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보문제일교회에서 부목사로 왔을 때가 2000년 6월 첫째주였습니다. 그 때 인사드릴 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고, 여기 계신 분들도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 같아서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때 큰아이가 8개월 되어서, 엄마 품에 안겨, 인사를 드렸는데, 이제는 7살이 되어서 뛰어 다니는 것을 보면, 시간이 가긴 갔나 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목사가 되어서, 삼십대 초반에 5년이란 시간은 시간의 길이보다도, 그 의미상으로 굉장히 중요한 시절을 보문제일교회에서 보내게 된 것 같습니다. 지난 몇 해 동안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리며, 부족한 저를 돌봐주시고, 이끌어 주신 담임목사님과 성도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새로운 길을 열어주시고,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저는 설교말씀으로 지난 몇 개월 동안 신앙 안에서 깨달았던 것을 함께 나누면서 은혜받고자 합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모범생에 속했던 것 같습니다. 학교에 다니기 전의 기억을 별로 없지만, 그다지 말썽이나 장난이 심하지 않았다고 부모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보아서, 큰아이의 개구짐이 저를 닮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학교에 입학해서도 자리에 앉을 때에는 엉덩이를 바짝 붙이고, 발표를 할 때에는 아주 정확하게 의사를 표시하고, 시골의 작은 학교였지만, 여려해 동안 반장을 하면서 모범적인 학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도 비교적 안정적이고, 무리하지 않는 삶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최근에 사고를 하나 쳤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가 공부를 하러 가겠다고 마음 먹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몇 개월 동안 개인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고민도 염려도 많았고, 그만큼 신앙 안에서 깨달음도 많이 얻었던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러한 깨달음과 체험들을 함께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1. 응답하시는 하나님
제가 새로운 길에 도전하고, 부딪치게 된 것 요인들은 몇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로는 제가 보문제일교회의 부목사로 오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도 영월에서 목회를 하고 있었다면 이러지 못했을 것입니다. 제가 2000년 3월31일에 목사 안수를 받았는데, 안수 받기 2개월 전에 춘천에서 큰교회에서 부목사로 올 맘이 있냐는 연락이 있었습니다. 아는 선배 목사님들이 저를 추천했었고, 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안수도 받기 전에 갈 마음을 먹는다는 것이 양심에 걸려서 거절했습니다. 그 때 추천했던 선배들이 이렇게 좋은 자리를 외면하면 다시는 그런 자리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쉬워했습니다. 그러나 안수 받고, 보문제일교회게 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곳에 오게 된 것이 저에게는 축복이고, 그래서 이제 새로운 길을 가게 된 것이라고 믿습니다. 둘째로는 인도네시아 선교에 동참했던 것입니다. 저는 보문제일교회에 와서 처음으로 외국에 가보았습니다. 새로운 체험을 해보았습니다. 제가 3차례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면서 경험하면서 저의 부족함을 깨닫게 되었고, 특별히 담임목사님께서 영어로 설교를 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는 언제나 저럴 수 있을까 부럽게 바라보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공부하는 과정도 선교학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제가 보문제일교회에 오게 되었고, 이곳에서 일하면서 새로운 길에 도전하게하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저와 함께 사는 집사람의 기도입니다. 저는 공부를 생각하다가도 포기했었습니다. 원하기는 했지만, 목사이전에 한 가정의 남편이요 아버지로서 현실적인 부분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눈만뜨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먹을 것을 찾는 아이들을 배고프게 하지는 않을까? 여러 가지 것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요즘같은 상황에서 비자나 받을 수 있을까? 나 혼자야 무슨 짓이든 못할 것이 없지만, 딸린 식구들을 바라보며, 제 스스로 결혼 지었던 것이 관두자, 내 몫이 아닌가 보다였습니다. 그리고 집사람들에게 그런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집사람도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집사람은 알았다고 했지만, 저의 미래와 공부 등을 위해서 계속적으로 기도했습니다. 우연히 집사람의 수첩을 보았는데, 기도제목을 7-8가지 적어놓았는데, 첫째 기도제목이 제가 공부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금식기도도 하고, 새벽에 나와 눈물로 기도하고......
이렇게 지나고보니, 제가 공부하게 된 것이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집사람의 기도가 이렇게 길을 열었다고 믿습니다. 꿈이 있고, 기도가 있으면 그 곳에 하나님의 능력이 임할 줄 믿습니다.
우리 인생이 복받기를 원하시며, 기도할 때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능력을 믿고 삶의 승리를 얻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2. 말씀의 위로
얼마 전에 학생부수련회를 다녀왔습니다. 둘째날에는 스키를 탔습니다. 저는 스키를 잘 타지도 못하고, 컨디션도 좋지 않아서, 그냥 아래에 있었는데, 학생들 중에서 일찍 내려온 친구가 있어서, 스키를 빌리고, 옷을 빌려서 딱 한번 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코스를 잘못 올라갔습니다. 초급 코스를 가야하는데, 난이도가 있는 곳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 얼마나 경사가 급하고, 내려오다가 그냥 나가떨어져서는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릅니다. 그냥있지, 올라와서 이게 웬 고생이냐면서, 하늘을 보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런데 올라갔으니 내려오지 않을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넘어지고, 또 넘어지면서 겨우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포기했다가 다시 이렇게 결정하고 준비했던 지난 몇 개월 동안은 개인적으로 무척 힘들었습니다. 한번 올라갔으니 내려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내려가기에는 너무나도 힘이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대화를 하기도 하고, 교수님들께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힘든 상황을 이겨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제 자신을 추스르고, 위로를 받았던 것은 결국 성경의 말씀들이었습니다.
제가 10월부터 했던 설교들은 그래서 제 자신의 이야기였습니다.
사사기의 기드온과 300명의 용사들의 이야기를 본문으로 한 설교가 있었습니다. 그 때 300명의 용사들은 칼과 창 대신 항아리와 나팔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승리를 얻었습니다. 그 말씀을 보면서 저는 칼과 창을 잡으려고하는 제 자신을 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항아리와 나팔을 들라고 하셨는데, 저는 세상이 요구하는 칼과 창을 잡으려고 하고, 그것을 못잡아서 불안해하는 저를 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있는 것도 내려놓으라고 하시는데, 나는 그것을 못잡아서 안달하고 불안해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손에 든 것을 내려 놓아야 한다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문제일교회 부목사라고 하면, 담임목사님과 교회의 역사와 업적으로 인하여 인정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교회가 베푸는 사랑으로 누리는 것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잡고있는 것보다는 놓아야 내가 참 승리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그 속에 있다고 믿었습니다.
다음 설교의 제목이 하나님의 약속이었습니다. 말씀대로 산다고 하면서도 불안해 하는 제 자신에게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나아가는 유대인들과 그러한 모습으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용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보이지 않습니다. 계약서가 있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자에게는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이요 능력임을 믿게 되었습니다.
3.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에 우주에 대한 책을 읽고는 울었던 적이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우주 속에서 제 자신이 얼마나 초라하게 작게 느껴졌는데, 어린 나이에 서글프게 울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우리는 아주 작은 존재입니다. 때로는 보잘 것 없는 존재이기도 하고, 어리석기도 하고, 연약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이 임하면, 가장 귀한 자요, 복있는 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저는 새로운 길을 출발하면서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나아가려고 합니다. 나로서는 이를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는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믿음으로 기도하고, 그 믿음으로 담대하면 하나님께서 부족한 종과 함께 하시고, 주님이 쓰실만한 좋은 목사가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지난 몇해 동안 보살펴주신 담임목사님과 교회와 여러분 모두에게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보문제일교회에서 받은 사랑과 훈련받은 것을 잊지 않고 기억하면서, 제가 보문제일교회에서 부목사로 있었던 것을 긍지로 여기며 목회자로서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