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 해 독서정리

[어린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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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나의 독서 정리

트렌드 코리아-김난도 외

해마다 트렌드 코리아를 분석해서 책을 내 놓는다. 2021년 10대 소비 트렌드를 COWBOY HERO로 키워드를 잡았다. 바이러스가 바꾸어 놓은 집의 기능, 일상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의 소비패턴, 밈, 짧은 콘텐츠, 재무관리에 눈뜬 자본주의 키즈, 오하운(등산, 명상, 요가..), 중고시장, 아바타 만들기(제페토), 정체성, 멀티퍼스널리티,, 등등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간신히 N세대에 속해 있는 내가 지금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산업, 문화, 경제 흐름을 주도하는 MZ세대를 이해하기에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굳이 새해마다 이 책을 구입하지는 않기로 했다. 앞으로 1년을 요약할 만한 키워드를 미리 안다는 것이 오히려 약간의 스트레스로 다가와서이다. 이 모든 변화들을 미리 예측하였으니 나도 발빠르게 움직여서 MZ세대들을 따라 잡아야 할 것만 같고, 하지만 내 삶은 여전히 같은 루틴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자각할 때 내가 정말 옛날 사람이 되어가는 것만 같아서.

2. 경제로 읽은 교양 세계사 – 오형규

역사란, 인간의 물질적 소유 욕망을 충족시키는 일련의 복잡하게 얽힌 연속적인 사건들. 인간이 행하는 거의 모든 행위들이 좀 더 안락하고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것들.. 경제와 역사는 늘 함께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 분야. 경제라는 학문이 좀 딱딱하고, 용어도 좀 어렵고, 재미가 별로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방대한 인류의 역사를 농업혁명부터 고대, 중세, 산업혁명, 세계대전.. 4차산업혁명까지.. 방대한 역사를 잘 꿰어 묶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라고 적었었는데.. 진짜 기억이 1도 나지 않는다. 밑줄 친 부분만 다시 훑어야 겠다.

3. 짧은 글, 긴 침묵(미셸 투루니에)

내가 제일 좋아했던 미셸 투루니에의 산문집. 그의 앞마당에서 뛰놀다가 화장실을 쓰는 이웃집 아이들, 마당 어딘가의 정화조, 다락방, 그의 집과 정원의 혼인 고양이들과 영원히 순환하는 그만의 세계가 부러웠던. 나도 꼭 정원이 있는 집을 갖고 싶다고 꿈꾸게 만든 책. 어젯밤은 잘 잤다. 나의 불행도 잠이 들었으니까. 아마도 불행은 침대 밑 깔개 위에서 웅크리고 밤을 지낸 것 같다. ‘나는 그보다 먼저 일어났다. 그래서 잠시 동안 형언할 수 없는 행복을 맛보았다. 나는 세상의 첫 아침을 향하여 눈을 뜬 최초의 인간이었다. 이윽고 나의 불행도 덩달아 잠이 깼다. 그리고 내게 달려들어 간을 꽉 깨물었다’. (p29. 밤이 오면) 무릎위에서 갸르릉 거리는 고양이 같은, 쓰담아 주고 싶은 책이다.

4. 과학- 거의 모든 것의 역사(빌 브라이슨)

텔레비전 방송이 없는 채널에서 보이는 무질서하게 물결치는 무늬 중에서 약 1퍼센트 정도는 오래 전에 일어났던 대폭발의 잔재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p.25)

장엄하게 죽어가는 별에서 발생된 빛이 6000만 년 동안 잠시도 멈추지 않고 고요 속의 우주공간을 달려와서, 2001년 8월 어느 날 밤하늘에 반짝이는 작은 별빛의 형태로 지구에 도달했다. (p.49)

만약 가까운 곳에서 별이 폭발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4.3광년 떨어진 알파 켄타우루스에서 폭발이 일어난다면 그 영향으로 우리는 모두 타버릴 것. 그 재앙이 오기 까지 걸리는 4년 4개월동안 우리는 여전히 일을 하러 갈까? 농부들은 씨를 뿌릴까?(p,50)

달은 매년 약 3.8센티미터씩 우리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있다. 20억년이 지나면 너무 멀리 떨어져버려서 더 이상 지구를 안정화시켜주지 못하게 될 것이다. (265)

500페이지 가까이나 되는 부피감 있는 책이지만, 아름다운 문장들이 너무나 많았다. 6000만년이나 오랜 시간을 여행해서 내 눈에 닿은 별빛. 조금씩 멀어져가는 달을 매일 보여주는 밤하늘을 좀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5. 지대넓 –제로(채사장)

잔가지를 쳐내고 굵은 가지만 남겨서 핵심을 짚어주는 능력이 있는 작가. 지금 읽고 있는 평행우주론에서 다중우주에 관한 이야기가 장황하게 나오는데 이 책 한 두페이지에 이렇게 요약되어 있다. 다중 우주론이 해결하는 문제는 우주가 왜 하필 지금의 모습인가? 이다. 다중 우주론에 따르면 수많은 우주는 저마다의 상수 값과, 저마다의 힘의 종류와 세기, 그에 따른 형태, 그에 따른 역사를 가지고 무한한 시간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그러므로 골디락스는 무한개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다중우주 중 하나의 조건이며 신이 우주에 개입한 것이 아니라는 것. 책 제목처럼 얕지만 넓은 지식으로 우리에게 큰 숲을 보여주는 고마운 책.

6. 3/21 역사의 쓸모 (최태성 )

들어가는 글에서 그는 삶이라는 문제에 역사보다 완벽한 해설서는 없다는 말로 시작한다. 역사는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 보고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도와 준다. 부여에서 공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고개 우금치. 봉건제, 신분제에 맞선 동학농민운동의 이름 없는 아무개 농민들은 옷 속에 부적하나 붙이고 총칼 없이 죽창하나로 조선조정이 보낸 일본군과 맞서 대패하고 만다. 거의 맨 몸으로 죽을 운명을 각오하고 우금치 고개를 넘어갈 때 양반 상놈 상관없이 어울려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희망이 있었고, 그들이 뿌려 놓은 그 씨앗으로 지금의 내가 이 모든 것을 당연히 누리고 있다는 것을 역사라는 서사에서 읽어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책.

7. 4/11 신화와 인생 (조지프 캠벨)

힌두교-불교 전통에 근거한 일종의 범신론적 사상을 옹호하고 기독교, 불교, 힌두교 등 세계의 종교들이 결국 한 점으로 모인다고 믿었으며 특정 종교의 독단을 배제하고 겸손과 양보를 주장했던 그의 사상이 잘 드러난 책. 캠벨은 인간의 인생을 영웅의 여정에 비유했다. 비록 사람마다 짧고 길고의 차이는 있지만, 그 하나하나는 태어남과 부름과 모험과 역경과 귀환과 노년으로 이루어지는 영웅의 여정인 것이다. 어떤 사람은 크게 성공하고, 또 어떤 사람은 애석하게도 실패하고 은거해 버린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희열’을 따자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고, 선한 것뿐만 아니라 악하고 더러운 것까지도 포용하면서,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431)

꼭 해야 할 일이라면 마치 놀이를 하듯 하라. 인생의 의미란 무엇이든 갖다 붙이면 그만이다. 전사의 방식이란 삶에 대해, 그 모든 것에 대해 “예라고 하는 것이다. 이 세상의 슬픔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라. 우리는 세계를 변화시키려 햇는 안 된다. 우리의 임무는 자신의 삶을 바로잡는 것이기 때문이다. (20-21)

우리의 삶에 진정한 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삶을 경험하는 것, 고통과 기쁨 모두를 경험하는 것이다. 여행의 목적은 공감이다. 여러분이 모든 것을 원한다면, 신들은 그것을 주리라. 하지만 여러분은 반드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p.36)

거대한 풍파 속에서도 신과 같은 침착함으로 살아가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37)

8.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젊은 과학도의 SF공상소설. 아름답고 매력적인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가족들이 먼저 가서 살고 있는 새로운 행성 슬렌포니아. 그곳으로 떠날 기회를 놓치고 우주의 곳곳 공간과 공간 사이를 연결하는 고차원의 웜홀들이 발견되어 웜홀항법이 도입되면서 슬렌포니아처럼 ‘먼 우주’까지 갈 필요가 없어져 더 이상 그곳에 우주선을 보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워프 버블조차 만들 수 없는 자신의 개인 우주선을 타고 아무리 가속하더라도 빛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므로 한참을 가도 그곳에 닿지 못할 것이지만 안나는 마치 자신의 목적지를 확신한다는 듯, 초라한 자신의 우주선을 쏘았다.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182)

9. 어떤 양형 이유 (박주영)

‘그가 운명이라고 하는 사건이 다른 많은 판사에게는 처리 건수 하나짜리에 불과했다’고 고백하며 저자가 써 내려간 양형이류는 판결문에 자연히 흘러넘치는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냉혹하고 메마른 판결문 앞에서 자신이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간적인 관점으로 써 내려간 책. 인간은 모든 것에 익숙해질 수 있는 동물이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인간에 대한 가장 훌륭한 정의라고 생각한다. 적응과 망각은 놀라울 정도로 사람을 강하게 만들고 암울한 현실을 애ㅆ 잊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고픈 본능은 집요하다. 상대가 아무리 숱한 악행을 저질러도 그 사람이 나의 삶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 쉽게 포기하고 용서한다. 평온한 삶을 지속하고 싶은 관성은 이성이라는 브레이크를 마모시키고 무력화한다. (23p)

10. 타인의 고통 (수전손택)

손택에 따르면 사방팔방 폭력이나 잔혹함을 보여주는 이미지들로 뒤덮인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을 일종의 스펙터클로 소비해 버린다. 타인의 고통이 하룻밤의 진부한 유흥거리가 된다면, 사람들은 타인이 겪었던 것 같은 고통을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도 그 참상에 정통해지고, 진지해질 수 있는 가능성마저 비웃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녀는 이렇게 주장한다. 연민은 쉽사리 우리의 무능력함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함(우리가 저지른 일이 아니다)까지 증명해 주는 알리바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에 연민을 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그러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극복하고, 잔혹한 이미지를 보고 가지게 된 두려움을 극복해 우리의 무감각함을 떨쳐내야 한다고.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개입할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가?) 무엇보다도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픈 사진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던 기억. 지구 저편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비극을 보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하게 한 책.

11. 지리의 힘. (팀 마샬)

세계는 왜 ‘지리’를 두고 분쟁하는가? 지리라는 렌즈를 통해 세계를 조망한 책 『지리의 힘』. 25년 이상 30개 이상의 분쟁 지역을 직접 현장에서 취재하며 국제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온 저자가 중국, 미국, 서유럽, 러시아, 한국과 일본,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중동, 인도와 파키스탄, 북극 등 전 세계를 10개의 지역으로 나눠 ‘지리의 힘’이 21세기 현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파헤친 책이다. 이 책은 특히 ‘한국’편에서 한국의 위치와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한국이 강대국들의 경유지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중국’은 왜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면서까지 바다에 집착하는지, ‘미국’은 어째서 초대강국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왜 세계는 남극이 아닌 북극으로 향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해답을 담고 있다. - 네이버 참고. 이 책은 대여해서 읽었는데 왜 각국에서 바다를 두고 남극, 북극을 두고 선점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가를 거시적 관점으로 풀어주었다. 빌려 읽기에 아쉬운 책은 구입하는걸로.

12. 과학공부 (김상욱)

철학자 하버마스는 과학은 과학이 무엇을 해도 좋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설명할 수 없다‘라며 다윈을 이해하려는 사람은 칸트를 읽어야 한다고 했다. 과학은 교양이고 인문학과 평등하게 함께 가야하는 학문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양자물리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양자역학은 물체가 소리와 같이 사방팔방으로 펴져 나가며 동시에 여러 장소에 존재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 같지만 물체가 여기 있는 것은 당신이 보았기 때문이라는 것. 당신이 보기 전까지 물체는 사방에 동시에 존재한다. 헛소리 같지만 내가 이 세상의 중심이 된 것 같은, 뭐든지 가능할 것만 같은 세상을 일별하게 한다. 모든 사물의 이치라는 물리의 정의에 걸맞게 과학적 영감에서 인문학적 통찰을 이끌어 낸다.

13. 팩풀니스 (한스롤링)

‘느낌’을 ‘사실’로 인식하는 인간의 비합리적 본능 10가지를 밝히고, 우리의 착각과 달리 세상이 나날이 진보하고 있음을 명확한 데이터와 통계로 증명한 놀라운 통찰.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미래의 위기와 기회에 대처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 TV가 주입하는 이미지에 갇혀 아프리카는 고층건물도 없고 식수를 구하기 위해 몇 킬로미터를 걸어가야 하는 그런 곳으로만 상상한다면 세상을 바르게 읽지 못하는 것이다. 데이터 잘 읽기, 사실에 근거한 판단, TV가 보여주는 것이 이미지가 다가 아님을 인지하기. 이 책은 마치 저자가 내 손을 잡고 지구 한 바퀴를 360도 돌면서 세상 구석구석 보여주는 것 같았다.

14. (박수밀)의 오우아

애쓰다 지친 나를 일으키는 고전 마음공부. ’나는 나를 벗 삼는다.- 오우아.

내가 제일 좋아했던 부분은 이덕무의 마음에 딱 맞는 날에 대한 단상. 나뭇잎을 몇 개 따서 붓으로 내키는 대로 글씨를 쓰고 아이에게도 따라 쓰게 하고 그림도 그려보게 하면서 해가 뉘엿해질 때까지 평화로운 시간을 즐겼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한 하루를 생각하니 배시시 웃음이 새어 나왔는데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마음에 딱 맞는 날이었다고 한다. 시원한 복숭아나무 아래서 아이와 함께 보낸 참 좋은 하루. 나는 한 달에 몇 번이나 마음에 딱 맞는 날을 살까? 마음에 드는 날, 배시시 웃음이 흘러 나오는 추억이 있는 날들을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참 좋은 글귀가 많았던 책이다.

15. 색깔의 힘. (김정해)

색깔이 마음에 선물하는 놀라운 변화. 하루 10분만 바라봐도 감정과 기분이 달라질 수 있는 색깔의 힘에 대해 알 수 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일본에서 진행된 실험결과이다. 참가자들이 색을 보지 못하도록 안대를 착용시키고 방에 들어가기 전 뇌파, 혈압, 피부 온도, 근육 긴장도를 측정한다. 20분 뒤 다시 신체 변화를 측정했는데 붉은 방에 있던 참가자들은 근육이 경직되거나 피부 온도가 올랐는데 파란 방은 별 차이가 없었다. 색깔은 신체 조건을 변화시키고 체온, 호르몬, 수면, 각성 상태 같은 신체 리듬을 바꾼다. 이 실험으로 연구자들은 우리 피부에 색을 느끼는 감각세포가 있다고 주장한다. 색깔을 우리가 느끼지 못할 때에도 몸에 들어와 영향을 미치기에 컬러 테라피의 주체는 색깔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색이 주는 효과를 잘 설명해주고 있어서 평소 특정 색깔만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색을 잘 활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16. 칼의 노래. (김훈)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로 시작하는 이 소설의 첫 문장에서 꽃-이 와 꽃-은의 조사를 두고 한달 가까이를 고민했다고 한다. 사실 김훈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한 문장 한 문장이 허투루 굴러가지 않고 단정하고 오밀조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바탕으로 임진왜란을 역사적으로 고증하여 1인칭 시점에서 그의 고뇌, 인간적인 부분, 죽음에 대한 사유 등 외적 내적 갈등을 심도있게 소설화한 책.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이순신이 꿈에서 아들 ‘면’을 만나는 부분이다. 명랑에서 패한 왜군들이 앙갚음으로 살해된 면은 어깨가 잘려나간 몸으로 죽은 머리가 산 몸위에 붙어 건들거리며 나타나 죽을 때 무서웠노라, 칼을 찾아 달라 울부짖는다. 이순신은 내가 죽인 적이 헤아릴 수 없고 네가 죽인 적 또한 적지 않거늘, 내 꿈을 어지럽히지 말고 죽었으면 가라며 꾸짖는다. (면은 울면서 돌아섰다. 무릎걸음으로 면은 멀어져갔다. 면아 면아. 부르는 내 소리에 내가 가위눌려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이순신에게 죽음은 일상같은 사건이지만 혈육의 죽음을 미리 각오하고 초연하고자 했던 명장에게도 적의 칼에 아들을 먼저 가슴에 묻고 잇새로 새어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낡은 소금창고에 들어가 숨죽여 운다. 남해안으로 여행하기 전에 다시 한번 읽어 봐야 겠다.

17. 마음사전 (김소연)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마음의 결을 백 가지 넘는 낱말들로 모아서 엮어 낸 책. 기억나는 낱말은 ‘경청’. 경청은 그 어떤 침묵보다 신중하고 그 어떤 말보다 순정하다. 경청은 열중하며 인내하며 증류한다. 경청은 가장 열정적인 침묵이다.(159)

18.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

김홍도와 그 외 옛 화가들의 많은 그림들을 이토록 자세히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지금은 고인이 된 오주석은 옛 사람의 마음으로 봐야 그림을 진짜로 잘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회화 감상이란 한 사람이 제 마음을 담아 그려 낸 그림을, 또 다른 한 사람의 마음으로 읽어내는 작업이라는 것. 고구려 고분 벽화를 잘 보려면 도교 사상과 토착 신앙을 알아야 하고, 고신라 이래 천 년 불교 왕국 동안 만들어진 불교 문화재의 감상은 당시 사람들의 불료적 심성을 이해해야 가능하고, 조선시대 그림은 성리학의 영향 아래 만들어진 작품인 만큼 사서삼경 정도는 대충 이해하는 교양이 있어야 그림의 진정한 뜻이 보인다는 것.

19. 안나카레니나(톨스토이)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이 책의 첫문장이다. 아름다운 외모와 교양을 갖춘 사교계의 꽃 안나 카레니나가 매력적인 외모의 젊은 장교 브론스킨(아론 존슨)의 저돌적인 애정공세에 결국 치명적 사랑에 빠지게 된다. 뜨거운 욕망에 사로잡힌 안나는 브론스킨과 위험한 관계를 이어가고, 두 사람의 부적절한 관계가 사교계에 소문이 퍼지자, 안나는 가정을 버리고 도피하나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톨스토이는 기독교인으로서 인간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 끌리는 것에 의해 살아가서는 안되며 어떤 불가해한 것, 하느님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키티와 레빈의 사랑을 통해서 즉 자신을 잊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평온과 행복을 얻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키티는 레빈에게 자신이 그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의 모든 것을 이해하기 때문이며 그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훌륭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람의 머릿수 만큼 그 생각도 가지각색이라면 마음의 수만큼 사랑의 종류도 다양하다.(p.302)는 말에 공감한다. 나이 불혹이지만 사랑이 아직 뭔지 모르겠고, 그래도 사랑이 제일인건 맞는거 같고.. 다시 읽을 기회가 있다면 그때 나는 또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20. 파타고니아(이본 쉬나드)

환경 위기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해결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사업한다는 회사. 암벽을 탈 때 그곳에 갔던 흔적을 남기지 않는 클린 클라이밍을 하기 위해 너트와 러너만을 사용하는 등반을 시작으로 사고 버리는 굴레에서 벗어나 다기능적이고 내구성이 있는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왔다. 그는 사업의 최종 목표는 기부라고 한다. 연매출 1%는 환경운동에 기부하고 회사내 보육센터, 유기농 까페테리아, 근무유연제, 16주 유급휴가, 이사회 동의 없이는 회사의 가치관이나 중요 사안을 바꿀수 없음. 등 사업가가 되어야 한다면 일은 최대한 재미있게 나만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게임을 만드는 것 승자가 되는 비법이라고 말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암벽등반 도중 땅위 760m 공중에 매달려 해먹에 야영을 하게 되었을 때 벌레가 움직이는 것을 15분 지켜보았던 순간을 묘사한 부분이다. 그는 자신은 자연에서 보고 느끼는 것이 많은 지루할 틈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비범한 사람은 생각부터가 비범한 법.

21. 붕대감기(윤이형)

어디에서 불쑥 꺼내기 어려운 주제 페미니즘. 하지만 이 책은 영원히 평행선을 타는 것 같은 여성들의 새로운 형태의 연대성을 꿈꾸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린 승객이었을 뿐, 그 동안 이 버스에서 한 번도 운전대를 잡아본 적이 없어.’ ‘너는 네가 버스 바깥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우리 모두가 버스 안에 있다고 믿어. 우린 결국 같이 가야하고 서로를 도와야 해.’ 나는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뭔가 공격적이고 말과 눈빛에 날이 서 있고 승부욕이 강한 여성들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들의 날 선 말들을 외면해 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 역시 단 한 번 운전대를 잡아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인식했고 서로를 응원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22.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올해 마지막 책. 능력주의. 누구나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고 자수성가할 수 있다는 능력주의 이상. 다행스럽게도 내가 사는 사회에서 내 능력을 후하게 인정해 주어 남보다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면 그래서 내가 청소부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추운 겨울 길에서 과일을 팔지 않아도 되며 고된 택배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래서 내가 그들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는 것은 행운이라기 보다는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라는 것. 도덕적 그리고 심리적으로 능력과 가치의 구별은 좀처럼 쉽지 않다. 돈이 거의 모든 것의 척도가 되는 시장 사회에서는 부자에게 ‘당신의 부는 사회에 기여한 탁월한 가치 덕분이다’라고 말해준다면 그의 오만과 자축을 불러오지 않을 수가 있을까? 가난한 사람에게 당신의 가난은 당신이 사회에 기여한 것의 가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라고 한다면? (221)마이클 샌델은 날카로운 질문들로 당연시 했던 혹은 왠지 껄끄러웠던 신념들을 깊이 파고 들게 하고 다각도로 세상을 바라보게 돕는다. '사회적 복지는 응집과 연대에 달려 있다. 그것은 단지 사회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 높은 수준의 일반 문화, 강력한 공동 이해관계 의식의 존재를 내포한다.' (P349)

다시 읽어야 할 책.

[우히]

민영님! 독서기록 읽고 책 내용에 대한 통찰력에 감탄하고 갑니다. 조금씩 끊어서 보느라 들락날락하기만 하고 덧글을 이제야 달아요^^; 덕분에 미셸투르니에의 책도 처음 접하게 되었고, (평소라면 손도 대지 않을)과학 분야의 도서도 살짝 맛보았습니다.
<신화와 인생>에서 "이 세상의 슬픔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라. 우리는 세계를 변화시키려 해선 안 된다. 우리의 임무는 자신의 삶을 바로잡는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말과 "우리의 삶에 진정한 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삶을 경험하는 것, 고통과 기쁨 모두를 경험하는 것이다. 여행의 목적은 공감이다."라는 말 담아갑니다. '말에 사람이 들어있으면 금! 사람이 빠져있으면 똥!'이란 말처럼 삶의 여정에서 '나'의 감정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상대방에게 더 공감하고 말에서도 '사람'을 더 생각하는 한 해를 보내고 싶어요.

[바체]

역시 리더님이시네요. 한권한권 다시 읽어가는 느낌입니다. 시간 핑계로 깊이 생각하고 정리할수없었음에 안타깝네요.혼자 읽었으면 끝까지 못갔을책들인데 함께해서 잘 읽었고 내용 공유하며 나눈 얘기들안에서 깨달음도 많아서 참 좋고 감사했습니다. 정리된 글로 읽으니 말로 했을때랑은 또다른 감동이있네요^^