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2-1시 "3.31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맞이 기자회견"을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한다. 서울인권영화제를 통해 접했다.
"퀴어는 어디에나 있다. 트랜스젠더는 어디에나 있다."
퀴어들의 일상 사진을 모아 우리가 여기에 있음을, 우리가 함께 일상을 보이고 있음을 말하는 회견이라고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가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봐야지 했다.
근데 오른쪽 겨드랑이를 2-30초 단위로 콕콕 찌른다.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찌릿하다.
몸은 몸살이 난 듯 어슬어슬 춥고 기침이 난다.
목에는 스카프를 두르고 안방에서 마스크를 낀 채 글을 쓴다.
다시 대상포진 증세다. 조금만 무리를 해도 이런 증세가 도진다.
어제 뭘 했지? 빨래해서 널고, 압력솥에 밥해서 새벽녘에 다 퍼서 냉장고, 냉동실에 넣었다.
그리고 어젠 줌회의를 두 번이나 했지.
하나는 독서모임 첫 회의였고, 또 하난 몇 년 만에 영어로만 진행된 수업을 들었지.
얼굴엔 표시가 안 났겠지만, 몸은 많이 경직되고 긴장했던 거야.
아 또 하나 더 있지.
윌라 오디오북 청취 무료 한달이 어제까진 줄 알고
세계 페미니즘 SF 소설선집을 정신없이 몰아 들었지
거기다 또 하나를 보탰어.
상담연구회 단톡방에서 공유된 서울인권영화제 "지금 트랜스젠더를 살다" www.hrffseoul24.org 에서 영화 2편까지 봤어.
회원가입이나 인적사항 기입 같은 별도의 절차 없이
클릭만 하면 기간 내의 영화는 다 볼 수 있게 해 놔서 넘 좋아.
어쩜 영화 보고 싶을 때마다 무료 영화 선물이 찾아오는지. 넘 신기해.
너무 행복했지만, 몸은 너무 무리했다고 아침에 외치는 거야.
어디 하나에 꽂히면 몰입하고, 또 다른 것에도 쉽게 꽂혀서 쉬엄쉬엄 천천히가 안 돼.
몸이 죽어나는 거지. 주인이 이거 하는 가하고 따라가면 또 다른 걸 하고,
거기서 새로운 것이 자꾸만 연결돼. 그러다 번 아웃되는 거지.
근데 주인은 몸의 신호를 몰라. 타인의 불편은 예민하게 알아채면서
내 몸의 불편은 신경 안 쓰고 무시하며 살아서 그런지
도대체 눈치를 못 채는 거야.
결국 커다란 신호 즉 대상포진 증세가 찾아오면
아이고, 이제 쉬라고 하네. 쉬라고 고통을 주는구나 알아차리지.
고맙다 대상포진.
오늘은 정말 무리 안 할게.
서울인권영화제 "지금 트랜스젠더를 살다"에 볼 수 있는 영화 몇 편과
윌라 오디오북 마지막 들을 수 있는 몇 편만 듣고,
집필공동체의 글 "나를 사랑하고 지키는 법"만 마무리할게.
그래도 넘 많잖아~~ 몸이 짜증내는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