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양반님네들, 저희들은 기생을 사모하고 사랑하고 그녀들의 향기에 취하여 로망을 알고 시를 지었건만 그녀들을 멸시하고 술시중드는이를 없수이 여겼으니. 이제 이땅의 진짜 기생은 자취를 감추어 무형문화제의 멸실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기생... 수습기생은 그 옛날에도 그저 술상모퉁이에 앉아 시중을 들었다. 지금 우리나라 기생의 대부분은 여기에 그친다.
나의 희망사항이라면 가무를 그리고 시와 학문을 갈고 닦은 조선기생을 능가하는 프로 기생이 현대에도 있었으면하는 것인데 내가 인물이 출중하고 한복이 단아하게 어울리는 여인네 였다면 한번쯤 꿈 꾸어 볼 수도 있었을 것을........안타깝도다.(-_-;
일본도 옛날 게이샤는 빈곤한 가정 출신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하나의 전문직(게이샤藝者=예능인)으로 인정을 한다.
일본의 일반가정에서 딸이 게이샤 되겠다면 그 부모들은 어떤마음일까?
내가 직접 그 부모에게 그 심정을 들어 본적은 없어서 단언은 못하지만 만약 반대를 한다면 그것은 필시 그 수련과정을 딸이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오는 염려 때문으로 딸이 제대로된 게이샤가 되면 그 부모도 긍지를 가지는듯 하다.
기녀 마이코(舞妓,舞子)와 게이샤(藝者, 藝妓)는 일본 화류계의 말하자면 고급 기생들이며 인원수도 별로 많지 않다.
게이샤는 악기(일본식 비파, 북)를 연주하며, 춤추며, 노래하며, 연회석의 유흥을 돋우어 주는 기생들이며, 토오쿄오(東京)의 긴자(銀座)에 있다.
그리고 하루 저녁 초대하는데 수백만엔이 들어간다.
게이샤는 그날에 발간되는 모든 일간지의 내용을 전부 알고 있을 만큼 두뇌가 뛰어나지 않으면 탈락된다.
게이샤가 되어 처음 만나는 사람으로부터 스폰서를 받는데, 스폰서를 주는 사람의 지위와 금액(최하 300만엔 이상)에 따라 게이샤들의 등급이 메겨진다. 따라서 첫 손님은 적어도 이름 있는 회사 사장이거나 권력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만나기가 극히 불가능하다. 그리고 첫 스폰서를 한 사람이 부를 때는 모든 계약을 취소하고 가는게 그들의 룰이라고 한다.
마이코는 토오쿄오(東京)가 아닌 쿄오토(京都)에만 있는 화류계이다. 춤추며, 노래하며, 유흥을 돋구지만 악기는 연주하지 않는다. 2시간 정도에 5만엔 정도 들어간다.
게이샤와 마이코의 전문 학교가 있는데 그 곳에서 기생수업을 받고 이 화류계에 들어간다. 마이코는 중학교 졸업후(15세)라면 가능하다.
마이코들이 처음 오는 사람에게는 부킹을 하지 않는게 그들의 룰이다.(一見さん お斷り) 따라서 그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마이코를 알고 있는 사람들(적어도 회사의 중견 간부이상)의 알선이나, 소개자(소개료가 필요함)의 알선으로 미팅이 가능하다.
또 한가지 간단히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쿄오토오역 근처의 정기관광버스를 이용하면, 15,000엔 정도에 마이코를 만날 수가 있다. 물론 관광버스에 탄 사람들이 함께 가기에 충분히 유흥을 즐길 순 없지만....
마이코는 주로 20대 미만의 젊은 여성이지만, 게이샤는 경륜이 있는 총명한 여인들로 구성되며 젊은이부터 50대 이상의 여인네까지 있다고 한다.
마이코의 복장은 기모노의 소매가 길고, 등뒤에 묶인 천은 늘어져 있다.(보통 사람들은 오비로 묶여져 있음) 머리의 장식도 공작의 깃처럼 보통 사람들의 장식과 틀린다. 그리고 기모노가 화려한 색상이 많다.
그에 반하여 게이샤의 복장은 대체적으로 어두운 색이 많고 반소매의 기모노를 입는다.
그들은 평소 오키야(置家)에 거주하면서 알선이 들어오면 茶집(쿄오토오에서 가장 유명한 찻집으로 이치리키<一力>가 있음)에서 미팅이 이루어진다.
※ 위의 화려한 의상의 사진은 마이코(舞妓,舞子)의 사진이며 아래의 검은 키모노를 입은 사진이 게이샤(藝者, 藝妓)이다.
※ 여담
올초, 일본적 소재를 담은 한 헐리웃 영화가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시카고'를 만든 감독 롭 마샬의 영화 '게이샤의 추억'은 1920~40년대 살았던 일본 게이샤들의 이야기다.
아더 골든의 원작을 토대로 옮긴 이 작품은 바닷가 어촌에서 하녀로 팔려간 소녀가 게이샤가 돼서 한 남자를 가슴에 품은 채 살아가야 하는 안타까운 사랑을 그렸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영화는 게이샤들의 세계를 잘 모르는데다가 일본에 대한 정서가 우호적이지 않다보니 이야기는 쉽게 공감하기 힘들지만 볼거리만큼은 화려한 작품이다.
롭 마샬 감독이 색과 빛, 배우들의 움직임을 중요하게 여기는 감독인지라 영화속 의상, 조명, 풍경 등이 더 할 수 없이 화려하고 서정적이다.
내용보다는 아름다운 영상을 눈여겨 본다면 좋을 것이다.
어차피 내용이야 백인들 눈에 비쳐진 모습일 뿐 객관적인 기술은 아니니까.

이 영화는 '라스트 사무라이'처럼 서양인이 막연하게 동경하는 오리엔탈리즘이 스며든 영화다.
그만큼 정서의 깊이보다는 겉핥기식 눈요기로 가득하다. 그래서 중요한 게이샤 역할도 정서적 공감대를 갖고 있지 않은 중국 여배우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기용했다.

장소도 마찬가지다. 일본으로 등장하는 장소 곳곳이 사실은 모두 미국이다.
이 장면의 기차역도 미국 새크라멘토 역이다.

영화속 배경이 되는 게이샤 마을 역시 LA 벤추라 카운티에 만든 거대한 세트다.
무려 13Km에 이르는 이 세트에는 76m 길이의 인공 개천이 흐른다.

아주 인상깊었던 장면. 주황색 기둥이 무려 5km에 걸쳐 늘어선 이 곳은 후시미 이나리 신사다.

주인공 게이샤인 사유리를 연기한 장쯔이. 그의 스승 게이샤 역을 맡은 양자경.
양자경은 런던왕립발레학교 출신이다.

극중 질투의 화신으로 등장하는 게이샤 하츠모모 역의 공리. 참으로 열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사유리의 대모로 등장하는 모모이 가오리(오른쪽)는 일본의 메릴 스트립으로 불리는 배우다.
그 옆에 앉은 중국 배우 채천은 '조이럭클럽'에 출연했고 '007 두번산다'에서 본드걸로 등장한다.
그러고보니 이 영화에는 '007 네버다이'에 나온 양자경 등 2명의 본드걸이 출연한다.

사유리의 데뷔무대가 된 곳은 LA에 위치한 벨라스코 극장이다.
찰리 채플린의 작품이 미국에서 처음 상영된 곳이다.

게이샤를 몸을 파는 창녀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예인(藝人)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전통 춤과 악기 연주를 배워 공연하는 일본의 전통 연예인이다. 게이샤와 창녀는 화장으로 구분했다. 창녀들은 턱 위로 화장을 하지 않는다. 영화속에서 창녀가 된 사유리의 언니 화장을 보면 알 수 있다.

무려 20센티에 이르는 신발을 신고 데뷔 공연을 하는 주인공 사유리.
게이샤 역을 맡은 배우들은 모두 일본 게이샤 교습소에서 한 달간 훈련을 받았다.
특히 논문을 쓰기 위해 서양인 가운데 최초로 일본에서 게이샤가 된 라이자 달비가 이들의 자문을 맡았다.

벚꽃이 만발한 이곳 역시 LA의 헌팅턴 가든이다. 벚꽃은 조립식으로 만든 인조 나무다.
영화속에서 흩날리는 벚꽃잎 역시 장미잎을 잘게 잘라 만들었다.

돈 많은 후견인들을 상대로 경매에 붙여 게이샤의 처녀성을 파는 장면.
극중 사유리의 처녀성을 산 부유한 의사 역할은 한국계 미국배우인 김 랜달 덕이 연기했다.

질투에 사로잡힌 하츠모모가 사유리가 몰래 간직한 마음 속 연인의 손수건을 태우다 싸움이 나는 장면은 원작에 없는 영화만의 창작이다.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영상을 위해 제작진은 무려 3만평의 세트를 천장처럼 실크로 뒤덮어 캘리포니아의 강한 햇살을 차단하고 촬영했다.

2차 세계대전 발발후 사유리가 피한 기모노 제작공장 역시 미국 새크라멘토의 아메리카강에서 찍었다.

연인의 손수건을 허공에 날리며 마음을 정리하는 사유리를 잡은 절경은 미국 북캘리포니아의 무어비치에서 촬영.

연극 및 뮤지컬배우였던 롭 마샬 감독은 연극배우 출신답게 대사처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
래서 배우들의 영어 발음에 무척 공을 들였다.

물에 비친 기모노를 이용한 엔딩크레딧 또한 인상적이다. 존 윌리엄스가 맡은 음악도 좋다.
요요마와 이차크 펄만이 각각 첼로와 바이얼린 연주를 맡았는데, 첼로는 사유리의 목소리를, 바이얼린은 와타나베 켄이 연기한 회장 목소리를 대변한다.

17세기에 처음 등장한 게이샤는 남자들이었다. 이들은 영주의 술자리에 참석해 사미센을 연주하고 시를 읊으며 흥을 돋궜다. 여자로 바뀐 것은 그로부터 100년뒤였다.
첫댓글 멜론님이라면 기생이 갖추어야할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계시지요,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음을 사포가 알고 있지요, 얼굴도 빠지지 않습니다.^^ 양국의 전통에서 흥과 쇠를 봅니다. 마이코와 게이샤를 확실히 알았습니다, 좋은 글 올려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멜론 님이 휘두르는 펜의 위력 앞에 쓰러지지 않도록 온 몸에 힘을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즐감하면서 기대 만빵입니다요.
과찬의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