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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네미골 배추밭. 왼쪽 능선이 백두대간이다.
서서히 오르는 된비알의 소나무는 밑둥도 굵다. 피톤치드향에 머리가 맑아졌다. 알싸한 더덕 냄새도 바람을 탄다. 곤드레, 딱주기, 삐뚝바리, 개발딱취, 중댕가리, 뚝깔, 조개나물, 솔나물, 활나물, 이밥추, 떡취, 녹두, 삿갓나물, 우산나물, 삽주싹, 어느리 등 조상님들이 부르던 산나물이 많다.
소나무들이 일본이깔나무와 섞이더니 신갈나무들이 곧추선 길을 차지하고 섰다. 이곳 저곳으로 산짐승 다닌 길이 나 있어 어느 곳으로 올라야 할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역겨운 너구리 배설물에 파리떼가 난다.
된비알이었던 경사가 조금 완만해졌다. 들머리에서 50분쯤 거리다. 3~4평 넓이의 숲 속에 삼각측량점이 있는 선조산 정상이다.
서북쪽 아찔한 절벽 아래로 광동호가 갈참나무, 신갈나무, 물푸레나무·느릅나무 사이로 숙뎅이마을을 끼고 있는 것이 내려다보이고, 그 위로는 지각산·삼봉산·둥둥산·청옥산·두타산이 하늘과 닿았다.
일반적으로는 산 정상을 오른 다음부터는 고도가 낮아져야 하는데 이 산은 백두대간 마루금을 만날 때까지 줄곧 고도를 올리며 산행을 하게 된다. 동쪽 능선으로 1076봉을 향한다. 왼편은 급경사이나 길은 거의 평탄하고 부드럽다. 하늘을 찌르던 신갈나무들이 무참히 쓰러져 있다. 몹쓸 인간들이 나무 위의 겨우살이를 딸 욕심에 나무를 통째로 베어 버렸다.
힘도 들이지 않고 평탄한 능선을 따라 30분쯤에 두루뭉술한 1,076m봉 삼거리다. 왼편 주능선으로 미역줄나무, 칡덩굴을 뚫으며 한동안 진행하자 남동 방향으로 덕항산(1,072.5m)을 지나는 백두대간의 암골미가 드러나고 귀네미골과 자암재도 보인다.
▲ 숲이 울창한 주능선.
다시 어슴푸레한 짙은 숲속으로 들었다. 덩굴식물과 관목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1,076m봉 삼거리를 지난 지 40분쯤 가니 1,129m봉이다. 하늘을 가린 숲, 정글이다. 독도를 게을리 했다가는 길을 잃기 십상이다.
딱총나무가 서식하는 바위턱을 내려가자 평평한 안부에는 풀과 나무가 뒤섞여 사람을 꼼짝 못하게 발을 묶는다. 어디에서 송곳니를 드러낸 멧돼지가 씩씩거리며 달려 나올 것만 같다. 산짐승이 다닌 미로 같은 길을 더듬어, 북북동 방향을 잃지 않고 산짐승들의 아지트에서 벗어났다. 온몸이 땀범벅이다. 팔뚝에 긁힌 자리가 소금물에 따갑다 못해 얼얼하다. 모자도 어떤 나무가 채 갔는지 민둥머리다. 스카프로 모자를 대신했다. 신발도 끈이 풀렸다. 비탈길, 일본이깔나무 아래서 마시는 수통 물맛이 최고다. 그것도 얼음물이다.
일본이깔나무 군락지대를 벗어나자 백두대간 등줄기가 온통 배추로 옷을 입었다. 눈이 모자라는 배추밭이 장관이다. 이곳을 귀네미배추밭이라 부른다. 귀네미란 ‘소 귀 넘어’, 곧 우이령이란 뜻이다. 우이령을 넘어가면 바다로 통하는 소금길이다. 이곳은 사람이 살지 않았는데 광동댐이 생기면서 수몰지구 주민들을 이곳으로 이주시켰다. 처음에는 무척 고생스럽게 살았단다. 고생을 이겨내고 땅을 개간하고 고랭지채소를 재배하기 시작해 지금은 떵떵거리며 사는 마을이 되었다.
거미줄 같은 농로를 따라 남쪽 귀네미골 농가들을 바라보며 내려서니 귀네미골 버스정류장이다. 백두대간 종주자들이 긴 꼬리를 이으며 마루금을 따라가는 실루엣이 힘차다.
>> 산행 길잡이
조탄버스정류장~(10분)~숙암2교~(50분)~정상~(30분)~1076봉~(40분)~1129봉~(1시간)~귀네미배추밭~(25분)~귀네미골버스정류장~(50분)~35번국도 귀네미골입구 표석
선조산 정상을 지난 후 만나는 1,076m봉에서 남쪽 능선으로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1,076m봉을 지난 후에도 독도에 신경을 써야 한다. 고랭지 배추밭을 만나면 오른쪽이 귀네미골이다. 식수가 없으므로 수통에 물을 꽉 채워야 한다.
>> 교통
태백시외버스터미널·시내버스터미널(033-552-3100)에서 하장행·조탄행 버스를 이용한다. 06:10~19:30 16회 있다. 하장터미널(033-552-0553)에서 태백행 버스는 1일 7회(08:20 09:00 09:20 11:05 12:50 14:40 17:40) 있고, 하장에서 삼척행 버스는 1일 3회(08:30 14:50 18:00) 있다. 하장에서 강릉ㆍ임계 버스는 1일 4회(08:40 10:30 15:20 19:40) 운행한다.
>> 숙식(지역번호 033)
하장에 현대식당민박(552-0046)이 있다. 태백의 맛나분식(552-2806)은 배달과 산행도시락 주문이 가능하다. 태백고원자연휴양림(550-2849), 동경장여관(552-6624), 한우랑돼지랑(553-6114), 태백산민박촌(553-7460).
>> 볼거리
인근의 검용소는 한강발원지다. 하루 2000여 톤의 물이 이끼 낀 10여m의 와폭을 이루며 쏟아진다. 이무기 전설이 전한다. 한강, 낙동강, 오십천이 분기하는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피재를 보고 매봉산 풍력발전단지까지 승용차 이용이 가능해 멋진 조망을 감상할 수 있다.
/ 글·사진 김부래 태백 한마음산악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