄새가 지독해
소리 없이 뀌어도 금방 들통나요.
어느 날, 파트너가 부부붕하고 안방에서
방귀를 뀌길래 손사래를 치며 쫓아냈어요.
방귀가 나올 것 같으면 재빨리
밖에서 해결하고 들어오라 했죠.
그 때부터였을까요? 배에서
부부붕 소리가 나기 시작했어요.
왜 그러지? 뭘 잘못 먹었나? 영 뱃속이 이상해.
근데 소리가 너무 커, 민망하게.
방귀는 안 나오고 자꾸 부부붕,
뿡 소리가 배에서 나는 거예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방귀가 안 나오니
창피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피식’하고 냄새 지독한 방귀도 안 나오고,
그저 배에서만 소리가 났어요.
“여보, 그 배방귀 혹시
방귀 참다가 생긴 거 아닐까요?”
“설마 그럴 리가요?”
“여보, 난 괜찮으니까 이제부터
참지 말고 내 앞에서 뀌어요.”
“정말, 그래도 돼요?”
“그렇다니까. 방귀 참다가 병나겠어요.”
그 때부터 시도 때도 없이
방귀가 발사되기 시작했어요.
침실에서도 갑자기
부부붕 대포처럼 발사돼요.
파트너에겐 미안하지만,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어요.
이상한 일은 이제
배방귀가 안 나온다는 거예요.
정말 배방귀라는 게 있을까? 궁금했어요.
검색을 해도 시원한 답이 없었죠.
한참 만에 한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이해했어요.
배에서 방귀소리가 나는 이유는 두 가지래요.
먼저 배에서 꾸루룩 또는 천둥치는 듯
울리는 소리가 나는 건
복부 팽만감이나 장운동이
원활하지 않아서래요.
이걸 의학용어로 ‘장음항진증’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원인은 스트레스래요.
두 번째는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면
소화가 안 되고 피로가 동반되면서
배에서 방귀소리가 난대요.
전 소화가 안 되거나 피로감은 없어서
배방귀의 원인이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느꼈어요.
무엇보다 배에서 나는
방귀소리를 없애는 데는
방귀를 뀌고 싶을 때
재빨리 가스를 배출하는 게 최고래요.
이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몰라요.
늦깎이 새색시가 방귀 뀐다고
파트너를 내쫓아놓고
파트너 앞에서 방귀 뀔 염치가 없었어요.
게다가 사랑스런 파트너로
기억되고 싶은 무의식적 마음의 억압이
뇌신경을 자극, 장 역할에
혼선을 주었나 봐요.
항문으로 배출해야 할 방귀를
몇 달 동안 뱃 속에 가둬둘 정도로요.
정말 놀랍고 신기하지 않나요?
몸과 마음이 이렇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론 항문으로 배출하지 못하고
오롯이 뱃속에 머물러야 했던
방귀의 슬픔이 느껴졌어요.
동시에 방귀본능을
통제한 줄도 모른 채
파트너의 사랑만 갈구한
저를 향해서도
알 수 없는 슬픔이 올라왔어요.
이런 깨달음과 별개로
가끔 파트너에게 사랑을 확인하는
저를 봐요.
“여보, 당신 앞에서
붕붕 방귀뀌는 내가
여전히 사랑스러워요?”라고.
대답 없이 미소만 짓는 파트너는
이젠 방귀 때문에 쫓겨나지 않는다고
내심 안도하는 눈치예요.
배 방귀를 뀌지도 않고
방귀로 사랑을 확인하지도 않는 파트너는
페미니즘을 공부한 뒤
일상의 평등을 말하면서도
사랑을 방귀로 확인하려드는
저를 이해할까요?
저조차 종종 혼란스럽고 이해 안 되는
제 안의 가부장을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